채다은 변호사가 설명하는 복잡한 법 말고, 진짜 성범죄 사건 - 개정판 복잡한 법 말고, 진짜 사건 시리즈
채다은 지음 / 지혜와지식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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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년에 사무실을 방문하는 의뢰인을 위해 설명하고 안내하는 정도로만 생각해서 만들었던 책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시대의 요구 덕에 2021년의 판례들을 추가해서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성범죄 문제들을 보면서, 이전보다 자주 '피해자'의 위치에 나를 두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그러다가 이 책을 알게 됐고, 법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니, 실제 사례를 통해 조금 더  '보호'받는 방법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기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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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법률 사건이 발생하면 소송보다는 당사자끼리 대화를 통해 잘 마무리 하기를 바라지만 성범죄 사건은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진술 만을 증거로 하여 유무죄가 정해지는데다가 형벌도 엄중하기 때문에 수사 초반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성범죄의 경우에는 꼭 변호인과 함께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조사에 참여하기를 권했다. 변호인들은 수사에서 묻는 질문들이 무엇을 확인하려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점을 제일 먼저 이야기한 뒤 직접 변호했거나 대리한 사건, 실제 판례 내용을 재구성해서 소개하고 어떤 판결을 받았는지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정말 억울하게 성범죄에 연루되거나 피의자들이 무고죄로 피해자를 역으로 고발한 사례들을 제시하고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어떤 법의 도움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를 풀어낸 부분은 나처럼 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잘 이해할 수 있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아 특히 좋았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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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식과 나의 상식이 얼마나 차이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그 부분를 확인하면서 몇번은 놀라고 화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내용도 많았다. 나처럼 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 조금 쉽게 성범죄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 억울하게 당할까봐 걱정되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뒤에 좋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방법은 (쓸 일이 없는게 제일 좋겠지만) 읽어두면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 될 듯한 부분이니 놓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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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쓰는 겁니다 계속 사는 겁니다 - 팬데믹 시대를 사는 작가들
고재종 외 지음 / 솔출판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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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은 더이상 일상을 일상으로 살아가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른바 언택트 시대가 되면서 일상을 이전과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고, 다른 방식으로 살 수밖에 없게 됐다.

2020년 몇번 확진자 수가 확 늘었다가 줄었다가 하기를 반복했지만 그 때에도 나는 2020년이면 다 끝날 줄 알았다. 2021년 5월 현재까지 계속 될 줄은 몰랐다. 답답하면서도 여전히 불안하고 두렵다. 그런 중에도 삶은 계속되고 마스크를 쓰고 2020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일상들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 누구보다 기민하게 반응하고 현재를 정확한 눈으로 파악하고 다가올 일들과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존재인 작가들에게는 쓸 수밖에 없는 시대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작가들 17인이 2020년 한해를 기록했다. 에세이, 픽션, 비평들이 코로나19라는 현 시대를 생생하게 세심하게 담겨있다.

17인의 작가들 이름 속에서 아는 작가는 사실 거의 없었다. 이른바 핫하다는 그런 작가들이 아니라 정말 쓰는 행위로 삶을 살아갔던 작가들의 이야기라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연령대도 성별도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폭넓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계속 써온 사람들이 이런 시대에 문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글쓰기가 무엇인지, 글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고민하고 나름의 길을 찾아가는 글을 읽으면서 독자인 나는 왜 읽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다.

p.96
푼돈에 가까운 내 용돈으로 그 회사의 주식을 사보았다. 조금 올랐다. 누구는 부동산으로 수익을 1년 만에 수억 원도 내는데 나는 이렇게 수익이 나는 게 신기했다. 작가들은 콩알만 한 인세를 걸고 영혼을 갈아 넣으며 쓰는데....'왜 작가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 대한 고찰을 아니 할 수 없었다.<중략>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다시 조명받았다.작가의 혜안과 문학의 효용을 떠올리려 애썼다. 글을 쓰는 일은 자신감과 열등감 사이를 오르내리는 그래프를 받아들이는 일이지 않나 싶다. 어떤 날은 맘에 들었고 어떤 날은 좌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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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글이다보니 모든 글 속에 일상이 담겨있었다. 무엇을 잃었고, 달라졌고, 얻었는가 떠올려봤다.

p.219
어쩌면 매일 매일 이어지는 무료한 날들의 반복이다 늘 그것이 그것이 일상이 지루함을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일상을 늘 새롭게 본다는 것은 철이 들도록 든 나이에는 무척 힘이 든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상투성과 진부함 혹은 만사를 원만함과 평안 함으로 감싸는 힘을 설렘과 약동,생명의 비약적 율동으로 전복한다는 것은 곧바로 행동과 실천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힘이 들기에 질들뢰즈가 일상에서의 습관적 약의 자동성을 동성을 지복으로 여겨야 한다라고 했던 것일까.

팬데믹으로 얻은 것은 이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상을 새롭게 보는 것과 원만함과 평안함이 사라진 자리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 말이다. 설렘과 약동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라 더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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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무대, 지금의 노래
티키틱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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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이 살아있고, 짧고, 중독성 강한 작품을 제작하는 4명의 크리에이티브팀 티키틱 멤버들이 어떻게 모여서 어떻게 창작했는지 어떤 치열한 과정을 거쳤는지를 담은 책이 나왔다.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크리에이티브라서 얼마나 유명한지 어떤 컨텐츠를 만들어내는지 몰라 첫장에 나온 것과 같이 핸드폰을 옆에 두고 영상들을 하나씩 찾아가며 봤다. 제일 초기에 만든 #하이스쿨잼 을 예전에 본 적이 있다는 기억이 났다. 이 한개의 컨텐츠에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 컨텐츠를 창작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짧지만 중독성이 강하고 오래 기억에 남을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영상을 만들고 있다는 은택님 말처럼 그 영상에도, 티키틱으로 이름을 바꾸고나서 #제가왜늦었냐면요 영상 아래에도 또 왔다고 몇년전에 왔는데 다시 왔다는 댓글이 여러개 있었다. 좋아하는 것들을 잘 하고자 하는 의지가 영상을 보는 사람에게도 다 잘 느껴졌나보다.

120쪽의 글에서 모두에게 무해한 컨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와 앞으로 자신들이 만들 컨텐츠의 방향을 읽을 수 있었다. 열정과 의욕만 넘치는 재미 위주의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존재도 모르고 있었지만 오늘의 의미를 알고 지금을 노래하는 그 노래가 계속되고 멀리 울려퍼지기를 응원하게 됐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서 하고 싶고 열정이 넘치는데 방법과 방향을 모르는 사람들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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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 영화와 요리가 만드는 연결의 순간들
이은선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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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일상같지 않았던 2020년을 보내는 동안 조금씩 예민하고 뾰족해진 마음들이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요리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을 떠올리고, 영화를 통해 섬세하게 감정을 읽어내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단단하게 채워나가는 작가님의 일상을 읽어가다보면 모나고 예민해졌던 그 마음이 둥글둥글해지는 기분이 들면서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어진다.

영화 전문지 기자를 거쳐 지금은 프리랜서 영화 전문기자로 활동하는 작가님이 전문분야인 영화와 좋아하는 요리가 연결되는 순간들을 포착해서 쓴 책이다. 28편의 영화가 나오는데, 본 영화는 봤기 때문에 글이 더 생생하게 다가오고 안 본 영화는 글 덕분에 보고 싶어진다. #바베트의만찬 과 #패딩턴 은 꼭 보려고 기록해두었다.

두 대상을 정말로 좋아하는 마음이 책 전체에서 넘쳐흐르듯 느껴지고, 일상을 담아내는 시선이 따뜻하고 다정해서 읽으면서 "참 좋다." 고 소리내 말할 수밖에 없었다.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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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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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아들이 벌레가 되었다. 인간을 완전히 다른 형태의 생명체로 변이시키는 병인 이형성 변이 증후군이 아들에게 나타난 것이다.

은둔형 외톨이 같이 사회적으로 낙오했다고 취급받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청년층에게 발병되는 이 괴이한 병이 만연한 사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부에서는 발병과 동시에 인간으로서는 이미 사망한 존재로 보고 죽이든, 버리든 관여하지 않는다. 법으로 처벌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부모의 선택이 된다.

이전에도 사회 부적응자로 짐처럼 느껴지던 자식이었는데 지금은 보기조차 고통스러운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변한 그 존재를 두고 부모들이 보이는 모습은 다양하다. 그래도 끝까지 아들이라고 포기하지 못하는 미하루와 아예 다른 생명이라 여기는 이시이 두 사람의 모습은 극과 극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굉장히 괴이하고 이상한 SF적 설정이지만 아들을 포기하지 못하고 물방울회에 나가는 미하루의 모습, 거기서 만난 같은 증세를 두고 있는 부모들의 모습등을 통해 정말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큰 바람이었다고 어디서부터 잘못됐길래 이렇게 된것인지 생각하는 장면, 유이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내가 다 망친 것은 아닐까 부모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자책하는 장면, 당연하게 남편에게 맞춰주면서 자기 자신을 뒤로 미루었던 상황들까지 미하루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가장 낯선 소재로 가장 익숙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벌레가 되어버리는 기이한 상황을 설정했지만, 그런 기이하고 믿기 힘든 상황은 책에서 말한 것처럼 언제 어떻게 마주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받아들이고 할 수있는 일을 하는 것뿐. 언제나 남편 뒤에서 마음에 안들어도 남편의 결정을 따르고 한발짝 물러나 있던 미하루의 각성이 이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나는 종종 내가 인간에 맞는 인간으로 내가 내 아이를 키워낼 수 있을까. 부모 자격이라는 것이 나에게 있을까, 아이의 마음과 상황을 알아주지 못하고 적절한 순간에 손 내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만큼 아이가 내가 바라는 좋은 인간으로 자라지 못하면 내가 느낄 실망감을 미리 예측하고는 겁을 낸다. 그래서 이 소설 속 미하루의 마음이 정말 잘 읽혔던 거 같다. 내가 머리로 생각했던 최악의 순간을 실감나게 잘 구현해둔 느낌이랄까. 정말 실제 사춘기 앞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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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4 단지 그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살아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기뻤던, 막 태어났을 때처럼, 많은 걸 바라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자. 그리고 아이가 보내는 신호는 절대로 놓치지 말자.

P.298 자식을 키우는 데 정답은 없어. 인간관계랑 마찬가지지. 그냥 상대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고 신뢰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해. 부모라고 해서 아이에게 뭐든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된 거야. 전능한 신이 아니니까.

P. 324 아이였던 시절에는 부모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했을텐데 부모의 입장으로 바뀐 순간 그걸 모르게 된다. 완전하게 시점이 바뀌어버렸으면서도 아이의 기분을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나선 모양으로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이어져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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