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계에서 너의 세계로.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 당신을 위한 반려동물 인문학 수업
재키 콜리스 하비 지음, 김미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9월

20201004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이가 들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떠난 뒤 문득 문득 떠올라 마음 아파할 때마다 나는 '어쩌자고 너를 데려와서 함께하고 사랑하게 됐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강아지가 주는 행복과 기쁨을 따라오는 아픔과 슬픔 그리고 미안함 죄책감 귀찮음을 모두 느껴봤기 때문일까 가족 모두 그 때를 그리워하면서도 다시 다른 생명을 반려하고 살아갈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러면서 또 생각해 보는 것이다. 어쩌자고 인간들은, 유일하게 인간들만이 인간 외의 대상을 자기 삶속에 데리고와 먹이를 주고 길들이고 심지어는 '반려'한다고까지 하는가. 누가 왜 언제부터 이 과정을 시작했으며 과연 인간이 아닌 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하고 말이다.

이 책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딱인 책이다. 저자는 인간은 어떻게 동물을 반려하게 되었고. 또 어쩌다 동물을 사랑하고 우리는 왜 그들에게 이름을 붙이려 하고. 가족의 일부로 여길까에 대한 답을 동물과의 만남부터 헤어짐까지의 과정을 따라간다.

고전에서, 그림에서, 역사에서 수많은 예를 찾아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고 자신의 경험까지 제시해서 공감대 형성도 놓치지 않는다. 읽으면서 얼마나 자주 그 때가 떠올라 울컥하고 뭉클했는지 모른다.그래서 인문학적인 글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힌다.

반려동물의 범주를 결정하는 부분에 한국에서는 개를 식용으로 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와 조금 놀랐다. 아직도 많이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긴한데, 가축과 반려동물을 나누는 것이 뭐랄까 엄청 모순족이라고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이름 짓기와 연관된다고 풀어나가는 부분에서 감탄했다.

여태 인간의 입장에서 동물에게 받은 것, 동물이 우리에게 준 것만을 다루는 책만 보다가 인간이 동물에게 준 것, 행동의 의미를 분석한다. 방향과 관점을 돌려 제시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8장에서는 이별을 다루고 있는데 이 책에서 가장 의미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은 이유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락사 문제와 반려동물을 잃은 상실감.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 사이의 감정차이 같은 건 너무도 자주 다뤄진 것이라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내세' 에 대한 접근은 좀 놀라웠다. 반려 동물이 떠난 뒤 나는,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인친들은, 분명 무지개 다리 너머에서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 다음에 만나면 된다고 위로하고 위로 받았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또 이런 생각이 한 때는 논란이었다는 이야기도 해준다. 이 책의 특별함이 보이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먼저 동물이었기 때문에 인간이 될 수 있었다고 먼저 손을 내밀었기 때문에 먼저 상대를 이해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고 비로소 인간으로서 일어서게 됐다고 말한다. 맞다. 나도 그랬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또 보내면서 내 세계는 확장되었도 감정들은 선명해졌다. 깊고 선명하고 넓고 또 큰 마음들 앞에서 나는 여전히 흔들리고 아파하고 견뎌내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이 모든 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 때 나는 아마 분명 다시 한번 손 내밀 것이다. 나의 세계에서 너의 세계로.
_

책 진짜 그게 뭐라고.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자신을 읽고 쓰는 사람이라 설명하는 저자는 인지도를 높여 자신이 쓴 책을 많이 팔아보고자 말하고 듣는 '팟캐스트' 진행자 역할을 수락한다. 그 때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위치에 대해, 읽고 쓴 다는 것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고 그것을 글로 풀어냈다. 읽고 쓰는 사람이든 말하고 듣는 사람이든 그 중심에 항상 '책'이 있기에 그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어떤 책이 고전이 되는지 의미있는 존재로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치열한 갈등과 고민도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몹시나 솔직해서 좋았다. 그리고 엄청 잘 읽힌다.

최근 읽은 김하나 작가님의 '말하기를 말하기'가 떠올랐다. 이 책에서도 김하나 작가님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두 사람은 각각 도서 팟캐스트 #책이게뭐라고 와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책읽아웃 진행자(였)다. 나는 둘 다 듣는 청취자였는데 솔직히 '책 이게뭐라고'는 가끔 듣고 '책읽아웃'은 완전 사랑한다.

여튼 팟캐스트를 통해 말하기의 힘을 알고 방향을 잡고 목소리를 내는 말하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김하나 작가님과 정 반대 방향의 사람이 장강명 작가였다. 공개방송도 해보고 각종 방송에 패널로도 출연하고 종횡무진 말하는 사람으로 살았지만 팟캐스트의 방향과 답을 스스로 확실하게 찾지 못했고 쓰는 사람의 모습을 잃을까 우울해졌다.

결과적으로 우울증이 생기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쓴다와 읽다의 특성을 더 분명하게 알아차린 것은 분명해보였다.

자신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그것에 대해 고민하는 태도가 좋아보였다. 세상의 흐름이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좇거나 포기하기보다는 타의든 자의든 어찌됐든 일단 해보고,결정하는 태도도 좋았다.

내가 매체를 통해 본 저자는 어딘가 좀 삐딱한, 그게 매력인 건 알겠는데 약간은 피곤한 사람이라는 인상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서는 그 삐딱함이 어쩐지 자신만의 기준점, 가치관처럼 느껴졌다. 그것을 지키며 사는 삶은 스스로에게도 퍽 피곤할 거 같았고, 끝내는 어쩐지 그게 멋있어 보였다.

-
나도 가끔 생각한다. 책 이게 뭐라고 이렇게 계속 사고, 읽고 싶고, 읽어야지 싶고, 읽고 있는건가하고. 이 책 덕에 나도 이 물음에 나만의 답을 찾아내고 싶어졌다.

품격있는 삶을 위한 책

승화 :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하여 ㅣ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코로나로 사회적거리두기를 하게 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인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방법에 관심이 많아졌다. 이럴 때 이 책을 알게됐다.
_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의 인문 에세이 시리즈 중 #심연 #수련 #정적 다음 마지막 책인 이 책 #승화 는 흔들리는 삶 속에서 #위대한개인 으로 나를 지켜내기 위한 성찰의 방법을 이야기한다.

고전문학자답게 산스크리트어나 히브리어 라틴어를 바탕으로 어원을 밝히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또 잘 알려지지 않은 경전에서부터 단테 같은 유명한 고전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은 시대와 학문의 경계를 넘어 참된 나를 찾고 새로운 삶의 의미와 본질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 시골 생활을 하며 느낀 자연에 대한 감상과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의미도 생각해보게한다. 자신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없는 사람은 그 무엇도 바꿀 수 없으니 내가 바라는 나 자신이 되기 위해 오늘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글들이었다.

고전문헌과 말의 어원을 활용해서 무겁고 어려울 것 같은 #인문학 책일듯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짧고 잘 읽히는 글들이고, 그런 글 28편으로 자기전, 혹은 일어나서 10분정도면 충분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는 품격있는 #자기계발서 느낌이다. 약 한달의 분량으로 습관을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닐까한다.

이른 아침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번 언급이 되어 있는데, 아침을 아침답게 맞이한 기억을 되살려보니 여행갔을 때 외엔 없는 듯하다. 그리고 산에 올라가는 이야기도.. 자연 속에서 사는 삶도 모두 나와 거리가 먼 것이라, 내가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한가 하는 반성도 해보고 살아보지 못한 삶의 환경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뜻대로 되는 것이 없어 답답해지기 쉬운 요즘 '현재'와 '나'에 집중해서 더 나은 생활을 모색하고 내면의 나를 단단하게 해서 나를 지켜내고자 하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_

P.11
‘숭화'는 아무런 유혹도 시련도 없는 완성된 상태가 아니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더 높은 차원의 정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후 얻게 되는 겸허한 마음이다.

P.43
길어지는 고통은 자신의 삶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라는 명령이다. 고통을 충분히 심오하게 수용하고 그 의미를 깨닫는 행위는 우리 자신을 관찰하고 개선시키겠다는 의지다.

P.68
행복이란 자신에게 허락된 이 무의미한 시간에서 의미를 찾
으려는 놀이다. 행복이라는 영어 단어 ‘happiness'는 '우연히
일어나다'라는 의미를 지닌 영어 동사 'happen'에서 유래했다. 행복한 사람은 이 우연한 순간을 운명으로 여기고 최선을 경주하지만, 불행한 사람은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 치부
하며 그럭저럭 산다.

P.98
건강하고 건전한 신체를 지닌 자는 언제나 품위가 있고 단아하다.그는 사람은 자기 몸의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 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때문에 자유롭다. 마치 촛불처럼 쉼 없이 변화하지만 안정적이다.

P.244
지혜를 사랑하는 것은 단순한 삶, 타인에게 관대한 삶, 그리고 자신과 타인과 자연을 신뢰하는 삶이다.
_

[100자평] 코넌 도일

코넌 도일 - 셜록 홈스를 창조한 추리소설의 선구자 ㅣ 클래식 클라우드 20
이다혜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클래식 클라우드의 시작. 왜 제일 처음 선택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기다린 보람이 있는 알찬 구성과 내용. 역시 이다혜 작가님

올해의 책이 될듯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딩크 여성 18명의 고민과 관계, 그리고 행복
최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정말 찾고 원하던 책이었다.
나는 결정을 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결정한 이상 후회를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아이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 중이었는데 이 문제만큼은 100% 후회하지 않는다는 확신? 뭔가 꼭 후회할 거 같아 결정이 두려워 미루고만 있었다. 나는 아이를 좋아하고, 나를 닮을 아이도 궁금하다. 하지만 나는 자주 아프고 낳다가 죽을까봐 무섭다. 이런 양가적 감정 속에서도 지금까지 결정을 미룰 수 있었던 건 주변에 기혼 무자녀 여성들이 나름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하고 이 문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눈 적은 거의 없다. 나름의 사정이 있을테고 사생활을 파고드는 대화를 싫어하니까. 근데, 그렇게 나름 암묵적 동지라고 생각했던 언니며 친구가 임신 소식을 들려주고 출산을 했다. 그러자 이상하게 초조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좋은 거라서 다들 하는건가 싶고, 매체 속에서 본 행복에 겨운 모습들이 떠올랐다. 나는 그런 것을 못 누리게 될까봐 조바심이 생겼다. 그 많은 이야기와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던 내가 정말 별안간 갑자기. 얼른 결정을 내려야만 할 거 같았다.

이런 혼란 속에서 이 책을 만났다. 내가 궁금했던 모든 것이 이 속에 있었다. 배우자와 어떻게 합의하느냐부터 시부모의 압력과 내 부모의 기대에 대응하기, 무례한 오지랖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까지. 글쓴이 역시 혼자 고민했던 문제들을 17명의 무자녀 여성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들려주는 가족, 친구, 일, 사회에 관한 진짜 이야기를 실었다.

다들 같은 학원이라도 다니는지 아이를 권하고 강요하는 사람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이 내가 들은 이야기랑 너무 똑같아서 소름 돋았다.

내가 생각했던 모든,각종 상황들이 전부 제시되어 있어서 진짜 밑줄 치면서 엄청 열심히 읽었다. 비출산을 단순히 개인적 사건이나 개인적 선택,문제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며 사회 문제까지 확장해서 다루는 것도 참 좋았다.

80년대생 기혼 무자녀 여성의 진짜 이야기가 고팠기에 진짜 이 책을 출판하기로 한 작가님 편집자님 출판사님(?)들 모두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감히 나에게 올해의 책이라고 해도 될만큼 좋았다.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아이를 안낳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다른 삶의 모습을 보았고, 이런 선택지도 있으며 그리고 그 선택지도 참으로 좋다고, 모두가 그 길을 간다고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라는 부담을 덜어내 준 것은 확실하다.

아이를 낳는 문제에 대해 고민이 많고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면 꼭 읽어보라고 ,누군가가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궁금해서 쓸데없는 질문 할거면 입다물고 이 책을 제발 읽어보라고 하고싶다. 강력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