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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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아들이 벌레가 되었다. 인간을 완전히 다른 형태의 생명체로 변이시키는 병인 이형성 변이 증후군이 아들에게 나타난 것이다.

은둔형 외톨이 같이 사회적으로 낙오했다고 취급받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청년층에게 발병되는 이 괴이한 병이 만연한 사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부에서는 발병과 동시에 인간으로서는 이미 사망한 존재로 보고 죽이든, 버리든 관여하지 않는다. 법으로 처벌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부모의 선택이 된다.

이전에도 사회 부적응자로 짐처럼 느껴지던 자식이었는데 지금은 보기조차 고통스러운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변한 그 존재를 두고 부모들이 보이는 모습은 다양하다. 그래도 끝까지 아들이라고 포기하지 못하는 미하루와 아예 다른 생명이라 여기는 이시이 두 사람의 모습은 극과 극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굉장히 괴이하고 이상한 SF적 설정이지만 아들을 포기하지 못하고 물방울회에 나가는 미하루의 모습, 거기서 만난 같은 증세를 두고 있는 부모들의 모습등을 통해 정말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큰 바람이었다고 어디서부터 잘못됐길래 이렇게 된것인지 생각하는 장면, 유이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내가 다 망친 것은 아닐까 부모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자책하는 장면, 당연하게 남편에게 맞춰주면서 자기 자신을 뒤로 미루었던 상황들까지 미하루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가장 낯선 소재로 가장 익숙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이 벌레가 되어버리는 기이한 상황을 설정했지만, 그런 기이하고 믿기 힘든 상황은 책에서 말한 것처럼 언제 어떻게 마주할지 모르는 일이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받아들이고 할 수있는 일을 하는 것뿐. 언제나 남편 뒤에서 마음에 안들어도 남편의 결정을 따르고 한발짝 물러나 있던 미하루의 각성이 이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나는 종종 내가 인간에 맞는 인간으로 내가 내 아이를 키워낼 수 있을까. 부모 자격이라는 것이 나에게 있을까, 아이의 마음과 상황을 알아주지 못하고 적절한 순간에 손 내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만큼 아이가 내가 바라는 좋은 인간으로 자라지 못하면 내가 느낄 실망감을 미리 예측하고는 겁을 낸다. 그래서 이 소설 속 미하루의 마음이 정말 잘 읽혔던 거 같다. 내가 머리로 생각했던 최악의 순간을 실감나게 잘 구현해둔 느낌이랄까. 정말 실제 사춘기 앞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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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4 단지 그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살아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기뻤던, 막 태어났을 때처럼, 많은 걸 바라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자. 그리고 아이가 보내는 신호는 절대로 놓치지 말자.

P.298 자식을 키우는 데 정답은 없어. 인간관계랑 마찬가지지. 그냥 상대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고 신뢰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해. 부모라고 해서 아이에게 뭐든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된 거야. 전능한 신이 아니니까.

P. 324 아이였던 시절에는 부모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했을텐데 부모의 입장으로 바뀐 순간 그걸 모르게 된다. 완전하게 시점이 바뀌어버렸으면서도 아이의 기분을 알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렇게 나선 모양으로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이어져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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