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유럽 - 도시와 공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
조성관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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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정말 사랑스럽다. 표지만 보고 사랑스러운 여행기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지적 희열을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아주 많은 정보와 지식이 담겨 있었고, 가보지 않았는데 따라 가면서 설명을 듣는 기분도 들었다.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정보위주의 글이 더 많고, 여행기라고 하기엔 사진이 부족하고, 개인적인 감상도 적다. 그렇다고 가이드북이라고 하기에는 지도도 자세히 나오지 않고..뭐라고 성격을 말하기가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마음 먹어도 갈 수 없는 요즘 같은 시기에 딱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럽에 꼭 갈 것이라 계획을 세웠는데, 지금은 참아야하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갈 수 있다 믿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딱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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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도시든 먼저 그 도시와 관련된 영화 한편을 제시한다. 그 영화 소개와 함께 도시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도시에서 눈여겨 보아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도시 여행이 시작된다.

또하나 특이한 점은 그 도시에서 가봐야할 까페를 꼭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냥 핫한 유명한 까페가 아니고, 그 도시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즐겨찾아서 지금까지 유지되는 곳으로 소개를 해준다.

박학다식하심이 책 전체에서 느껴진다. #알쓸신잡 을 보는 느낌이 들었는데, 혼자 여러 몫을 다 하시는 듯. 문학,음악,미술,정치,역사 아! 연극과 영화까지 다방면의 지식을 아낌없이 풀어내고 계신다. 그래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굉장히 많았다. 정말 다양하고 많은 정보가 있어서 좋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아는 것들을 채워서 언젠가 유럽에 가면 이 책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지적 희열을 추구하는 개인주의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라는 책 설명이 정말 딱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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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6
아인슈페너는 '말 한 필이 끄는 마차'라는 의미다.그런데 마차 이야기가 왜 커피에? 마부도 사람이다.그 역시 커피가 당길 때가 있다. 하지만 언제 손님의 호출이 있을지 모른다. 커피를 마시다 손님이 부르면 마시던 커피를 어떻게 하나? 길바닥에 쏟아버릴 수는 없지 얺은가. 그 고민 끝에 커피 위에 휘핑크림을 얹었다. 커피가 마차의 흔들림에 쏟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하면 마부가 마차를 몰면서도 커피를 마실 수가 있다. 휘핑크림을 얹은 커피 아인슈패너는 금방 빈의 카페에 퍼져 나갔고, 메뉴의 한자리를 차지했다.

p.208
1791년 12월 모차르트가 눈을 감았을 때, 빈은 모차르트를 애도하지 않았다.믿기지 않는 사실은 호프부르크궁전은 말할 것도 없고 빈귀족사회에서 그 누구도 모차르트의 죽음 자체를 알지 못했다. 그의 시신이 슈테판성당 시체 안치소에서 행려병자의 시체들과 함께 몇시간동안 방치되었다는 사실 이모든 상황을 압축한다.

p.315
흉측한 것을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게 하고 싶은 게 인간이다. 헐어버리는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처방전이다. 문제는 그런다고, 당장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역사가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베를린 정부는 흉물스러움에 반성의 의미를 입혀 빌핼름 기념교회를 부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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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시툰 : 너무 애쓰지 말고 마음 시툰
앵무 지음, 박성우 시 선정 / 창비교육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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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창시절에 국어시간이 제일 좋았다.
나중에 이야기해보니 시를 '분석'한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그걸 알고는 조금 놀랐다. 나는 그 시간을 정말 좋아했었다.

운율, 심상, 상징적 의미, 표현 방식을 찾고 배우는 그 분석의 과정이 나에게는 보물찾기를 하듯 숨은 그림을 찾듯 시 속에 숨어 있는 소중한 것을 찾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처음에 뭉뚱하게 어른거리듯 보였던 이야기가 선명해지고 정확하게 다가오는데 그때 기분은 말할 수 없이 짜릿했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으니 모두가 그런 과정을 거치면 나와 같은 짜릿함을 얻을 줄 알았고, 나는 저렇게 사이사이에 무언가를 숨겨서 시를 쓸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며 동시에 시를 좋아하지만 어려운 것이니까 왜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말하기 힘든 것이기도 했다.

그런 생각들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받은 책이었다. 오랜만에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들의 얼굴이 왕창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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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고 혼자 열심히 일하는 엄마에게 부담주기도 싫고, 딱히 흥미있는 것도 없는 보혜는 우연히 어느 까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조금 어수선한 분위기에 '재즈 다방'이라는 촌스러운 이름으로도 부족해 뮤직박스 안에서 음악을 들려주고 심지어 시를 읽어주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다.

두 사람은 서로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면서 성장한다. 두 사람의 일상과 그 순간에 딱 맞는 시를 함께 소개해준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어쩜 시를 그렇게 찰떡같이 잘 맞는 것으로 골라 구성했나 싶다.

내가 읽은 '너무 애쓰지 말고'가 정말 좋아서 #고사리가방 을 지은 #김성라 작가님이 스토리를 쓰고 그림그린 '용기 있게, 가볍게'도 읽으려고 신청해뒀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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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8
따뜻한 말은 사람을 따뜻하게 하고요
따뜻한 마음은 세상까지 따뜻하게 한다고요.
#신문지밥상 #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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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 김솔 짧은 소설
김솔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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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자들이경험하는방식
#김솔짧은소식
#김솔

짧은 이야기들이 쉴새없이 펼쳐진다. 짧다고 깊이가 없을 거라 생각하면 진짜 깜짝 놀랄 것이다. 뒷 이야기 더 있을 거 같아 궁금한데 이미 끝난 이야기들과 의미를 알 수 없지만 뭔가 멍해지는 이야기들, 마음 한구석이 뭉클하고 이게 끝이 아니었으면 하는 서늘한 이야기들까지. 정말 꽉 채워지다 못해 넘치고 깊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런식의 소설집은 처음 읽는 것이라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뭔가 뒤의 이야기와 이어서 생각해야 할 것 같기도 했고, 한편씩 읽는 것이 익숙할 때부터는 몰입이 너무 잘 되어 은근 에너지가 드는 글들이 많아서 힘들기도 했다.

일상의 수많은 일들, 사회적 사건들등에서 소설적 상상의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이토록 밀도 높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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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5
방 안의 누군가의 문을 잠가놓아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때 느끼는 무기력감이 고독감이라고 한다면, 방 안으로 무례하게 들어오려는 자의 의지에 저항하여 문고리를 쥐고 힘껏 버티는 결연함이 곧 자존감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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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고독사, 믿음, 형제, 삼촌.
이 다섯편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친구'는 이 책에 본격적인 재미를 붙이게 해줬고 '믿음'과 '삼촌'은 장편소설로 읽고싶을 만큼 이후의 이야기가 정말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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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무기가 될 때 - 평범했던 그들을 최고로 만든 단 하나의 습관
허성준 지음, 한진아 옮김 / 생각의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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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예능이 대세다. 아이들 키우는 것부터 가족들의 생활모습,부부들의 생활모습, 혼자사는 사람들의 모습, 일할 때 하지 않을 때의 모습등. 나도 몇몇 프로그램은 즐겨보는 편이며 어떤 사람이 나오는지에 따라 챙겨볼 때도 있다.

보는 이유는 그 사람의 사생활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그 사람의 삶의 루틴, 따라하고 싶은 습관 같은 것을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저 사람은 저래서 건강하구나, 날씬하구나, 오~좋아보이는데 해보고 싶다. 이런것들.

이 책도 그런 내용이 가득하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사람들 ( 빌게이츠나 나폴레옹등등)의 습관들이 담겨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고 보편적인 습관들도 많아서 나와 같은 습관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은데 괜히 유명한 사람하고 같다니 으쓱해졌다.

가장 마지막 파트인 '공부가 습관이 될 때'를 재미있게 봤다. 그 중에서 '부자들은 왜 영어 공부를 할까'를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나는 대학에 들어감과 동시에 영어를 할 일이 거의 없는 삶을 살아서 영어보다는 다른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는데, 세상의 중요한 정보들이 영어로 모인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고 나이들어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정말 힘든데 습관으로 만들어 젊은 사람 못지않게 영어를 하게 됐다니. 습관의 힘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습관이 무기가 되어 성공한 것인지 그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 습관이 무기라고 생각한 것인지. 전후가 좀 아리송하긴 하지만 관찰 예능처럼 이런 저런 습관을 볼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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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
습관은 내가 원하는 길로 가는 지름길을 만들어주고 놀랄 정도로 생산성을 높여주는 마법의 도구다.

p.90
습관과 관련돤 구조는 복잡할 필요가 없다. 간단하면 간단할수록 습관을 정착시키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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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문지 스펙트럼
사무엘 베케트 지음, 전승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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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사무엘베케트

첫사랑,추방자,진정제,끝 이렇게 네편의 단편이 묶인 소설집이다.

대학 때 처음 #고도를기다리며 를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지? 뭐지? 싶었고, 제목이 왜 이거지? 싶은 작품도 있었다. 이 작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이 이야기는 첫사랑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추방자는 왜 추방이 된거지? 죽었는데 왜 산 듯이 말하지? 등등 진짜 끝도 없는 질문이 나온다.

그래서 한편을 읽고 나서도 한참을 생각하고 멈추고 계속 생각해보고 그러다보면 짜증도 좀 나고, 생각을 반복하다가 문득 이건가 싶어 맞춰보면 또 조금 신이 났다가 이내 풀이 죽고 그랬다.

나만 이토록 이해가 안되는 것인가 싶었는데 이 책의 160쪽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p.160
베케트가 지향하는 글쓰기는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글쓰기이다. 즉 무지를 드러낼 수 있는 글쓰기다. 게다가 베케트는 전통적인 소설 작법에서 벗어나기를 원했기 때문에 전통적인 소설 문법에서 시행했던 내용과 형식의 구분, 개연성 있는 사건의 전개,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인물들과 명확한 사건의 장소, 소설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윤리적 메시지 등을 자신의 글쓰기를 통해서 파괴하고 변형시켰다. 그 결과 베케트의 작품을 접한 독자들의 가장 일반적인 반응은 ‘이해가 안 된다'이다. 베케트의 문학관에 비춰 이 반응을 생각해보면, 역설적이기는 하나 베케트의 작품을 가장 잘 이해한 반응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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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는 글을 잘 이해한 것이다. 그러면 또 궁금한 것이 잘 이해도 안되는 그의 글을 사람들은 왜 읽느냐는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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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2
독자는 텍스트와 싸우면서 텍스트가 던지는 질문과 독자 자신이 던지는 질문 사이에서 일종의 낯선 추락을 맛보게 된다. 편하고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 주변으로 추락하는 일은 고통과 공포다. 베케트의 소설이 불편한 이유들 중 하나는 이러한 고통과 공포를 마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중략> 문법에 어긋난 문장들, 뚜렷한 사건이 없는 이야기,주변으로 추락한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인물들, 일관성 없는 화자의 서술,자아의 분열 등. 이러한 요소들은 힘들일 필요 없는 익숙한 독서를 낯선 행위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베케트 소설을 접하는 순간 독자, 작가와 작중인물은 뒤엉킨다. 독자는 작가와 작중인물들이 느끼는 고통에 비견하는 고통을 느끼며, 읽히지 않는 텍스트를 읽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함으로써 독서라기보다는 창작에 가까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베케트의 텍스트를 경험하는 것은 예술작업에 참여하는 것이고, 인생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며, 자신 안에 있는 자신을 관조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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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책을 읽으면 어쩔 수 없이 끊임없는 질문과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지식, 상황과 견주어서 해석하려고 하다보니 또 나에게 질문을 한다. 이 책은 이렇게 계속 질문을 던지고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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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을 읽으면서는 이상 '날개'가 '추방자'와 '진정제'를 읽으면서는 박태완의 '천변풍경'이 떠올랐다. 사무엘 베케트가 창작하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고 이 두작품이 창작되던 사회적 배경도 음울하던 때라 분위기가 유사한 것도 있고 상황을 회피하기만 하는 주인공, 의식의 흐름이라는 서술 기법도 유사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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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읽어도 계속 수많은 질문을 달고 올 책이다. 술술 읽어내려가는 소설에 흥미를 잃고 권태기가 생길 때 제일 먼저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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