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 : 세 번의 봄 안전가옥 쇼-트 20
강화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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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 소위 순문학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몇 안되는 존재입니다. 긴 호흡의 이야기에도 능숙하지만 강화길 작가의 장기는 이야기가 농축된 단편에서 더욱 발휘되는 듯 합니다. 현실, 그리고 일상을 통해 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을 일깨워 독자들에게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작가. 그렇기에 강화길 작가는 희소성을 가진 소중한 작가일 것입니다.


이번에 “안진 : 세번의 봄 (강화길 著, 안전가옥)”을 읽었습니다.




세 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길지 않습니다. 마음 먹고, 시간 내서 읽기를 결심해야 할 정도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앉은 자리에서 짧으면 15분, 길면 20분 정도 하나의 이야기를 끝낼 수 있을 정도의 길이입니다. 하지만 읽고 난 다음, 먹먹함은 짧지 않습니다. 


세 편의 이야기는 각 각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또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읽는 도중애는 별 것 아닌 이웃의 이야기, 혹은 잡담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마지막 구절을 읽고 난 다음은 정말 특별한 이야기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우주에서 거대한 우주전함을 타고 전투하는 이야기나, 좀비에 쫓기는 이야기도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이야기가 주는 ‘재미’는 한가지만을 의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야기가 다음에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주는 먹먹함이 하루나 이틀 정도 떠나지 않기도 하고. 마치 친구가 담담히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문득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냈을 때처럼 낯설고 당황스러운 경험을 강화길 작가는 아무렇지 않게 우리에게 던져줍니다. 




단순한 삶을 원한다는 작가.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 삶의 이야기를 강화길 작가의 작품으로 계속 만나보고 싶습니다.


#안진세번의봄 #안전가옥 #강화길 #소설 #한국소설 #리뷰어스클럽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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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살
이태제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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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살 (이태제 著, 북다)”을 읽었습니다.




교보문고에서 주최하는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입니다. 지금까지 스토리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이야기적 재미를 풍성하게 선사하던 작품들이어서 별다른 망설임 없이 선택하고, 읽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 역시 그러한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킨 작품입니다.


일단 이 작품의 설정이 흥미롭습니다. 외계생명체 포자가 뇌에 기생하면서 폭력성을 드러낼 때마다 푸른 살이 늘어난다는 설정입니다. 이 작품은 이러한 설정만으로 이야기를 끌고가지 않습니다. 신체적 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세계관의 변화를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을 설득해냅니다. 또한 작가만의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설정과 세계관은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와 만나면서 빛을 발합니다. 


그리고 독자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폭력성으로 인해 외관 자체가 바뀌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폭력성을 억누르고 살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구도 자신의 외면 깊숙한 곳의 추악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모두가 폭력을 감춘 세상. 그 세상은 얼마나 도덕적일까요? 

일견 세상은 보다 나아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쁜’ 일을 해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쁜 일을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낸 체계와 구조, 이것들은 세상이 바뀌어도 그다지 변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여기에 주목한 듯 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메시지만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SF적 상상력, 그리고 스릴러와 미스터리 장르적 요소까지 장르 문학이 재미를 위해 갖추어야할 많은 요소들이 잘 버무러져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작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훌륭한 데뷔작이라 평가하고 싶습니다. 




#푸른살 #이태제 #북다 #교보문고 #책과콩나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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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 : 세 번의 봄 안전가옥 쇼-트 20
강화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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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 작가의 신작. 언제나 기대와 충족의 사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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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著, 이소담 譯, 다산책방, 원제 : 同志少女よ、敵を撃て)”를 읽었습니다. ‘22년 일본 서점 대상 수상작입니다. 




외교관이 되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싶었던 소녀, 세리피나. 그녀가 모스크바 대학으로 떠나기로 한 날, 어머니와 떠난 마지막 사냥은 비극으로 끝나고야 맙니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 저격병 양성 학교에 입소하였지만, 마침내 모든 여성을 위해 싸우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쟁은 머리 속으로 생각했던 것과 다릅니다.  방금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전우의 피와 살이 튀고, 포탄이 떨어진 참호 속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치열한 공방전.


하지만 그녀는 마침내 결전의 도시, 스탈린그라드로 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작중 배경은 제2차세계대전 중 독소전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독소전쟁은 서방권, 특히 한국 일반 독자에게는 잘 알려진 전쟁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류가 지금까지 치룬 모든 전쟁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은 전쟁으로 기록된 참혹한 전쟁입니다.



그 전쟁은 노벨상 수상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박은정 譯, 문학동네)”나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 (안토니 비버 著, 조윤정 譯, 다른세상, 원제 : Stalingrad: The Fateful Siege, 1942–1943)” 등을 통해 그 참상을 일부 나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번에 읽은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는 명백하게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185p, '나 혼자만 엄마한테 돌아왔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먹먹한 느낌이지만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는 독특한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 또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에서 보았던 바로 그 사람들의 인생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아마도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당시 전쟁에 참여한 많은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마치 스틸 사진처럼 당시의 현장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한다면 이번에 읽은 “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는 전쟁에 참여한 한 여성을 따라 다니면서 찍은 영화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도 함께 읽기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소녀동지여적을쏴라 #가제본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다산책방 #아이사카토마, #이소담 #서점대상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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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물리학 - 인류 문명을 끌어가는 숨은 거인
이광진 지음 / 북트리거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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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어렵습니다. 인간의 직관을 넘어서는 현대 물리학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뉴턴 역학까지는 직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그나마 이해하는 흉내라도 낼 수 있지만,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에 이르면 정말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대 문명을 이루는 기초 중 상당수는 현대 물리학에 기대는 측면이 강합니다. 우리가 자주 쓰는 모바일 기기나 운전할 때 사용하는 네비게이션, 최근 각광받는 AI까지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 역학이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었던 기술이지요.


그렇기에 향후 과학이 이끄는 문명을 이해하고, 시민 통제를 위해서는 이러한 현대 과학에 대한 리터러시를 갖추는 것이 민주 시민의 덕목 중 하나로 자리잡아야 할 것입니다.

검증 받은 대중과학서적을 자주 읽는 방법 외에는 왕도는 없을 것입니다. 


“진격의 물리학 (이광진 著, 북트리거)”은 그런 의미에서 추천할 수 있는 책입니다. 과학, 그 중 물리학에서 중요한 아티클들을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로 나누어 일반 독자가 알아야 할 과학 지식과 시사점을 들려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과학은 ‘진리’라 일반인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학적 방법이라는 표현이 마치 ‘사실’을 담보하는 것처럼 쓰일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은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지 진리 그 자체가 아니라 바로 ‘방법론’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과학은 과거부터 쌓아온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그 권위를 부수면서 진보하고 발전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빛. 빛 그 자체는 매우 직관적입니다. 빛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빛의 정체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동안 논쟁에 논쟁을 거듭하였습니다. 빛이 입자냐, 아니면 파동이냐를 가지고 많은 과학자들이 자신만의 이론과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자 했지요. 

바로 이 빛의 정체를 밝히고자 했던 과학자들의 논쟁의 역사, 그것이 과학일 것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과학 지식을 알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물리학이 가지는 속성, 즉 자연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규칙과 원리를 규명하는 학문임을 이야기하고, 현대 문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여러 법칙이나 이론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현재에만 시선이 머무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가장 거대한 거짓말, ‘기후위기는 없다’나 인공지능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 밀접하게 영향을 주는 과학적 이슈 역시도 다루면서 시민이 가져야 할 과학 리터러시를 자연스레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진격의물리학 #북트리거 #이광진 #컬처블룸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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