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의 방》읽어내기 어렵다는 해설이 위로가 된다 자꾸 삼천포로 흘러 도대체 집중이 안되고 왜 이럴까 했는데 내 문제만이 아니고 작품이 그런 거였다니 쪼매 위로가 되고 책의 해설은 맨 뒤 끝에 있고 나는 언제나 작품을 다 읽고 난 뒤 제대로 읽었나, 작가의 의도와 나의 관점과 괴리 또는 합일을 확인하는 편인데 이 소설은 해설을 먼저 읽지 않으면 포기할 것 같아서....더 더군다나 등장인물이 160 명이라니....
애쓰며 사는 것, 그게 사람이 인생을 대하는 최고의 예의고 애쓴 만큼 이루어주는 것, 그게 인생이 사람을 대하는 최고의 예의. - P111
그곳을 다시 여행해야 하는 이유어떤 곳은 골목의 화분 때문에 어떤 곳은 역무원의 안내 방송 때문에 어떤 곳은 서점 옆 카페 옆 유리창 옆 강물 옆공원 속 나무들 때문에 - P150
혼자 여행 다니기 외로워서더 많은 사람들과 여행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여행사를 차렸다일 년 만에 혼자 가는 여행이 너무 그리워서 여행사를 접었다일 년 동안 일하고 얻은 최고의 수익은, 원래의 나로돌아왔다는 것이었다 - P188
생각하는 거나 세상을 보는 시선이 정반대여도 때론 친구가 됩니다. 누가 누구 영향을 더 크게 받게 될지는 몰라도 - P203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이월급을 자꾸 묻길래약간 부풀려서 대답한 뒤에다 갖춘 완벽 남자친구와지금도 잘 만나느냐는 부러움에순간 고개를 끄덕인 뒤에초호화 유럽 크루즈 여행 다녀온 친구에게나도 준비 중인 것처럼 늘어놓은 뒤에초록잎 무성한 숲에 들어가혼자 수십 번 발성 연습한다‘내 월급은 이것밖에 안 돼‘‘그 사람한테 차인 지 벌써 두 달째야‘‘제주도도 쉽게 갈 형편이 안 돼 지금은‘아, 에, 이, 오, 우, 발성 연습하듯그 문장들을 발성 연습한다 - P212
김경미의 시와 수필(?)그리고추억속 김미숙의 가정음악이 들린다
컴퓨터 자판으로 빠르게 치면쿵쾅콕콕 쿵콩공공 쿵팍콩쾅 쿵쿠강오・・・・・・한국인의 90퍼센트가 오타를 낸다는 단어‘쿵쾅쿵쾅‘ - P50
어느 날은 하룻동안교회엘 갔다가 성당엘 갔다가절엘 갔다가 점집엘 갔다가하루에 네 가지 종교 앞에 엎드렸다온몸과 영혼 갈기갈기 찢기는 느낌으로가는 곳마다 엎드려저 좀 살려주세요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애원했다그중 어느 종교인가가그 기도 들어주었으니살아났는데그게 어느 종교였는지를 모르겠어서 - P88
<이물감>
꽃이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 아래서 고전적으로 입맞췄다. 오랫동안 유지해온 ‘적절함‘의 거리를 둘이 힘을 합쳐 구겨버렸다. - P152
나이드니 마음이 넓어지는 대신 얇아져서 쉽게 찢어지더라 - P163
과한 장식 없이 소탈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세련을 절제하는 세련이랄까. 유행을 아주 무시하는 것도 의식하는 것도 아닌 태도가 묘한 자신감을 풍겼다. - P178
오랜 시간 질 좋은 음식을 섭취한 이들이 뿜는 특유의 기운이 있었다. 단순히 재료뿐 아니라 그 사람이 먹는 방식, 먹는 속도 등이 만들어낸 순수한 선과 빛, 분위기가 있었다. 편안한 음식을 취한 편안한 내장들이 자아내는 표정이랄까. 음식이 혀에 닿는 순간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 찰나가 쌓인, 작은 쾌락이 축적된 얼굴이랄까. 아무튼 그런 인상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기태는 그걸 자기 혼자 ‘내장의 관상‘이라 불렀다. - P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