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HAKUNAMATATA > 그래 나도 희망이 있다

12년 ....
12년이 지났는데 다만 육체는 늙고 고장난 것 외에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슬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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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위해서 그러는 건 아니다. 그건 그저 사람들이 해보는 소리지, 돈이란 근면과 절제를 미덕으로 하는 노동의 결과를 보기 위해 존재하는 거란다. 이 통장에는 삶의 내용이들어 있고, 그건 평생의 결실이야. 여기에 내가 열심히, 그리고 검소하게 살았다는 기록이 들어 있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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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마다 집에서 홀로 통장을 꺼내어 자신의 정직한 삶의 합계를 들여다보았다. - P48

젊음이라는 것은 이상하게도 타협할 줄을 모르고 인과응보의 법칙을 따르는 시기이다.  - P66

사람이 인생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선 어떻게든 인생을내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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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다지도 많은 건달들, 좀도둑, 뚜쟁이, 창녀, 별종의 군상(群像)들이 역으로 몰려드는지 모르겠다. 아마 도착과 출발 사이를 떠도는 사람들은 이미 자신들의 익숙한 궤도에서 이탈하여, 말하자면 모든 종류의 악이 번성하는 데 비옥한 토양 구실을 하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든다. 나는 이 희미한 몰락의 냄새를 즐겨 맡았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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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들의 추억에 대해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으며, 어린 시절에 디프테리아가 돌았거나 엄청난 폭풍을 겪은 걸 가지고 우쭐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그러한 경험이 자신들의 업적이나 되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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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에서는 비일상적이고 극적인 일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 P18

모든 직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였고, 다른 소재와 다른 의식(儀式)을 가지고 있었다.  - P27

슬픔과 외로움 때문에 나는 목재 더미 사이로 들어가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아이가 참 대견하군요.」
 이웃 사람들이 칭찬을 할 때면 아버지는 겸손하게 대답했다. 
「뭐가 될는지 두고 봐야죠.」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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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소설에 대한 별다른 정보도 배경지식도 없이 깨끗하고 순수하고 맑고 투명하고 예쁠 것 같은 제목에 끌려 책을 펼쳤다.
읽을 수록 자꾸만 멀어지는... 한없이 탁한.
탁하기 그지없는 우울한 blue에 가슴은 답답하고 오심이 스멀스멀 일어나고 어지럽다.


1976년 <군조> 신인상과 아쿠타가와상을 동시에 수상한 이유를 모르고 덤볐다가 쨍하고 깨졌다.




요즘은 창 너머 혼자서 경치를 봐 자주 봐, 비라든지 새라든지, 그냥 길을 걸어가는 사람 같은 거. 가만히 보고 있어도 재미있어, 세상을 보겠다는건 바로 이런 뜻이야, 요즘 무슨 영문인지 풍경이 너무 신선해 보여. "
"그런 노땅 같은 말은 하지 마, 류, 풍경이 신선해 보인다는 건 노화현상이야." - P147

그림자처럼 비치는 도시는 그 능선에서 미묘한 기복을 그린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나는 일어서서 내 방으로 걸어가며 이 유리처럼 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 이 하얀 기복을 비쳐내고 싶었다. 나에게 비친 하얀 기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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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새를 기다렸다.
새가 날아 내리고 따스한 햇살이 여기까지 비치면 길게 뻗은내 그림자가 회색 새와 파인애플을 감쌀 것이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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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껏 숨을 들이쉬어도 공기는 조금밖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도 입이나 코가 아니라 가슴에 조그만 구멍이 뚫려 그곳으로스며드는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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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놀이에서 혈관이 무슨 생각이라도 떠올랐다는 듯 팔딱팔딱 떨어댄다.  - P23

눈앞으로 달콤한 냄새를 풍기는 안개가 흘러가고 머리가 무겁고 멍해졌다. 손발을 천천히 움직이자 관절에 기름칠을 한 듯, 미끌미끌한 기름이 온몸을 휘감는 느낌이 들었다. 숨을 쉴 때마다 나를 잊어간다. 몸에서 온갖 것들이 하나씩 빠져나가고, 내가 인형 같다는 느낌이 든다. 방은 달콤한 공기로 가득 차고 연기가 폐를 마구 긁는다.
내가 인형이라는 감각이 점점 더 강해진다. 놈들 생각대로 움직이면 된다. 나는 최고로 행복한 노예다. - P79

썩어버린 시체에서 피어나는 발진처럼, 불어나는 암세포의 혈장처럼 꽃이 피었다. 하얀 천처럼 흔들리는 벽을 배경으로 땅바닥에 떨어지기도 하고 갑자기 바람에 날려 오르기도 하면서. - P100

비가 피부를 찌른다. 냉동고에 매달린 채 얼어붙어 껍질이 다벗겨진 내 살에 철봉이 관통하듯이 비가 피부를 찌른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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