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 포세의 연작소설

_잠 못 드는 사람들

_올라브의 꿈

_해질 무렵

아슬레(올라브)와 알리다(오스타)의 우울한 가족사

‘거기 있을 수 없는 사람이
거기에 있다‘
어떻게? 그니까말야?
경계가 불분명하니 꿈과 현실의 경계도 모호하고 과거인지 현재인지 한순간 방심하면 인물의 등장이 뜬금없어 앞장을 뒤적이게 된다 마침표가 없으니 여기부터였나 앞으로 더 앞으로... 나만 그런가?
그나마 다행인건 쉼표라도 있다는 것 마침표가 없어 숨이 찬다.
왜 안 찍었을까?

배는 미끄러지듯 나아가 뒬리야에서 멀어지는데 알리다가 등을 돌려서 쳐다보니 늦가을 그날 밤은 빛이 밝고 브로테에 있는 집, 그 집은 으스스해 보인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와 아슬레가 늘상 만나던 언덕을, 그녀가 아이를 가진 곳을, 그 아이가 머지않아 태어났을 곳을, 그녀의 장소를, 그녀가 편하게 느끼는 바로 그곳을, 그녀와 아슬레가 몇 달간 살았던 그곳 보트하우스를 쳐다본다 그러고서 그녀가 산과 섬 그리고 작은 암초들을 바라보는 가운데 배는 미끄러지듯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 P35

저 멀리 브로테에서 알리다가 뛰어온다 마치 그의 연주와 그녀의 동작이 밝고 파릇한 날과 함께 뒤섞이는 듯하고, 거대한 행복이 그의 연주를 성장하고 숨 쉬는 모든 것들과 하나 되게 만드는 듯하다 - P47

연주자의 운명이란 그런 게지, 그렇지만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은 신이 선사한 선물인 그 재능을 최선을 다해서 발휘해야 하는 거란다, 그게 인생이야 - P50

그는 저기 있어, 그는 바람이야, 그를 찾지 못해도 그는 여전히 저기 있어,
.
.
.
나는 저기 있어, 당신은 저기 있는 날 보는 거야, 당신이 바다를 내다 보면 바다 저편 하늘에 내가 있는 것을 보게 될 거야, - P231

빛과 온기와 함께 봄이 온다 그리고 타는 태양과 함께 여름이 온다, 그리고 어둠과 눈과 함께 겨울이 온다, 그리고 비, 그다음엔 눈 그리고 다시 비 그리고 알레스는 어머니 알리다가 저기 서 있는 것을 본다, 정말 그녀가 저기 서 있어, 부엌 한가운데에, 창문 앞에 그녀가, 나이 든 알리다가 서 있어, 그녀는 그럴 수가 없는데, 이건 불가능해, 그녀는 저기 서 있을 수가 없어, 그녀는 오래전에 죽었어, 그런데 늘 차고 다니시던 새파란 진주로 장식된 금팔찌를 차고 계시구나, 아냐, 이건 불가능해,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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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의 원작소설《 맡겨진 소녀》는 2023년 콤 바이레드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말없는 소녀》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대체로 영화가 원작의 디테일을 찍어내지 못하는데 그 이유는 소설의 분량에 비해 러닝타임 이 제한적이라 그렇지 않나 싶다. 다만 이 영화는 오히려 짧은 원작- 응축된 클레어 키건의 문장-보다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마음을 더 섬세하고 심도 있게 보여줬다. 연기자의 역할도 상당한 수준이었고 감독이 작가의 의도를 1200% 읽어냈다고 할까
참 잘 만든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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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foster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73

아주머니의 손은 엄마 손 같던데 거기엔 또 다른 것, 내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 것도 있다. 나는 정말 적당한 말을 찾을 수가 없지만 여기는 새로운 곳이라서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 - P24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나는 머그잔을 다시 물에 넣었다가 햇빛과 일직선이 되도록 들어 올린다. 나는 물을 여섯잔이나 마시면서 부끄러운 일도 비밀도 없는 이곳이 당분간 네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P30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공기에서 뭔가 더 어두운 것, 갑자기 들이닥쳐서 전부 바꿔놓을 무언가의 맛이 난다. - P57

마당을 비추는 커다란 달이 진입로를 지나 저 멀리 거리까지 우리가 갈 길을 분필처럼 표시해 준다. 킨셀라 아저씨가 내 손을 잡는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난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 P70

어느새 나는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을 하고 있다.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나는 선 자세에서 곧장 출발하여 진입로를 달려 내려간다. 심장이 가슴 속이 아니라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마음을 전하는 전령이 된 것처럼 그것을 들고 신속하게 달리고 있다 여러가지 일들이 마음속을 스친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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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나만 우울하고 나만 불행하고 나만 소똥 밟은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같은 여행을 하고 있는 동지들이었다. 단지 누구는 더 멋있게 꾸미고 누구는 더 빛나 보이고 누구는 더 긴 손가락으로 V 자를 그리며 타지마할 배경의 사진을 찍을 뿐이었다. 웃는다고 해서 슬프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니까 그것이 내가 일 종의 포모 증후군에서 놓여난 첫 순간이었다. 다들 잘나가고 일 잘하고 자유롭게 삶을 즐기고 있는데 나 자신만 뒤처지고 소외되어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 깨달음이 나에게 자유를 주었다. 누구도 예외 없이 우리 모두는 도움이 필요한 존재이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은가요?

우리 모두는 도움이 필요하다. 자만은 ‘나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 이다. 그리고 겸손은 ‘나는 다른 존재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이다]


첫장부터 끝장까지 뼈와 살이 되는 글들로 위로와 위안과 공감과 감동과 자유를 얻었다.





새는 해답을 갖고 있어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노래하는 것이다._마야 안젤루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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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되는 일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후회되는 일은 장만옥을 만나러 가지 않은 일이다.

그때 왜 그토록 용기가 없었을까? 치파오 복장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어쩌다. 등려군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들려도 마음은 그때로 돌아가는데 만나면 말하려고 영화 속 대사를 수없이 외워 지금도 현지인처럼 말할 수 있는데.]
“我想 每天 正开眼睛 都 看到妳 ” 워시앙 메이티엔 쩡카이얜찡 떠우 칸 따오 니. p122

1000% 공감하는 글이다.

1989년 1월 대만과 홍콩을 다녀와서 중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북경어가 아닌 대만표준어였다.
기적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언어의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일취월장, 괄목상대의 실력을 발휘하면서 1년6개월만에 일기를 중국어로 쓸 수 있었고 매일밤 100 여명의 홍콩배우들의 이름을 한자로 쓰면서 잠들었다.
1991년 타이페이는 한번 더 다녀왔지만 1992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화인민공화국과 수교하면서 번체자 주음부호에서 간체자 한어병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공부했다.
반복보다 좋은 학습은 없다.
내가 중국어를 배운 이유는 오직 하나, 유덕화가 한국에 오면 통역사로 그의 옆에 서 있기를 꿈꾸면서.
華仔天地의 국제팬클럽회원도 되었다. 지금의 아미들 못지 않은 열정으로.
그러나 잠실체육관, 유덕화의 첫 콘서트 무대와 나와의 간격 150m의 거리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찰랑찰랑 긴생머리를 좋아한다고 해서 십수년을 유지했다.
후회되는 일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후회되는 일은 유덕화를 만나러 홍콩에 다시 가지 않은 일이다. 낼모레 환갑인데 아직도 ‘화華‘ 자만 봐도 심쿵심쿵하는데 말이다. 동시통역도 가능했던 능력은 출산후 소멸해 버렸고 이제는 겨우 하고 싶은 말만 할 수 있다.
배운 중국어로 수 많은 중국친구들을 사귀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내가 진정한 유덕화의 연인이라 인정한다.
나는 아화메이 다. 我是阿华妹。

不要问我一生曾经爱过多少人?
나에게 묻지마세요 일생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사랑했었는지?
我一辈子只爱一个人,就是您。
내 일생 사랑한 사람은 당신 하나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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