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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 입은 늑대 4 - 난 게으름뱅이가 아니야 ㅣ 팬티 입은 늑대 4
윌프리드 루파노 지음, 마야나 이토이즈 그림, 김보희 옮김, 폴 코에 도움글 / 키위북스(어린이) / 2022년 8월
평점 :
줄무늬 팬티 한 장 걸친 늑대의 모습을 책의 제목으로 달았다. ‘팬티 입은 늑대’, 그런데 앞표지의 제목 위 그림은 팬티를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알 수 없는 늑대의 검은 실루엣만이 늑대의 마음은 자유롭게 매우 즐겁고 홀가분하다는 것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언덕아래를 내려가며 “난 게으름뱅이가 아니야!”라고 자신을 비웃는 자들에게 오히려 여유있는 웃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맛있는 국수를 사 먹을 기대로 한껏 기뻐하는 늑대 앞에 ‘도둑질‘로 국수를 사먹는다는 증거없는 이유로 ’늑대 잡는 부대’가 나타나 도둑으로 혐의를 씌운다. 게다가 늑대를 아무 일도 안하고 놀기만 하는 게으름뱅이로 비난하고 언론이 가세를 하고, 결국 늑대를 잡아 가두게 된다. 그러나 늑대는 절대 게으름뱅이가 아니라는 진실을 알게 되지만 돈이 어디서 났는지 또 추궁하고, 돈을 벌지 않았으니 일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노동의 가치를 평가내린다. 그런데 돈을 벌지 않는 노동은 노동이 아닌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만들고, 그렇다면 늑대는 왜 돈도 되지 않는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걸까 생각해보게 한다.
늑대가 돈을 벌지 않더라도 정신없이 바쁘면서도 즐거울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질문을 던지게 한다. 즉 우리가 왜 일을 하는지, 노동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새겨보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감옥에 갇힌 동안 수감자들은 늑대에게 하루 종일 죽어라고 계속 뛰어다니고 일해야 하는 것은 다들 잘 살기 위해 하는 거라고, 다들 그렇게 사는거라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충고하는 듯하지만, 늑대는 왜 일벌레처럼 온종일 일만 해야 하는지 반문한다. “그냥 사는 것로 됐다.”고 자신은 잘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늑대의 대답에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인생의 방향을 생각해보게 한다. 바쁘게 돈벌고 여유없이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세상의 가면과 겉치레를 벗고 팬티하는 걸친 늑대의 모습을 통해 노동의 가치와 참의미, 일과 나의 행복과의 관계, 특히 자본주의 속에 노동 착취와 인간소외를 꼬집는다.
삶의 본질과 노동의 가치를 뒤로하고 자본주의의 굴레에 벗어나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늑대를 무서워하는 우리의 편견도 차별의 시작일수도 있겠다. 늑대가 팬티만 입기 시작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겹겹이 씌워진 비본질적인 것들로부터 껍질을 벗어 던지듯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것은 혼자의 힘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로 이뤄가는 과정이다.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을 갖는 것이 모두가 자유을 누리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