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항체의 딜레마 - 제7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ㅣ 사계절 1318 문고 130
임서진 외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평점 :
한낙원과학소설상 수상작 및 우수 응모작 모음집으로, 바이러스, 기후 위기, 환경오염, 등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고민을 담은 여섯 편의 SF이다. 한낙원과학소설상은 해방이후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과학소설로 꼽히는 <잃어버린 소년(1953)>과 <금성탐험대(1957)> 등 1950년대부터 40년이 넘게 수십편의 과학소설을 발표한 한낙원 선생을 기리며 과학기술 자체가 보다는 그것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담아 한낙원 선생의 정신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상이다. 이번 일곱 번째 수상작의 과학소설도 지식을 바탕으로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의식과 일상생활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었다.
임서진 작가의 <항체의 딜레마>는 기후변화로 생겨난 ‘논(None)바이러스’가 지구를 비상사태로 만들어 인구의 1/4이 줄어든 미래사회를 그렸다. 공기가 정화된 곳 밖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고, 감염구역과 비감염구역이 철저히 나뉘어진 연구소에서 주인공 이브는 논 항체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 A를 만나게 된다. 인간을 위해 존재했던 A는 자유를 꿈꾼다. 로봇의 권리와 윤리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미래이면서 인류가 멸종한 지구에 아담(A)과 이브만이 남아 새로운 세계를 만들 것을 예고한다. 바이러스,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앞으로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사실임을 깨닫게 한다.
이번에도 임서진 작가의 <반달을 살아도>는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지구를 떠날 우주선을 떠도는 미래로 설정하였고, 결국 지구가 다시 희망의 땅이 된다. 로봇 강아지 ‘에피’와 ‘기온’의 관계를 통해 미래사회에 새로운 존재로 인간과 함께 살아갈 로봇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고민하게 된다.
소향 작가의 <달아래 세 사람>은 신윤복 그림 <월하정인>의 월식 중이 달의 과학적 근거를 모티브로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월식에 일어난 시간여행의 이야기이다. 돌아가신 아빠의 서재에서 발견한 미니어쳐 달항아리의 타입캡슐을 타고 조선의 시대로 간 은별이는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홍 유생을 만나서 겪는 이야기가 드라마같은 재미가 있다.
조윤영 작가의 <외계에서 온 박씨>는 고전소설 <흥부전>을 패러디하였고, 제비가 은하영웅 ‘게코19’로 등장하여 다양성과 존중의 가치와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로 하는 덕목을 전래동화를 신선하게 보는 시각으로 스토리를 구성하였다
나혜림 작가의 <달의 뒷면에서>는 18살 미래의 아들이 16살의 엄마를 찾아온다. 미래에는 엄마가 먼저 죽게 되고 아들은 엄마를 그리는 마음을 담아 사랑하는 엄마에게 그 마음을 고백하면서 16살의 엄마는 미래의 자신이 더욱 궁금해진다. 달을 볼 때마다 누군가를 생각하고, 누군가 당신을 위해 달을 따온다면 누구도 닿은 적 없는 달의 뒷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릴 듯하다고 하다는 작가의 생각이 잘 묘사되었다.
임성은 작가의 <여름이 옵니까>는 우연히 돌고래 방류에 대한 기사를 접하고 친구에서 선물한 화분이 말라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쓰게 된 작품이다. 작가는 자신의 글을 읽고 옆에 놓은 화분에 물한컵 부어주고 돌고래의 자유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을 작품에 담았다.
여러 작품들 모두 기발한 발상이 작품의 읽는 재미를 더했고, 상상할 수 없는 미래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다는 공감의 작품이었다. 과학기술의 어두운 면을 조명하였지만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점에서 디스토피아적이라고 할 수도 없다. 가보지 못한 우리의 미래를 탐험해보는 상상의 즐거움으로 단숨에 책을 읽었고, 이 소설들을 통해 과학기술과 윤리, 환경문제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