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반양장) - 천 개의 종이학과 불타는 교실 창비청소년문학 118
이종산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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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우리 중학교 교실이나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이 종이접기를 즐겨합니다.

아기자기한 종이접기 작품들을 볼 때마다 탐이 나서 보고 있으면 아이들은 선물로 주기도 하여 집의 피아노 위에 장식을 해두었습니다. 손으로 한땀 한땀 작은 소품을 완성하듯 접어서 아이들은 서로 도우며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진지하게 집중하고 있는 몰입의 순간에 미소를 짓게 합니다. 이 책의 제목부터 일상적인 학교생활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연상되었고, 중학교 생활과 비슷한 상황과 특히 학교라는 공간에서 독서를 하였기에 더욱 친근감있는 소설로 현장감까지 느끼며 재미있게 읽게 되었습니다.

 

중학생 세 명과 학교 선배, 선생님, 그리고 오래전 학교의 역사가 된 옛 사람들의 흔적을 종이학 귀신을 통해 세대를 연결하며 역사적 상상력과 역사의 진실을 깨닫게 됩니다. 모험과 판타지, 그리고 괴담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청소년 소설 장르가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 집 주변에 있는 학교 중에 100년이 넘은 역사가 오래된 학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 학교는 전통과 옛 진실을 담은 이야기 창고처럼 느껴집니다. 이 소설도 학교의 역사와 과거 우리나라의 역사적 현장을 타임 슬립을 타고 넘나들면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여 오늘을 사는 우리는 돌아보게 합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마주하게 된 역사적 아픔과 가족의 상실과 슬픔과 전설처럼 내려오는 괴담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중학교 아이들에게 약속, 기다림, 모험, 용기와 같은 단어로 남겨진 감동의 책장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건강한 교우 관계도 덤으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켄 리우의 <종이동물원>의 단편 소설을 연상시키는 종이접기라는 소설의 매개체는 협동, 과정, 노력, 기다림 등의 많은 상황적 맥락을 엮어내어 소설의 짜임새에 재미를 더하였습니다.

 

중학교 도서부 아이들이 종이접기를 하며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 속으로 청소년의 성장과 역사적 사실을 과거와 현재로 넘나들며 엮어낸 다채로운 모험의 세계로 떠나보면 어떨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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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과 잠자리 - 2020 보스턴 글로브 혼북, 2020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s)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40
케이슨 캘린더 지음, 정회성 옮김 / 사계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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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전미도서상에서 청소년도서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청소년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주제로 접근하는 청소년 소설의 깊이를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동시대 전 세계 청소년이 접근하기에 다양한 스토리, 구성, 주제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외국 청소년 소설을 자주 접하지 않았는데 번역한 문장도 잘 읽히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도 많았습니다. 킹이라는 남학생이 샌디라는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과 형의 죽음 이후 슬픔을 겪는 남은 자의 치유과정이 속도감있게 읽혔습니다. 책의 뒷부분이 빠진 채 가제본을 받아서 궁금증이 증폭되며 단숨에 읽었습니다.

 

단순히 퀴어 청소년 소설이 아니라, 친구, 가족과 등장인물의 특성과 개인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다층적인 주제 의식을 잘 표현하였습니다. 인종, 성정체성, 죽음, 상실, 치유, 차별과 혐오의 문제까지 다양한 이슈들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성정체성과 인종 차별이 결합된 상황에서 흑인이자 동성애자일 때 세상을 살아가며 차별받는 상황들을 용기있게 살아가는 존재를 부각하는 부분이 와닿았습니다.

 

다른 각도로 상대방을 생각해보는 게 참 어렵기 마련입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노력이 힘들지만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에게, 결국 당신들이 옳을 겁니다.”라는 서문과 어떤 상황에서도 지지하는 어른과 가족이 있기에 그 사랑으로 잠자리처럼 변화와 성장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을 떠난 형을 그리워하며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기더라도 킹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킹을 지지하는 주변 사람들의 관계에 있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며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은 자신의 용기와 지지를 보내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소설의 내용에 많은 공감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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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한의원
이소영 지음 / 사계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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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전에 영화 판권이 계약된 이소영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익숙한 일상의 공간들과 영화 각본을 많이 쓴 작가의 빠른 스토리 전개에서부터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서 금새 흥미진진하게 읽어버린 작품입니다.  사전 서평단에 선정되어 책의 일부만을 가제본으로 읽은 거라 뒷 이야기가 궁금하여 책을 사게 되었고 아직 책이 도착하지 않아 주인공 이지의 고통의 여정이 어떻게 될지 알래스카에서 뒷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알래스카 한의원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대잔연의 이미지가 고통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주인공에이 잊었던 과거의 시간을 되살려 삶의 치유를 하는 따뜻한 이야기의 내용이 현실에서 흔들리고 힘들어 하는 우리에게 인생의 전부를 걸고 떠난 알래스카의 여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온몸으로 인생을 마주하는 용기를 줍니다. 삶에 지쳐 헤매는 우리에게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내 안의 나와 마주쳐서 나를 만나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오른팔을 치료하러 알래스카로 떠난 주인공이 과연 오른팔에 붙은 유령을 떼어낸 과정에서 어떤 진실을 만나게 될지 스토리의 힘에 대한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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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늑대가 파랗게 된 날 세상의 빛깔들 44
질 비주에른 지음, 로낭 바델 그림, 변광배 옮김 / 서광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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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늑대 시리즈 그림책을 보며 만화 작가이자 여행을 좋아한다는 질 비주에른 글 작가의 스토리텔링의 원천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화식의 그림같기도 하고 무서운 늑대를 전혀 무섭지 않고 친근하고 측은하게 느끼며 웃음이 나오도록 구성하였고, 토끼를 숨은그림찾기 하듯이 찾는 즐거움과 글씨에도 감정을 깃들여 놓아 위트있는 그림책입니다. 만화의 펜선과 수채화의 절묘한 혼합이 그림그리는 선의 기법을 유심히 관찰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늑대는 바로 먹잇감을 잡아먹지 않고 나름의 머리를 써서 기다리며 염소, 수탉, 당나귀 등을 만나 유인작업을 펼칩니다. 비가 오면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지도 모른채 먹잇감이 도망갈 시간을 주게 되고, 자신은 오히려 무서운 곰의 먹잇감이 된다는 것도 뒤늦게 알고 쫓겨 달아나는 신세가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어리석어 보이는 늑대가 안쓰럽게 느껴지게 순간 강자와 약자의 관계성에 대한 상황적 맥락의 중요성도 생각해볼 여지를 던져줍니다.

 

멋진 식사 파티를 꿈꿔왔지만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늑대를 보며 우리의 삶도 최선과 차선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어쩌면 우리도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힘들어하는 우리를 보며 타인은 어리석고 안쓰럽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꼬물거리는 개미를 삼키며 신세한탄을 하더라도 먹잇감을 놓쳐서 속상하더라도 배고픔을 받아들이거나 배고픔을 위해 새로운 이벤트를 꿈꾸며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무리 배고파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충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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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굽고 싶었던 토끼
라몬 베소라 지음, 수산나 셀레 그림, 김정하 옮김 / 리시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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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한 번 읽어서는 책의 깊이를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왜냐하면 수채화풍의 그림만 보는 재미에 빠지게 되고, 그 다음에 읽을땐 의성어와 단어의 반복에 눈이 갑니다. 그리고 한 번더 스토리의 끝이 무엇을 말하는지 막연하게 느껴져서 책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숲속의 아침을 깨우는 여러 동물들의 속삭임이 분주하면서도 여유롭게 느껴집니다. 토끼가 빠을 굽기를 원하면서 울새, 개미, , 개구리, 고슴도치, 곰 등의 동물들은 각자의 재료를 가져다 주고 나눔의 모습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함께 만든 케이크지만 모든 동물이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던지며 스토리가 마무리됩니다. 달팽이는 케이크와 같은 단 것을 좋아하지 않고 건강한 양배추 이파리를 먹고 싶어하지요. 결국 서로 다른 취향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옛이야기를 하듯 들려줄 수 있는 이 그림책은 아이와 케익을 만드는 과정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고, 나눔과 다양성을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맛있는 것을 함께 만들고 나누어 먹는 것이 중요한 만큼 다양한 인간 관계 속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함으로써 아무리 맛있는 것도 강요가 되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좀 더 조화로운 삶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로운 숲의 풍경 안에서 인간의 원초적 성향에 대한 존중과 삶의 조화를 위한 지혜가 필요한 인간의 내면을 읽어 낼 수 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되새겨 보기를 권하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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