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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질문 - 사소한 물음이 세상을 흔들다 ㅣ 세계사 가로지르기 15
권재원 지음 / 다른 / 2015년 9월
평점 :
아주 오래 전 우리 조상들은 자연의 변화와 주변의 다른 생태계 경쟁자들과 겨루면서 겨우겨우 살아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들은 비록 자연재해를 모두 막지는 못하지만 자연을 상당부분 조정할 수 있으며 다른 생태계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유일한 영장류이자 최고 포식자가 됐다.
이러한 변화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지구 역사에 비교하면 인간의 등장은 지극히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짧은 시간 동안 이런 상상하기 어려웠던 문명을 이룩한 것은 인간이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생각은 언제 일어나는가? 인간의 뇌는 짧은 시간에도 무수한 생각을 한다. 그러나 생각에도 격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이라고 부르는 것은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생각은 기본적으로 그럴만한 문제와 질문이 전제되어야 한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풀어갈 수 없는 문제를 마주쳤을 때 인간은 질문을 하게 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생각을 하게 된다.
권재원 선생님이 쓰신 이 「세상을 바꾼 질문」이란 책은 인류 역사에 큰 변화를 가져왔던 7가지 질문을 가지고 그에 대해 인류가 어떤 결론을 도출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쉬우면서도 명확하게 이야기해준다.
첫 번째 질문은 ‘만물의 근원은 무엇인가’다. 이 질문에 대해 가장 열의 있게 대응했던 문명이 고대 그리스 문명이다. 처음에는 공리공론에 가까웠지만 개념과 수학이라는 도구를 가지게 되면서 이 질문은 과학이라는 학문을 이루게 되고 그 결과 서세동점이라는 서양이 동양을 압도하는 역사가 이루어졌다.
두 번째 물음은 ‘왕께서는 어찌하여 이익을 말씀하십니까’다. 이 질문은 맹자가 양혜왕에게 한 것이다. 서양과 동양의 왕정이 어떻게 다른지, 서양의 왕정에 비해 동양의 왕정이 어떻게 그 오랜 시간을 버텨왔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오래 버텼다고 그게 꼭 좋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 비결에 대해서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물음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리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다. 이 질문은 교회라고 하는 절대 진리가 무너져 내리는 현실에서 당시 교양인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였다. 이 질문에 대해 가장 고민하고 오늘날 수학이라는 학문을 최고 위치로 올려놓은 사람이 데카르트다. 데카르트를 회의적 방법을 통해 모든 진리에 대해 의심하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제1원리로 다른 여러 진리, 사실들을 입증하게 된다.
네 번째 물음은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은 더 훌륭해지는 것일까’다. 이 질문에 대해 루소는 아니라고 답한다. 문명으로 인해 자연의 순수성이 사라지게 되고 온갖 악이 나오게 되었다는 게 루소의 생각이다. 이런 루소의 생각은 오늘날에도 교육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시 계몽주의 시대에 루소의 생각은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볼테르의 맹비난을 받게 된다.
다섯 번 째 물음은 ‘왜 사회가 진보하는데도 빈곤은 점점 더 심해지는가’다. 경제 문제인 셈인데 당시 영국의 세계 최대 경제국이었음에도 부구하고 빈곤층이 많았다. 이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질문에 대해 멜서스, 리카도, 헨리 조지, 칼 마르크스 등이 해법을 내놨다. 누구의 해법이든 가난은 개인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는 이해가 일치한다.
여섯 번째 물음은 ‘인간은 얼마나 쉽게 악마가 될 수 있는가’다. 아우슈비츠 사건 이후 인간은 ‘이성’을 신뢰할 수 없게 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자유주의 신학이 큰 타격을 입고 복음주의 신학이 대두되기도 했다. 가장 합리적이라는 독일인들이 이런 야만적인 행동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아렌트와 아도르노가 답을 한다. 간단하게 둘의 의견 중 비슷한 것을 요약하자면 평범한 인간도 사회구조에 의해 얼마든지 악을 행할 수 있으며, 악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성찰하는 삶, 공감을 기를 수 있는 예술적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자본주의라는 사회에서 횡행하는 야만을 보면서 이 질문이 아우슈비츠 사건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일곱 번째 물음은 ‘지속가능한 발전은 가능한가’다. 오늘날에는 상식적이었지만 한창 세계경제가 호황기였던 시절에는 이 질문이 매우 불편했던 것 같다. 로마클럽이 제시한 이 질문과 성장에 대한 부정적인 답은 당시에 큰 논란거리였다. 비록 로마클럽의 보고서가 예언한 내용이 현실과 맞지 않은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 질문은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깨우치고 무한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오늘날 이 질문에 대해 ‘그렇다’라고 답할 이는 거의 없으리라.
이 책은 교과서로도 충분히 활용할 만큼 잘 만들어진 책이다. 짜임새도 그렇고 문체도 읽기 쉽다. 뒤에 보면 교과 연계 자료도 있어 중등 교사, 중·고학생이라면 한 번쯤 읽을 만하다. 일반인들도 교양입문서로 읽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