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문화가 기사도와 기독교를 어떻게든 조화시키는 데 실패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세계는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 그 모순은 모든 인간 문화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사실 이것은 문화의 엔진으로서, 우리 종의 창의성과 활력의 근원이기도 하다. 서로 충돌하는 두 음이 동시에 연주되면서 음악작품을 앞으로 밀고 나아가듯이, 우리의 생각과 아이디어와 가치의 불협화음은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고, 재평가하고, 비판하게 만든다. 일관성은 따분한 사고의 놀이터다.

만일 긴장과 분쟁과 해결 불가능한 딜레마가 모든 문화의 향신료라면, 어떤 문화에 속한 인간이든 누구나 상반되는 신념을 지닐 것이며 서로 상충하는 가치에 의해 찢길 것이다. 이것은 모든 문화에 공통되는 핵심적 측면이기 때문에, 별도의 이름까지 있다. ‘인지 부조화’다. 인지 부조화는 흔히 인간 정신의 실패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핵심자산이다. 만일 사람들에게 모순되는 신념과 가치를 품을 능력이 없었다면, 인간의 문화 자체를 건설하고 유지하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예컨대 기독교인인 당신이 근처 모스크에 참배하러 가는 무슬림을 정말로 이해하고 싶다면, 모든 무슬림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순수한 가치들이 무엇인지 찾아볼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무슬림 문화에서 가장 극심한 딜레마의 현장을 찾아봐야 한다. 규칙이 서로 충돌하고 규범이 서로 난투를 벌이는 지점 말이다. 무슬림들이 두 가지 지상명제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지점이야말로 당신이 그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다.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조현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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