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들 주세요 사계절 중학년문고 2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양혜원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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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저번에 '수업 중 15분 책 읽기'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교사로서 내 부족한 점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그 책을 다시 읽으면서 교사로서 좀 더 나아가야할 방향을 잡게 되었다. 이래서 책을 한 번만 읽지 말라고 하는가 보다.

그 책의 저자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책을 권하고 또 본인 역시 책을 열심히 읽는다. 물론 나도 책은 읽는 편이지만 주로 내 흥미에 맞는 책만 읽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제대로 책 한 권 권하지를 못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또 문학 쪽에도 관심을 좀 가져보고자 최근에 어린이 책을 보고 있다. '프린들 주세요'는 그러던 차에 만나게 된 보석같은 책이다.

이 책은 재미있다. 닉의 장난기 섞인 천진난만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이와 반대되는 그레인저 선생님의 완고함 역시 이야기 안에서 흥미롭게 느껴진다. 이 둘의 대결이 이야기의 초중반을 이끌어간다. 

처음에 닉은 그레인저 선생님께 장난을 치려고 '프린들'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친구들에게 전파했다. 언어라는 것은 재미있다. 처음에는 닉과 그 친구들만이 사용하는 단어가 어느새 학교의 모든 아이들 나중에는 미국 전역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되버렸다. 

그레인저 선생님은 완고한 교사답게 이 새로운 단어를 막기 위하여 애를 쓴다. 매일매일 남겨서 '펜'을 100번 넘게 쓰게 만든 것이다. 심지어 학부모들의 항의가 있었는데도 말이다. 물론 이 단어가 학교를 넘어서 지역 아이들이 사용한 시점에서 그레이엄 선생님의 노력은 실패한 셈이지만. 

그런데도 그레인저 선생님은 이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고 취재온 기자에게 이야기한다. 뭐가 끝나지 않았다는 걸까? 이미 '프린들'이란 단어는 전국의 아이들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이름을 딴 제품까지 나오게 되었는데 말이다. 너무 완고하셔서 상황 파악을 못하신 걸까?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러한 소동으로 닉의 마음은 움추려 들었다. 아직 어린 학생이 이런 파동을 마냥 즐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묘하게 현실적이다. 이런 닉의 마음을 다잡아 준 사람이 그레인저 선생님이다. 꾸중이 아니라 격려로 닉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다. 왜 그랬을까? 그레인저 선생님 입장에서 닉은 말 안 듣는 악동일 뿐일텐데.

이야기의 말미에 이르러서야 그레인저 선생님의 진의가 나온다. 대학을 간 닉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 말이다. 그레이엄 선생님은 '프린들' 소동을 접했을 때 중요한 교육의 기회가 찾아왔음을 알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 기회를 잡길 바라며 아이들을 응원했다. 하지만 교사가 응원하는 것이 언어의 확대에 방해가 될 것을 염려했기에 기꺼이 악역을 맡았던 것이다.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마음 속에 감동이 밀려왔다. 닉을 격려하는 부분을 읽을 때만 해도 이 선생님이 마음을 돌이키셨나보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런 내막이 숨겨져 있다니. 탄식이 나왔다.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은 보면서 빙긋 웃을 수 있다. 닉이 그레이엄 선생님께 보낸 만년필에 딸린 편지의 글. '이 물건은 로렐레이 그레인저 선생님 것이며, 선생님이 어떤 이름으로 부르셔도 좋습니다. '

언어란 살아있는 것이라 계속 변화한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날 아이들의 언어는 어른들이 알기 어려운 것들이 종종 있다. 나도 이제 어른인지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아이들에 비해 시대에 뒤떨어져서 그런 걸까? 어찌되었든 연구대상이다. 

한편으로 그레인저 선생님을 떠올려 본다. 나 같으면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솔직히 매번 남겨서 과제하라는 것은 좀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이런 엄청난 언어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아이들이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어렵지만 마냥 아이들 편만 드는 게 정답은 아닐 것이다. 교사는 교육자지 보모는 아니니 말이다.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이고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보면서 교사에게 반항하고자 하는 욕구도 채울 수 있고 교사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학생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어가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프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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