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교실을 넘어 거꾸로 학습으로 - 우리나라 교실에 맞는 거꾸로 교실 모델을 찾아서
박상준 지음 / 교육과학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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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내 수업은 보통 학생 중심보다는 교사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여전히 교과서라는 '보조자료'를 손에서 떼지 못하고 있으며 주어진 재량권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내가 어디까지 재구성이 가능한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진도라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되고 결국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내가 억지로 끌고 가는 현상이 벌어진다.

인간은 개개인이 하나의 우주라고 한다. 학생들은 하나하나마다 그 특성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교사는 학생들 특성에 맞춘 수업을 계획해야 맞다. 또 교사의 가르침과 학생의 배움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학생의 배움에 더 무게를 두어 수업을 바라보고 계획하고 실천해야 한다. 모든 교육의 최종 목적은 학생의 배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의 강의 일변도 수업과 교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으로는 그 실천이 어렵다.

학습량이 터무니없이 많고 배워야할 영역도 광범위한 한국 학교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좀 더 학생 중심 수업을 하는 학교나 교사들도 풍부한 활동에 비해 과제와 내용은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여러 대응 중 하나가 미국 교수 버그만과 샘즈가 제안한 거꾸로 교실이다. 보통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나면 집에서 과제를 한다. 반면 거꾸로 수업에서는 집에서 교사가 제작한 영상수업을 보고 학교에서 과제를 한다. 학교와 집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이 완전 거꾸로 선 것이다.

거꾸로 수업은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방법적 측면이 기존의 교육 실천들과 비교해봤을 때 매우 독특하다.

거꾸로 수업은 기존의 수업과 다르게 내용 전달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내용 전달은 학생들이 집에서 교사가 올린 동영상이나 문서자료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발달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내용전달이 수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이 내용전달이 교실 밖으로 빠져나감으로서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볼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된다.

내용 전달은 필연적으로 교사의 1인극이 연출된다. 질문과 대답을 나누는 문답식 수업으로 조금 더 활기를 보일 수는 있지만 학생 수가 많을 경우 이 기회는 몇몇 학생들이 독차지하게 된다.

반면 거꾸로 수업의 경우 수업시간에 내용 전달이 아니라 미리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프로젝트나 탐구, 조사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 간의 더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지게 되고 학생 수와 학급특색에 따라 한계는 있겠으나 학생들의 개별 차에 더 신경 쓸 여유가 생긴다.

물론 초등 저학년이나 기타 가정환경의 어려움, 개인의 의지 문제 등으로 이론과 실천의 괴리가 있다. 집에서 학습을 안 해오는 학생들이 생길 수는 있다. 이 부분은 거꾸로 교실이 극복해야할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거꾸로 교실이라는 아이디어가 주는 여러 교육적 상상은 이런 부작용과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돋보인다.

박상준 교수(이하 저자)는 자신이 직접 미래의 초등교사가 될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수업을 실시하였으며 그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하였다. 거꾸로 수업이 어떻게 변천해왔는지 그리고 거꾸로 수업이 왜 필요하지,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맞는 거꾸로 수업은 어떤 모습일지를 간결하게 잘 풀어 넣었다.

이 책을 통하여 거꾸로 수업, 거꾸로 완전수업, 거꾸로 학습이 무엇이고 그 차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또 다양하고 풍부한 사례와 표, 그림을 통해 거꾸로 수업에 대한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거꾸로 수업은 단순히 수업방법의 변화가 아니다. 사실 외국에서 들여오는 대다수의 학습법이 다 그렇지만 단순히 방법론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보다는 전통적 수업 시스템을 뒤집어 수업에 접근하는 새로운 인식 체계 또는 이론적 틀, 즉 '패러다임'으로 봐야 옳다. (111쪽) 이 책은 거꾸로 수업을 단순히 소개하기 보다는 그와 관련한 새로운 교육관과 눈을 뜨게 해주는 데 일조한다.

거꾸로 수업이 한국 교실에서 어떠한 모습을 드러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에서 중등 과학 교과에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했으나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한 사업치고 유행이 지나면 사라지지 않은 사업이 없다. 중요한 것은 거꾸로 수업이 한국 교사에게 미칠 교육적 충격이다. 교사들의 교육관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핵심이다.

거꾸로 수업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IT기술에 능통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믿기도 하고 동영상을 반드시 제작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은 그런 오해를 풀고 앞으로 다가올 시대 변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조언을 해준다. 또한 기존의 교사 중심, 학생 중심 교육관에서 나아가 관계 중심 교육관을 배경으로 새로운 교육을 꿈꿀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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