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샘 최진수의 초등 글쓰기 - 깨침과 울림이 있는 글쓰기 교육
최진수 지음 / 맘에드림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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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생 시절에는 학급문집을 모든 학급에서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학급문집에 들어갈 글을 써야 했고 그 과정에서 여자 아이에게 혼나며 글을 썼던 일이 기억에 난다. 이미 내 글이 3번 퇴짜를 맞아서 의기소침해 있던 차에 친구에게 혼나기까지 하니 서글펐고 화가 났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문집에는 내 글도 실려야만 했고 결국 혼나가며 글을 썼고 어찌어찌 통과됐다. 정확히 말하면 그나마 잘 쓴 글이 채택되었다. 그 후 문집이 나왔고 나도 그것을 받았지만 그게 어디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아마도 학년이 바뀌고 아버지 회사로 재활용되기 위해 가지 않았나 싶다.

그 당시에는 아직 덜 여물었고 독서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쓴 글이 수준 이하였을 거라고는 생각한다. 대학교 때도 글을 어떻게 서야 하는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당시의 기억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쾌함으로 남아 있다.

억지로 글을 쓰게 하거나 문집을 내기 위한 글을 쓰게 하면 나같이 글쓰기에 불쾌한 기억을 가진 학생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학급의 생활을 솔직하게 담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지은 글이기 때문이다. 마치 학예회를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다.

학예회가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발표하는 학습발표회로 바뀐 것처럼 글도 남 보기 좋으라고 모범적, 인위적으로 짓기보다는 자신의 삶과 생활, 생각을 솔직하게 담은 그런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글에 생명과 감동이 있고 읽는 사람의 공감을 끌어 낼 수 있다.

현장에 나와 느낀 것 중 하나가 아이들이 글을 잘 못쓴다는 것이다. 우리 때는 선생님이 쓰라고 하면 억지로라도 글을 짓긴 했다, 물론 그 글에서 감동이나 생명은 찾기 어려웠지만 말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것조차 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여 글쓰기 지도를 위해 여러 책을 찾아 읽어 봤지만 대다수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이오덕 선생님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오덕 선생님 책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잘못된 글에 대한 관념을 날려버리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지나친 어린이 찬가는 지금 내가 접하는 아이들과 매치가 잘 되지 않아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성장평가제 시행으로 수행평가, 서술형 평가의 비중이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글을 접할 기회도 늘어났는데 글을 보면서 글쓰기를 지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무럭무럭 자라났다. 방학하기 얼마 전에 초등수업백과란 책을 통해 접했던 최진수 선생님께서 글쓰기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방학을 맞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책에는 이오덕 선생님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글쓰기 교육철학에 기반한 저자의 경험이 담긴 글쓰기 지도법이 잘 담겨 있었다. 삶과 생활이 글쓰기의 기반이며, 글쓰기를 통해 삶을 가꿀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졌다.

마치 옆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자신의 경험을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좋았다. 또한 학교에서 자주 쓰이는 글쓰기 형식을 중심으로 쓰여 있어 실용적이기도 하다. 문집에 대해서도 깊은 철학과 상세한 방법론이 담겨 있어 다른 선생님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책을 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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