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마녀가 죽었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6
나시키 가호 지음, 김미란 옮김 / 비룡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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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지루한 일상이 갑자기 극적으로 변할 때의 불안과 기대가 걷잡을 수 없었다.

인간은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모순적인 동물이다. 둘 중 하나에 더 기울어있는 경우야 있겠지만 대개의 인간은 하루 종일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삶도 하루하루 특별한 일이 생기는 삶도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일상의 안정을 추구한다. 하지만 내 내면에는 뭔가 재미있는 일이 터지기를 바란다. 지루한 일상이 갑자기 극적으로 변할 때의 불안과 기대를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물론 그 변화를 감당할 수 없을 때는 곧잘 후회하지만.

 

11난 학교에 안가. 그곳은 내게 고통만 줄 뿐이야.”
11쪽 엄마는 왜 학교가 고통만 줄 뿐인가에 대해 전혀 물어보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알게 될까 봐 겁이 났을지도 모른다.
33쪽 어느샌가 좁은 교실의 숨 막히는 인간관계에 답답해왔던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130, 그룹이 생길 때마다 생기는 심리적 보상 같은 거. 들어가고 싶은 그룹 아이와 시선이 마주치면 방긋 웃는다거나, 관심도 없는 화제에 열심히 맞장구를 친다거나, 가고 싶지도 않은 화장실에 간다거나. 그런 것들이 비겁해 보였거든
132적대하는 경우도 있고 사이가 좋은 경우도 있는데, 우리 반은 이상하게 전부 사이좋게 지내려고 하는 것 같다.” “, 간단해. 모두가 한 사람을 적으로 삼으면 되니까.”

마이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그곳은 고통만 안겨줄 뿐이라고 엄마에게 말한다. 이에 대해 엄마는 마이가 왜 그런지 고민하기보다는 그냥 회피하고 있다. 등교를 강요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만 아쉬운 모습이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이 선택은 옳았다)
왜 마이가 등교를 거부하는지는 후반부에 나오는데 대다수의 교사들이 이미 체험하고 있는 여자 아이들 간 파벌 문제 때문이다. 여자 아이들에게 있어 이런 사회관계 문제는 개인의 생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런 파벌을 만들므로 여자아이들은 자신의 안식처를 구축하고 안정감을 얻는다.
그리고 이런 파벌 간 다툼을 넘어서 마이처럼 혼자 따돌림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바로 왕따 현상이다. 사실 관찰하는 단위를 인류로 확대하면 남녀 불문 특이한 어떤 것에 대한 차별은 항상 있어왔고 이는 그 집단을 단결케 하는 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흑역사는 지금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왕따 현상의 민족, 인종, 국가 확대판이다. 따라서 교사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아예 문화, 교실 권력 구조, 아이들 세계관을 바꾼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는 평화샘 프로젝트와도 일치한다.


14함께 지낸다는 것은 가끔 놀러 간다는 것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 집에 가끔 놀러가는 것과 아예 거기에 머물러 몇 달 몇 일 지내는 것은 아예 다른 이야기다. 가족이 아닌 이상 아무리 나랑 친한 사람이라도 내 집에 몇 일 이상 계속 거주하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나 같은 경우 다른 사람 간섭 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이랑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것이 어렵다. 나랑 친한 사람도 1주가 지나가니 그만 좀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18나야 마이와 함께 지내는 것은 즐겁지. 난 항상 마이가 태어나 준 것에 감사하고 있으니까.”

아무리 할머니랑 친해도, 할머니를 좋아해도 할머니 집은 마이에게 있어 자신의 공간은 아닌 곳이다. 할머니 집에 도착했을 때 마이의 마음은 어땠을까? 새로 반 배정을 받고 교실에 들어서는 아이들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이런 상황에서 마이가 태어나 준 것에 감사한다는 할머니의 말은 마이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을 학급에서 맞이할 때도 그럴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사명감 비슷한 책임감은 느끼고 있지만 존재 자체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아직 나에게 너무 먼 경지처럼 느껴진다.


41쪽 할머니는 거리낌 없이 가족을 칭찬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족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마치 식물에게 물을 주는 것만큼 당연하게 여겼다.

요 저번에 지금 전쟁 중인 지역에서 찍한 사진을 한 장 본 적이 있다. 4~5살 된 어린 아이가 손을 들고 있는 모습인데 알고 보니 기자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이를 총으로 착각하고 손을 든 것이다. 생존본능인 것이고 살기 위해서 최대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의 특성이 발휘된 모습이지만 내 입장에선 그다지 아름답진 않았다. 이런 어린 아이가 벌써부터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것은 분명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무관심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심리에서도 나온 이야기로 인간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부정편향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 진화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동시에 이미 다른 종을 말살할 수 있고 실제로 말살하고 있는 오늘날에는 이러한 특성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길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은 그냥 생존만 가지고 만족할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 특히 강자인 어른의 입장에서 약자인 어린이를 대할 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은 그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줄 수 있고 생존에 급급해 제대로 배우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나도 남자들 세계에서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말버릇이 좀 험한 측면이 있다. 밝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야 그다지 큰 영향이 없겠지만 좀 힘든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이러한 내 말은 기자가 들이대는 총으로 착각할 수 있는 사진기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좀 더 주의해야겠다. 그리고 마이의 할머니처럼 사소한 것에도 진심을 담아 칭찬해주는 버릇을 길러야겠다. 내가 제일 힘든 부분이다.


43쪽 그 당시 사람들은 모두 선조에게 전해 내려온 지혜나 지식을 바탕으로 생활했단다. 병을 낫게 하는 약초에 대한 지식, 거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 눈앞에 닥친 어려움을 뛰어넘거나 참아 내는 힘 같은 거 말이야.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지금 사람들보다 훨씬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지.
119쪽 할머니는 입에 맞지 않더라도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토산품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오늘날 공교육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교과 중심, 학문 중심 교육으로 그 학문에서 필요한 내용을 최대한 체계적이고 위계적으로 구성한 내용들이다. 이러한 분과학문들은 인류의 입장에서 보면 오늘날 현대문명을 이루고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지식들이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전문가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게 만들고 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 능력을 앗아간 원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최근에는 교과를 통합하는 교육과정 재구성을 권장한다. 왜 이를 다 교사에게 떠넘기는지는 의문이지만 그 방향은 옳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초등학교는 중등과 다르게 민주시민으로서 기본 소양을 갖추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다고 봤을 때 지금과 같은 분리된 교과를 통한 배움보다는 주제나 지역을 중심으로 한 통합교과를 통한 배움이 효과적일 것이다. 실제로 국가교육과정에서는 이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앙집권적인 한국의 특성상 지역교과서 역시 국정교과서에 예속되어 제대로 된 지역공부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더불어 과거 일제고사는 전국에 적용될 수 있는 내용만 평가했기 때문에 틀림없이 국가교육과정에서 하라고 되어 있는 지역화 재구성, 주제 중심 재구성을 막는 원흉이 되기도 했다.
우리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평화샘 프로젝트는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것을 넘어서 학생과 학생을 연결하고 학생과 교사를 연결하며 지역과 학교를 연결하여 궁극적으로 우정과 돌봄이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그 진의가 있다. 이러한 공동체가 필요한 이유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파편화되고 개인의 삶과 연결된 주관적 지식을 깡그리 무시하는 학문, 교육 풍토를 극복하고 함이다. 마을공동체연구소 문재현 소장은 본인의 6번째 저서 마을에 배움의 길이 있다에서 혁신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수업혁신이 교사들을 너무 지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도 그 대안으로 먼저 교사들이 뛰어놀고 주변 마을, 동네를 공부하기를 권하고 있다. 당장 이대로 하긴 힘들어도 학교교육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 아닌가 싶다.


47마이는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하니?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게 행복한 거야?”

마이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런 심리가 오늘날 학교폭력을 만든 동력 중 하나 아닐까? 그런 점에서 아들러가 말한 평범해질 용기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58쪽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힘, 자신이 결정한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 말이다. 그 힘이 강하면 악마도 그렇게 쉽게 들어오지 못할 거야.
78쪽 마녀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란 뭐니뭐니해도 스스로 결정한다.’ 하는 것에 있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사회심리학 책을 보면 인간은 다른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행동이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 사회는 복잡하게 얽혀 있고 대중매체가 끊임없이 유행을 생산해 이에 자유롭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자기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다른 친구가 입는다고 노스페이스나 블랙야크같은 고가 잠바를 입는 모습을 대다수의 어른들은 혀를 차며 바라본다. 그러나 그 어른들도 세상의 유행에 쉽게 쓸려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지금도 지역에 따라 정당득표수가 거의 결정되지 않은가? 이것 역시 분위기에 휩쓸려 가는 인간의 특성에 대한 증거라고 한다면 너무 비약일까?
동아시아 권 사람들이 브랜드나 유행에 민감한데 반해 정작 패션의 본고장이라는 프랑스는 자기 개성을 중시하지 브랜드나 유행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공동체가 강조되는 동아시아 특유의 문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같이 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구분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자기 스스로 결정하고 이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은 학교에서 반드시 길러줘야 할 것이긴 하다. 이것이 독선이나 아집으로 흘러가면 정말 감당하긴 힘든 일이지만.


94모르겠다. 실은 나도 죽어 본 적이 없거든.”
95아빠는 죽으면 그걸로 끝이래.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게 되고 자기가 없어지는 거라고 했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거라고. 그래서 내가 죽어도 태양이 뜨고 모두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어.”
129마이, 아빠는 그 당시의 자신에게 정직한 거란다. 또 마이를 한 인격체로서 대등하고 성실하게 대한 거고.”

마이의 아빠는 꽤나 둔감한 사람인 것 같다. 책을 다 읽어본 시점에서 둔감하다기 보다는 그냥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몇 년 전이라면 마이가 유치원~초등 사이일 때이고 산타가 실재한다고 믿을 나이다. 그런 아이에게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은 참 무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의 마음에 내가 공감이 가는 이유는 그게 바로 내가 아직도 종교를 믿는 이유기 때문이다.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아무런 감각이 없고 아무것도 없는 그런 것. 상상을 해봤는데 썩 유쾌한 기분이 아니었고 왠지 허무하다는 내가 왜 살아있는 걸일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어떤 입증이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영혼의 존재와 사후세계의 존재에 부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신을 믿는 것은 좀 다른 문제로 그건 기독교적 세계관이 내 기호를 충족한다는 점, 그리고 이 우주가 스스로 태어났다고 보기에는 어떤 정신적 원인 없이 물질적 원인으로 기존에 없었던 현상이 벌어진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여하튼 사후세계에 대해 난 지금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런 것 치곤 좀 막 사는 거 같긴 하지만.


113쪽 마녀는 자신의 직관을 소중하게 여겨야 해. 그러나 그 직관에 사로잡히면 안 되는 거야. 그렇게 되면 지독한 편견, 망상이 그 사람을 지배하게 되는 거란다.

직관이라는 것은 결과에 따라 편견, 선입견으로 치부되긴 하지만 개인의 그동안에 쌓아놓은 경험이 녹아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직관에 의지해서 명백한 자료나 증거들을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그 과학계에서도 동물을 연구할 때 남성적 세계관에 입각해 최근에 다 부정된 주장들을 했던 흑역사가 있다. 또한 아이슈타인 역시 처음에 양자역학 이론을 들었을 때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강력히 부정한 바 있다. 가까이로는 정치논쟁을 보면 정치인 또는 정당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계속 말이 바뀌거나 이중 잣대를 대는 것이 있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해야 하는데 궁예를 능가하는 관심법을 시전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123할머니는 여자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시거든

이 책에서 할머니가 하신 말씀 중에 유일하게 전혀 동의가 안 되는 이야기다. 여자가 반드시 가정을 지켜야 할 이유는 딱히 없다. 생물학적으로 여자가 육아에 더 적합한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가정을 지켜야 할 이유가 되는지는 회의적이다. 아이는 부모가 같이 기르는 것이고 아이를 잘 길러야 하긴 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모두 아이에게 저당 잡힐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어머니들을 보면 도리어 그런 생각이 아이들을 망치는 것 아닐까?
물론 오늘날 사회경제구조는 아예 여자가 가정을 지킨다는 선택지 자체를 뺐고 있어 문제긴 하다. 하지만 사회경제적 여건이 된다 할지라도 이에 대한 선택은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합의를 봐야 되는 부분이다.

 

155쪽 서쪽 마녀로부터 동쪽 마녀에게. 할머니의 영혼 탈출 대성공!

유쾌하면서도 손녀에 대한 따스한 사랑이 담긴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의 하이라이트며 그동안 끌고 왔던 모든 이야기가 집약된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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