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 2014년 볼로냐 라가치 상 우수상 수상작 Dear 그림책
니콜라 데이비스 글, 로라 칼린 그림, 서애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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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약속이지만 이 그림책은 굉장히 많은 의미와 생각할 거리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제목과 내용이 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인간은 물론 동물에게 중요한 생태계의 제일 밑바닥을 떠받들고 있는 식물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한 소녀의 노력에 의해 나무가 나타나고 그 결과 잿빛도시에서 탈바꿈된 모습을 그림으로 보면서 지금 인류가 자랑하는 문명이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 누구나 생각해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가지는 의미는 이것만이 아님을 다시 읽고 제목을 생각하면서 찾게 되었다. 이 책의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한 노파의 뜻이 소녀에게 이어지는 장면이다. 그 장면이 있었기에 이후 소녀가 도토리 씨앗을 심는 장면이 나오게 된다.

 

더 놀라운 것은 소녀다. 본래 소매치기였을 소녀의 변모는 너무 당연하다 듯이 이야기에서는 지나갔지만 현실에서는 이게 가능하가 싶은 생각이 든다. 소녀는 수많은 도토리들을 보며 자신이 한 약속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그리고 도시의 흉측하고 더러운 것들을 치워가며 도토리를 심어나간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진심이란 결국 통하는 것일까?

 

처음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점차 싹이 나고 나무가 나타나면서 어느새 사람들도 소녀를 따라 씨앗을 심기 시작한다. 그리고 씨앗이 싹터 나무가 되고 그 나무들은 하늘까지 닿아 축복의 비를 뿌린다.

 

이 책의 제목인 약속은 매우 많은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 하나는 노파와 소녀의 약속, 다른 하나는 직접적이진 않지만 소녀와 소녀를 따라 씨앗을 심는 사람들의 약속, 마지막으로 이 대자연과 인간의 약속. 좀 억지스러울지도 모르지만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마지막 장면에서 소녀는 그녀와 비슷한 소매치기 소녀에게 자신의 도토리 가방을 넘겨준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그 소녀의 심장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그리고 그 약속은 계속 이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약속이 실제로 이어졌는지는 우리가 알 수 없다. 그러나 진심이란 결국 통하는 것 아니겠는가? 소녀와 직접적으로 약속한 것은 아니지만 소녀와 노파의 약속은 이미 도시 사람들에게 전해진 바 있다.

 

지금 중국발 황사와 일본의 원전 등 많은 환경 문제가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있다. 거기에 우리나라 내부의 환경문제도 무시할 것이 전혀 못된다. 자식에게 많은 것을 물려주려 하면서도 그 자식들이 살아갈 환경에 대해서 너무나도 무심한 우리들은 지금 무슨 행동을 하는 걸까?

 

대자연은 태초부터 우리와 끊을 수 없는 인연을 지니고 있다. 이거야말로 우리가 기억해야할 거대한 약속이다. 그리고 나, 우리, 후손들에게 이어져야할 소중한 약속이다. 내 심장은 이 책을 읽고 과연 변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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