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 - 1318 어려운 자녀 쉬운 사용 설명서
이병준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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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처음부터 화려한 날개를 지니고 태어나지 않는다. 처음에 나비는 알에서 그리고 애벌레로 태어난다. 애벌레 상태에서 열심히 먹고 자고 성장한 후 성충이 되면 스스로 뿜은 실로 고치를 만들어 그 속으로 들어가 번데기가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잠시 지내다가 마침내 화려한 날개를 가진 나비로 세상에 나타난다.

 

인간도 가히 다르지 않다. 인간은 어린 시절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그 가능성을 내보이지 못한다. 성장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여러 시련과 고통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세상에 펼치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독립심이 약한 청년들이 사회문제가 되는 시대다. 그 독일에서도 젊은이들이 부모에게서 독립하려고 하지 않아 문제라고 한다. 청년실업이 문제가 되는 대한민국의 경우 말할 것도 없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대학교육까지 받는 우수한 한국의 젊은이들이 왜 부모에게서 독립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사실 이 문제의 초점은 젊은 세대가 아닌 이들을 키워낸 부모 세대에 맞춰져야 한다. 현 부모 세대는 자식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고 희생한 세대다. 반면 자식들에게 아무것도 받지 못한 가망이 아주 높은 세대이기도 하다. 요즘 젊은 세대는 부모가 해주는 것을 당연히 여기면서도 막상 부모의 부양 문제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즉, 받기만 하고 주지는 않겠다는 것인데 보통 이런 경우 싸가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 지금 부모 세대는 싸가지 없는 자식 세대를 길러낸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요즘 아이들은 매우 자유분방하며 주머니 사정도 넉넉하다. 게다가 부모를 어려워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모습은 당연한 것으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풍족 속에 살면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매우 부정적인 현상이다.

 

풍족 속에서 부모에게 말만 하면 다 해주니 아이들은 성장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돕는다 말하지만 잘 보면 돕는 게 아니라 애들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마땅히 가르쳐야할 사회규범을 애들 기죽인다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러니 아이들이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겠는가? 이러고도 자식 세대들이 부모를 제대로 모시기를 기대한단 말인가?

 

마마보이, 파파걸로 대변되는 부모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아이들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나이에 맞는 행동을 가르쳐야 한다. 나이에 맞는 행동이란 곧 ‘싸가지’로 아이들에게 싸가지를 가르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이들을 옹호하려고만 해서는 안 되며 마냥 사랑으로 감싸주면 해결된다는 나이브한 생각을 가지는 것도 문제다. 단호하고 엄격한 태도도 사랑의 표현일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책의 저자 이병준은 책 내용에서 닥터 지바고라는 인물로 화하여 아이들이 싸가지가 있는 나이에 맞는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이 되게 풀어내고 있다.

 

책 내용의 전개에서 두 축은 바로 경숙(민들레)과 예준이다. 예준이의 경우 ADHD로 판정을 받고 난 후 완전히 삶이 달라졌다. 나는 ADHD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예준이의 경우와 같이 이를 자신의 방패막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과 나이가 들면 자연치유된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이를 너무 의식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 경숙은 속상해하면서도 예준이의 요구에 순응한다. 닥터지바고는 이를 동반의존 관계라 설명했는데 한국 어머니들이 자식에게 지나치게 감정이입 하는 것을 생각해볼 때 정말 맞는 말이다.

 

닥터 지바고는 단호하게 말한다. ADHD가 변명의 이유가 될 수는 없으며 부모는 나이에 맞는 행동을 가르쳐야 한다고. 또한 제2의 출생, 과거라면 성년식이라고 불렸을 과정을 통과해야만 어른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요즘은 성년식이라는 과정이 없어지고 대학생이 되면 자기들끼리 자축하는 행사를 가지는데 생각해보면 성년식이라는 과정은 어른들과 함께 하는게 맞는 것 같다.

 

좌절을 경험하지 못하여 현실을 극복할 힘이 없는 자식 세대들에게 자발성과 자기 통제력을 길러주어 궁극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동 중심 교육학, 심리학의 영향으로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아 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데 물론 맥락에 따라서 맞는 말이지만 과잉사랑으로 인한 문제일 경우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 따라서 돌봄에서 교육으로 부모 자신도 성장할 필요가 있다. 자식을 돌보기만 해서는 자식이 성장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원리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선을 그어야 한다. 측은지심에 의해 자식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은 자식에게 지는 것을 떠나서 해악이 된다. 측은지심을 강조했던 맹자가 타에 추종을 불허하던 독설가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마음의 표현은 예라는 형식에 의존해야 한다. 진정 자식을 사랑한다면 앞으로 사회에 나가 도움이 될 원리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좀 의외였던 것은 명령을 해도 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자세한 설명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닥터 지바고의 말에 따르면 길게 설명하는 것은 잔소리에 불과하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굵은 소리, 즉 확실한 기준이다.

 

여기서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아무래도 어머니는 원리 원칙을 강제할 정도로 모질지 못하다. 따라서 아버지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줘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들은 보통 집안일에 잘 관여를 하지 않는데 이는 자식교육을 여자에게 떠넘긴 것으로 스스로 아버지 역할을 제한시켜 버린 것과 같다. 아버지가 부재한 아이들에게 생기는 문제점을 생각해볼 때 아버지가 돈만 벌어다 주는 역할에 만족하는 것은 그르다고 하겠다.

 

보통 상담이라고 하면 공감을 최우선으로 둔다. 나는 아이들의 감정에 공감하라는 이야기가 옳다고 여기는 한편 가끔 불편하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아이들이 잘못한 사실이 엄연히 있는데 공감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의문을 해소시켜 줬다. 공감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공감과 더불어 확실한 기준 하에 아이들의 싸가지를 바로 잡는 게 필요하다. 아이들의 요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던 나에게 이 책은 많은 보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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