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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소녀 가출기 ㅣ 상상하는 아이 창작동화 시리즈 12
최미경 지음, 이승연 그림 / 리잼 / 2013년 2월
평점 :
이 책의 주인공인 박지우는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다. 그런데 사실 사춘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지우가 처한 현실이 너무 어렵다. 집안은 기초생활수급자인 것 같고 밑의 동생은 정신지체등급을 받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린 여자아이가 견디기는 아마 힘들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우는 필사의 노력으로 공부도 잘하고 상도 많이 받는 학생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지우의 노력은 부모님의 사정으로 부산에서 포항으로 전학가면서 다 물거품이 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가 셋째를 임신하게 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지우는 어머니한테 평소 억눌렀던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면서 가출하게 된다.
지우가 노력도 안하고 불량한 학생이었으면 이야기는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우는 학원도 안 다니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노력파 학생이다. 개인적으로 지우 부모님이 지우에게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아버지야 자주 등장하지 않으니 논외로 하고 어머니의 경우 지우의 마음을 어루만지려는 시도가 전혀 없다. 찬우가 학교에 못가도록 막는 거 외에는 지우가 야무지다면서 걱정할 것 없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말의 이면에는 지우에 대한 신뢰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우 입장에서 어디 그런 생각이 들겠는가? 지우는 셋째를 임신했다는 소식에 고등학교도 못가고 돈 벌어야 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였다. 아무리 야무진 소녀라 해도 결국 어린 아이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우의 입장에서만 바라본 것이다. 책에서 묘사된 지우의 부모님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즐겁게 사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비록 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감은 있지만 이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는 어렵다.
제목은 폭풍소녀 가출기지만 사실 지우의 가출일은 1~2일 정도로 가출이라기에는 좀 민망하다. 하지만 이 짧은 기간동안 지우는 다양한 경험을 겪는다. 도서관에서 남진우와의 만남을 통해 정신지체도 노력하면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경이의 몰랐던 다른 모습도 보게 된다. 그리고 평소 싫어했던 찬우를 위해 남자애들과 부딪히기도 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결국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 어머니와 재회하는 모습은 꽤 감명깊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주는 어머니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매정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당시 지우의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에는 민수와 미경이와 만남이 있는데 여기서 민수는 미경이와 지우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한다. 삶의 배경은 천지차이지만 두 소녀는 더욱더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자기주관이 뚜렷다하는 점에서 비슷하하다. 작가는 이 장면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 집안이 안 좋아도 노력하면 된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 아니면 어떤 집안이든 사춘기 소녀끼리는 공감하는게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일까?
이 책에서 가출은 아주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지우가 성장하게 했다. 그러나 이것은 동화에서나 가능하고 현실에서는 거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지우가 좀 특별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우와 같은 처지에 있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심한 무기력에 빠져 있다. 아무리 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탈출할 수 없는 가난 앞에서 어른들도 절망에 빠지지만 아이들도 절망에 빠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는 게 동화의 매력이지만 현실로 돌아올 때 어떻게 하면 지우와 같은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결국 가정이다. 제도는 한계가 있다. 공산주의와 같은 극단적인 평등주의를 취하지 않은 이상 도울 수 있는 것에 한계는 있으며, 미경이와 같은 부유한 집 아이도 가출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가정에서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가정이 든든한 받침대가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5~6학년 여학생들에게 좋은 책인 것 같다. 너무 집안 환경이 두드러지게 어렵기 때문에 사춘기라는 이름이 바랜 느낌은 있지만 지우가 가출까지 결심하게 된 것은 사춘기 소녀의 감성 때문일 것이다. 아마 아이들이 주변을 돌아보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