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 사이 우리들사이 시리즈 3
하임 기너트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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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에서 교육학은 물론이고 수업지도안을 어떻게 짤지, 아이들이 어떻게 지식을 습득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교육을 받아왔다. 내가 얼마나 성실했는가는 제쳐두더라도 교대 4년 동안 초등교사가 되기 위하여 다양한 교육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교육이 현장에서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가? 내가 배운 아동심리, 교육방법들은 나 자신을 옭매는 하나의 율법의 역할을 했을 뿐 당장 아이들과 관계를 맺고 수업을 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내 자신의 자질이 일천했던 까닭도 있겠지만 교대에서 아이들에 대한 너무 이론적인 내용만을 배웠던 까닭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교대에서 배운 내용이 틀렸던 것은 아니다. 분명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가득 찬 존재였다. 단 내가 그들이 배우기를 원했던 내용, 즉 교과내용만 제외하고. 그들은 내 주변잡기는 물론 주변 환경과 그 외 내가 보기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영역에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어떻게 보면 아동의 흥미보다는 학문적 관점에서 만들어진 교육내용이 문제일 수 있다. 학문적 관점으로 교과서는 만들어놓고 어떻게든 아동의 흥미를 끌어내라는 어려운 과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어떻게든 아이들이 교과내용을 하나라도 더 알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반복한 것이 전부였을까?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염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나아가 나 역시 염증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왜 아이들은 이렇게 중요한 내용을 배우려 들지 않는 것일까 몇 번이고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내 욕심이었던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 만남으로 관계를 구축하고 그 관계의 토대위에서 같이 지식을 찾아가야하는 것인데 그러지 못했고 주어진 교과내용을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전달하는데 급급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진도는 급해지고 마음에도 여유가 사라져 교직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이 책 교사와 학생 사이가 나에게 큰 감명으로 다가왔던 것은 바로 나 자신이 책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교사들의 모습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에서 계속해서 울리는 교사가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하고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교실 분위기가 어떻게 확 바뀌는지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는 내 자신이 그동안 사용했던 언어에 대해 반성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대강 시절과 작년 도통 시절에 아이들에게 폭언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름 아이들이 바로서기 바라는 마음으로 한 것이지만 결국 폭언은 폭언일 뿐이었다. 그것으로 아이들이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교사에 대한 불신과 학교에 대한 회의만 더 커졌을 것이다.

 

교사는 선생, 즉 먼저 난 사람이다. 우리가 어른을 어른대접해주는 것은 그에 맞는 성숙함을 기대하기 때문이고 이를 닮아가기 원해서다. 아이들이 싸우지 않길 바란다면 나부터 아이들과 싸워서 안 된다. 아직도 속이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어오를 때가 있다. 내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 짜증날 때도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여유를 갖자고 생각하니 요즘은 그래도 거친 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러지 않아도 아이들이 잘 따라오니 한결 맘이 편하다. 이번 한 해 동안은 아이들에게 좀 더 친절하게 아이들이 닮아갔으면 하는 모습으로 비쳐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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