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부터 가르쳐라 - 강하게 키워 행복하게 만드는 독일 학교의 행복수업
에언스트 프리츠-슈베어트 지음, 김태희 옮김 / 베가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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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부터 가르쳐라

  오늘날 학교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행복하지 않다. 학교가 문제일까? 가정이 문제일까? 아니면 다른게 문제일까? 오늘날 학교는 과거의 권위주의적 교육학에서 탈피하여 아이를 존중하는 교육학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직 부족한 감은 있지만 예전보다 학교가 부족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문제는 가정일까? 물론 가정교육이 잘 안된 탓도 있겠지만 불행한 학생들이 태반인 지금 과연 이를 가정만의 문제로 보는 것이 옳을지 의문이 든다. 그보다는 사회전반적인 변화가 원인이 될 것이다.

  과거와 다르게 요즘은 아이들의 눈과 귀를 유혹할 많은 재미있는 유흥거리가 넘쳐난다. 티비를 틀면 얼마든지 재미있는 것을 찾을 수 있고 인터넷을 뒤지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여러 가지 영상과 글을 찾을 수 있는 지금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과 교훈은 아이들에게 있어 따분한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유흥거리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직 분별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여기에 함몰되어 자기 자신을 성찰하거나 지식을 쌓을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를 무조건 막는 것은 옳다고 보기도 힘들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그보다는 이러한 문화를 아이들이 직시하게 해주고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자극적인 문화보다는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의미를 찾아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 에언스트 프리츠-슈베어트는 하이델베르크 빌리-헬파흐 학교의 교장으로 있으면서 특이하게도 '행복'이란 이름의 교과목을 창설하여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행복이 과연 가르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 나와 있는 다양한 사례와 이론들은 이러한 행복교육이 가능함을 역설하며 동시에 이를 학교에서 해야만 함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자주 이름이 등장하는 빅터 프랭클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행복을 추구한다는 주장을 선입견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간이 정말 원하는 것은 행복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 이를 찾는다면 행복감은 저절로 생겨난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행복에 대한 정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복권당첨이나 어떤 새로운 제품을 접하는 것에서 생기는 즐거움은 행복이라기 보다는 행운으로 인한 것으로 외부적 요인에 좌우되는 것이다. 즉, 그러한 외부적 요인이 없다면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반면 일반적 관점에서 행복하고는 무관하게 여겨지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장애인을 돕는데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을 우리는 많지는 않지만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시장이 모든 가치를 결정한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일은 일종의 오류에 해당된다. 그러나 분명 일어나는 일이다.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그들이 자신들이 행하는 일에서 어떤 삶의 의미, 즉 행복의 의미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행복감을 느낀다기 보다는 행복감을 만들어낸다고 표현하는게 더 옳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만이 행복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삶은 우여곡절과 우연성이 가득차있고 이러한 삶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리의 경험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 행복을 누리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여기서 행복을 교육시킬 수 있다는 말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에언스트 프리츠-슈베어트 교장은 이 책에서 학생 뿐만 아니라 병원의 환자나 그 외 성인들이 그가 제공하는 수업에 참여하여 어떻게 이러한 의미를 찾아가는지 잘 보여준다. 거기에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경험에서 비롯한 이야기는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행복을 가르칠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가 사용한 몇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온수샤워   2. 장점용지/장점나무   3. 4대원소 연습   4. 엄지초첨 훈련   5. 동물에 비유하기   6. 마라톤/봉술 등등

  물론 이러한 방법은 말 그대로 방법론이고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삶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에 싫증만 내는게 아니라 이를 하나의 도전으로 여기게 되고,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자신이 세상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안다는 것과 동일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과 그리고 세상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용어 중에 긍정심리학이라는 것이 있다. 나는 사회현상을 비판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긍정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있었다. 사회의 모순을 무비판적으로 긍정하게 만드는 이야기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보니 내가 너무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현상을 비판적으로 볼 줄만 안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회를 더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과 긍정적 태도가 있어야 비판을 근거로 행동에 나설 수가 있다. 그런 점에서 긍정심리학에서 말하는 여러 주장들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삶의 의미를 찾게 되면 어떤 극한의 고통도 이겨낼 수가 있다. 빅터 프랭클 자신이 아우슈비츠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가 사회의 부조리를 참게만 만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불운에 저항하고 이를 발판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은 학교에서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아이들에게 행복을 가르치자. 왜 자신이 살아가는지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주자. 머릿속에 지식만 쑤셔 넣으려고 할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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