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참 좋다 - 세계 99%를 위한 기업을 배우다 푸른지식 협동조합 시리즈
김현대.하종란.차형석 지음 / 푸른지식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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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면 빨리 가고 여럿이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당장의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의 신뢰를 아주 쉽게 저버리고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당장의 이익은 취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이익은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경제 위기로 인해 그 큰 대기업들이 힘없이 쓰러지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당장의 이익에 몰두하느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돌보지 않은 신자유주의 기업들의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결과라 할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한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폐해, 사람이 없는 차가운 경제구조. 그러나 더 큰 문제점은 새로운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데 있다. 기껏해야 대기업들을 규제하는게 전부인데 물론 대기업들의 탐욕을 규제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대기업의 자녀들이 할퀴고 간 자리에 많은 빵집이나 기타 영세 상인들은 몰락해버렸고 대기업이 떠났다고 해서 처지가 별로 나아지지는 않는다.

 

새로운 대안을 생각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보자. 이 책은 새로운 대안 경제구조인 협동조합에 대해 취재하고 조사하고 고민한 내용들이 엮어진 책으로 주식회사만이 경제지배구조의 전부라고 알고 있던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아이쿱이나 한 살림 같은 몇 안되는 협동조합만이 알려져있을 뿐이지만 세계에는 많은 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는 미국의 썬키스트나 에이피 통신과 같은 매우 큰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분명히 있다. 우리는 썬키스트를 주식회사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협동조합이며 미국 농민들이 스스로의 권익을 쟁취하기 위하여 설립한 결과물이다.

 

협동조합의 원리는 간단하다. 일반적인 주식회사와 같은 자본주의 기업은 노동자의 임금에 이윤을 더하여 물건의 가격을 결정한다. 그리고 그 이윤은 투자자인 주주들이 가져간다. 그렇다면 협동조합은 어떠한가? 협동조합 역시 노동자의 임금에 이윤을 더한 값을 물건의 가격으로 결정하는 것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이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반 주식회사들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협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기 때문에 그 이윤을 물건의 가격을 더 낮추는데 사용한다던가 아니면 사회의 유익한 사업에 사용한다. 또는 자본을 축척하여 가격을 안정화시키는데 사용하기도 한다. 때문에 협동조합은 당장의 이익에 몰두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된다. 그리고 그 협력의 힘은 이번 경제위기 때 여실히 증명된 바다.


물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만 가지고 현 신자유주의라는 거센 물결을 대신할 대안경제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협동조합의 최대 강점은 기업의 발전이 특정 개인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로 돌아간다는데 있다.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또한 조합원이 곧 투자자이자 주인이고 사용자이자 노동자이기 때문에 조합의 발전은 곧 조합원의 이득이자 사용자, 노동자의 이득이 된다.

 

특히 대표의 임금이 평직원 월급의 6배가 넘지 못한다는 원칙은 능력에 따른 차등대우가 지나쳐 빈익빈 부익부로 일컬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극심한 우리나라에서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외국의 사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에야 비로소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다. 그동안 8개 형태의 조합 외에는 설립이 불가능했었는데 비로소 제약이 풀린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나라에 협동조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강원도 원주의 경우 의료 생협, 한 살림, 밝음신협, 원주생협, 소꿉마당 등 다양한 협동조합이 존재하며 이 협동조합끼리 서로 협동하여 개인으로서는 할 수 없는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법도 제정되었으니 이제 이러한 흐름이 다른 지역에도 전파되면 될 일이다.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의 오너가 아닌 이상 각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기득권층에 편입하기 위하여 스펙을 쌓고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집을 사는 투기행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 나온 많은 사례들은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각 개인은 미약하지만 힘을 모은다면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출세를 위해 양심을 팔거나 다른 사람의 믿음을 저버리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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