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직업실록 - 역사 속에 잊힌 조선시대 별난 직업들
정명섭 지음 / 북로드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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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직업실록>은 조선시대 역사 속의 직업들을 통해서 그 시대의 사회와 생활속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저자는 직업의 탄생과 소멸은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지고 싶거나 꼭 필요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만들 수 없고 번거로운 것이 곧 누군가의 직업이 되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직업들의 탄생과 소멸을 통해서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조선시대에만 있었던 특이한 직업들을 통해서 그 시대를 이해하는 것은 출세와 성공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을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한번쯤 생각하게 해줄 수는 있다. 그것이 바로 '역사'의 진정한 얼굴이자 역할이니까 말이다."

이 책에서는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직업인 멸화군, 체탐인, 한증승과 매골승, 다모, 시파치, 오작인, 숙수와 스스로 벌어 먹고사는 직업인 기인, 외지부, 여리꾼, 전기수, 책쾌, 장빙업자, 재담꾼, 무엇이든 해서 먹고사는 직업인 곡비, 매품팔이, 내외술집, 조방꾼, 거벽과 사수 그리고 선접꾼, 추노객, 무뢰배를 소개한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흥미로운 직업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조선시대 죽은 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오작인의 역할을 막중했다. <신주무원록> 번역본을 보면 조선시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과학적이고 획기적이면서도 창의적인 방법들이 담겨 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는 오작인들을 근본이 없는 무리라고 혹평을 하면서 이들이 어떤 행패를 부리는지 종류별로 열거해놓기까지 했다고 한다. 저자는 신을 직접 살피고 사인을 밝혀내야 하는 오작인들에 대한 형편없는 대우를 보면 조선이라는 나라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던 오작인들은 다른 조선의 직업들처럼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사라져갔다.

"최근 들어 책이나 드라마를 통해 조선시대의 과학적 검시 방법들이 소개되면서 찬사를 자아내고 있다. 현대인의 눈으로 봐도 놀라운 방법들에 감탄을 하며, 그런 검시 방법으로 조선시대에 있었던 살인사건들이 많이 해결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오작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된 것과 그것이 잘 돌아가는 것은 별개 문제였다."

조선시대 내내 '조보'라는 이름의 관보가 발행되었고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백성들이 그걸 받아다가 자체적으로 인쇄해서 배포한 적도 있다. 조보는 왕명을 출납하는 승정원에 속한 기별청에서 발행하는 관보 형식의 신문이다. 오늘날의 신문처럼 정보 전달이 목적이지만 발행하는 쪽에서 필요하거나 혹은 들려주고 싶은 내용만 실었으며 독자층을 제한했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이다. 민간에서 조보를 발행한 사건을 언급한 <선조수정실록>에 발행 주체가 '기인들'이라고 수록되어 있다. 관보 형태의 조보는 관리들뿐 아니라 양반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과거에 합격해서 관리가 되는 것이 삶의 유일한 목표이자 운명이었던 양반들에게 과거시험이 언제 치러지고 누가 어떤 자리에 임명되었는지를 아는 것을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1894년. 관보가 발행된 이후에도 조보는 명맥을 이어가다가 1907년 11월, 승정원의 후신인 비서감이 폐지되면서 함께 사라졌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여러 종류의 신문들이 발행되고 있었다.

조선에서는 소송이 일어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사람들 간의 다툼이 소송으로 번지는 것이 망국의 징조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순시대나 유토피아가 아닌 이상 사람들 간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언이 도관에 나가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지부라고 부른 것에서 외지부가 탄생되었다. 바깥에 있는 지부라는 뜻으로 관청 밖에서 지부 행세를 했던 이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외지부라고 불렸던 사람들은 돈이 되는 형조의 도관 앞에 어슬렁거리면서 손님들을 물색했다. 저자는 외지부는 변호사인 동시에 법무사나 세무사의 영역까지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야기한다. 소송을 제기하긴 했어도 어떻게 할지 몰랐던 이들에게는 고마운 존재였지만 조정 대신들에게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로 비춰졌다. 조선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막지는 않았지만 많이 발생하는 것을 꺼려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외지부는 소송을 부추기고 부채질하는 존재였다. 조선 후기 들어서도 묘자리를 둘어싼 산송부터 상업이 발달하면서 늘어난 매매를 둘러싼 분쟁까지 다양화되며 소송은 줄지 않았다. 그리고 그 분쟁의 한복판에 외지부가 있었다. 위정자들은 외지부 때문에 소송이 지체되고 늘어났다고 보았지만 저자는을 필요로 하고 기대고자 했던 사람들은 주로 힘없고 가난한 자였음을 기억하라고 강조한다. 조선시대 내내 죄인 취급을 받던 외지부가 합법화된 계기는 근대화와 개항이었다. 1895년에 외부인이 재판을 대신해주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변호인이 도입되었다. 이후 대한제국 시기인 1905년에 변호사법이 통과되면서 공식적인 변호인 시대가 열렸다. 광복 이후에 변호인들은 고소득층이자 사회지도층의 자리를 차지했다. 조선시대 무뢰배로 손가락질 받았던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위치에 오른 셈이다. 하지만 최근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변호사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저자는 재미있는 것은 변호사의 숫자가 늘어나면 불필요한 소송이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논리다. 저자가 수백 년 전에도 외지부를 탄압할 때, 아니 외지부의 도움이 필요했던 이들을 억누를 때 위정자들이 내세웠던 논리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한 셈이라고 말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조선은 소송이 제기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소송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 평민이나 천민도 자유롭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했으며, 이들이 양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막지 않았다. 아울러 세 번까지 소송하는 것을 허용했으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하는 일종의 공소시표를 두는 등 현대의 법률체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체계적인 장치들을 마련했다. 공정한 판결을 위한 여러 제도들을 시행한 것은 조선이 결코 소송을 일방적으로 막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법은 약자가 강자에게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몇 가지 안되는 보호 장치 중에 하나다. 한 국가가 선진국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 가운데 하나는 바로 법의 공평함과 공정성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날 대한민국이 조선보다 공정하고 법치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조선시대에는 지금과 같은 유형의 서점이 없었기 때문에 원하는 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극히 한정적이었다. 책쾌의 등장은 이런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것이다. 다시 말해 책에 대한 욕구가 광범위하게 커져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업과 화계경제가 발달한 17세기 후반 이후로 이른바 중산층이 생겨나면서부터 변화의 계기를 맞이한다. 이들은 정치적으로는 신분차별에 반대하는 통청운동을 벌였고, 문화적으로는 여향문학이라는 것을 일궈냈다. 지식 욕구가 늘어나면서 책에 대한 수요도 급증했다. 따라서 이전에는 양반만을 상대했던 책쾌들은 다른 고객들을 상대하게 되면서 변신을 꾀하게 되었다. 정약용이 쓴 <조신선전>에는 책을 사고팔던 책쾌 조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인상적이다. 언젠가는 누가 그에게 왜 그렇게 고생스럽게 책을 사고파는 일을 하는지 물었는데,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저자는 나이도, 그리고 사는 곳과 이름도 종잡을 수 없었던 책쾌 조생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이 있다고 말한다. 책쾌는 단순한 중개인이 아니라 마케터와 편집자, 그리고 기획자의 역할까지 모두 했다고 볼 수 있다. 근대에 접어들면서 신물문인 인쇄기가 들어오고 출판사가 생겨나면서 서점이 탄생하고 이들이 신문 등을 통해서 독자들을 직접 유치하면서 발로 뛰는 책쾌들을 점차 밀어냈다. 설 자리를 점점 잃게 된 책쾌들은 서점을 차리든지 아니면 이동식 서점을 운영하는 쪽으로 변신을 꾀했다.

"​비록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은 없지만 머릿속에는 그 책이 누구 손에 몇 년 동안 있었는지 잘 알고 있다오. 그리고 누가 그 책을 지었는지, 그리고 어느 판본이고 누가 주석을 달았는지도 꿰고 있으니까 말이오. 그러니까 그런 책들은 모두 내 책이란 말이오. 세상에 책이 없다면 나는 더 이상 뛰거나 술을 마실 수 없었을 거이외다. 그리고 나에게 책을 사서 읽어서 출세한 집안이 손자대에 와서 몰락해서 책을 도로 파는 일을 종종 보게 되오. 어리석은 자들은 어리석은 자들끼리 모이고, 현명한 자들은 자기들끼리 모이는 법이지요. 책을 사고 팔면서 세상이 어찌 흘러가는지 어떤 이치로 움직이는지 알았다오.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책을 사고파는 일을 할 것이오."

저자는 조선 백성들의 참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매품팔이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현대판 매품팔이라고 하는 바지사장에 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과거의 역사적 과오가 현재에도 똑같이 되풀이되는 과정은 안타깝다.

"현대판 매품팔이라고 할 수 있는 바지사장을 소개한다. 경영 실권은 가지지 않고 명목상 사장 자리에 앉아 있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대신 처벌을 받는 사람을 뜻한다. 포털사이트에는 버젓이 바지사장을 구한다는 광고가 올라오고 거기에 시세를 묻는 질문들이 붙는다. 돈만 있으면 빨간 줄이 그어지는 것쯤은 각오한다는 사람들과 법의 처벌쯤은 얼마든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교차되면서 생겨난 현대판 매품팔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 전에는 모 그룹 회장의 조카가 말 안 듣는 회사 직원을 폭행하고 매값이라면서 2,000만원을 준 사건이 있었다. 법원은 항소심에서 사회의 지탄을 받은 점을 고려해서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고, 사건을 수사한 담당 검사는 퇴임 후 그 그룹의 임원으로 입사했다. 예외가 많은 법일수록 원칙과는 거리가 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사회는 수수의 가진 자를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 지옥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이 책에는 '가볼만한 곳'으로 탑골공원이 소개되는데, 사실 이곳은 한때 수백, 수천 명의 기생들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원래 탑골공원 자리에는 고려시대 때 흥복사라는 절이 있었다. 조선시대 들어와서는 세조 때 원각사라는 저링 다시 세워졌다가 연산군때 없어졌다. 정확하게는 연산군이 모은 기생들인 흥청들의 거처인 연방원으로 삼은 것이다. 여자를 멀리하는 사찰에 기생들의 거처를 정한 걸 보면 연산군의 삐뚤어진 성격을 엿볼 수 있다. 연산군이 폐위된 이후 흥청들은 사라졌고 사찰도 사라지고 말았다. 이후 공원으로 바뀌었으며 3·1 운동의 발상지로 유명해졌다."

조선시대 다양한 직업 등을 통해서 역사를 배울 수 있었고, 인간들의 탐욕과 부패는 쉽게 사그라드는 것이 아님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현재를 되돌아보며 미래를 발전적으로 완성해가야한다. 조선시대 직업들은 우리 조상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이며, 우리의 현재를 만들어낸 디딤돌로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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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양우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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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영화 <변호인>이 소설로 출간되었다. 책 앞부분에 '박찬욱' 감독의 추천사가 인상적이다. 이 책은 작가가 영화 <변호인>의 감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영화가 소설로 옮겨질때 감독의 목소리가 오롯이 들어간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 <변호인>은 각본가가 제 작품을 활자화한, 한국에서는 비교적 드문 예다. 각본가이자 감독이 지은 만큼 이 책은 영화 <변호인>에 붙이 권위 있는 해설서이기도 하다. 역사적 배경이 자상하게 설명되니 7,80년대를 못 겪어본 젊은이들이 읽기 딱 좋다. 영화로는 묘사하기 힘든 사람들의 속마음도 다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소설만의 특권이다. 또한 이것은 글로 꾸민 '변호인-디렉터스 컷'이다. 편집에서 들어내야 했던 장면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소설 <변호인>은 1980년대를 살아가던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졸이라는 세상의 멸시, 자기 열등감 속에서 부동산 등기 업무, 세무 업무와 같이 '돈이 될 만한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맡았던 주인공 송우석. 그는 비록 가방끈은 짧지만 처세에 능한 인물이다. 그런 우석을 옆에서 돕는 넉살 좋은 사무관 동호와 함께 우석의 일상은 책 전반에 걸쳐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던 어느 날, 은인과 같은 국밥집 주인 아주머니 순애의 아들 진우가 시국사건에 휘말려 잡혀가게 되는데 우석은 이 과정에서 부당한 공권력이 한 개인의 존재를 짓밟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진우의 변호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돈밖에 모르던 속물 변호사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진정한 인권 변호사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편집되었던 장면들도 소설 <변호인>에서는 모두 드러난다. 소설 <변호인>의 장점은 영화 <변호인>에 대해서 좀 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설 <변호인>은 1970~80년대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이 부독련 사건을 필두로 한 공권력의 부당한 사용, 80년대의 신군부 정권의 '언론대학살' 등의 올바른 역사적 진실을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책 <전환시대의 논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역사란 무엇인가>에 등장하는 글귀들이 정의와 올바른 역사의식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기억하고 싶은 문구로 남아있다.

"언론과 지식인이 알고 있는 지식과 갖고 있는 사상을 발표해야 할 때는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이다. 내일에 발표되는 지식은 이미 주위의 사람에게는 무의미한 것이다."

"가장 진실을 잘 알고 있는 국민이 가장 국가를 위할 줄 안다는 기본 원리는 공통으로 통한다. 진실을 비판을 낳는다. 어떤 사회도 어떤 정부도 비판의 여지없이 최선이거나 만능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화 <변호인>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들을 활자로 만날 수 있다. 소설 <변호인>을 통해서 기억에 남는 명문장을 간직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반갑다. ​진우가 송우석 변호사에게 했던 이야기는 깨질것 같지 않던 공권력 앞에서 꿈틀거리는 생명력 강한 진실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살은 기라고, 바위는 뿌사져서 모래가 되도, 계란은 깨나서 그 바위를 넘는다. 그카는 얘기 몰라예?"

영화 <변호인>에서 배우 송강호의 법정 명장면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송우석 변호사의 강렬한 울림의 대사를 읽어가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그런데 증인이야말로 그 국가를 법적 근거도 없이 국가란 법의 개념도 모르면서 국가 보안 문제라고 마구 내질러서 국가인 국민을 탄압하고 법을 짓밟았잖소? 증인이 말하는 국가란 이 나라 정권을 강제로 찬탈한 일부 군인들, 그 사람들 아니오?"

소설 <변호인>은 영화를 보면서 감동받았던 장면들을 활자를 통해 깊이 사색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또한, 영화 안에서 만나지 못했던 인물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이 책은 영화 변호인를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80년대의 시대적 배경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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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10년의 노트 - 당신의 인생노트에는 무엇이 적혀 있습니까?
예병일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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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10년의 노트>는 2004년 1월 6일 처음 '예병일의 경제노트'를 이메일로 보내기 시작해 10주년을 맞은 현재까지 '하루 5분, 경제를 읽는 시간'이라는 취지에 공감해 회원으로 가입한 40만 명의 경제노트 가족들과 공유해온 2000여 편의 글 중에서, 인생과 나를 돌아보게끔 해주는 112편의 글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이 책은 꿈, 고난, 오늘, 이별, 습관, 지속, 좋은 삶, 행복, 고전, 진정한 나, 길 위에서라는 11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삶을 이루는 생각들이 씨앗을 이루는 글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 책을 타인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좋은 삶'을, '충실한 오늘'을 살기 위해 고민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한다. <책 읽어주는 남자, 10년의 노트>는 거창한 삶이 아니더라고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 나의 일, 그리고 그 무언가에 마음 빼앗겨 보람과 행복, 사랑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 예병일의 마음이 진실하게 드러나는 책으로 추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현인들의 많은 명언들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꿈과 목표는 버림과 선택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말하면서 괴테의 명언을 근거로 이야기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가장 위대한 기술이란 자신을 억제하고 다른 것들로부터 격리하는 것이며, 현자는 자신의 재능을 기르기 위해 재능의 일부를 억제한다고 괴테는 생각했다. 하나는 정확히 알고 실행하는 것이 100가지를 적당히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위해서는 99개를 버려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나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선택해 집중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꿈도 버림을 통해 단순하게 만들어야 집중할 수 있고, 성취할 수 있다는 저자의 가르침을 잊지 않아야겠다.

"기술은 오직 '제한'으로만 얻을 수 있다. 하나를 정확히 알고 실행하는 것은 100가지를 적당히 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교양을 얻게 해준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장애물들을 만나고 도중에 포기하기도 하며 그만두기도 한다. 저자는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을 쓴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말을 인용하여 녹록치 않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괴테의 말처럼 내 목에 걸려 버리든가 아니면 내가 소화해 내든가 둘 중의 하나이다. 딱딱한 것들을 삼켜 소화해 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은 성장한다.

"​세상은 죽이나 잼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 그러니 딱딱한 것들을 두려움 없이 씹어라. 목에 걸려 버리든가, 소화해 내든가 둘 중 하나다."

저자는 '완벽에 대한 강박'도 우리의 발목을 잡는 마음속의 생각이라고 말한다. '불완전에 대한 두려움'과 헤어져야 한다는 글귀가 눈길을 끌었다. 완벽해지려고 시작도 하지 못하는 일들이 우리 주위에는 얼마나 많은가...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의 '완벽은 '좋은 것의 적이다'라는 말은 완벽에의 강박과 이별하고 만들기를 시작해야 함을 의미한다. 모험과 도전은 완벽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먼저 다가가기 위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 "완벽은 '좋은 것'의 적이다."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의 말입니다.

완벽 그 의미 자체는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이를 오해하고 '완벽의 덫'에 빠지곤 합니다. 그러고는 '경기장'에 들어가기를 꺼립니다. 잘못된 완벽주의는 탁워해지려 애쓰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것은 건강한 노력이 아니며,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기 쉽습니다. 실수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 타인의 비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경기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광중석'에만 머무르려 합니다. 계획만 자꾸 세우고 다듬는 건 이제 그만하고, '행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완벽에의 강박와 이별하고 '만들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완전에 대한 두려움'과 헤어져야 합니다."

저자는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 스스로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아라."​

저자는 일을 대하는 세 가지의 방식을 소개하며 '소명 인식'으로 일을 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는 돈을 받지 않더라고 이 일을 할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진정한 소망 인식이 있는 인물이다. 소명 의식이야말로 일을 함으로서 내적 행복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근원이 아닐까...

"소명 인식으로 일을 대하는 사람은 자신의 일이 매우 중요하고 세상에 보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일을 사랑하고 그 일을 즐깁니다. 일상적인 업무에서 흥분과 도전을 느끼기도 합니다. '나는 돈을 받지 않더라고 이 일을 할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상사의 눈에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잘하는 것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열심히 합니다. 휴가를 즐기기도 하지만 일로 복귀하는 것도 즐깁니다.소명은 어떤 특별한 목적을 위해 부름을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소명은 특별한 사람이나 특별한 직업에서만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가질 수 있지요. 자신이 하는 일이 동네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유지하는, 중요하고 보람 있는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부도 있습니다. 마을버스 기사, 간호사, 의사, 유치원 교사, 경찰관 중에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대개 활기차고 긍정적인 모습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의미가 있으니 열심히 하고, 그것에서 기쁨을 느낍니다. 소명 인식을 갖고 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보람차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그리고 내가 사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소명 인식이 '좋은 삶'을 만듭니다."

저자가 행복의 적인 '비교'와 '익숙해​짐'을 이야기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보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우리가 계속 행복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자극, 즉 더 많은 물건이나 더 좋은 물건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경험보다 물건에 훨씬 쉽게 익숙해지고 적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비교와 익숙해짐이라는 중요한 방해물들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저자는 '나만의 생각장소를 하나쯤 갖고 살아가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고 진정한 나와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침묵 속에서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곳, 그것이 생각장소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매 분기 말 며칠씩 회사를 떠나 '생각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가족과도 떨어진 일종의 '생각장소'에서 고립된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지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도 매년 두 차례 일주일씩 별장에서 '생각주간'을 갖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직원은 물론 가족의 방문도 거절한 채 홀로 은둔해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전략을 세우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정리했습니다."

저자는 쇼펜하우어가 스스로 서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말한 글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신의 가치를 믿고, 막연한 내면의 불안에서 벗어나 봐야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져 '진정한 나'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잇는 길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건 간에 사람들은 제일 먼저 남들의 눈치를 본다. 인생사 대부분의 고민은 남들이 하는 말과 행동 때문에 생긴다. 왜 우리는 그토록 타인의 반응에 신경을 쓰는 것일까? 그 이유는​ 너무나 민감하고 쉽게 다치는 자존심이라는 연약한 감정 때문에, 또 내면 깊이 숨어 있는 불안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다양한 삶의 중심을 이끄는 근원적인 단어들과 그에 해당하는 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책 읽어주는 남자, 10년의 노트>는 나의 삶이 올바른 항해를 하고 있는지 나침반이 되어준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우리는 때로는 조그마한 글귀 하나로 위로를 받고 삶을 변화하는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 경제노트와 함께 '책 읽어주는 남자'를 자처하며 지낸 저자 예병일의 글은 '좋은 삶'을 이끄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은 누군가에 이끌려가는 삶이 아닌, 주체적인 삶,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깨닫게 해준다. 삶의 방향을 잃어버렸을 때, 다시 한번 이 책을 펼쳐보고 삶의 희망과 용기를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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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 유어 데스 스토리콜렉터 22
루이즈 보스.마크 에드워즈 지음, 김창규 옮김 / 북로드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캐치유어데스>는 루이스 보스와 마크 에드워즈의 우연한 만남으로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책이다. 마크 에드워즈는 작가 지망새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루이즈 보스가 마침 그 방송을 보게 된 것이다.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을 고민하고 있던 루이즈 보스는 심리 스실러 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던 마크 에드워즈의 재능과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고 함께 작품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하게 된다. 루이즈 보스의 연락으로 팀을 이루게 된 두 사람은 2011년 함께 집필한 <킬링 큐피드>와 <캐치 유어 데스> 두 작품을 온라인을 통해 자가출판한다. <캐치유어데스>는 영국과 미국 모두 아마존 전자책 소설 부문 1위에 올랐는데, 영국의 인디 작가로서는 처음 세운 기록이기도 하다. 이렇게 전자책으로 이미 검증받은 두 사람의 작품은 다시 종이책으로 재출간되면서 대중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으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책 <캐치유어데스>는 바이러스를 통한 끔찍한 공포를 다루는 작품이다.​ 바이러스 학자인 케이트는 아들과 함게 폭력적이고 괴팍한 남편에게서 도망쳐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온다. 16년 전, 학생이었던 케이트는 자원봉사로 한 연구소의 실험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실험을 진행하던 의사인 스티븐을 만나고 첫사랑이자 평생 잊지 못할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연구소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하고, 스티븐도 화재에 휘말려 죽게 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슬픈 결말을 맞이한다. 그리고 16년의 시간이 지나 아들까지 데리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케이트는 거리에서 죽은 스티븐과 똑같이 생긴 남자와 마주친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 남자의 뒤를 따라가고 만다. 남자는 자신의 죽은 스티븐의 쌍둥이 형인 폴이라고 밝힌다. 케이트는 폴에게 급격히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지만, 죽은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며 넘기려 애쓴다. 하지만 폴은 케이트의 이름을 듣더니 죽은 동생이 그녀 앞으로 남긴 편지가 있다며 보여준다. 하지만 편지에는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의 메시지만 적혀 있다. 이 소설의 특징은 로맨스 장르와 스릴러적인 요소들을 흥미롭게 배치했다는 점이다. 16년전 감기연구소에서 화재로 당시의 기억을 잃은채 살아가던 케이트가 남편으로부터 도망치듯 미국에서 영국으로 오게되면서 급박하게 사건이 진행되는 장면들이 흡입력있게 펼쳐진다. 영국에 온 케이트를 쫓는 존의 서늘한 모습, 아들인 잭을 지키기 위한 엄마로서의 케이트의 투쟁이 시작된다. 16년전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서 케이트는 폴과 함께 고군분투한다. 16년전 연구소에서는 무슨 일이 진행되었던 것인지를 알게되면서 바이러스의 무서운 공포를 느끼게 된다. 특히 이 책에서 신종 바이러스인 '판도라 바이러스'를 묘사하는 장면이 흥미롭다.

케이트를 쫓는 존의 독특한 성향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어릴때부터 존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은 남에게 고통을 줄 때뿐이었다. 결국 존은 건트 박사의 밑에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역할을 수행하며 생활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 책에서 감기연구소 원장이었던 건트 박사의 '바이러스 연구'에 대한 이야기가 치명적일만큼 무섭게 그려진다.

"연구 활동 중에는 전쟁과 관련된 것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 지적인 도전이었어. 독감의 새로운 흐름이나 완전히 낯선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흥분했지. 그런 바이러스가 정확히 어떤 결과를 불러오며 그 과정이 어떤지를 밝힌다는 건..... 흠, 그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 거야. 나는 바이러스에 배료된 미생물학자들의 네트워크에 속해 있어. 어떤 사람은 나비를 수집하고, 또 어떤 사람은 별을 연구하잖나. 우리는 바이러스를 사랑할 뿐이야."

"과학은 당연히 경쟁이야. 아주 멋진 지적 게임이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전 세계에 퍼져 있어. 소수의 과학자 조직이 최고의 바이러스와 질병을 개발하기 위해서 비밀리에 경쟁하고 있지. 우리는 세계대전 당시 과학자들이 발견한 지식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어. 그거야말로 원하는 거라면 뭐든 할 수 있었던 사람들의 결과물이야. 그때 팔려간 과학자들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실험할 수 있었지. 아름답지 않나. 우리는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실에서, 관리자들의 코앞에서 이런 실험을 했어. 미국, 남아프리카, 중국, 일본, 러시아, 서독 등지에서 말이야. 세상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이러스들은 바로 이런 환경에서 탄생했어. 에이즈 바이러스도 그렇지. 우리가 에이즈 바이러스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모를 거야."

<캐치유어데스>는 긴장감과 몰입력이 높은 스릴러 소설로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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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 2강 모두 신청합니다/ 본인 1명 신청합니다 대통령의 글쓰기 책을 통해서 글쓰기에 대해서 자세하게 배우고 싶습니다^^ 두 대통령의 공통첨과 차이점의 글쓰기, 첫 두서부터 맺음말까지 글쓰는 방법에 대해 강의한다고 하시니 설레임입니다^^ 꼭 참석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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