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양우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화제의 영화 <변호인>이 소설로 출간되었다. 책 앞부분에 '박찬욱' 감독의 추천사가 인상적이다. 이 책은 작가가 영화 <변호인>의 감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영화가 소설로 옮겨질때 감독의 목소리가 오롯이 들어간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 <변호인>은 각본가가 제 작품을 활자화한, 한국에서는 비교적 드문 예다. 각본가이자 감독이 지은 만큼 이 책은 영화 <변호인>에 붙이 권위 있는 해설서이기도 하다. 역사적 배경이 자상하게 설명되니 7,80년대를 못 겪어본 젊은이들이 읽기 딱 좋다. 영화로는 묘사하기 힘든 사람들의 속마음도 다 드러낼 수 있다는 점도 소설만의 특권이다. 또한 이것은 글로 꾸민 '변호인-디렉터스 컷'이다. 편집에서 들어내야 했던 장면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소설 <변호인>은 1980년대를 살아가던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고졸이라는 세상의 멸시, 자기 열등감 속에서 부동산 등기 업무, 세무 업무와 같이 '돈이 될 만한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맡았던 주인공 송우석. 그는 비록 가방끈은 짧지만 처세에 능한 인물이다. 그런 우석을 옆에서 돕는 넉살 좋은 사무관 동호와 함께 우석의 일상은 책 전반에 걸쳐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던 어느 날, 은인과 같은 국밥집 주인 아주머니 순애의 아들 진우가 시국사건에 휘말려 잡혀가게 되는데 우석은 이 과정에서 부당한 공권력이 한 개인의 존재를 짓밟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진우의 변호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돈밖에 모르던 속물 변호사가 우연한 기회를 통해 진정한 인권 변호사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편집되었던 장면들도 소설 <변호인>에서는 모두 드러난다. 소설 <변호인>의 장점은 영화 <변호인>에 대해서 좀 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설 <변호인>은 1970~80년대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이 부독련 사건을 필두로 한 공권력의 부당한 사용, 80년대의 신군부 정권의 '언론대학살' 등의 올바른 역사적 진실을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책 <전환시대의 논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역사란 무엇인가>에 등장하는 글귀들이 정의와 올바른 역사의식을 이야기하는 장면은 기억하고 싶은 문구로 남아있다.

"언론과 지식인이 알고 있는 지식과 갖고 있는 사상을 발표해야 할 때는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이다. 내일에 발표되는 지식은 이미 주위의 사람에게는 무의미한 것이다."

"가장 진실을 잘 알고 있는 국민이 가장 국가를 위할 줄 안다는 기본 원리는 공통으로 통한다. 진실을 비판을 낳는다. 어떤 사회도 어떤 정부도 비판의 여지없이 최선이거나 만능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화 <변호인>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들을 활자로 만날 수 있다. 소설 <변호인>을 통해서 기억에 남는 명문장을 간직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반갑다. ​진우가 송우석 변호사에게 했던 이야기는 깨질것 같지 않던 공권력 앞에서 꿈틀거리는 생명력 강한 진실의 위대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살은 기라고, 바위는 뿌사져서 모래가 되도, 계란은 깨나서 그 바위를 넘는다. 그카는 얘기 몰라예?"

영화 <변호인>에서 배우 송강호의 법정 명장면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송우석 변호사의 강렬한 울림의 대사를 읽어가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그런데 증인이야말로 그 국가를 법적 근거도 없이 국가란 법의 개념도 모르면서 국가 보안 문제라고 마구 내질러서 국가인 국민을 탄압하고 법을 짓밟았잖소? 증인이 말하는 국가란 이 나라 정권을 강제로 찬탈한 일부 군인들, 그 사람들 아니오?"

소설 <변호인>은 영화를 보면서 감동받았던 장면들을 활자를 통해 깊이 사색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또한, 영화 안에서 만나지 못했던 인물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이 책은 영화 변호인를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80년대의 시대적 배경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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