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3
안보윤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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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 쉰세 번째 소설선, 안보연 작가의 <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는 2024년 1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작품이다. 이 소설은 '세상 모든 곳의 뒷면'일 뿐으로 존재감 없이 살았던 수영이 무작위적 폭력성을 가진 언니 수미, 이타적인 행위를 가장한 폭력성을 지닌 노견 클리닉센터 원장의 모습을 통해 선택 불가했던 자신의 이기적인 삶을 되돌아보고 내면의 변화를 갖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수영은 폭력적인 언니 전수미와 살면서 악착같이 버티는 사람이 제일 참담하게 부러지는 줄은 모르고 악착같이 살았다. 하지만 수영은 전수미에게만 벗어나면 모든 게 괜찮아질 줄 알았던 생각과 달리 가는 곳마다 전수미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수영은 전세사기를 당하고, 물류센터에서 인간다운 노동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개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폭력성을 감추고자 하는 노견 클리닉센터 구원장의 직원으로 일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돌이켜보면 전수미는 자신을 해치는 일만큼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수치와 모욕을 견디는 건 항상 주변인들이었고, 평안을 구걸하는 것도 주변인의 몫이었다. 멋대로 사람을 휘둘러 지배력을 확인하는 것,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모든 것을 망쳐버리는 것, 전수미는 엄마 아빠의 불안을 양분 삼아 하루가 다르게 전능해진 셈이었다."

"전수미와 함께 사는 동안은 매일매일이 불안했다. 집으로 전화가 걸려오는 것도 누가 초인종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전부 공포스러웠다. 쏟아지기 직전까지 물이 차오른 가느다란 물병처럼 집 안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동안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견뎌야 했다. 존중받고 싶어 하는 나를, 조금이라도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싶어하는 나를, 조금이라도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싶어하는 나를 기를 쓰고 찍어 눌러야 했다.

나를 무시하는 것.

나를 함부로 대하는 것.

손쉽게 나를 짓이기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적극적으로 묵인하는 것."

"취업 준비를 해도 면접장에서 내게 주어지는 건 모욕적이고 치졸한 질문들이었다. 나는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고 제일 먼저 무시당하고 항상 크게 다쳤다. 급여의 상당 부분을 떼어먹히고 손쉽게 교체당했다. 그래도 나는 매일같이 노력했다. 전수미와 살면서 유일하게 배운 것은 그것뿐이었으니까."

이 책에서 상황이 절박한 사람들을 우선해 직원으로 채용하여 그들의 약점을 잡고 동물에 대한 인간의 폭력성의 민낯을 보여주는 노견클리닉센터 구원장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나는 말입니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같잖은 소리라고 생각해요. 의사결정권도 선택권도 권리능력도 없는 게 무슨 가족인가요. 개들이 짖거나 물건을 부수면 인간들은 아무렇지 않게 개를 내다 버립니다. 개가 이웃을 물기라도 하면 세상 합당한 이유를 찾았다는 듯 안락사시켜요. 그저 시간이 흘러 개가 늙었을 뿐인데도 인간들을 억울해합니다. 개한테서 악취가 난다고, 털이 빠지고 피부병이 생겨 흉측해졌다고, 돈이 많이 든다고 화를 내요. 세상에 그런 가족이 어딨습니까."

"여기 찾아오는 사람들은 좋은 보호자입니다. 그분들이 자신은 책임을 다했다고 자만할 수 있도록 내버려둬요. 주제넘게 굴지 말고."

"여기 개들은 모두 늙고 병들었어요. 그것 말고 다른 이유가 또 필요합니까? 개들은 안전하고 평화롭게 죽기 위해 여기로 왔어요. 죽기 위해 마련된 곳에서 제때 죽는 거죠."

폭력적인 언니 전수미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 기를 쓰고 살아온 수영은 스스로를 상처 입히는 비밀 속에 숨지 않고 가족을 상처 입히더라도 비밀을 토해내는 결심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수영은 언니 전수미가 자신이 저지른 형량을 받길 바라며 내부 고발자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자신은 언니 전수미와 다른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해보이는 수영의 모습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비밀을 삼킨 채로는 자작나무처럼 위로 뻗어 나갈 수 없다. 비밀은 너무 크고 무거워 나를 땅속으로 가라앉힌 뒤 도무지 도망칠 수 없게 뿌리로 옭아맬 테니까. 그러니 나는 모든 비밀을 토해낼 것이다. 더는 세계의 뒷면에 나를 가둬두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전수미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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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어렵지 않은 어른이 된다는 것
시골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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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사회 초년생의 무한 신뢰와 지지를 받는 재테크 크리에이터 시골쥐가 첫 책을 출간했다. <돈이 어렵지 않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시골쥐가 이십 대를 지나오며 쌓인 돈에 관련한 경험과 생각들을 담은 책이자 지금의 시골쥐를 만든 재테크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다. 0원에서 2억, 2억에서 '내 집 마련' 성공한 시골쥐의 스토리에 주식과 코인 투자로 큰돈을 번 이야기는 없다. 주식도 부동산도 모르는 사회 초년생이었지만 경제적 독립을 향해 차근차근 걸어나간 시골쥐의 도시 상경기에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재테크 스킬이 가득하다. 이 책은 절약은 어렵고 투자는 먼 얘기 같은 재테크 초심자에게 더없이 현실적인 조언이 될 뿐만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는 위안과 희망으로 다가온다.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자유'를 얻을수록 삶이 더 만족스러워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자유는 돈과 시간에 달려 있다는 점도 매번 깨닫습니다. 여러분이 자유로운 삶을 통해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길 바라며 지금까지의 제 고군분투 과정을 공유합니다."

이 책은 '1장 시골쥐, 우물에서 벗어나다 : 도시로 상경한 시골쥐가 깨달은 것들, 2장 시골쥐, 돈에 눈뜨다 : 주식으로 돈 불리는 비밀, 3장 시골쥐, 내 집 마련 성공기 : 차근차근 시작하는 부동산 공부, 4장 시골쥐, 인생의 운전대를 잡다 : 진짜 어른이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하여'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인생에서 굵직한 선택을 할 때마다 자신이 성장했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대학에 가능 대신 취직을 하기로, 8년 넘게 다디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하기로, 유튜브를 시작해보기로, 회사 밖으로 나오기한 선택들은 자신이 익숙함에 젖어들 때마다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고 말하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우물은 내가 처한 환경에 익숙해질수록 더 깊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자신이 익숙한 환경에 놓여 있다면 눈 딱 감도 도전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지금이 너무 안정적이어서 도전이 두렵다고 느낀다면 더더욱. 두렵더라도 결국 맞닥뜨려보면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고 오히려 더 넓은 세상과 다양한 기회, 그리고 자유를 만나게 된다."

저자는 고정지출 최적화는 소비 습관 관리에 가장 기본적인 단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새어나가는 지출을 점검하고 알뜰한 소비 방식을 익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고정지출을 관리하기 시작하면 변동지출에도 관심이 생겨서 차근차근 지출 관리를 시작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돈을 모은다는 건 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는 힘든 일이 아니라 내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고 집중하는 멋진 경험이었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사회 초년생 시절, 나는 나 자신이 어려모로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남들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가방을 메는지에 신경쓰기보다는, 내가 잘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며 더 나아가려 애썼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소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고, 돈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돈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도 생겼다."

저자는 재테크 공부는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지금까지 노력해서 번 돈을 지키고, 그 돈으로 꿈과 목표를 더 가까이 실현할 수 있게 도우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재테크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이 너무 크게 느껴져 새로운 분야를 또 하나 공부해야 하는 것 같아 귀찮기도 했지만, 재태크 공부는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힘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한 발 한 발 나아갈 때마다 내 돈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고, 그 돈이 나를 위해 일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 그 첫걸음을 내딛을 순간이다. 작은 공부가 내 미래를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 상상해보면, 단순한 공부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공부와 고생은 최대한 피하면서 큰돈을 벌고 싶은 욕심에 타인의 말에 기대는 쉬운 길을 택하는 투자의 방법으로는 돈을 벌 수가 없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행여 타인의 말을 듣고 한 번은 성공해도 그 다음에도 성공할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하며, 실패하면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에 대해 반문한다. 저자는 여러번 투자에 실패한 뒤에야 무엇보다도 결정의 주체는 내가 되어야 하며 타인에 기대어 내리는 투자 결정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수십 권의 책을 읽고 주식의 기초를 다지게 되었다고 말하며, 주식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 투자하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좋은 기업'이라고 무조건 주가가 오르지 않으며,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매수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야, 즉 그곳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가 많아야 주가가 상승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기업의 성과가 뛰어나고 재무구조가 탄탄해도 투자 트렌드와 맞지 않아 평생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투자자는 항상 뉴스, 신문,등에 눈과 귀를 열어두며 투자 트렌드를 파악해야 하고, 자신이 투자하려는 회사 대표의 성향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기업 분석을 하려면 관심 있는 회사의 개요 및 사업 내용을 읽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초보 개미를 지켜주는 4가지 마인드셋을 소개하여 인상적이다. 저자는 '작은 규모의 회사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기, 목표 수익율을 연 10% 이내로 잡기, 장기 투자의 힘을 믿기, 내 가치를 높이는 데 힘쓰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라는 투자의 4가지 원칙을 이야기한다.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데 자기계발에는 리스크가 없다. 사회 초년생일수록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지금 하는 일에 진심으로 몰입해보자. 회사에서 업무로 인정을 받고 대우를 받아야 소득을 늘리고 자존감까지 올릴 수 있다. 재테크도 좋지만 젊을수록 '나'에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성공한 투자자들은 하나같이 '마인드'를 강조한다. 마인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돈을 벌어봤자 모래성 위에 지은 집처럼 불안하기 마련이다. 공부하지 않고 타인에게 기대어 쉽게 돈을 벌어보려는 욕심, 일확천금을 바라는 헛된 마음은 마인드를 다잡아야만 없앨 수 있다."

돈도 어렵고 사회생활도 어려운, 그리고 진로 고민도 많은 과거의 자신의 모습과 사회 초년생을 독자로 상상하면서 책 <돈이 어렵지 않은 어른이 된다는 것>을 썼다는 저자는 누군가 이 책을 보고 미루기만 했던 재테크를 시작하게 되었다면, 삶에서 고민했던 도전을 해보게 되었다면 더할 나위 기쁠 듯하다고 말한다. 아득하게 먼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누구나 만나볼 수 있는 보편적인 사연을 가진 저자의 글은 재테크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전하여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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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미술관
강민지 지음 / 아트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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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부터 색의 역사를 연구해온 프랑스의 학자 미셸 파스투로에 따르면 파란색은 18세기부터 유럽인이 가장 선호하는 색으로 자리잡았고,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색으로 꼽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백 수천 가지의 색 가운데서도 유독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중세에는 성보마리아의 옷을 표현하는 색으로, 12세기부터는 유럽 왕권을 대표하는 색으로 사용되었고, 청신호, 청사진, 블루오션 등 긍정적이고 새로운 활로를 의미하는 단어에도 등장하는 파랑. 하지만 파란색은 눈부시게 찬란한 긍정의 의미만 내포하지 않는다. 서양에서 '블루'라고 하면 우울과 고독, 차가움과 냉정, 슬픔과 불안 같은 정반대 의미 또한 포함합니다. 어쩌면 이러한 점이 '파란색'의 매력이 아닐까.

파란색은 채도와 명도에 따라, 또 역사적 맥락에 따라 품고 있는 문화사적 의미가 다르게 전달된다. 그렇기에 색을 다루는 화가들에게 파란색은 감정과 감성을 담아내는 중요한 표현 수단이었다. 그리고 여기, 각자의 인생에서 마주한 희망, 사랑, 고난, 슬픔, 고독을 다채로운 파란색 물감으로 화폭을 채운 열다섯 명의 화가들이 있다. 때로는 환희에 빛나는 '코발트블루'로, 때로는 절망에 빠진 '프러시안블루'로 내면을 푸르게 채색한 화가들. 책 <파란색 미술관>은 파란색이 돋보이는 그림을 중심으로 작품에 녹아든 예술가들의 삶과 감정의 파고를 따라가며 그들의 예술 여정을 살펴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도 저마다 내면을 채색할 '나만의 파란색'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연의 빛과 색채로 세상을 물들인 화가 모네의 작품을 소개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미술계의 '성실함과 지구력의 아이콘'으로서 인상주의를 개척해나간 모네는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지나치기 쉬운 자연과 빛이라는 모티브를 사랑했다고 말한다.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기에 별 관심을 주지 않는, 하지만 너무나 소중한 자연을 소재로 본인만의 감각과 개성을 담아 우리에게 감동과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모네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안분지족의 삶이 진정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현인으로 다가온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다양한 미술 사조 가운데 인상주의가 많은 이의 사랑을 지금까지 꾸준히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밋밋하지도 않은 고유의 잔잔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하지만 인상주의의 가장 큰 매력은 어떠한 해석도 필요하지 않은, 보이는 것이 전부인 솔직하고 투명한 미술이 주는 시각적인 쾌락이 아닐까 합니다. 색채가 빛의 변화와 함께 달라진다는 인상주의의 신념으로 하나의 모티브 아래 몇 시간이고 몇 달이고 철저히 같은 곳을 관찰하고 탐색하고 연구한 화가는 기나긴 서양미술의 역사에서 모네가 유일합니다."

저자는 삶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예찬한 오귀스트 르누아르는 가족과 친구, 연인과 같이 주변 '사람'에 중점을 두고 그들과 함께하는 일상에서 삶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예찬한 인상주의 화가라고 말한다. 저자는 르누아르 예술 세계의 과도기에 그려진 <우산>은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파리의 어느 봄날에 길 위의 사람들이 우산을 펼치고 걸어가는 찰나의 순간을 담았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저자는 <우산>은 무엇보다도 의상과 우산을 포함해 화면 전체를 구성하는 파락 색조가 흐린 날씨와 은은하게 조화를 이루며 이들을 더욱 차분하고 포근한 분위기로 구현하는 데 일조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림은 언제나 즐겁고 예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르누아르는 "그림은 아름답게 드려야만 하며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힌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하루를 이전의 그 어떤 화가도 그린 적 없는 유쾌하고 즐겁고 밝은 분위기로 담아낸 르누아르처럼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어렵고 고단하지라도 환한 긍정의 희망을 담아 생각을 전환해본다면, 우리 '인생의 그림'도 따스한 온기와 빛으로 가득 물들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르누아르는 대중에게 화가로 인정받기 시작한 1890년 이전까지 경제적인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겪었습니다. 또 젊은 시절에는 장티푸스로, 나이들어서는 극심한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붓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몸무게가 47킬로그램까지 빠지며 건강 문제가 그를 무척이나 힘들게 했어요. 1870년부터 이듬해까지 치러진 프로이센 프랑스 전쟁은 그를 절망과 공포로 휘몰아 넣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르누아르의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먼, 아픔과 실연, 고난의 연속입니다. 하지만 생애 동안 6000여 점을 그린 그의 캔버스에는 이 같은 상황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사랑과 행복, 삶을 예찬하는 노래만이 황홀하고 상쾌하게 울려퍼지죠."

저자는 전통적인 미술에서 탈피해 새로운 미술을 향해 나아가 현실을 일으킨 화가, 파란색 그림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프랑스 현대 작가 이브 클랭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또한 저자는 IKB를 개발해 자신만의 파란 세상을 표현하고 잔 클랭처럼 독자들에게 뜨거운 열정으로 이루고 싶은 세상이 있는가를 질문하며 꿈꾸는 나만의 세상을 그려보기를 권한다.

"<캘리포니아>는 작품을 보지 않더라도 제목에서부터 클랭이 사랑하는 파란색으로 장관을 이룬 캘리포니아의 눈부신 하늘과 산타모니카 해변이 떠오릅니다. 클랭은 자신의 첫 작품이라며 서명했던 니스의 파란색 하늘을 항상 가슴에 담아두었다고 해요. 그후로 클랭은 자신의 예술 세계를 언제나 파란색으로 푸르게 가꾸어나갔죠. 그가 그토록 파란색을 좋아한 이유는 자신이 가고자 한 비물질의 세계, 즉 바다와 하늘, 우주의 색이 바로 파란색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클랭은 우주의 별이 되기 전, 캘리포니아의 빛나는 맑은 파란색의 하늘과 바다, 그 너머에 있는 우주의 생명력을 IKB로 표현하고 싶었나 봅니다."

"혁신과 창조는 파괴에서 시작됩니다. 낡고 진부한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나와야만 새로운 세상에 도달한다는 믿음을 멋지게 실천한 이브 클랭. 그 덕택에 미술은 더이상 눈앞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생각하는 것'으로 진보할 수 있었어요."

저자는 슬플 때도 행복할 때도 언제나 예술만을 찬미하며 독특한 색채 기법으로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20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화자이자 파블로 피카소의 영원한 라이벌 앙리 카티스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앙리 마티스가 1938년에 완성한 <두 명의 댄서>아 1947년에 제작한 <재즈의 이카루스>는 컷아웃 기법으로 만든 대표적인 작품이다. 저자는 이 작품들에서 활력이 솟아나는 역동적인 분위기는 배경과 인물이 아주 강렬한 파란색으로 표현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마티스에게 파란색은 '무한'의 색이었습니다. 질병의 고통 때문에 힘에 겨운데다 무거운 벨트까지 차고 있어야 했기에 평생을 천직으로 삼고 걸어왔던 화가의 길이 좌절되는 건 아닌지, 전쟁만큼이나 큰 상심과 두려움의 시간을 겪었을 마티스에게 파란색은 마음을 치유해주는 회복과 미래에 대한 낙관의 색, 무엇보다 움직임의 제약 속에서 너무나 간절히 누리고 싶은 자유의 색이었을 겁니다."

"다양한 색실로 그림을 짜넣은 질물인 태피스트리의 도안으로 마티스가 1946년에 완성한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폴리네시아, 바다>입니다. 이 작품은 그의 바람을 총체적으로 담은 역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세로 196센티미터, 가로 314센티미터의 압도적인 크기에 마티스의 자유의지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파란색과 그 위를 너무나도 자유로이 헤엄쳐 다니는, 마티스 예술 생애에서 그가 가장 애착을 가졌던 이국적인 무늬와 흰색의 다양한 바다 생물이 그의 내면에 자리한 자유에 대한 열망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듯합니다. "흡사 세계가 다시 태어난 듯 모든 것이 새롭다. 자연의 모든 것이 반짝반짝 빛이 나고 윤기가 드른다. 그 누구도 이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대수술을 받고 난 후 새로 얻게 된 삶의 소중함 속에서 자연을 더욱 사랑하게 된 마티스가 한 말입니다."

저자는 네덜란드의 후기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빈 센트 반 고흐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아를에 대한 빈센트의 환희와 감동은 1988년 아를데서 새출발한 빈센트가 그해 5월에 그린 <아를 근처의 작은 길>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아를 근처의 작은 길>의 일관성 있고 조심스러운 붓 터치로 표현된 하늘에서는 아를에서 빈센트가 느끼는 심적인 자유로움과 넉넉함, 편안함이 전해지는 듯하고, 캔버스 맨 위쪽 끝에 채식된 짙은 파란색에서는 빈센트가 아를에서 온몸으로 느꼈던 최대치의 행복감과 안정감이 전해지는 것만 같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저자는 아를의 푸른 하늘은 그 바로 아래에 앙증맞게 자리한 노란색의 소박한 이층집과 대비되어 광활하고 넉넉한 분위기로 가득한 이곳의 정취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아를의 넓은 들판 사이에 나 있는 작은 오솔길을 그린 것인데, 화면 앞쪽을 보면 앞쪽에서 시작되는 노란색 길이 왼편을 따라 끝도 없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배려심 많은 마을 주민이 무성히 자란 풀들을 옆으로 치워 사람들이 걸어다니기 편하도록 길을 터놓은 것 같네요. 그 길 양옆으로는 아빠의 듬직한 어깨처럼 커다랗고 우직한 잎사귀들이 풍성하고 빼곡하게 달려매우 넉넉해 보이는 나무들이 줄지어 있고요.

무엇보다도 이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처럼 '감탄할 만한 아를의 파란색 하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옅은 파란색에서 시작해 고도가 높아질수록 점차 짙어지는 파란색 그러데이션은 그 높이만큼 더 깊어지는 듯 보입니다. 마치 네덜란드에서 시작해 프랑스 아를로 이어지는 화가로서의 빈센트의 삶을 표현한 것 같지 않아요?"

"빈센트가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채워간 아를에서의 삶은 그의 고달프고 힘겨운 생애에서 가슴 벅찬 희열과 희망으로만 가득한 하루하루였으며, 화가로서 가장 큰 성장을 이끌어낸 순간의 연속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빈센트는 차갑고 외롭기만 한 자신의 가슴을 따스하게 품어주던 아를이라는 곳에서 어느 멋진 날 우연히 발견한 장면을 우리에게 남겨주었죠. <아를 근처의 작은 길>을 그린 그날, 빈센터의 청아하고 순수한 눈동자에 비친 끝없이 파란 하늘과 들판이 얼마만큼이나 신비롭고 매혹적이었을지 조용히 눈을 감고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저자는 경제 대공황을 맞은 20세기 미국에서 산업화된 거대 자본주의 도시를 살아가게 된 인간의 소외와 고독의 일면을 이미지로 구체화해 보여준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흥미롭게도 세상을 떠나기 7년 전인 일흔여덟 살에 호퍼는 밝은 느낌을 넘어 안락한 분위기까지 느껴지는 작품인 <일광욕하는 사람들>을 탄생시켰다고 말한다. 나무의자에 팔을 걸치고 앉아 세상 모든 근심과 걱정은 떨칠 채 그저 무념무상으로 자연이 선사하는 빛의 넉넉함을 그대로 느끼고 있는 듯해 호퍼의 작품 중 가장 평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감상할 수 있다. 저자는 항상 한두 명의 인물만 외로이 등장하던 호퍼의 이전 그림과 달리 여러 명이 무언으로 서로가 서로를 감싸며 보듬어주는 듯해 더욱 편안해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빛은 화려한 도시 뉴욕에서 호퍼가 느끼는 고독과 소외 속에서도 당당하고 멋지에 살아가고가 하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하는 매개체였다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빛은 호퍼를 살게 하는 힘이었어요. 이번 주말에는 편한 신발을 신고 햇빛 아래서 정처 없이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 손에는 향 좋은 커피 한 잔을 들고 말이에요. 복잡하기만 한 도시에서 느끼는 적막함과 외로움은 모두 증발되어버리고 우리의 몸과 마음은 가볍고 포근한 희망의 울림만으로 가득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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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 모든 판단의 순간에 가장 나답게 기준을 세우는 철학
히라오 마사히로 지음, 최지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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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도, 경제도, 정치도, 과학도 윤리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연애도, 직장 생활도, 육아도, 인간관계도,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윤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지탱하는 윤리를 생각하지 않으면 어떤 기준도 스스로 세우지 못하고, 사회의 요구에 따라, 누군가 정해놓은 답에 따라 살아가게 된다. 주인공은커녕 엑스트라도 될 수 없다.

책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는 윤리 철학의 핵심 원리를 '사회의 정의', '개인의 자유', '친밀한 관계와의 사랑'이라는 세 가지 기둥으로 명쾌하게 설명하며, 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상 모든 일의 질서를 마법처럼 해독하고, 그 안에서 가장 나다운 선택이 무엇이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끈다.

저자는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모두 동등한 존재이며 난 그중 하나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이를 의식하는 것이 가장 '나다운' 것을 찾는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정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고 말한다. 그래서 억울한 것이다. 저자는 억울함이라는 감정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 사회와 인간을 지탱하고 흔드는 아주 중요한 감정이라고 이야기한다. 모든 억울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정의와 관련된 정확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기술이 점점 발전하자 이제는 물건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기술을 응용할 수 있게 되었고, 연명 기술이라는 의료 기술의 발달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수명이 늘어나 오래 살 수 있게 됐지만 모든 병을 고칠 수 있게 되진 않다 보니 안락사의 문제가 나타나게 되었다. 저자는 안락사 논란이 현대에 들어와 더 심각한 문제가 된 것은 기술 발전이라는 배경이 있어서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인가, 특히 '잘'이란 무엇인가라는 윤리의 문제는 제쳐두고 무작정 '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의료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현혹되어 양과 수단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결과 질과 목적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잊어버렸고, 결국 주관적이고 모호한 것은 필요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저자는 여기서 빠져나오려면 애초에 행복은 개개인의 것이니 각자 스스로 찾아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정의는 객관적인 것, 사회적인 것이여서 개인이 혼자서 정할 수 없는 반면에 행복은 개인이 자유를 통해 주체적으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가 정할 수 없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적극적 자유를 사용해서 먼저 어떻게 살아야 내가 행복한지를 정해야 합니다. 앞서 나온 자기 결정, 자율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먼저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일반적인 상식에 좌우되지 않고 스스로 행복은 무엇이고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를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내 힘으로는 어찔할 수 없는 점을 보완해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삶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의 정의는 적극적으로 행복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불행히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는 소극적이다. 그리고 저자는 친밀한 관계도 사회적 정의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생활 기반을 제공해주지만 더 나아가 친밀한 관계는 우리의 행복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같은 친밀한 관계이지만, 가족이나 연인은 정말로 내밀하고 깊은 폐쇄된 관계이고, 친구와 지인은 밖을 향해 넓어지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회사처럼 공통성에 기반하는 종적인 관계는 바깥을 향해 더욱 펼쳐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터넷 환경이 지금처럼 발달하기 이전에는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알리는 일은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인터넷의 발달로 극치 평범한 사람도 그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기술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극단적으로 확대시킨다고 이야기한다. 인터넷에 타인의 험담을 쓰는 사람은 잠깐의 기분전환은 될 순 있어도 그것이 거짓말이라면 결국 본인에게도 사회에게도 상처를 남길 뿐이다. 저자는 우리는 모처럼 대단한 힘을 손에 쥐었는데 그 힘의 사용법을 모르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인터넷 사용법을 포함해, 정보 기술의 발달로 확대된 인간의 힘을 윤리적으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는 정보 윤리학의 큰 과제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의 저자 히라오 마사히로는 이상적인 사회, 순수한 사랑, 완벽한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들을 향해서 이상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를 좋게 만들고 싶다, 곤란한 사람을 돕고 싶다, 그녀에게 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등 균형을 맞추어 사고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삶도 살고, 친밀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이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이처럼 윤리학의 역할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요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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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제한선 - 1% 슈퍼 리치는 왜 우리 사회와 중산층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해로운가
잉그리드 로베인스 지음, 김승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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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부의 제한선>의 저자 잉그리드 로베인스는 불평등을 제어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 시스템이 공멸하기 직전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저자는 불평등을 제어하려면 빈곤층을 보조할 뿐 아니라 극단적인 부도 제한해야 한다고 도발적으로 주장한다. 그것이 결국 부유층에도 이롭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잉그리드 로베인스는 부의 극단적 집중화에 천착해온 세계적 석학으로 개인이 부에 상한선을 긋는 '부의 제한주의'를 주장해 왔다. '정치적 제한선'으로 순자산 기준 1천만 달러를, '윤리적 제한선'으로 1백만 달러를 설정한다. 정치적 제한선은 개인이 더는 축적할 수 없게 제도가 제약해야 하는 기준이고 윤리적 제한선은 돈이 더 있다고 해도 후생을 크게 늘리지 못하는 기준이다.

이 책은 철학자이자 경제학자로서 탄탄한 연구 사례와 세계 각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의 불평등 문제를 전개하며, 흔히 제기되는 반대 의견을 소개하고 그에 대해 다시 반박한다. 부의 제한선을 자발적으로 실행하는 슈퍼 리치들의 사례도 포함되었다.

부의 제한선은 가난한 계층을 계속 빈곤에 묶어두고, 민주주의를 특권층의 의견으로 물들이는 지금의 세상을 더 나은 세계로 이끌 것이다. 태어난 지역이나 상속액의 차이로 인생 출발선부터 겨갗가 너무 벌어지거나, 부유층의 탐욕적 소비로 지구를 황폐화하는 폐해에도 해법으로 작동할 수 있도. 누구도 천만장자, 억만장자가 될 자격은 없으며, 거의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했을 그 엄청난 돈으로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책 <부의 제한선>은 '진짜' 슈퍼 리치들이 부를 어떻게 감추며 향유하는지 눈을 뜨게 한다.

저자는 만약 당신이 어느 누구도 빈곤에 계속 묶여 있지 않기를 원하고 불평등의 심화가 나쁜 것이라고 인정한다면, 개인이 얼마나 많이 가질 수 있느냐에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말한다. 숫자로 말하자면, 불평등은 바닥과 꼭대기 사이의 거리다. 저자는 불평등이 줄어야 한다면 꼭대기에 한계가 있어야 하고, 자연히 그 상한은 개인이 축적할 수 있는 부에 제한선을 설정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극도의 부는 비가시적이라고 말한다. 많은 나라에서 부자들과 슈퍼 부자들은 다른 이들의 시야에 드러나지 않으려 한다. 저자는 겉으로 보이는 곳에서 불평등은 극단적인 부의 모습으로보다는 빈곤의 모습으로 스스로를 드러낸다고 이야기한다.

"불평등은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져서도 생기고 부자들이 더 부유해져서도 생긴다.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거나 중산층이 쪼그라들어서 불평등이 생길 때는 우리 눈에 더 잘 보이고 많은 사람이 피부로 이를 경험한다. (...) 반면, 매우 부유한 사람들이 더 부유해지는 경우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별로 없고 우리 대부분의 일상도 적어도 곧바로는 달라지지 않는다."

저자는 소득과 부는 다르게 경험된다고 말한다. 대개 가난한 사람들은 소득만 있고 부자들은 부득과 부가 둘 다 있다. 그런데 소득만으로는 미래를 계획하기 어렵다. 소득은 우리의 시야를 단기적인 문제에 집중시킨다. 저자는 반면 부는 장기적인 사고를 촉진한다고 이야기한다. 부를 가진 사람은 미래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거의 모든 국가에게 소득 불평등보다 부의 불평등이 더 크다.

저자는 노동자 계급인 빈곤층과 극빈곤층, 중산층, 부유층, 그리고 슈퍼 부자 계층으로 계급을 나누어 이야기하지 않고는 극단적인 부에 반대하는 논의를 시작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계급이 우리 사회와 삶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계급이라는 용어가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많은 사회에서 가장 신성하게 여겨지는 정치 원칙과 충돌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헌법에서는 모든 이가 평등하다고 선언했을지 모르지만, 삶에서 가질 수 있는 기회는 매우 불평등하고 얻게 되는 결과고 매우 불평등하다는 저자의 글이 눈길을 끈다.

"우리가 단지 계급에 대해 말하지 말도록 독려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계급이라는 관점으로 이야기하는 법 자체를 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삶에서 달성할 성공을 우리 개인이 내린 선택의 결과이리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발달이라든가 상이한 집단 간 이해관계 충돌이나 권력의 차이, 또는 우리가 일하는 회사를 소유한 사람들과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같은 외부 요인들은 잘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가정 외부의 영역에서 인간의 행동은 이기심으로 추동되며 이를 전제로 해서 사회를 조직하면 모두가 더 부유해질 것이라는 믿음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신자유주의 시대는 우리 사회에 충격적인 영향을 미쳤고 특히 부의 분대가 대대적으로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신자유주의는 슈퍼 부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한층 더 밀어붙이기에 완벽한 환경을 제공했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매커니즘이 국내적으로도 글로벌 규모에서도 극단적인 부의 집중을 가능하게 했을 뿐 아니라 빈곤을 영구적인 덫이 되게 만들기도 했다고 강조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시장 규제 완화, 기업과 부자에 대한 감세, 해외에서 공격적인 지정학적 개입 등을 위해 로비를 벌였다. 이 모두가 가장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득이 되었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해가 되었다."

저자는 불평등을 해결하지 않고도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빈곤을 다루려면 불평등을 다루어야 한다. 미국에서 부자들과 슈퍼 부자들에게는 다양한 세금 우대와 보조금을 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훨씬 덜 너그러운 정책을 운영하면서 정부 정책이 빈곤을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자본 이득에 세율을 올리지 않는 것, 최고소득세율을 내리는 것, 막대한 조세 회피를 용인하는 것도 빈곤의 해소를 어렵게 만들고 불평등을 악화하는 정부 정책이다. 저자는 이러한 결정을 내리고 나면 정부는 보편 의료, 공공 교육, 사회적 주거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정책에 쓸 돈을 충분히 갖지 못하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슈퍼 부자들이 가질 자격이 없는 부의 가장 명백한 형태는 상속 재산이라고 말한다. 상속은 극단적인 부의 중요한 원천이고, 때로는 누군가를 정말 엄청난 부자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거액의 상속은 다른 사람들에게, 또한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기회의 평등을 훼손한다. 사회의 계층 이동성도 훼손한다. 또한 역인텐티브를 발생한다. 저자는 게다가 상속은 경제를 효율적으로 굴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회사를 자손에게 물려주면 그 회사를 가장 잘 경영할 사람이 경영을 맡는 것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속이 막대하게 불평등하다는 점이지 상속 자체가 아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대규모 상속이 문제다."

저자는 우리 모두는 사회 계약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극도로 많은 부는 늘 다른 이들이 만든 토대 의해서 지어진다. 저자는 예를 들어 구글과 애플 같은 억만장자를 배출한 테크 기업들을 보면 가장 유명하게는 인터넷처럼 국가의 지원으로 기원이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테크놀로지들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많은 국가에서 정부가 공공재의 제공을 염두해 두고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테크 억만장자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부의 제한주의가 실현된 세계에서 최상층은 금전적인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다른 모든 사람에게 막대한 기회를 열어주고 우리 사회가 더 정의로워지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다. 저자는 소수가 과도하게 부를 쌓을 기회를 제약하면 대부분의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구 온난화의 피해가 큰 지역과 그 때문에 앞으로 삶의 기회가 빠르게 사라지게 될 사람들도 슈퍼 부자들이 과거에 일으킨 오염과 기후에 재앙을 일으키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야기한 피해에서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을 것이다. 중산층도 더 많은 기회를 누리게 될 것이다. 조세 수입이 늘어나서 사회 안정망을 강화하는 데 쓰이면, 모든 사람이 돈 걱정을 해야 할 필요가 줄어들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가장 좋은 것들을 창조적으로 생각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저자는 부자들은 기부를 생각하기 전에 애초에 그 돈을 도덕적으로 건전한 방식으로 벌었어야 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자선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려는 사람들이 물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우리가 정부를 왜 필요로 하는가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선가들이 정부가 못 채우고 있는 부분을 메운다면 정부는 자신의 의무를 계속해서 다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편리한 변명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의 필요가 누군가의 자선으로 충족되는 사람들은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대부분의 보수주의자와 자유지상주의자들은 '큰 정부'를 반대한다고 말한다. 정부가 우리 삶에 너무 많이 간섭하고 있으며 우리 돈을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 부당하게 가져가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평화롭고 효과적으로 돈을 벌게 해주는 시장은 정부 덕분에 구성될 수 있고 기능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우리가 갖게 되는 부는 현시대의 타인들, 그리고 과거의 사람들이 전해준 지식과 공동의 인프라에 의존한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지금의 우리 사회보다 집합적 후생이 더 크고 불평등은 더 작은 사회에서 살고 싶어 하는데, 정부는 이것을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매커니즘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모든 부유한 자선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것과 부를 쌓는 과정에서 과거에 저질렀을지 모르는 피해를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유한 자선가들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내가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지는 않은가? 생산 과정이 지역공동체나 고객이나 지구의 건강에 해를 끼치거나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지는 않는가? 내야 할 세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을 주무르고 있지는 않은가?

저자는 부의 제한주의는 어떤 부유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삶의 질을 위해 필요한 것 이상의 부는 사회의 구조적 불의를 타파하고 집합 행동의 문제를 다루며 충족되지 않고 있는 필요들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분배되야 한다고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우리는 안전성 있고 좋은 삶을 누리는 데 필요한 것 이상으로 가지고자 해서는 안 되며 우리가 가진 것을 불운한 사람들과 나누어야 한다는 도덕적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부자들은 수퍼 부자들이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부를 제한해야 할 건설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더 많은 돈이 있을수록 사회적 교류를 점점 더 나와 비슷한 사람들로만 한정하게 되고, 이는 다시 당신의 인간성을 변화시켜 현실 세계와의 접점을 잃게 된다. 또한 매일 부유한 사람으로서 날마다 내려야 하는 선택 각각은 다른 누군가의 삶을 달라지게 할 수 있는 선택이 된다. 이러한 계산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것은 당신의 인간성을 변화시킨다. 특히 저자는 더 우려스러운 점은 극단적인 부가 그 슈퍼 부자의 자녀들 심리를 부식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슈퍼 부자의 아이들은 물질적인 것은 많이 받으며 자라지만 관심은 거의 받지 못하면서 자란다. 저자는 아이에게 물질적 재화를 잔뜩 뿌려주면 '지연된 만족'의 가치를 알지 못하게 되고, 이는 아이들이 화나고 좌절했을 때 인내하는 참을성을 배우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호화로움 속에서 자라면, 특히 또 다른 부유한 사람들로 둘러싸인 버블 속에서 자라면, 화려하고 낭비적인 소비 패턴이 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

저자는 우리는 불평등이 어느 범위 이상으로 커지지 않게 하고 부자들의 잉여 재산을 사회의 긴박한 필요를 해소하고 집합 행동의 문제를 다루는 데 사용하는 경제 체제를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부의 제한주의 프로젝트에는 개인의 윤리에 대한 요소도 포함되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부의 제한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해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보는 방식, 사회를 보는 방식, 어떤 규범과 가치가 중요한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 우리가 투표로 선출하는 정치인, 우리 경제에서 기업이 운영되는 방식, 우리의 기본적인 사회 제도의 구조를 바꿔놓았다. 저자는 부의 제한주의와 신자유주의는 근본적으로 상충한다고 이야기한다. 신자유주의가 계속해서 지배적 이데올로기로 남아 있는 한 그것이 일으킨 영향과 싸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우리는 근원을 공격해야 하고 신자유주의를 더 인간적인 무언가로 대체해야 한다.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개념에만 협소하게 초점을 맞추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을 타협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공정성을 중심에 놓는 이데올로기로 말이다."

"인간 본성에 대해서도 신자유주의는 우리가 스스로를 '인적 자본'에 투자하는 존재, 또는 소비자, 또는 노동 시장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로만 보게 할 뿐 이웃으로서나 정치 독서 모임 등의 회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활동가, 조직가, 토론가로 보게 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른 사람들을, 지각을 가진 비인간 생물을, 지구를, 그리고 우리가 참여하는 모든 활동을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우리가 '정치적 동물로서' 민주적 과정을 구상해가는 공동체적 실천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정치를 다시 찾아와야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다시 찾아와야 한다."

이 밖에도 저자는 부의 제한주의가 필요로 하는 일로 계급 간의 분리를 줄이는 것, 경제 권력에 균형을 잡는 것, 조세 재정 당국의 역량 회복, 부정한 돈을 회수해 과거의 피해를 회복하는 데 쓰는 것, 국제 경제 구조를 더 공정하게 만드는 것, 경영자의 보수를 제한하는 것, 세대 간 부의 전승을 막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우리의 경제와 사회가 부의 제한주의가 실현된 세상 쪽으로 가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안들을 제시한 저자의 글을 읽으며 빈곤에만 주목하기보다는 부의 제한선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부의 제한선>은 극단적 부의 문제를 해부한 책으로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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