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 모든 판단의 순간에 가장 나답게 기준을 세우는 철학
히라오 마사히로 지음, 최지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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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도, 경제도, 정치도, 과학도 윤리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연애도, 직장 생활도, 육아도, 인간관계도,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윤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을 지탱하는 윤리를 생각하지 않으면 어떤 기준도 스스로 세우지 못하고, 사회의 요구에 따라, 누군가 정해놓은 답에 따라 살아가게 된다. 주인공은커녕 엑스트라도 될 수 없다.

책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는 윤리 철학의 핵심 원리를 '사회의 정의', '개인의 자유', '친밀한 관계와의 사랑'이라는 세 가지 기둥으로 명쾌하게 설명하며, 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상 모든 일의 질서를 마법처럼 해독하고, 그 안에서 가장 나다운 선택이 무엇이며,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끈다.

저자는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모두 동등한 존재이며 난 그중 하나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이를 의식하는 것이 가장 '나다운' 것을 찾는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정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고 말한다. 그래서 억울한 것이다. 저자는 억울함이라는 감정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 사회와 인간을 지탱하고 흔드는 아주 중요한 감정이라고 이야기한다. 모든 억울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정의와 관련된 정확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기술이 점점 발전하자 이제는 물건뿐 아니라 인간에게도 기술을 응용할 수 있게 되었고, 연명 기술이라는 의료 기술의 발달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수명이 늘어나 오래 살 수 있게 됐지만 모든 병을 고칠 수 있게 되진 않다 보니 안락사의 문제가 나타나게 되었다. 저자는 안락사 논란이 현대에 들어와 더 심각한 문제가 된 것은 기술 발전이라는 배경이 있어서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잘 사는 것이란 무엇인가, 특히 '잘'이란 무엇인가라는 윤리의 문제는 제쳐두고 무작정 '사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의료 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글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현혹되어 양과 수단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결과 질과 목적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잊어버렸고, 결국 주관적이고 모호한 것은 필요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저자는 여기서 빠져나오려면 애초에 행복은 개개인의 것이니 각자 스스로 찾아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정의는 객관적인 것, 사회적인 것이여서 개인이 혼자서 정할 수 없는 반면에 행복은 개인이 자유를 통해 주체적으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가 정할 수 없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적극적 자유를 사용해서 먼저 어떻게 살아야 내가 행복한지를 정해야 합니다. 앞서 나온 자기 결정, 자율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먼저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일반적인 상식에 좌우되지 않고 스스로 행복은 무엇이고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를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내 힘으로는 어찔할 수 없는 점을 보완해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삶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의 정의는 적극적으로 행복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불행히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의는 소극적이다. 그리고 저자는 친밀한 관계도 사회적 정의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생활 기반을 제공해주지만 더 나아가 친밀한 관계는 우리의 행복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같은 친밀한 관계이지만, 가족이나 연인은 정말로 내밀하고 깊은 폐쇄된 관계이고, 친구와 지인은 밖을 향해 넓어지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회사처럼 공통성에 기반하는 종적인 관계는 바깥을 향해 더욱 펼쳐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터넷 환경이 지금처럼 발달하기 이전에는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알리는 일은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인터넷의 발달로 극치 평범한 사람도 그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기술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극단적으로 확대시킨다고 이야기한다. 인터넷에 타인의 험담을 쓰는 사람은 잠깐의 기분전환은 될 순 있어도 그것이 거짓말이라면 결국 본인에게도 사회에게도 상처를 남길 뿐이다. 저자는 우리는 모처럼 대단한 힘을 손에 쥐었는데 그 힘의 사용법을 모르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자는 인터넷 사용법을 포함해, 정보 기술의 발달로 확대된 인간의 힘을 윤리적으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는 정보 윤리학의 큰 과제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의 저자 히라오 마사히로는 이상적인 사회, 순수한 사랑, 완벽한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들을 향해서 이상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사회를 좋게 만들고 싶다, 곤란한 사람을 돕고 싶다, 그녀에게 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등 균형을 맞추어 사고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 자신의 삶도 살고, 친밀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이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이처럼 윤리학의 역할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요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는 저자의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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