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엽 스님의 힐링 약차 - 수제차 명인이 들려주는 최고의 약차 레시피
선엽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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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엽 스님의 힐링 약차>는 힐링 약차를 개발한 선엽 스님이 그동안의 노하우를 총망라해 처음 펴내는 책이다. 이 책에서 선엽 스님은 약차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 약차가 우리 몸에 왜 좋은지, 또 약차를 만들기 전에 알아야 할 것 등에 관해 소개하고, 특히 우리 몸에 좋은 82가지 약차의 특징과 효능, 스님만의 약차 만들기 비법을 공개한다.

선엽 스님은 고통스러운 육신을 부여잡고 아픔과 싸우며 깊은 산중에서 홀로 투병생활을 하던 중 산길을 걷다 차를 공부하며 알게 된 낯익은 약초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한다. 선엽 스님은 약초들을 차로 만들어 마시며 신기하게도 몸이 회복되는 느낌을 받았고 그로인해 본격적으로 약초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한다. 선엽 스님은 200여 종이 넘는 차를 개발하며 약차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한 후 이전의 수많은 병들과 결별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선엽 스님은 내 몸에 맞는 한 잔의 차는 몸과 마음을 정화할 뿐만 아니라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인생의 가장 큰 명약이라고 말한다. 우리 땅에서 난 건강한 제철 식물로 만든 차를 마심으로써 병든 오장육부와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라고 이야기하는 선엽 스님의 글이 인상적이다.

선엽 스님은 차도 제각기 알맞은 계절이 있어서 봄에는 잎차, 여름엔 꽃차, 가을엔 열매차, 겨울엔 뿌리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철 약차를 계절별로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선엽 스님은 이렇게 할 때 차를 통해 보양과 보혈은 물론이고 해독과 치유 효과까지 볼 수 있다고 전한다.

선엽 스님은 차를 만드는 과정을 '제다'라고 하며, 차를 만들기 앞서 재료에 대해 이해하고 제다 용어를 알아두라고 말한다. 또한 선엽 스님은 차의 약성을 높여 더욱 효과적으로 음미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차를 만들기 위한 준비물은 가정용 건조기, 면포, 나무주걱, 대바구니, 팬, 찜솥, 종이호일, 토시, 한지이다.



이 책의 2부에서는 선엽 스님이 알려주는 간의 해독을 돕는 약차, 심혈관이 튼튼해지는 약차, 소화 기능을 개선하는 약차, 호흡기 질환에 좋은 약차,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약차, 면역력을 길러주는 약차, 여성의 몸을 지켜주는 약차라는 카테고리에 따라 82가지 약차의 특징과 효능, 스님만의 약차 만들기 비법에 관해 자세하게 배울 수 있어 인상적이다.

이 중에서 선엽 스님이 연잎의 특징을 소개하며 효능과 연입차 만드는 법, 마시는 법에 대해 소개하는 글이 눈길을 끈다.

"연잎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혈전을 녹이고 혈압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케르세틴 성분은 활성산소를 억제해 항바이러스, 항균 작용을 한다. 또한 연잎의 레시틴 성분은 뇌 기능을 자극해서 집중력이 좋아지게 한다.

연잎차는 폐와 기관지에 좋고, 피부 질환에도 효과가 있으며, 몸속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 지혈 및 수렴 작용으로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고 야뇨증에도 좋다. 갈증을 없애주고 더위와 습기를 물리치게 해 여름에 어울리는 약차다."



<선엽 스님의 힐링 약차>의 저자인 선엽 스님은 내 몸에 맞는 차를 만들어 먹고 정성껏 만든 차를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행복을 느껴보는 것은 최고의 축복이라고 말한다. 건강한 약차 한 잔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고 내면을 바라보는 명상의 시간은 삶의 여유를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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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0.2 - 지령 600호 기념호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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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월호 '내일을 여는 사람' 코너에서는 '크로스오버 첼리스트의 깊은 사랑'이라는 제목의 홍진호님의 인터뷰가 실려 인상적이다. 그는 <슈퍼밴드>에 나간 건 다른 장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으며 클래식에서는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는 절제미를 중시하는데 실용음악하는 출연자들을 보며 감정에 충실한 연주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았다고 말한다.


"첼로로 감동을 줄 수만 있다면 어떤 도전도 마다하지 않으려 해요. 그건 저를 위한 길이기도 해요. 새로운 감정과 지식을 얻는 순간이 정말 즐겁거든요. 관객은 결코 아둔하지 않아요. 음악에서 연주자의 행복이 느껴질수록 깊은 감동을 받죠. 제가 행복해지는 것이 첼로 본연의 음색을 제대로 전하는 길이라 믿어요."


샘터 2월호 '사물의 깃든 이야기'라는 코너에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준비한 방석'이라는 제목의 이유미님의 글이 흥미롭다. 이유미님은 8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 일터인 책방 '밑줄서점'을 오픈하며 친언니가 방석을 사온 이야기를 건낸다. 이유미님은 그날 하루 손님의 입장이 된 언니가 플라스틱 의자가 조금 차갑다고 생각했고 분명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느낄 테니 겨울에는 의자마다 방석을 깔아놔야 할 것 같다는 조언을 해준 것을 통해 역지사지의 삶을 배웠다고 전한다.


"상대방의 입장이 돼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들이 분명 존재한다. 손님들을 살뜰히 살핀다고 해도 앞으로 책방을 운영하다보면 미처 챙기지 못한 일들이 더 생길 것이다. 회사라는 정해진 영역에서 이젠 좀 더 넓은 시야로 주변을 바라봐야 하는 삶으로 변했다. 어쩌면 직장생활 때보다 타인을 향한 배려와 수고가 몇 배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에 의해 혜택을 누리는 생활을 해왔으니 앞으로는 나보다 타인을 위하는 마음자세로 전환해야겠다. 이제부터 내 삶의 모드는 역지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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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주든 말든 - 나는 본질을 본다
소노 아야코 지음, 오유리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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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주든 말든>은 일본 소설가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로 인상적이다. 작가 소노 아야코는 <멀리서 온 손님>이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오르면서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바람 잘 날 없던 어린시절을 보냈다. 불화로 이혼에 이른 부모 밑에서 자란란 외동딸의 기억에 단란한 가정은 없었으며 선천적인 고도근시를 앓았기에 작품을 통해 표현된 어린시절은 늘 어둡고 폐쇄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부조리는 소노 아야코를 소설가로서 성장하는 데에 밑거름이 되어주었고, 소설가에 대한 편견이 심하던 시대였으나 반골 기적인 소노 아야코는 망설임 없이 소설가의 길을 택했다. 소노 아야코는 평생 독신을 꿈꾸었지만 같은 문학 동인지 멤버였던 미우라 슈몬을 만나 22세의 나이에 결혼에 이르렀다. 하지만 소노 아야코는 50대에 이르러 작가로서 또 위기를 맞는다. 좋지 않은 눈 상태에 중심성망막염이 더해져 거의 앞을 볼 수 없는 절망을 경험한 것이다. 가능성이 희박한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안경 없이도 또렷하게 세상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맛본다. 태어나 처음으로 만난 거울 속 자신은 이미 주름진 반늙은이가 되어 있었다. 가톨릭 신자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유치원 때부터 대학까지 미션스쿨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신에게 비추어본 나약한 인간의 모습은 그의 문학을 관통하는 핵심이 되어주었다. 결혼 후 친정 어머니와 두 분의 시부모님과 한 집에 사아오면서 나이듦과 죽음에 대한 자연스러운 통찰을 담아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이 책은 '1부 관계의 본질, 2부 사랑의 본질, 3부 인간의 본질, 4부 행불행의 본질, 5부 삶의 본질, 6부 운명의 본질, 7부 자연과 신에 대하여'라는 6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소설가 소노 아야코는 자신을 추궁하지 말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무슨 일에나 앞에 '기껏해야' 라는 말을 붙여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껏해야' 라는 말은 결코 상대를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지위나 명예, 돈이 없어져도 상대를 존경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소노 아야코의 글에 공감한다. 자신을 추궁하지 않는 것은 상대가 가진 것에 따라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이다.


소노 아야코는 관련 없이 있을 수 있을 때만 상대를 무조건 좋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경험하지 않고 가까이서 실체를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상대의 약점을 알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닐까?


"우리는 관련 없이 있을 수 있을 때만 상대를 무조건 좋게 생각할 수 있다. 관계를 맺으면 자연히 상대의 실체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


이 책에서 소노 아야코가 인간의 삶이 지닌 양면성에 관해 전하여 인상적이다. 우리는 사회로부터 혜택도 받지만 피해도 입는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타인에게 주는 피해보다 받지 못한 혜택을 더 생각하는 존재라는 소노 아야코의 글은 인간의 너그럽지 못한 마음을 날카롭게 들여다보는 글로 눈길을 끈다.


"살아간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누군가에게 폐를 끼칠 요소를 갖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 점을 확실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와 동시에 그 사람은 다른 부분에서 사회에 도움을 준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는 사회로부터 혜택도 받지만 피해도 입게 된다는 말이다.

혜택만 받고 피해는 전혀 없는 사회라는 건 아예 있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인간은 외부에서 받은 혜택은 잊어버리기 쉽고 피해본 것만 오래도록 깊이 간직하는 존재하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이 책에서 소노 아야코가 이분법적인 사고를 넘어서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유연한 모습을 이야기하여 흥미롭다. 인간의 절망이야말로 인간적이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타인의 사정 안에는 고독이 존재하며 그것은 인간을 단련시킨다는 소노 아야코의 글은 완전한 인간을 향한 엄격함이 아니라 인간의 나약함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타인이 자기 생각대로 안 된다는 것에 누구나 애초에 절망하는 장소가 바로 도시다. 그리고 절망했다고 해서 사회가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다. 나는 그런 절망이야말로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 배후에는 다른 사람이 짐작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 그 고독감이 인간을 단련시키는 면도 있다."


이 책에서 소노 아야코는 인간의 사랑에 관한 깊은 본질은 이야기한다. 소노 아야코는 자기 주변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어떻게 눈에도 보이지 않는 신을 사랑할 수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소노 아야코는 나와 눈을 맞대고 나에게 상처를 주고 나를 기쁘게 하는 바로 주변 사람들을 먼저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우리들은 모두에게 호의를 갖고 있습니다."

"모두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모두'란 누구를 칭하는 것인가? 그것은 멀리 있어서 별 상관없는 사람들을 칭하는 것이다. 가까이 있어, 그 언동 하나하나를 감지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결코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자기 주변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데 어떻게 눈에도 보이지 않는 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만약 멀리 있는 신은 멀리 있는 사람처럼 직접 해를 끼치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소노 아야코는 인간을 멋지게 하는 것은 자신의 이익을 구하지 않을 때라고 말한다. 자신의 이익에 도움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위한 숭고한 희생과 자비를 베푸는 사람들이야말로 인간의 인간다움을 전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인간을 멋지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 사람에게 위기감이 들 때가 아닐까? 죽음의 문턱에 다가선 사람, 위험한 작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 득실을 떠나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 어려움을 감내하는 사람... 이들을 지켜보는 제삼자로서는 뭔가 해주고 싶다는 맘이 든다. 그러나 그 사람들의 운명을 크게 바꿀 만한 어떤한 힘도 내게는 없다고 생각하면 슬픔마저 느끼게 된다.

그 순간, 나는 그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갖게 된다. 결국 인간의 인간다움, 인간의 정신, 인간의 능력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지수란 다름아닌 그 사람이 얼마만큼 자신 이외의 것에 진심을 전하고 있는가이다.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더구나 그것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는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나는 이익을 보고 싶다, 나 자신은 어려움을 당하고 싶지 않다, 비난받고 싶지 않다,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에게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매력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일은 먹을 거리나 얻어 먹으려 하는 개들도 하는 행동이며, 인간으로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소노 아야코는 진리에 도달하기에 앞서 진실을 알고 인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무엇이 진실인가에 대해 먼저 알고 난 이후에 우리는 진리를 발견할 수 있으며 타고난 본성대로 자유인이 될 수 있다.


"진리라는 말은 아주 약간은 위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이 말은 진리에 도달하기에 앞서, 진실을 알고 인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즉, 자기가 얼마나 어설픈 인간인지 깨닫는 것도 하나의 진실이며, 이 세상에는 추한 것과 아름다운 것들이 뒤섞여 있다는 것도 틀림없는 진실이다. 그러한 것들을 인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들은 타고난 본성대로 자유인이 될 수 있다. 허세 부리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든가 이상주의자에게는, 당연한 말이지만 자유는 없다고 봐야 한다."


소노 아야코는 거짓말이라는 것은 예술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허구의 언어인 문학을 읽고 허구의 영상인 영화를 보면서 웃고 눈물 흘리며 감동하는 이유는 거짓말 속에서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 아닐까? 위대한 상상력이 더해져 창조된 허구는 인간의 삶을 반성하고 통찰하게 하는 힘이 존재한다.


"거짓말이라는 것은 예술이다. 거짓말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도 진실이 남는, 불가사의한 것이다."


소노 아야코는 참된 평화와 용서는 자기가 상처받지 않고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평화와 용서는 자신의 고통과 상처를 깊이 이해한 후에야 깨달을 수 있다.


"참된 평화와 용서는 자기가 상처받지 않고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평화라는 것이 남은 살고 나는 죽는 일이라고 한다면, 평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나 자신이 상처받지 않아도 되는 허울 좋은 이야기 따위는, 대부분의 경우 이 세상에서 거의 힘을 갖지 못한다."


소노 아야코는 병이나 고통이 인간에게 겸허함을 가져다 준다고 말한다. 삶의 큰 고통을 경험한 자만이 타인의 상처를 깊이 공감할 수 있으며 자신의 힘과 노력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존재한다는 진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병이나 고통이 인간을 부드럽고 여유롭게 하는 경우가 곧잘 있는데, 그것은 그때까지 자신감에 가득 찼던 사람도 믿기 어려울 만큼 겸허해지기 때문이다. 겸허함이라는 것은 건강과 원만한 환경이 주어졌을 때에는 좀처럼 몸에 배기 어려운 '향기'이다."


소노 아야코는 가난은 인간다운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신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가난 속에서 인간의 마음에 배려와 인내와 겸허가 자라난다는 소노 아야코의 글이 눈길을 끈다.


"풍요로움은 때때로 인간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경우가 있어 위험하지만, 가난은 인간다운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신의 선물이다. 왜냐하면 풍요로움 속에서 성장하려면 엄격한 자율 정신이 필요한데, 가난 속에서는 예외 없이 인간의 마음에 배려와 인내와 겸허가 자란다. 물론 난폭함이나 막무가내 행동, 도덕적인 감각의 결여를 초래하기도 하지만."


소노 아야코는 약자는 상대 안에서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을 동시에 발견하기를 두려워하며 자기와 반대 입장을 취하는 사람을 용서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소노 아야코는 폭력적인 사람은 모두 약하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강한 힘은 폭력이 아닌 따스한 말과 사랑을 베푸는 자비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한 사람 속에 위대한 부분과 비겁한 부분, 섬한과 둔감함이 공존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약자는 상대 안에서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을 동시에 발견하기를 두려워한다.

바르다고 생각한 것을 위해 결코 남에게 양보하지 않고 그것을 위해 남몰래 싸우다 죽을 수 있는 사람은, 진정한 강자다. 자기와 반대 입장을 취하는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 약자이다.

강한 듯 보여도 폭력적인 사람은 모두 약하다. 그리고 그 약한 성격은 평생 치유되지 않는다."


소노 아야코는 언제 죽어도 미련이 없게끔 인생 최후의 순간에 필요한 것은 납득과 단념이라고 말한다. 납득과 단념은 삶을 집착하지 않고 인생의 하루하루를 감사하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길을 만들어 준다.


"인생 최후의 순간에 필요한 것은 납득과 단념이라고 생각한다.

납득하려면, 매일 인생의 손익을 계산하는 짓일랑 그만두고 늘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해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 고 생각하는 버릇을 들인다. 게다가 나는 사소한 일이라도 즐길 줄 안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재능이라 생각하는 것은 다른 이의 장점을 유머러스하게 도출해내는 것이다. 그래서 내 인생은 재밌고도 좋은 일들로 가득하다. 만약 사후에 저 세상이 없어도 나는 조금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서 신의 축소판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사람들과 만났고,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멋진 자연과도 조우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 죽어도 미련이 없게끔 준비하는 중이다.

납득과 더불어 '단념'도 필요하다. 이것도 젊을 때부터 훈련해야 한다. 노력은 해보지만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달리 말하면 '인생은 사회가 어떤 형태가 되든, 원형 자체가 제대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희망은 실현되지 않는 다는 것이 당연하다' 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소노 아야코는 신은 천천히 열매가 익기를 기다리듯 인간이 충분히 고통 받고, 길을 찾아 헤매고 스스로 상처받으며 답을 찾아내길 기다린다고 말한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마주할 때 어른같은 신은 공평히 빛과 비를 내린다.


"신이 만약 어른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착한 이에게만 햇빛과 단비를 내리고 나쁜 이에게는 암흑과 메마른 사막만을 주려 하면 어떻게 될까? 적어도 나를 포함한 절대 다수의 속물들은 연명하기 위해 모두 신이라는 무서운 존재의 비위를 맞추며 필사적으로도 마음에도 없는 아첨을 할 것이다. 선악의 의미도 생각하려 하지 않고 그저 신이 내리는 평가에 일회일비하며 우왕좌왕할 것이다.

그러나 신은 어른이다. 신은 천천히 열매가 익기를 기다리듯 인간이 충분히 고통 받고, 길을 찾아 헤매고 스스로 상처받으며 답을 찾아내길 기다리신다.

기껏 그 나이를 먹고도, 유치한 논공행상을 함으로써 남 못지 않게 사람을 다루고 있다고 믿는 단순한 경영자 같은 구석은 전혀 없다. 모든 이에게 공평히 빛과 비를 내리신다. 이 광경만큼 냉정하고도 장대하며 관대하여 나를 전율케 하는 것도 없다."


<알아주든 말든>은 소설가 소노 아야코가 세상을 바라보는 유연한 삶의 본질을 보여주는 에세이로 인상적이다. 이 책은 소설가 소노 아야코의 삶의 혜안과 통찰을 담은 어록을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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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0.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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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1월호에서 '내일을 여는 사람' 코너에서 '편견이 사라진 뮤지컬무대를 꿈꾸며'라는 제목의 뮤지컬 공연기획자 고은령의 인터뷰가 소개되어 눈길을 끈다. 고은령은 눈가 귀가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느끼는 시청각장애인들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관객을 맞이하는 예술인이다. 극장에 동행한 보호자들까지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행복하게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 것 같다는 고은령의 꿈이 감동적이다.


"2005년에 KBS 아나운서가 되었지만 대본대로 전달하는 일이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저는 틀 안에서 정해진 일만 하며 살기 힘든 사람이란 걸 깨닫고는 더 늦기 전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에 도전하며 살고 싶어졌어요. 안정적인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머릿속에 있던 공식이 완전히 깨어버렸죠."


"공연의 재미를 처음 느꼈다는 피드백을 받자 비로소 제가 할 일을 찾은 것 같아 감격스러웠어요.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비로소 제가 할 일을 찾은 것 같아 감격스러웠어요.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사실 많이 불안했거든요. 무작정 공연이 좋을 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몰랐고 그렇다고 프리랜서로 불러주는 곳도 없었어요. 아무도 저를 찾지 않을 때 유일하게 장애인 분들이 저를 필요로 했던 거예요. 제가 있어야 할 곳은 그들의 옆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샘터 1월호에서 '연암의 눈으로 세상 보기'라는 코너에서 박수밀님이 쓴 "한결같은 마음이면 백 사람을 얻으리"라는 제목의 글이 인상적이다. 박수밀님은 연암은 세상에서 말하는 쓸모없는 사람이 진짜로 쓸모있고 세상에서 말하는 쓸모 있는 사람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한다고 전한다. 권세 있고 직업 좋은 사람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없고 천한 신분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이다. 어떠한 형편의 친구든 똑같은 마음으로 진실하게 대한다면 어느 사이 내 옆에는 좋은 친구들이 서로 응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박수밀님의 글에 공감한다.


"실제로 우리 사회를 깨끗하게 만들고 건강하게 만드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낮은 사람들이다. 엄행수는 더럽고 지저분한 똥을 푸는 사람이지만 깨끗하고 향기로운 사람이었다. 연암에게 좋은 친구는 권력이 많거나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진실한 사람, 따뜻한 사람, 겸손한 사람이었다. 이는 신분제 사회에 바탕을 둔 그 당시를 고려하면 새로운 인간형의 발견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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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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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대기과학자이자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 조천호가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를 이야기하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저자는 기후변화 지식은 축적될수록 위기의 순간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깊이 있는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지구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이 자연의 거대한 힘과 겨룰 정도가 되는 인류세에 들어서며 물질적 진보는 세상을 더 문명화된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지만 이로 인해 기후변화에 시달리는 지구에서는 무질서와 불확실성으로 과거에서 미래를 이어주던 끈이 닮아 없어져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 때문에 지구 안에 살아가는 인간은 엄청난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 식량과 물, 에너지, 환경, 보건 등 사회 기반 체계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기후 변화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이야기해준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성찰이 절실하다. 빨간 지구에서 파란 하늘을 꿈꾸었던 글을 담아 이 책의 제목을 지었다는 저자의 바램처럼,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 모두가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이야기해줍니다. 기후변화는 식량과 물, 에너지, 환경, 보건 등 사회 기반 체계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지구를 바꿀 정도로 강력해졌지만 자신이 가진 힘을 스스로 제어하는 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결국 앞으로 기후변화의 위기가 다른 문제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은 기후변화에 대한 성찰이 이끌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1장 '기후, 생명의 탄생에서 인류세까지, 2장 변화, 미래의 유일한 상수는 기후변화, 3장 위기, 파국은 한순간에 찾아온다, 4장 먼지, 있어야 할 먼지, 골칫거리 먼지, 5장 대응, 기후변화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6장 예측, 알 수 없는 미래마저 준비해야 하기에'라는 6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지구 미래는 새로움이 아니라 지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1만 2,000년 전에 빙하기를 뒤로하고, 현재의 따뜻한 간빙기인 홀로세가 들어섰다. 홀로세는 인류가 자연과 조화로운 '완전한 시대'라는 뜻이다. 그전보다 기후변동성이 매우 작은 안정한 시기였다. 저자는 홀로세의 지구는 다양성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생명체들로 넘쳐나는 보물상자이며 인류에게 더없이 안성맞춤인 행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누리는 기후와 우리가 의존하는 생물 다양성은 홀로세의 환경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홀로세는 우리가 아는 한 인류가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환경이며, 이것이 홀로세를 지켜내야 할 절박하고 충분한 이유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우리는 인류 문명이 인간 지성의 필연적 결과라고 생각하는 오만을 저지르고 있지만, 지구 역사를 보면 이 역시 좋은 기후 조건을 만난 덕에 일어난 우연한 사건일 뿐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수억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화석연료를 태워 오늘날의 번영을 이뤘다. 하지만 이 번영은 과거 7,000년에 걸친 문명을 지탱해왔던 안전된 기후를 붕괴시킬 정도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제 인류는 자연적인 기후변동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체가 되었다."


오늘날 지질시대 구분은 자연의 힘이 아니라 인간의 힘으로 주도된다. 즉, 인류는 자신의 시대, 인류세를 열어젖힌 것이다. 저자는 인류세에 진입했음에도 아직 지구가 별문제 없어 보일수도 있지만 이는 지구가 인간이 가하는 압막을 완충하고 완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지구도 지속적이고 강력해지는 충격으로 속은 멍들고 있으며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물적 성장과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자연이 인간에게 한량없이 베풀어주지는 않는다고 경고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인간은 자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한 자연의 반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인류세는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능력이 더는 인류에게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현대의 종말을 뜻한다는 저자의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우리가 의존하는 지구환경이 안정되었기 때문에 예측 가능했다. 우리 선조들은 그들의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환경이 그들과 같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거대한 가속'의 시대에는 미래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 즉,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미래를 투사하거나 해오던 방식대로 메꾸기만 한다면 지속할 수 있는 미래로 갈 수 없다.

세계 인구는 2050년에는 약 90억~100억 명으로 불어날 테고, 그들 모두는 이 지구상에서 윤택한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이 상태에서 지속할 수 있으려면, 이제 우리 스스로 제한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모든 제약을 넘어서고 있다. 인간의 본성에는 한계를 뛰어넘으라고 충동질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인간의 존재를 위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험이 되기도 한다."


"우리 자신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야 한다. 인간이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이 행성은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지구를 가치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지구에 의미를 부여하고 지구를 우주에서 특별한 행성으로 두드러지게 한다."

저자는 기후 평균값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자연적인 움직임을 '기후변동'이라고 하며, 기후변동은 엘니뇨, 라니냐, 또는 북극 진동같이 주기적 또는 간헐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후 변동의 범위를 벗어나는 상태를 '기후변화'라고 하며, 오늘날 기후변화는 특별한 설명이 없는 한,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자연적인 기후변동의 범위를 벗어나서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위기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를 포함한 넓은 범위의 지구환경의 변화를 의미한다.


"기후에 맞추어진 우리 삶과 문명도 기후가 바뀌면 불안정해진다. 지구의 오랜 역사에서 실제 기후는 줄곧 변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체가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고, 그 변화가 좋은 쪽이 아니라 인간에게 나쁜 쪽이라는 점이 문제다."


저자는 지구가 충격을 받으면 처음엔 지구위험한계의 '불확실 영역'에 들어서며, 이때는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복원력이 작동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불확실 영역을 넘어서면 지구는 '고위험 영역'으로 진입하며 어느 순간 작은 충격으로 전체 균형이 무너지고 복원력이 작동하지 않으므로 원상태로 회복할 수 없다. 저자는 지구위험한계를 관리하는 것은 우리가 아플 때 체온을 관리하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지구위험한계도 고위험 영역에 진입하기 직전인 불확실 영역에서 사전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구위험한계는 요소들을 단순히 겹쳐 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환원론적으로 과학을 수행하지만, 지구는 전체가 하나로 반응한다. 그러므로 실제는 지각된 부분들의 합과 다르다.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가 위험한계를 넘어서면, 수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로 이어져 산호초가 파괴되고 물고기도 영향받는다. 생물 다양성과 물의 이용은 결정적으로 기후변화에 달렸다. 그리고 기후계와 생물 다양성의 최종 상태는 민물의 양, 토지 이용, 질소와 인의 흐름이 작용한 결과가 곱해져 결정된다. 즉, 모두는 하나를 위한 것이고 하나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한 가지 지구위험한계에 치중하기보다 모든 한계가 안전한 운영 공간에 머무르도록 통째로 관리해야 한다."


저자는 기후변화는 독립적인 쟁점이 아니며, 이는 인류가 직면한 다른 주요한 문제의 맥락에서 인식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후 문제는 인구 증가와 별개의 문제가 아니며 에너지 문제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물 이용 가능성은 결정적으로 기후에 달려 있으며, 생물 다양성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기후 문제의 복합성은 우리 삶의 모든 면의적용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지금까지는 지구를 파탄 내는 길을 통해 문명을 구축해왔으나 이 방식을 이제는 더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다음 세대에게 알맞은 지구를 물려주려면 기후환경의 가치가 높아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현재의 삶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후손들이 살아갈 환경을 지켜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이 아닐까?


"온실가스는 수백 년에 걸쳐 계속 축적되면서 영향을 미치므로 미래 세대는 지금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한 편익은 없이 위험과 이에 따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비용을 미래 세대에게 모두 떠넘기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우리를 따라서 다음 세대로 역시 그 비용을 그다음 세대로 떠넘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후변화의 문제는 후손의 후손에게로 넘겨져, 결국 인류는 멸망을 자초하게 된다."


온실가스의 약 70퍼센트는 세계 인구의 20퍼센트 이하가 거주하는 선진 공업국에서 배출되었고, 기후변화 피해는 세계 온실가스 3퍼센트만을 배출한 저위도에 사는 가난한 10억 명에게 집중된다. 기후 변화의 비대칭적 피해 영향은 가난한 나라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저자는 우리가 정의롭게 변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지금 가난한 사람의 고통은 곧 부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고통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거대한 자본을 무기로 하여 약소국들의 환경을 더럽히고 약탈하는 선진국들의 행태는 사라져야 할것이다.


"기후변화 적응은 같은 시대에 사는 사람 간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이다. 부유한 국가는 잘살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반면 가난한 국가는 배출 책임과 무관하지만, 기후위험에 노출되어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처럼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빈곤 국가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사회 기반시설 구축과 예방적 조치 등이 수행되어야 한다."


과거의 위험은 홍수, 가뭄, 지진, 화산, 전염병처럼 자연에서 발생하는 외부적인 것이었다. 선진사회에서는 방재 기술이나 보건 위생 등의 결핍을 채움으로써 위험을 해결해왔다. 반면에 저자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오존층 파괴, 생태계 파괴, 오염먼지와 같은 현대의 위험은 과거의 결핍을 메웠던 산업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수 밖에 없는 위험이라고 말한다. 이는 주로 결핍이 아닌, 더 잘 살고자 하는 과잉 욕구 때문에 발생한다. 저자는 발전만을 추구하는 과소비 체계를 바꾸는 선택을 지금 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선택할 여지도 없이 시련을 겪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후변화는 그 심각성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통해 현재의 생활 방식과 산업 구조를 바꿔내는 사회 변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저자의 절실한 외침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대기 화학 조성의 변화로 일어난 과학 문제이지만 이 변화는 산업혁명에서 시작한 사회경제 체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전자가 기후변화는 어떤가에 관한 '사실'의 문제라면, 후자는 우리 사회가 어떠해야 한다는 '가치'의 문제다. 위험은 과학기술로 만들어낸 복잡한 사회 시스템 자체에 내재해 있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오염 문제처럼 그에 관한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벗어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다. 핵전쟁이 갱단이 저지르는 폭력과 차원이 다른 것처럼, 기후변화는 지역적인 환경오염과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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