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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0.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샘터 1월호에서 '내일을 여는 사람' 코너에서 '편견이 사라진 뮤지컬무대를 꿈꾸며'라는 제목의 뮤지컬 공연기획자 고은령의 인터뷰가 소개되어 눈길을 끈다. 고은령은 눈가 귀가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느끼는 시청각장애인들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관객을 맞이하는 예술인이다. 극장에 동행한 보호자들까지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행복하게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생긴 것 같다는 고은령의 꿈이 감동적이다.
"2005년에 KBS 아나운서가 되었지만 대본대로 전달하는 일이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저는 틀 안에서 정해진 일만 하며 살기 힘든 사람이란 걸 깨닫고는 더 늦기 전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일에 도전하며 살고 싶어졌어요. 안정적인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머릿속에 있던 공식이 완전히 깨어버렸죠."
"공연의 재미를 처음 느꼈다는 피드백을 받자 비로소 제가 할 일을 찾은 것 같아 감격스러웠어요.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비로소 제가 할 일을 찾은 것 같아 감격스러웠어요.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사실 많이 불안했거든요. 무작정 공연이 좋을 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몰랐고 그렇다고 프리랜서로 불러주는 곳도 없었어요. 아무도 저를 찾지 않을 때 유일하게 장애인 분들이 저를 필요로 했던 거예요. 제가 있어야 할 곳은 그들의 옆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샘터 1월호에서 '연암의 눈으로 세상 보기'라는 코너에서 박수밀님이 쓴 "한결같은 마음이면 백 사람을 얻으리"라는 제목의 글이 인상적이다. 박수밀님은 연암은 세상에서 말하는 쓸모없는 사람이 진짜로 쓸모있고 세상에서 말하는 쓸모 있는 사람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한다고 전한다. 권세 있고 직업 좋은 사람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없고 천한 신분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이다. 어떠한 형편의 친구든 똑같은 마음으로 진실하게 대한다면 어느 사이 내 옆에는 좋은 친구들이 서로 응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박수밀님의 글에 공감한다.
"실제로 우리 사회를 깨끗하게 만들고 건강하게 만드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낮은 사람들이다. 엄행수는 더럽고 지저분한 똥을 푸는 사람이지만 깨끗하고 향기로운 사람이었다. 연암에게 좋은 친구는 권력이 많거나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진실한 사람, 따뜻한 사람, 겸손한 사람이었다. 이는 신분제 사회에 바탕을 둔 그 당시를 고려하면 새로운 인간형의 발견이라고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