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하늘 빨간지구 -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
조천호 지음 / 동아시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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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는 대기과학자이자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 조천호가 기후변화와 인류세, 지구시스템에 관한 통합적 논의를 이야기하는 책으로 인상적이다. 저자는 기후변화 지식은 축적될수록 위기의 순간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깊이 있는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지구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이 자연의 거대한 힘과 겨룰 정도가 되는 인류세에 들어서며 물질적 진보는 세상을 더 문명화된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지만 이로 인해 기후변화에 시달리는 지구에서는 무질서와 불확실성으로 과거에서 미래를 이어주던 끈이 닮아 없어져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 때문에 지구 안에 살아가는 인간은 엄청난 위협을 마주하고 있다. 식량과 물, 에너지, 환경, 보건 등 사회 기반 체계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기후 변화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이야기해준다.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성찰이 절실하다. 빨간 지구에서 파란 하늘을 꿈꾸었던 글을 담아 이 책의 제목을 지었다는 저자의 바램처럼,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 모두가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이야기해줍니다. 기후변화는 식량과 물, 에너지, 환경, 보건 등 사회 기반 체계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지구를 바꿀 정도로 강력해졌지만 자신이 가진 힘을 스스로 제어하는 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결국 앞으로 기후변화의 위기가 다른 문제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은 기후변화에 대한 성찰이 이끌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1장 '기후, 생명의 탄생에서 인류세까지, 2장 변화, 미래의 유일한 상수는 기후변화, 3장 위기, 파국은 한순간에 찾아온다, 4장 먼지, 있어야 할 먼지, 골칫거리 먼지, 5장 대응, 기후변화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6장 예측, 알 수 없는 미래마저 준비해야 하기에'라는 6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지구 미래는 새로움이 아니라 지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1만 2,000년 전에 빙하기를 뒤로하고, 현재의 따뜻한 간빙기인 홀로세가 들어섰다. 홀로세는 인류가 자연과 조화로운 '완전한 시대'라는 뜻이다. 그전보다 기후변동성이 매우 작은 안정한 시기였다. 저자는 홀로세의 지구는 다양성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생명체들로 넘쳐나는 보물상자이며 인류에게 더없이 안성맞춤인 행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누리는 기후와 우리가 의존하는 생물 다양성은 홀로세의 환경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홀로세는 우리가 아는 한 인류가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환경이며, 이것이 홀로세를 지켜내야 할 절박하고 충분한 이유라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우리는 인류 문명이 인간 지성의 필연적 결과라고 생각하는 오만을 저지르고 있지만, 지구 역사를 보면 이 역시 좋은 기후 조건을 만난 덕에 일어난 우연한 사건일 뿐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수억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던 화석연료를 태워 오늘날의 번영을 이뤘다. 하지만 이 번영은 과거 7,000년에 걸친 문명을 지탱해왔던 안전된 기후를 붕괴시킬 정도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제 인류는 자연적인 기후변동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체가 되었다."


오늘날 지질시대 구분은 자연의 힘이 아니라 인간의 힘으로 주도된다. 즉, 인류는 자신의 시대, 인류세를 열어젖힌 것이다. 저자는 인류세에 진입했음에도 아직 지구가 별문제 없어 보일수도 있지만 이는 지구가 인간이 가하는 압막을 완충하고 완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지구도 지속적이고 강력해지는 충격으로 속은 멍들고 있으며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물적 성장과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자연이 인간에게 한량없이 베풀어주지는 않는다고 경고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인간은 자연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한 자연의 반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인류세는 인류의 운명을 좌우하는 능력이 더는 인류에게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현대의 종말을 뜻한다는 저자의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우리가 의존하는 지구환경이 안정되었기 때문에 예측 가능했다. 우리 선조들은 그들의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환경이 그들과 같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거대한 가속'의 시대에는 미래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 즉,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미래를 투사하거나 해오던 방식대로 메꾸기만 한다면 지속할 수 있는 미래로 갈 수 없다.

세계 인구는 2050년에는 약 90억~100억 명으로 불어날 테고, 그들 모두는 이 지구상에서 윤택한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이 상태에서 지속할 수 있으려면, 이제 우리 스스로 제한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모든 제약을 넘어서고 있다. 인간의 본성에는 한계를 뛰어넘으라고 충동질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인간의 존재를 위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험이 되기도 한다."


"우리 자신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야 한다. 인간이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이 행성은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지구를 가치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지구에 의미를 부여하고 지구를 우주에서 특별한 행성으로 두드러지게 한다."

저자는 기후 평균값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자연적인 움직임을 '기후변동'이라고 하며, 기후변동은 엘니뇨, 라니냐, 또는 북극 진동같이 주기적 또는 간헐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후 변동의 범위를 벗어나는 상태를 '기후변화'라고 하며, 오늘날 기후변화는 특별한 설명이 없는 한,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자연적인 기후변동의 범위를 벗어나서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위기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를 포함한 넓은 범위의 지구환경의 변화를 의미한다.


"기후에 맞추어진 우리 삶과 문명도 기후가 바뀌면 불안정해진다. 지구의 오랜 역사에서 실제 기후는 줄곧 변해왔고, 지금도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체가 자연이 아니라 인간이고, 그 변화가 좋은 쪽이 아니라 인간에게 나쁜 쪽이라는 점이 문제다."


저자는 지구가 충격을 받으면 처음엔 지구위험한계의 '불확실 영역'에 들어서며, 이때는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복원력이 작동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불확실 영역을 넘어서면 지구는 '고위험 영역'으로 진입하며 어느 순간 작은 충격으로 전체 균형이 무너지고 복원력이 작동하지 않으므로 원상태로 회복할 수 없다. 저자는 지구위험한계를 관리하는 것은 우리가 아플 때 체온을 관리하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지구위험한계도 고위험 영역에 진입하기 직전인 불확실 영역에서 사전 예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구위험한계는 요소들을 단순히 겹쳐 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환원론적으로 과학을 수행하지만, 지구는 전체가 하나로 반응한다. 그러므로 실제는 지각된 부분들의 합과 다르다.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로 영향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가 위험한계를 넘어서면, 수온 상승과 해양 산성화로 이어져 산호초가 파괴되고 물고기도 영향받는다. 생물 다양성과 물의 이용은 결정적으로 기후변화에 달렸다. 그리고 기후계와 생물 다양성의 최종 상태는 민물의 양, 토지 이용, 질소와 인의 흐름이 작용한 결과가 곱해져 결정된다. 즉, 모두는 하나를 위한 것이고 하나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한 가지 지구위험한계에 치중하기보다 모든 한계가 안전한 운영 공간에 머무르도록 통째로 관리해야 한다."


저자는 기후변화는 독립적인 쟁점이 아니며, 이는 인류가 직면한 다른 주요한 문제의 맥락에서 인식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후 문제는 인구 증가와 별개의 문제가 아니며 에너지 문제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물 이용 가능성은 결정적으로 기후에 달려 있으며, 생물 다양성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기후 문제의 복합성은 우리 삶의 모든 면의적용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지금까지는 지구를 파탄 내는 길을 통해 문명을 구축해왔으나 이 방식을 이제는 더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다음 세대에게 알맞은 지구를 물려주려면 기후환경의 가치가 높아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현재의 삶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살아갈 후손들이 살아갈 환경을 지켜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이 아닐까?


"온실가스는 수백 년에 걸쳐 계속 축적되면서 영향을 미치므로 미래 세대는 지금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한 편익은 없이 위험과 이에 따른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비용을 미래 세대에게 모두 떠넘기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우리를 따라서 다음 세대로 역시 그 비용을 그다음 세대로 떠넘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기후변화의 문제는 후손의 후손에게로 넘겨져, 결국 인류는 멸망을 자초하게 된다."


온실가스의 약 70퍼센트는 세계 인구의 20퍼센트 이하가 거주하는 선진 공업국에서 배출되었고, 기후변화 피해는 세계 온실가스 3퍼센트만을 배출한 저위도에 사는 가난한 10억 명에게 집중된다. 기후 변화의 비대칭적 피해 영향은 가난한 나라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저자는 우리가 정의롭게 변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지금 가난한 사람의 고통은 곧 부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고통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거대한 자본을 무기로 하여 약소국들의 환경을 더럽히고 약탈하는 선진국들의 행태는 사라져야 할것이다.


"기후변화 적응은 같은 시대에 사는 사람 간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이다. 부유한 국가는 잘살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반면 가난한 국가는 배출 책임과 무관하지만, 기후위험에 노출되어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처럼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빈곤 국가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사회 기반시설 구축과 예방적 조치 등이 수행되어야 한다."


과거의 위험은 홍수, 가뭄, 지진, 화산, 전염병처럼 자연에서 발생하는 외부적인 것이었다. 선진사회에서는 방재 기술이나 보건 위생 등의 결핍을 채움으로써 위험을 해결해왔다. 반면에 저자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오존층 파괴, 생태계 파괴, 오염먼지와 같은 현대의 위험은 과거의 결핍을 메웠던 산업 기술의 진보가 가져올 수 밖에 없는 위험이라고 말한다. 이는 주로 결핍이 아닌, 더 잘 살고자 하는 과잉 욕구 때문에 발생한다. 저자는 발전만을 추구하는 과소비 체계를 바꾸는 선택을 지금 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선택할 여지도 없이 시련을 겪어야 한다고 말한다. 기후변화는 그 심각성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통해 현재의 생활 방식과 산업 구조를 바꿔내는 사회 변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저자의 절실한 외침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대기 화학 조성의 변화로 일어난 과학 문제이지만 이 변화는 산업혁명에서 시작한 사회경제 체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전자가 기후변화는 어떤가에 관한 '사실'의 문제라면, 후자는 우리 사회가 어떠해야 한다는 '가치'의 문제다. 위험은 과학기술로 만들어낸 복잡한 사회 시스템 자체에 내재해 있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오염 문제처럼 그에 관한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벗어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다. 핵전쟁이 갱단이 저지르는 폭력과 차원이 다른 것처럼, 기후변화는 지역적인 환경오염과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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