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연인 스토리콜렉터 25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 지음, 이원열 옮김 / 북로드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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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연인>​은 스웨덴 작가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의 작품이다. 이 책은 '소피 브링크만'이라는 간호사가 주인공인 '소피 브링크만 시리즈'의 1부이다. 2011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르면서 출간도 되기 전에 34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가는 등 엄청난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만든 인디언페인트브러시가가 영화 판권을 획득하여 할리우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니 기대된다.

<악명 높은 연인>은 ​평범한 여자 소피 브링크만이 순간의 설렘 때문에 전 유럽을 잇는 폭력의 연결고리 중심에 놓이게 되고, 무력한 희생자이던 그녀가 범죄 조직의 수장으로서 그 누구보다 강인하고 냉철하게 거듭난다는 내용이다. 남편을 잃고 중학생 아들과 함께 스톡홀름 교외에서 소박하게 살던 간호사 소피가 호감을 느낀 환자 엑토르가 하필이면 마피아 보스였고, 그로 인해 코카인 밀수 루트를 둘러싸고 전쟁 중인 스페인과 독일 조직, 소피를 조종해 엑토르를 잡으려는 경찰 특별 수사팀, 무기 밀매상이 되어 나타난 소피의 첫사랑, 그리고 러시아에서 날아온 세 명의 갱까지 모두 그녀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킨다. 선과 악, 아군과 적을 구분할 수 없는 아비규환 끝에 피범벅의 클라이맥스가 찾아오고, 결국 소피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악의 연결고리 속으로 성큼 발을 내딛는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바로 주인공 소피였다. 간호사인 소피가 마피아 보스인 엑토르를 알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뒤바뀐다. ​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소피는 일하기 시작했다. 다른 것을 할 시간이 거의 없었던 데다, 그녀는 동료들과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수줍음을 타는 편은 아니지만, 성격에 무언가 결여된 게 있어서 커피를 마시며 어울리는 것을 피하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병원에 있는 이유는 환자 때문이었다. 유달리 성실하거나 다른 사람을 돌보고 싶은 욕구가 특히 강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이야기를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병원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약해진 환자들은 대부분 자기 본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개방적이고 인간적이고 정직했다. 그들을 보면 그녀는 안전한 기분이 들었고 일도 잘할 수 있었다."

엑토르는 비록 살벌한 마피아였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소피에게는 솔직하고 진실한 인물이었다. 자신을 잘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던 소피가 변화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소피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에겐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가 끌렸던 것, 무시하려고, 보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가 엑토르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죽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눈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는 아주 특이한 방식으로 솔직했다. 거짓말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데 재능이 없는 것 같았다. 그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그의 그런 면이 좋았다. 그는 솔직하고 개방적이고 진실했다. 그녀가 굉장히 높이 사는 자질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개방적이고 솔직하고 진실하며 사람을 죽인다. 그녀는 그게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이제 모든 것은 명료했다. 소피는 ​껍질을 벗으며 변해가고 있었다. 변화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는 언제부턴가 자신이 변화에 맞서지 않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모든 것은 언제나 변하고, 이 지구 어디에서나, 낮에나 밤에나 계속해서 변한다. 누구도, 그 무엇도 변화를 피할 수 없다. 그것은 소피도 마찬가지다. 분노, 따스함, 격력함, 공허함, 그리고 결의가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경찰과 마피아, 누가 선이고 악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계에 마주선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간호사 소피와 마피아 엑토르, 경찰인 라르스, 구닐라는 모두 내면의 상처를 지닌 인물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서로를 속이고 짓밟아 올라서려는 인물들의 관계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간호사 소피가 악의 연결고리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소피 브링크만' 시리즈의 2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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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도를 사랑한다 - 경주 걸어본다 2
강석경 지음, 김성호 그림 / 난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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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도를 사랑한다>는 소설가 강석경이 경주에 관해 쓴 에세이이다. ​저자는 경주가 주는 환상은 작가인 자신에게 영감의 원천이고 흑백 같은 유적지들은 본질을 돌아보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신라라는 찬란한 이름을 만나기 전 나는 디아스포라였다. 경주는 모태와 같으니, 이 책은 유목민의 금빛 꿈이 묻혀 있는 고도에서 발길 닿는 곳마다 길어올린 사색의 우물이다. 나와 우리들의 뿌리에 대한 소박한 찬미이다."​

저자는 자신에게 고향이란 육신이 태어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영혼이 안주할 수 있는 장소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들의 뿌리인 자연이야말로 편안함을 주는 고향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경주에 터를 잡은 저자가 뿌리로의 귀환​을 한 이유에 공감했다.

"그렇듯 존재의 불확실성에 방황하면서 성년의 세월을 보내고, 세계도 돌아보고 뒤늦게​ 경주에 터를 잡은 것은 그야말로 뿌리로의 귀환이 아닐까. 내 근원의 고향인 자연으로. 이십오 년간 살았지만 뿌리내리지 못한 서울이 연옥처럼 떠오르는 것은, 자연과 분리된 삶 때문이리라. 도시의 삶은 늘 나를 허기지게 했다."

수백 기의 고분이 밀집된 경주에는 발굴된 고분도 수십 기여서 부장품들이 박물관의 고대실을 채우고 있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부장품들을 이야기하면서 소중한 것을 생각해보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그릇에 대한 애착이 있다고 말한다. 비어 있음에 대한 삶의 철학을 배울 수 있는 글귀였다.

"내가 그릇을 좋아하는 이유는 비어 있기 때문이다. 차라도 담겨야 제구실을 하겠지만 나는 바라보는 것이 더 좋다. 무엇이든 담을 용의를 지니고 겸손하게 비어 있는 모양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

"비어 있음은 빈곤이 아니라 풍요이며 근원에 다가가는 계단이다. 가득찬 것은 혼란스럽다. 영혼을 탁하게 한다. 집에 가득찬 물질에선 부패의 냄새가 나고 가슴에 가득한 욕망에선 폐수의 냄새가 난다. 그릇을 보면서 그릇처럼 비워라. 집착도 분노도 비우고 새로 태​어나듯 공으로 돌아가라. 인연도 비우고 겸허하게 기다려라. 잎을 떨구고 늦가을 숲처럼 나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기 위해."

저자는 황금빛 배반들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구원이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을 배반들에 서서 존재에 대해 상각하는 저자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전에 누가 내게 구원이 무엇인가 물은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자연, 예술, 사회 세 가지이다. 예술은 늘 나를 ​감동시키고 자연은 나의 근원이며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도 자기정체성을 갖게 하는 결정적인 조건이다. 예술과 자연은 혼자서 추구하고 접하며 순간순간 구원을 받지만 경직된 사회는 오히려 좌절을 안겨준다. 그것이 누적될수록 절망감을 벗어나고자 이상향을 그리며 지구를 헤매다녔다."

 

 

저자는 12월 겨울의 거리에서 ​'영혼의  DNA가 동일하다'는 것에 대해 사색한다. 영혼의 DNA가 동일한 사람은 우리 삶의 언저리에 계속 남아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저자 자신이 경주로 돌아온 것도 그와 같은 이유라는 점에 공감한다.

"친구며 연인을 추구하는 것도 닮은꼴인 영혼의 유전인자를 찾기 위해서이고, 위대한 작가의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것도 예술을 통해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이다. 어느 때는 길을 잘못 들어 고통을 받기도 하지만 경험은 어리석은 자도 깨우쳐주어 결국은 제 길을 찾아가도록 해준다. 정신만 치열하다면 말이다."​

"거대 고분의 주인공들인 신라인의 기상, 자유로움과 미에 대한 찬사, 대의를 위해 몸을 던지는 올곧은 충정과 바위마다 부처를 새긴 종교심은 늘 나를 고양시킨다. 내가 경주에 이토록 친화력을 느끼는 것은 내 영혼의 유전인자인 신라 혼의 DNA와 같이 때문이고, 내가 경주로 돌아온 것도 자신의 근원으로 돌아온 회귀인 것만 같다."​

 

 

저자는 경주라는 도시에서의 삶이란 곧 자연을 자신의 근처에 두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 자연이라는 것이 주는 감동은 특별하고, 그러한 지역이 저자에게는 경주였다. 경주를 걸으면서 사색하고 쓴 이 책은 내가 경주를 걷고 있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 고도를 사랑한다>는 수학여행으로만 알고 있었던 경주의 매력을 알게 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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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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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은 24세부터 50세까지 헤세가 쓴 여행과 소풍에 대한 에세이와 여러 여행 기록을 엮은 것이다. 이 책에서는 여행과 소풍에 대한 에세이 외에 1901년과 1911년, 1913년의 이탈리아 여행, 1904년의 보덴 호 산책, 1911년의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지의 아시아 여행, 1919년에서 1924년까지 테신 지역 소풍, 1920년 남쪽 지역으로의 방랑, 1927년의 뉘른베르크 등지의 낭송 여행에 대한 소회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여행은 언제나 체험을 의미해야 한다'는 헤르만 헤세의 말이 인상적이다. 남들에게 자랑을 하고 싶거나 단지 휴식을 취하며 자연을 구경하는 여행보다는 진정한 여행은 가치 있는 체험을 동반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여행은 언제나 체험을 의미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정신적 관계를 가질 수 있는 환경에서만 뭔가 가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기회 있을 때마다 가는 즐거운 소풍, 어느 음식점 정원에서의 유쾌한 저녁, 임의의 호수 위에서의 증기기선 여행은 그 자체로 체험이 아니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지 못하며, 계속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자극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헤르만 헤세가 쓴 방랑의 수기들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5장의 방랑에 관한 다양한 수기에는 헤세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글들이 등장한다.

"방랑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원시인이다. 유목민이 농부보다 원시적이듯이 말이다. 하지만 정주의 극복과 경계의 무시는 그럼에도 나 같은 유형의 사람들을 미래로 향하는 이정표로 만들 것이다. 나처럼 국경을 무시하고 사는 사람이 많다면 더 이상 전쟁도 봉쇄도 없을 텐데. 경계만큼 보기 싫고 어리석은 것도 없다. 경계는 대포나 장군과 같다. 이성, 인간성과 평화가 지배하는 한 경계에 대해 아무것도 못 느끼고 그것에 대해 비웃는다. 하지만 전쟁과 광기가 발발하자마자 경계는 중요하고 성스러워진다. 전시에는 경계가 우리 같은 방랑자에게 얼마나 고통과 감옥이 되었던가!"​

 

이 책에서는 헤세의 여행에 대한 글 뿐만 아니라 헤세의 작가로서의 삶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나의 관심사가 무질서하고 허비하는 삶을 정당화하는 일이라면 마음의 부담을 덜기 위해 물론 몇 가지 변명을 할 수도 있겠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진정으로 일을 하는 순간에는 날씨나 건강, 방해, 낮이나 밤이 내게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럴 때는 수도승처럼 광적으로 세상과 나 자신을 잊고 나 자신을 일의 소용돌이 속에 내던지고는, 기진맥진하고 초라해져서 낙담한 채 거기서 빠져나온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게으름이나 무질서뿐만 아니라 현대 세계의 가장 어처구니없고 가장 신성한 원칙에 대한 의식적인 저항이기도 하다는 점을 언급하 수 있겠다. 다시 말해 그것은 시간은 돈이라는 원칙이다."

 

<헤세의 여행>을 읽고,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가 전하는 여행의 의미와 작가로서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단순한 휴식을 위한 여행이 아닌, 깊이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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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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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직하고 싶다>는 가수 2NE1 씨엘의 아버지인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이기진​ 교수가 쓴 책이다. 오래된 것에 탐닉하는 그의 삶이 전해주는 이야기가 진솔하게 묻어난다. 이 책은 1장 물리학자의 연구실, 2장 만화가의 단골 카페, 3장 알리바바의 보물 창고, 4장 할머니의 골동 부엌이라는 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직업이 물리학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철저하게 과학적 사고로 무장된 사람일 거라고 나는 자주 오래를 받고 한다.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내 일상은 오히려 지극히 게으르고 비과학적이다. 실험실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무엇이든 대충 하길 좋아하고, 공상에 자주 빠지고, 가끔 술 한 잔에 망가지기도 하고, 가장 비과학적인 것들을 상상하며 노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머리에 쓰면 몸이 보이지 않는 '도깨비 감투'를 쓰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상상."

 

 

 

 

저자가 추억과 우정이 담긴 오래딘 물건들을 소개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서로 다른 시간 여행의 축이 있기 때문에 오래된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의 철학에 공감한다.

"내가 오래된 물건을 단순한 물건 자체로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안에 서로 다른 시간 여행의 축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이야말로 곧 벼룩시장이 아닌가. 어떤 사람에게는 버려진 물건이나 쓰레기 정도로 치부되겠지만 그곳엔 분명 서로 다른 시간의 축이 만드는 타임캡슐 같은 공간이 있다. 물리학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기적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저자는 남들과 다른 물리, 남들과 다른 연구를 하려면, 다른 전공에 관심을 가지고 남다른 자유스러운 생각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남을 의식하고 남과의 차이를 좁히려고 들 때 삶을 개성을 읽고 만다고 이야기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삶은, 세상과 다른 차이를 발견하고 실천하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타인과 다른 옷을 입고, 타인의 생각을 살짝 비틀어 다른 생각을 하고, 타인이 했던 방법을 발판으로 삼아 다른 필드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내고, 타인이 접근했던 길을 피해 다른 쪽으로 가면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타인과 다른 방법으로 특별한 사랑에 접근하고, 결국 차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살아가는 것."

"이 물건은 벼룩시장에서 다른 물건을 사는데 덤으로 그냥 가져가라고 준 물건이다. 물건의 가격, 그것도 상처 나고 버려지기 일보 직전의 오래된 물건의 값은 어떻게 매겨질까? 도자기의 경우 금이 가거나 주둥이가 깨진 경우는 값이 지수함수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깨진 도자기의 경우엔 가격이 없다. 버려지는 것만을 피한다는 것 자체로 이 도자기는 존재 의미를 지닌다. 의미를 부여한 사람만이 그 값어치를 인정하여 같이 살아가는 것이다. 난 이렇게 남다르고 상처 입은 포트가 좋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물리학 교수라는 직업 외에도 만화가가 되고 동화작가가 된 사연을 소개하여 흥미롭다. 딸들이 자기 전에 늘 즉흥적으로 들려 주던 이야기 내용을 가지고 만들어 낸 동화책이이 <박치기 깍까>다. 깍가와 꼭고라는 이름은 그의 딸인 채린이와 하린이를 모델로 한 것이다. 아이들이 제일 간단히 잘 그리는 것이 원이고, 머리의 왕관은 자존감의 상징이라고 생각해서 그린 것이 깍까다. 누구든 그리고 쉽고, 제일 심플한 모습의 주인고. 그는 채린이에게 물어보니 손은 그리기가 어렵다고 해서 그려 넣지 않았다고 말한다. 물리학자이면서 세상에 대한 시선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이 즐거워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가는 내용이 '취미 생활'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는 20대의 첫사랑을 찾아 나서는 험난하고도 멀고 먼 길을 선택하는 대신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애정을 찾는 것처럼, 쉽게 할 수 있는 취미를 즐기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림과 컬렉션에 관한 자신의 취미 이야기를 소개하며 취미를 갖는 것 만큼이나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거창한 취미, 그림, 컬렉션보다 중요한 것은 취미를 공유해 줄 사람이 주위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리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보는 사람의 시점이 본질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물리적 증거가 되기 때문에, 관찰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태초에 빅뱅이 있었다는 사실보다도 그 빅뱅을 보고 증거가 되어 준 사람이 더 중요한 것처럼."​

 

 

 

 

이 책을 읽고나니 나도 오래된 나의 물건들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진다. 오래된 것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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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창업가 바이블 - 전 세계 창업가들의 27가지 감동 스토리
다니엘 아이젠버그 & 캐런 딜론 지음, 유정식 옮김 / 다산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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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창업가 바이블>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창업가정신 담당 교수가 11년간의 연구를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창업가, 컨설턴트, 파트너, 기업 교육가, 벤처 캐피탈리스트, 엔젤 투자자로서 창업가정신이 현실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30년동안 지켜보고 직접 겪은 경험들로부터 나왔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성공적인 창업가들은 다른 사람들이 아무것도 없다고 여기는 곳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실현시킨 인물이다. 이 책은 눈에 띄지 않거나 무시당하고, 하찮게 여겨지거나 폄하된 곳에서 기회를 발견하여 비범한 가치를 창조하고 획득한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목적은 창업가정신이 예외적인 것이긴 해도 누구나 열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차업가의 길을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책의 두 번째 목적은 창업 자체보다는 '가치 창조'와 '가치 획득'의 관점으로 현상을 재조명하여 창업가정신에 대한 모호한 개념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 상세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1부는 창업가가 새로운 모험에 뛰어들 만큼 수준 높은 전문성을 지닌 '혁신적인 젊은이'라고 간주하는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2부에서는 대중의 기대를 거스르는 것이 창업가정신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내재되어 있는 이유를 살펴본다. 3부는 창업가가 직면하는 다양한 종류의 역경을 알아보고, 어떤 역경이 창업가정신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또 어떤 역경이 그와 반대로 도움이 되는지 보여준다. 4부와 결론에서는 창업가들의 이야기를 발판으로 창업가정신의 의미가 비범한 가치를 인식하고, 창조하며, 획득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저자는 창업가들은 혁신가여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며 시네맥스의 창업자 미구엘 다빌라에 관해 말한다. 시네맥스의 창업자인 미구엘 다빌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비 창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저는 그들에게 '차세대 페이스북'과 같은 아이디어가 번개처럼 떠오를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그런 일은 100년에 한 번 돌아오는 것을 발견해서 남들보다 그걸 더 잘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충고한답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혁신이 '참신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생생하게 표현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창업가정신은 현실적인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는 창업가라고 하면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이클 델, 마크 주커버그라는 젊은 나이에 성공을 거둔 '젊은 창업가'를 떠올리곤 한다. 저자는 젊은이들이 창업가정신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 고정관념은 텔레비전과 영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창업가들 중 상당수는 혁신가가 아니고 기술 전문가도 아니다. 저자는 창업가의 전형적인 모습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창업은 나이와 상관없​다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창업가정신은 역경 속에서 자라나고 역경과 창업가정신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창업가들이 항상 시류에 단호히 저항하고, 유행을 거스르며, 사람들 대부분이 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것들을 수행하려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성공적인 창업가 정신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흔히 말하는 '창업의 열정'​에 대한 한계를 이야기한다. 시장의 결핍과 니즈를 독특한 방법으로 만족시키는 데 필요한 특별한 정보, 스킬,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업가 본인의 자신감을 열정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이는 기꺼이 노력하고 기꺼이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것이 열정이 아니라는 뜻이다. 저자는 창업가정신의 대부분은 열정과 무관하며 창업가정신은 실재적이고 비범한 가치 창조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창업을 하려면 남들이 보지 못한 곳에서 가치를 발견해내는 '뜨거운 기름'을, 명석함이라는 '몹시 차가운 물'과 섞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은 성공하는 창업에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창업가정신은 우리의 기대와 상식을 배반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책에 소개되는 창업가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잘나가는 스타들이 아니다. 그들은 창업가 정신에 대한 시각을 변화시켜주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창업가들이다. 이 책은 전세계 창업가 27명의 이야기를 통해서 창업가 정신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들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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