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꽃이 모랑모랑 피어서 - 제2회 퍼플로맨스 대상 수상작
박소정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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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꽃이 모랑모랑 피어서>는 제2회 퍼플로맨스 대상 수상작인 박소정이 쓴 소설이다. 이 책은 조선 최초의 조향사를 꿈꾸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소설로는 좀처럼 표현하기 어려운 ‘향기’의 세계를 섬세하면서도 감성적인 문장으로 그려낸다. 책을 읽는 과정동안 책 속에서 향기가 느껴졌다. 조선의 최고 조향사가 되기위한 수연이라는 여인의 노력과 그녀를 사랑했던 두 남자 단과 봉림대군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 책 제목이기도 한 구절 '모란꽃이 모랑모랑 피어서'가 인상적이다. 철이 끝날 때가 되었는데도 피어 있는 모란은 온몸으로 햇빛을 품는다.

 

"석가님이 또 한번 더하지

너와 나와 한 방에 누워서 모란꽃이 모랑모랑 피어서

내 무릎에 올라오면 내 세월이요 너 무릎에 올라오면 너 세월이라"​

 

조향사라는 꿈과 사랑이라는 감정 사이에서 아름다운 향기를 건네준 여인 수연은 사랑의 본질적 가치를 깨닫게 한다. <모란꽃이 모랑모랑 피어서>는 향기와 함께 수연이라는 여인의 삶을 기억하고 싶은 작품이다.

 

"결국 당신을 울게 하는 것.

그것이 향이고, 향기 가진 힘이라 믿었다. 그립다는 게 무언지 뼈저리게 배우고서 얻은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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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생생 트렌드 - 빅데이터와 인포그래픽으로 보는
타파크로스 지음 / 더난출판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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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생생 트렌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2015 트렌드를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전략적으로 기획된 트렌드가 아니라, 소비 주체의 관점에서 자생한 트렌드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접근한 새로운 트렌드 책이다. 이 책은 크게 비지니스, 라이프스타일, 문화로 구성된다. 1장 비즈니스 트렌드에서는 2015년을 대표할 여러 업계의 동향과 소비 패턴을 예측한다. 수입차를 타면서 다운사이징을 하는 소비의 구조적 모순, 틈새를 파고들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미래적 동양에는 무엇이 있는지 만나볼 수 있다. 2장 라이프스타일에서는 2015년을 대표할 다양한 삶의 방식들을 관찰할 수 있다. 젊은층은 왜 나홀로족이 되어가는 것인지, 사람들이 왜 매운맛을 찾아 헤매는지, 경제 불황에도 착한 소비를 생각하는지, 직장인들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등 세대와 계층을 아울러 살펴본다. 3장 문화 트렌드에서는 2015년을 뜨겁게 달굴 문화 코드를 분석하고 예측했다. 힐링이 종결되고 궁극적인 행복을 말하게 되는 시대,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는 어디인지, 어떤 놀리문화를 향유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라이프스타일 숍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문화 콘텐츠의 집약지이자 상호 작용이 가능한 트렌드로서의 라이프스타일 숍은 유통방식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우리는 왜 라이프스타일 숍을 갈까? 잘 꾸며진 공간에서 오감이 충족된다. 감성을 한껏 자극받은 상태에서 공간을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상품에 매료된다. 감각적인 체험은 상품을 사게 만드는 강력한 마약과도 같다."

 

올리브영, 왓슨스, 코오롱의 더블유 스토어, 신세계의 분스, 롯데의 롭스 등의 드로그 스토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드로그 스토어의 성장 요인은 건강과 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해외 브랜드 및 제품에 대한 니즈, 뷰티 프로그램의 활성화로 볼 수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및 원스톱 쇼핑, 고령화 시대의 도래와 헬스케어, 꾸미는 남자인 그루밍족의 등장은 드러그 스토어의 성장 가능성이 된다.

 

직장인들은 관계를 회상하고 소비에 관심이 가고 커리어를 계획한다. 직장인들이 현재 골몰하는 부분은 소이였으며, 이러한 경향은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를 계획할 여유조차 없는 현대 직장인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빅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직장인들이 무엇을 가장 고민하는지가 보인다. 미래를 계획하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는 '커리어'였다. 그러나 커리어 관련 이야기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자신의 고달픈 '현실'이 함의되어 있다. 이직, 승진, 정규직 전환 등 경력 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나홀로족에 관한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나홀로족은 본래 마케팅 전문가인 페이스 팝콘이 쓰던 코쿤족에서 파생되었다. 코쿤족은 누에고치처럼 외부 세상으로부터 도피해 자신만의 안전한 공간에 머무르려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그러나 최근 코쿤족에 대한 인식이 많아 달라져, 요즘엔 안정된 수입원을 가지고 있고 업무능력이 뛰어나며 스트레스 등 외부 자극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이들을 코쿤족이라 부른다. 나홀로족이 급증하면서 관련 산업도 함께 뜨고 있다. 나홀로족을 위한 소형 가전, 미니 가구, 소량 포장 식품 등 1인 생활용품은 매장 어디에서나 한 자리를 차지한다. 나홀로족은 단순히 결혼이나 연애를 하지 않는 싱글이나 독신과도 엄연히 구분된다. 여럿이 즐기던 여가생활이나 문화생활을 일상에서 혼자 하는 사람이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커피를 마시고, 혼자 책을 읽고, 혼자 영화도 보며 심지어 여행까지 혼자 간다.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패턴에는 '집중'이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혼자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성찰을 하고, 혼자라는 것에 도전함으로써 얻어지는 뿌듯함 같은 심리가 존재한다. 또한 이들은 남들이 다 보는 흥행영화도 좋지만, 내 심리를 잘 건드려줄 수 있는 감성적인 단편영화를 선택하고, 우르르 몰려가는 패키지보다는 혼자 거닐 수 있는 자유여행을 선호한다."

 

"누구나 나홀로족이 될 수 있고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홀로족이 지금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홀로족이 되기를 선택하는 첫째 이유는 감정 소모가 많은 일상에서 자신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다.(...) 주위를 딱딱한 껍데기로 감싼 채 골치 아픈 사회와 단절하고 껍데기 안헤서 안락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는 때로 자기 본면의 모습을 감춘 채 가면을 쓴 사람처럼 지내야 한다. 불만이 있어도 꾹 참아야 하고 상사의 말에 기분 나빠도 예의 바르게 웃어야 한다. 이러한 감정 소모에 시달리는 자신을 위로하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동굴이 필요하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감정 소모를 회복하기 위해 나홀로족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감정 소모가 생길 것을 예상하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미리 스스로 혼자인 상태로 만들어두려는 심리도 있다. 둘째로 자율성을 추구하려는 심리로 설명할 수 있다. 자율성이란 외부의 어떤 제재나 간섭 없이 자신의 기준에 따라 선택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결정한 것을 실행함으로써 그로부터 자유를 얻으려는 욕구가 있다. 그 내제된 본능이 능동적으로 발산된, 자발적 독립적 주체가 나홀로족이다. 자율성은 경쟁을 지향하는 사회구조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현대인이라는 두 축이 만들어 낸 교집합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마지막으로 자아실현의 욕수를 들 수 있다. 자아실현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색과 고민의 단계인 자아성찰이 필요하다. 즉 이상적인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 지금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고 성찰해 봐야 한다."

 

주택, 결혼, 여행에서 다운사이징을 시도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책에서는 삶의 방향이 보다 합리적인 관점으로 바뀔 때 다운사이징이 삶의 질을 높이는 적절한 방법론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한다.

 

" '효율과 실속'을 추구하는 새로운 소비의 패러다임, 다운사이징.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실제로 경제성과 편리성, 심리적 만족감, 실용성 때문에 다운사이징을 선택한다."

 

착한 소비는 녹색소비, 로컬소비, 공정무역 제품 구매, 공동체화폐 운동, 절제, 간호화 등은 물론 구매운동이나 불매운동까지 포함된다. 선한 소비를 모두 포괄한다는 점에서 무한하게 확장되는 소비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착한 소비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착한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물리적 만족감과 더불어 다양한 심리적 만족감을 느꼈다. 그중에서도 착한 소비로 얻는 가장 큰 이점은 감동과 기쁨이 내재된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좋은 물건도 사고 착한 일도 하는 일적이조의 효과도 있고, 착한 소비가 선순환이 돼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자신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는 가치실현의 의미가 있다. 착한 소비는 개인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은 물론, 공공선을 지향한다. 사회 전체의 공익을 추구하는 것은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핵심전 원리다. 이 책에서는 착한 소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착한 소비가 까다롭거나 유별난 소비가 아니라 자연친화적이고 따뜻한 소비라는 인식이 보편화될 때 사람들의 생활을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착한 소비는 개인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은 물론, '공공선'을 지향한다. 착한 소비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나'를 보여준다. 이런 착한 소비는 특히 '심미성'과 연계되었을 때 그 영향력이 막강해진다."

 

"소비는 행복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돈이 많고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소비의 궁극적 이유가 될 수 없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조그마한 노력에서부터 진정한 소비가 이뤄지지 않을까?"

 

이 책에서는 팬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꾸준하게 언급되는 팬덤현상에서 포착된 변화의 움직임 때문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환경이 있다. 팬덤이라는 문화현상이 디지털 환경을 만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팬덤은 기업으로는 상업적 이익을 동반하는 문화 소비자이자 스타의 충성고객이기도 하다. 우리가 디지털 팬덤을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국한하지 않고 시장을 주도하는 트렌드로 인식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디지털 팬덤 시대의 팬들은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와 문화를 능동적으로 생산하여 함께 나눈다. 디지털 팬덤의 또 다른 역할은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가로서의 모습이다.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는 이점을 이용해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팬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기부와 봉사 활동을 하는 등 각종 사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팬과 스타라는 일차적 관계로 머물던 팬덤이 사회적 관계로 확장된 셈이다.

 

"팬덤(fandom)은 열광적인 애호가를 뜻하는 'fanatic'에서 파생된 '팬fan'과 세력권, 영지를 뜻하는 접미사 '-dom'을 합성하여 만든 단어로, 이들이 모인 집단 및 총제적 문화를 뜻한다."

 

"팬덤을 상대로 관련 산업을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고 이들의 충성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그 어느 때보다 노력해야 할 시기이다. 팬덤은 충성고객층에 의해 발현되므로, 마케팅 분야에서도 마니아 이상의 팬덤을 구축하는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관계는 행복의 요소인 동시에 불행의 요소이기도 하다는 글이 인상적이다. 행복은 자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이 어떻게 쓰고 어떻게 편집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행복을 위한 기업이나 지자체의 마케팅 사업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우리의 행복지수는 여전히 바닥이다. 빅데이터상에 나타난 행복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관계'가 행복의 요소인 동시에 불행의 요소이기도 했다."

 

다가올 2015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2014년, 혹은 그 이전의 빅데이터를 거슬러 올라가 현상의 뿌리가 되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빅데이터가 수많은 양식으로 보여주는 과거로부터 기꺼이 다음 행보를 예측하게 한다. 우리는 빅데이터를 통해서 진정한 트렌드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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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정원 -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혜영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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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정원>은 제4회 혼물문학상 수상작품이다.​ <비밀정원>의 작가인 박혜영은 대학시절 쓰던 소설을 바탕으로 수년이 지난 후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말한다. 이 소설의 화자로는 요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요의 어머니와 요의 삼촌인 이율과의 강렬했던 사랑이 노관이라는 장소를 통해서 나타난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스토리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들의 지점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과 시에 관한 장면들이 등장하는 장면들에서 작가의 문학적 감수성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이율이 조카인 요에게 말해주는 이야기들도 인상적이다. 사랑과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숫자는 언어와 마찬가지로 실생활에 쓰이는 것 외에도 기호로 쓰이고 있어. 언어가 인문학적 기호인 것처럼 숫자는 과학적 기호란다. 가령 '사랑'이란 단어를 생각해보자. 사랑이란 범위는 실로 넓어서 한마디로 규정하기가 어렵지. 그래서 시인들은 수세기 동안 언어를 사용해서 사랑의 영역을 개척해온 거란다. 숫자도 마찬가지야. 과학자들은 수를, 우주의 법칙을 발견하는 데 오래 전부터 사용해왔어. 숫자와 언어는 인류의 정신을 확장시키는 도구이지. 앞으로도 수와 언어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기호로,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는 도구로 계속 사용될 거란다. 문명에는 중요한 도구들이지."

"젊었을 때 경계해야 할 것은 무지와 천박이란다. 부지런히 학분에 힘쓰고 예절을 익히렴. 예절이란 단순한 생활범절을 넘어서 세상을 예우함을 말하는 거란다. 사람은 물론이고 자연과 사물에 대한 애정과 온순한 마음가짐이 예절이지."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경계해야 할 것은...... 허무와 권태란다."

수녀원학생 시절에 노관으로 요에게 보낸 테레사의 비밀 편지는 책을 읽으면서 비밀의 이야기가 풀려난다. 요의 어머니와 이율의 불가능한 사랑의 이야기는 인간의 최고의 감정인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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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경 - 우리는 통일을 이룬 적이 있었다
손정미 지음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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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경>은 삼국 중 가장 소국이었던 신라가 어떻게 중국과 겨뤘던 고구려나 백제를 이기고 통일을 이뤄낼 수 있었는지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손정미 작가의 역사 소설이다. 이 책의 제목인 왕경은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의 옛말을 의미한다.

"왕경은 거대한 불탑뿐 아니라 황홀할 만큼 화려하고 눈부신 도시였다. 대궁의 웅장한 궁궐과 곳곳에 앞다퉈 세워진 대사찰들, 서른 개가 넘는 귀족 대가들의 금입택이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김유는 계림의 왕인 김춘추의 총애를 받는 영명부인의 아들로, 어머니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당나라 황제를 호위하는 숙위로 뽑혀 견당사로 떠난다. 김유와 함께 정과 진수도 당 제국의 수도였던 장안으로 함께 떠나게 된다. 어려서 글을 깨쳐 경서에 능한 정은 장안을 넘어 사주지로(실크로드)를 넘나드는 대상(大商)이 되는 포부와 자유를 희구해왔다. 정은 숙부로부터 김유를 없애라는 지시를 받는다. 백제로서는 계림과 당의 연합전선이 임박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김유가 포함된 계림 견당사의 활약에 힘입어 계림은 당과 동맹을 맺고 백제를 향해 군사를 일으킨다. 당과 계림의 연합군에 의해 백제 사비성이 함락당하고 사주지로로 떠났던 정은 돌아와 지옥으로 변한 사비성을 목격한다. 진수는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연개소문 아들들의 내분으로 어지러워진 고구려 평양성이 아닌 아리티(하얼빈)로 가 천부경을 내주었던 연인, 정을 기다리고자 한다.

이 책에서  악에 대한 공부는 활을 쏘고 말을 타는 궁마나 경 공부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혜각의 말이 눈길을 끈다.

"악(樂)과 무(舞)가 어우러지면 금상첨화입니다. 아무리 화랑도라 해도 날카롭고 강하기만 해선 안 되지요. 악을 통해 성정을 다스리고 천지만물의 조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선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예와 악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옛 조선시대부터 말이죠. 성현들은 하늘과 땅을 보면서 뭔가 변하고 또 생겨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걸 수로써 표현해내고 악으로 풀었지요. 악이 근본적이면서 오래된 것은 에...... 천지만물의 조화를 보고 이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현들은 천지만물의 조화를 수로 추려내고 이를 악으로 쵸현한 겁니다. 사람 역시 ㅊ너지만물의 한 존재인데, 근본적인 이치가 어찌 와 닿지 않겠습니다. 사람들은 악을 통해 그 깊은 이치를 깨닫고 흥을 얻게 된단 말입니다. 교화와 감흥이 함께 이뤄지는 거지요."​

책을 읽으면서 <왕경>의 등장인물인 정의 이름에 대한 의미가 인상적이었다.

" '우물 정 아니냐. 끝없이 샘솟는 물이다. 생명의 근원이지. 살고 있는 마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지만 마을의 우물은 옮길 수가 없다고 했다. 우물 속 물은 길어도 길어도 다 없어지지 않지? 우물은 물을 길어내지 않아도 넘치지 않는다. 우물은 잃는 것도 얻는 것도 없다는 말이란다. 그 덕이 항상하다는 것이지. 마을 사람뿐 아니라 오고가는 사람 모두 우물을 마시고 사용한단다. 이 말 역시 두루 쓰임을 덕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너도 항상함과 두루함을 평생 가슴에 새기라고 지었다.'"

<왕경>은 역사 소설로서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않았으면 쓰기 힘든 소설이 아니었을까. 이 소설은 작가의 오랜 노력으로 완성될 수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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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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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마, 넌 호랑이야>는 동물원에 사는 호랑이, 두루미, 코끼리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어린이 그림책이다. 못생긴 호랑이 천둥, 날고 싶은 두루미 갑돌이, 동물원을 떠난 꼬끼리 꽁이와 산이라는 3개의 그림동화로 구성되어 있다.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자란 호랑이 천둥은 호랑이의 본성을 잃어버린다. 중국에서 온 두루미 갑돌이는 사랑하는 짝을 잃는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잡혀 온 꽁이는 동물원의 좁은 방을 갑갑해 한다.

가끔 동물원에 갈때마다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어디에서 왔을까를 생각해보곤 했다. 동물들도 인간과 똑같이 자유롭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따뜻한 고향에서 행복하게 동물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하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으로 소개되는 '동물원을 떠난 코끼리, 꽁이와 산이'의 이야기에서 코끼리 꽁이의 말이 인상적이다. 답답한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것보다 가족과 드넓은 초원에서 뛰어다니는 것이 야생 동물이 살아가는 순리가 아닐까.​

"산이야, 나는 가끔 생각해. 나는 누구일까, 하고. 푸른 초원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대신 인간이 만든 우리에서 구경거리가 된 나는 누구일까, 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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