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경 - 우리는 통일을 이룬 적이 있었다
손정미 지음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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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경>은 삼국 중 가장 소국이었던 신라가 어떻게 중국과 겨뤘던 고구려나 백제를 이기고 통일을 이뤄낼 수 있었는지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손정미 작가의 역사 소설이다. 이 책의 제목인 왕경은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의 옛말을 의미한다.

"왕경은 거대한 불탑뿐 아니라 황홀할 만큼 화려하고 눈부신 도시였다. 대궁의 웅장한 궁궐과 곳곳에 앞다퉈 세워진 대사찰들, 서른 개가 넘는 귀족 대가들의 금입택이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김유는 계림의 왕인 김춘추의 총애를 받는 영명부인의 아들로, 어머니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당나라 황제를 호위하는 숙위로 뽑혀 견당사로 떠난다. 김유와 함께 정과 진수도 당 제국의 수도였던 장안으로 함께 떠나게 된다. 어려서 글을 깨쳐 경서에 능한 정은 장안을 넘어 사주지로(실크로드)를 넘나드는 대상(大商)이 되는 포부와 자유를 희구해왔다. 정은 숙부로부터 김유를 없애라는 지시를 받는다. 백제로서는 계림과 당의 연합전선이 임박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김유가 포함된 계림 견당사의 활약에 힘입어 계림은 당과 동맹을 맺고 백제를 향해 군사를 일으킨다. 당과 계림의 연합군에 의해 백제 사비성이 함락당하고 사주지로로 떠났던 정은 돌아와 지옥으로 변한 사비성을 목격한다. 진수는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연개소문 아들들의 내분으로 어지러워진 고구려 평양성이 아닌 아리티(하얼빈)로 가 천부경을 내주었던 연인, 정을 기다리고자 한다.

이 책에서  악에 대한 공부는 활을 쏘고 말을 타는 궁마나 경 공부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혜각의 말이 눈길을 끈다.

"악(樂)과 무(舞)가 어우러지면 금상첨화입니다. 아무리 화랑도라 해도 날카롭고 강하기만 해선 안 되지요. 악을 통해 성정을 다스리고 천지만물의 조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선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예와 악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옛 조선시대부터 말이죠. 성현들은 하늘과 땅을 보면서 뭔가 변하고 또 생겨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걸 수로써 표현해내고 악으로 풀었지요. 악이 근본적이면서 오래된 것은 에...... 천지만물의 조화를 보고 이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현들은 천지만물의 조화를 수로 추려내고 이를 악으로 쵸현한 겁니다. 사람 역시 ㅊ너지만물의 한 존재인데, 근본적인 이치가 어찌 와 닿지 않겠습니다. 사람들은 악을 통해 그 깊은 이치를 깨닫고 흥을 얻게 된단 말입니다. 교화와 감흥이 함께 이뤄지는 거지요."​

책을 읽으면서 <왕경>의 등장인물인 정의 이름에 대한 의미가 인상적이었다.

" '우물 정 아니냐. 끝없이 샘솟는 물이다. 생명의 근원이지. 살고 있는 마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지만 마을의 우물은 옮길 수가 없다고 했다. 우물 속 물은 길어도 길어도 다 없어지지 않지? 우물은 물을 길어내지 않아도 넘치지 않는다. 우물은 잃는 것도 얻는 것도 없다는 말이란다. 그 덕이 항상하다는 것이지. 마을 사람뿐 아니라 오고가는 사람 모두 우물을 마시고 사용한단다. 이 말 역시 두루 쓰임을 덕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너도 항상함과 두루함을 평생 가슴에 새기라고 지었다.'"

<왕경>은 역사 소설로서 우리나라를 사랑하지 않았으면 쓰기 힘든 소설이 아니었을까. 이 소설은 작가의 오랜 노력으로 완성될 수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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