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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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프레드릭 배크만의 장편소설 <오베라는 남자>는 '오베'라는 이름을 지닌 59세 남자의 이야기이다. 까칠하기만 한 오베는 아내 소냐의 죽음 후에 자살을 결심한다. 하지만 그의 결심과는 달리 죽음을 향한 그의 계획은 쉽지 않다. 어느 날 오베에게 나타난 고양이와 그의 이웃들과 함께 좌충우돌하는 오베. 자살을 행하려는 순간마다 그는 의도치 않게 타인의 생명을 구하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인물이 된다.

정확한 이분법만이 존재하는 세계를 살아가던 오베는 숫자들을 좋아했다.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까지 잃은 오베는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오베는 사랑하는 아내 소냐를 만났다. 하지만 그녀가 암에 걸려 죽은 것이다.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가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인 아내를 잃었을때, 그는 삶의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오베는 자기가 보고 만질 수 있는 것들만 이해했다. 시멘트와 콘크리트, 유리와 강철, 공구들, 가늠할 수 있는 물건들. 그는 올바른 각도와 분명한 사용 설명서를 이해했다. 조립 모델과 도면, 종이에 그릴 수 있는 것들.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이 책에서 소냐가 오베에 대해 묘사하는 장면과 '사랑'에 대해 정의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까칠하고 사회성이 없어 특이하게 여겨지는 오베라는 남자가 소냐라는 여자를 만나서 '사랑'이라는 꽃으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암으로 힘든 순간에도 소냐는 '우린 사느라 바쁠 수도 있고 죽느라 바쁠 수도 있어요.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라며 오베를 위로하는 말이 감동적이다.

 

"하지만 소냐에게 오베는 결코 뚱하지도 거북하지도 까칠하지도 않았다. 그녀에게 그는 첫 저녁 식사 테이블에 올라 있던 살짝 부스스한 분홍색 꽃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입던 갈색 정장이 살짝 꽉 끼는 널찍하고 슬픈 어깨였다. 그는 정의와, 페어플레이와, 근면한 노동과, 옳은 것이 옳은 것이 되어야 하는 세계를 확고하게 믿는 남자였다. 훈장이나 학위나 칭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래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남자들은 이제 더 이상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소냐는 알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매일 아침마다 이 모든 게 자기 거라는 사실에 경탄하지요. 마치 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와서 끔찍한 실수가 벌어졌따고, 사실 당신은 이런 훌륭한 곳에 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바깥이 추울 때 열쇠가 자물쇠에 꽉 끼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아요. 발을 디딜 대 어느 바닥 널이 살짝 휘는지 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 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들이에요."​

이 책은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서 죽음과 삶​을 생각하게 한다. 오베의 아내 소냐가 사랑했던 고양이 어니스트가 죽고, 소냐도 세상을 떠났을때, 오베에게 나타난 고양이와 그의 이웃들과 함께하는 사건들이 오베에게 삶을 이어나가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한 오베의 곁에는 고양이가 있었다.

"우리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지만, 대부분은 죽음이 우리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데려갈지 모른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한다. 죽음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이 언제나 자신을 비껴가리라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우리를 홀로 남겨놓으리라는 사실이다."

"시간은 묘한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바로 눈앞에 닥친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며칠, 몇 주, 몇 년.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중 하나는, 아마도 바라볼 시간보다 돌아볼 시간이 더 많다는 나이에 도달했다는 깨달음과 함께 찾아올 것이다. 더 이상 앞에 남아 있는 시간이 없을 때는 다른 것을 위해 살게 될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건 추억일 것이다. 누군가의 손을 꼭 쥐고 있던 화창한 오후. 이제 막 꽃들이 만개한 정원의 향기. 카페에서 보내는 일요일. 어쩌면 손자들. 사람은 다른 이의 미래를 위해 사는 법을 발견하게 된다. 그건 소냐가 곁을 떠났을 때 오베 또한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그는 그저 살아가는 걸 멈췄을 뿐이었다. 슬픔이란 이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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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필립 코틀러 지음, 박준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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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의 저자 필립 코틀러는 14가지 자본주의의 단점을 검토하고, 그 숨은 힘과 원인을 밝히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안한다. 이 책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수많은 국가에서 자본주의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를 논의한다.

다음은 이 책에서 저자인 필립 코틀러가 최대한 해결하거나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본주의의 14가지 단점이다.​ 그는 자본주의가 빈곤을 줄이기 위해 더 나은 역할을 수행하고, 점차 벌어지는 소득 양극화를 억제하며, 환경에 대한 영향에 주목하고, 이를 고려하는 등 긍정적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말한다.

1. 지속적인 빈곤에 대해서 해결책을 거의 또는 아예 제공하지 못한다.

2.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진다.

3. 수십억 명의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지 못한다.

4. 자동화 때문에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5. 기업들이 사업을 하면서 사회에 초래한 비용 전체를 부담하지 않는다.

6. 규제가 없을 때, 환경과 천연자원은 남용된다.

7. 경기순환과 경제 불안정을 유발한다.

8. 지역사회와 공익을 희생시키고, 대신 개인주의와 사리사욕을 강조한다.

9. 개인들이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도록 조장하고, 생산 중심의 경제가 아니라 금융 중심의 경제구조를 이끌어낸다.

10. 정치인과 기업의 이익단체가 결탁해 시민 대다수의 경제적 이익을 막는다.

11. 장기적인 투자계획보다 단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계획을 선호한다.

12. 상품의 품질과 안전성 문제, 과대광고, 불공정 경쟁행위가 만연하다.

13. GDP 성장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14. 시장에 적용되는 공식에 사회적 가치와 행복이 빠져 있다.​

저자는 궁극적으로 자본주의는 모든 시민들의 삶을 어느 정도 개선했는가에 따라 평가된다고 말한다. 저자가 이를 위한 훌륭한 출발점은 일단 부유층을 대상으로 공정한 세금체계를 만드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빈곤층을 위해서는 거의 무익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소수를 위해서만 막대한 소득과 부를 창출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의문은 통제받지 않은 자본주의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만약 그렇다면 자본주의는 파괴의 씨앗을 품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대다수 시민의 실질적 소득이 늘지 않는다면, 상품의 재고는 쌓이고, 투자와 생산은 둔화되며, 실업률을 상승한다. 저자는 실업이 계속 늘어나면, 폭동이 일어나 자본주의 자체뿐만 아니라 부유층도 공격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GDP의 증가는 더 이상 빈곤의 감소를 의미하지 않는다. 부자는 전보다 더 잘살고, 다른 사람들은 아주 약간의 혜택을 얻거나 어쩌면 아예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는지 모른다. 부자들은 로비를 통해 의회의 법 제적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허점 많은 세법을 만든다. 거물급 정치인들은 확실히 거대기업의 편이다. 부자들 대부분이 일반 월급쟁이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저자는 개인의 권리가 보호되어야 하지만, 사회적 책임이 수반될 때 개인의 권리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는다고 말한다. 저자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잠재적 경쟁력이라고 말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오늘날 대부분 기업은 좋은 명분을 위해 기꺼이 비용을 부담한다. 첫째, 기업은 도로, 다리, 항만 등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인프라 덕분에 많은 혜택을 받았다. 따라서 어느 정도는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둘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에게 훌륭한 시민이라는 평판을 얻게 한다. CSR을 덕분에 더 많은 고객을 얻을 수 있고, 노동자들도 자신의 일터에 자긍심을 갖게 된다. 셋째, 자선활동은 기업이 이윤 창출과 부를 쌓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지 않다는 인식을 폭넓게 심어준다.​ 

저자는 이제는 금융 시스템을 바꿔야한다고 강조한다. 금융 시스템이 안전하면서도 수익을 남길 수 있도록 운영되기 위해서, 첫 번재는 미국 은행 중 어느곳도 파산을 허용할 수 없을 만큼 경제에서 큰 비중과 중요성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 도입된 새로운 종류의 금융상품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은행을 원래의 목적으로 복귀하도록 조치한다. 다시 말해서, 미국과 해외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잘못된 정치가 경제를 만든다는 이야기에 공감한다. 저자는 뇌물과 부패에 대한 해결책으로​ 먼저, 명백하게 부패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뇌물에 대한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 접급접은 정부의 상부기관들이 뇌물 사건이 발생하는지 수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다. 세번째 방법은 뇌물로 받은 돈을 숨기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최고의 로비스트를 동원하고 정치자금을 나누어주는 슈퍼리치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는 상위 1퍼센트의 재산과 영향력을 길들일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더욱 엄격한 세금제도라는 것을 말해준다. 로비의 영향, 뇌물과 부패의 정도와 높은 비용, 정부 규제와 적절한 세금정책의 미비, 슈퍼리치의 막강한 힘은 자본주의의 결과를 왜곡한다.

저자는 끊임없는 소비 추구를 억제하는 방법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방식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를 위한 방법으로 자원 채취에 제한을 두기, 모든 오염에 제한을 설정하기, 광고에 제한을 설정하기, 중소기업과 비영리 조직을 선호하기, 지역의 공공재를 늘리고, 공동체 결정에서 참여적인 접근방식을 지원하기, 노동시간을 줄이고, 자원봉사활동을 촉진시키기, 빈 집과 공동주택을 재사용하기,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소득 상한선을 정하기, 천연자원의 남용을 제한하고, 규제와 세금, 보상으로 생물 다양성과 문화를 보호하기, 자동차 중심의 문화에서 자전거나 도보를 장려하는 문화로 바꾸기를 소개한다. 저자는 성장 지향적인 경제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물질 없이 행복해지는 방법으로 1) 예술, 문화, 종교에 심취하기, 2)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기, 3) 검소한 삶을 선택하기가 소개되어 공감갔다.​ 자본주의 사회의 목표는 시민들의 폭넓은 행복과 삶의 수준으로 이어지는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는 건강한 자본주의의 구성요소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인상적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의무는 모든 시민이 잠재력을 깨닫고, 삶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며, 목표는 빈곤척결이다. 부자와 슈퍼리치들이 자신들의 부를 사회적 혜택을 받지 못한 가난한 이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갖는 저자의 바램이 꼭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자본주의의 14​개 단점은 각각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빈곤은 소득 불평등 문제의 일부이고, 이는 다시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높은 실업률 문제가 이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2가지 해결책인 긴축재정과 부양책이 충돌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 정치적 로비가 끼어들면서 정치인들이 금융구제와 환경보호 같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 권력 유지를 위해 표를 행사하게 만드는 식이다.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는 오늘 날 세계 경제 속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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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5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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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샘터 5월호에서는 '세월호가 할퀴고 간 삶의 갈피를 기록하다'라는 제목의 작가이자 르포문학 강사인 김순천님의 글이 인상적이다.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세월호 사건'의 가슴아픈 의미를 되새기를 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미래의 음악가, 작가, 화가, 과학자들을 잃었습니다. 평범한 어머니, 아버지가 되어 우리나라를 새롭게 만들어 갈 많은 아이를 잃었습니다. 왜 그 아이들이 세상을 뜰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는 꼭 알아야 합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저도 많이 아팠습니다. 우느라 한 글자도 기록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꼭 알아야 하기에 기록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정면으로 바라볼 때야 삶의 비밀이 문을 연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아동 폭력 피해자를 위한 치유의 춤'이라는 무용동작심리치료 전문가 류분순님의 글을 통해 좌절과 아픔을 경험한 아이들을 치유하는 춤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었다. 살면서 한 번도 남에게 온전히 존중받아보지 못한 아이들은 손을 모아 서로 마주 보고 인사하며 상대방에 대한 공감을 표현하는 동작에서 펑펑 울기도 한다는 것이다. 무용동작심리치료로 공감과 소통을 느끼며 치유하는 아이들이 많이 늘어갔으면 좋겠다. 예술로 인간을 치유하는 장면들이 감동적이다.


"무용동작치료의 여러 단계를 거치며 아이들은 잃어버린 놀이성과 창의성을 발견하고 자발성을 회복한다. 또한 몸동작의 심리적인 역동성을통해 상황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고 세상을 경험한다.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무용동작치료는 적절한 비언어적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낸다. 공감과 소통은 모든 의미 있는 인간관계의 근간이다. 누군가 나에게 공감할 떄 우리는 내면의 존재가 실재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공감이란 내가 모든 존재와 관계 맺고 있음을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손끝으로 만난 코끼리'라는 화가 엄정순님의 글이 감동적이다. 시각장애 학생들이 코끼리를 만지며 그들이 본 코끼리를 만드는 모습은 보이는 것 이면에 있는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맹학교 중 한 곳씩 돌아가면서 코끼리 만지기 수업을 하고 수업이 끝난 뒤 만든 작품들을 7년째 계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6개 맹학교 100여 명의 학생이 코끼리를 만나고 그들이 본 코끼리를 만들었다. 그 결과는 이제껏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코끼리의 모습이다. 그 작품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코끼리의 형상이 없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 코끼리답다. 코끼리가 없는 코끼리 작품이지만, 유치원생도 그것이 코끼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코끼리는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은 형태를 묘사하는 방식에서 자유로웠고, 몸으로 느낀 코끼리에 대한 기억이 먼저였다. 보이는 것 이면에 있는 본질에 다가가는 아이들의 작품을 본 미술 전문가들도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조형성과 미학에 가깝다며 칭찬했다."


이밖에도 샘터 5월호에서는 2015 샘터상 시조부문, 동화부문, 생활수기부문, 샘물상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2015 샘터상의 작품을 읽고나니, 내년에는 나도 샘터상에 도전하여 좋은 결실을 맺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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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 - 수업론 : 난관을 돌파하는 몸과 마음의 자세 아우름 5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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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의 원제목은 '수업론'이다. 이 책의 1장 무도와 수업은 합기도 전문지 <합기도 탐구>에 약 2년에 걸쳐 연재했던 내용이다. 저자는 자신이 합기도인으로서 타인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에 대한 자기반성 결과, 약함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고 말한다. 2장 명상과 수업은 <산가 제팬>이라는 불교계 잡지의 명상특집에 기고한 글이다. 저자는 수많은 프랑스 철학자 중에서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레비나스를 스승으로 선택한 것은 그가 20세기 철학자 중에서 지극히 '신체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의 3장은 각기 다른 독자를 상정하여 썼기에 꽤 문체도 다른 수업론을 이 한 권에 담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수업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를 그것을 '해낸 뒤'라야 말할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조차 설명할 수 없는 것을 타인에게 설명할 수는 없지요. 남에게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남과 우열을 비교하고 강약이나 잘하고 못함을 논할 수는 없습니다. 수업은 상업적인 거래와는 다릅니다. '노력'을 대가로 내놓으면 사용 가치가 명시된 '상품'을 건네받는 단순한 과정이 아닙니다."

 

저자는 수업의 초기 조건이 '신체적인 허약'이었기 때문에 나 자신의 약함에 대하여 연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강해지기 위해 나아가는 방향과 자신의 약함이 초래하는 재앙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아가는 방향은 상당히 다르다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나는 강해지기 위해 합기도에 입문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 자신의 '약함이 초래하는 재앙'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입문했습니다. 이 같은 동기는 그 이후 40여 년에 걸친 수업 과정 전체에 변함없는 모습으로 늘 밑바닥에 흘렀고, 소소하지만 특수한 이 입문 동기가 결과적으로 나의 합기도에 대한, 넓게는 무도 일반에 대한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되었습니다."

 

어느 철학자에 의하면, 무지란 지식의 결핍이 아니라 지식으로 머리가 빼곡하게 채워져 새로운 지식을 더 이상 받아들일 여지가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고 한다. 저자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학 교육이란, 무언가 유용한 지식이나 기술을 '덧셈'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이 아니라 '배움'에 대한 충동의 자연스러운 발로를 방해하는, 학생들 자신의 '무지에 대한 안주'를 해제하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학생들의 무지를 두고 지식 부족 때문이라고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르치는 입장디 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학생들은 지식이나 정보, 기술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인간은 내버려 둬도 놀랄 만큼 엄청난 기세로 지식을 익히고 정보를 받아들이고 기술을 습득합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배움'에 대한 근원적인 충동이 분명 존재합니다.

무지란, 그것을 방해하는 힘이지요. 배움을 저지하고 억제하려고 부단히 노력합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대학 교육이란, 무언가 유용한 지식이나 기술을 '덧셈'으로 보태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아니라 '배움'에 대한 충동의 자연스러운 발로를 방해하는, 학생들 자신의 '무지에 대한 안주'를, 해제하는 것이지요."

 

저자는 시합의 본질적인 함정을 말한다. 승패에 있어 '내가 강하다'는 것과 '상대가 약하다'는 것은 실천적으로 동일한 의미이기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를 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보다도 상대를 약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효과적이다. 따라서 상대적 우열,강약,승패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사람은 무의식중에 같은 길을 나아가는 수련자들의 성장을 방해하게 된다.

 

"논리는 간단하지요.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은 어렵고 노고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무언가를 '부수는' 것은 용이할 뿐 아니라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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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범죄를 공부하는가 - 최고의 프로파일러 표창원 박사의 두려움 없는 공부
표창원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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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범죄를 공부하는가>는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이자 현재는  민간 범죄수사분석 전문가로 다수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자 방송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표창원 박사가 쓴 저서이다. 이 책은 그가 살아온 삶을 공부하는 초점에서 정리한 하나의 기록이다. 이 책의 저자인 표창원 박사는 특히 성장과정에서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 장년기 등 각 시기를 대표하는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했고 그 시기를 관통하는 고민이나 갈등, 생각이나 주장 등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평소 존경하던 최고의 프로파일러 표창원 박사의 두려움 없는 공부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기대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표창원 박사의 삶을 자세하게 바라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는 정의로우며 솔직한 사람이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열정이 넘치는 인물이라고 여겨졌다.


표창원 박사는 청소년기에 부모님이 자주 다투셔서 자신에게 반항적인 기질이 있었다고 토로한다. 그의 학창시절 공부의 시작은 분노였다. 표창원 박사가 고3 시절에 병원에 입었했을때 친구들이 그에게 '경찰대학' 팸플릿을 전해주었고, 그는 어린 시절부터 운명처럼 사로잡던 '탐정 셜록 홈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여 경찰대학에 합격했다.


표창원 박사는 경찰대학과 경찰이 된 후 '넓어지기 위한 공부'를 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표창원 박사가 '언론과 국민은 경찰과 경찰대학, 그 졸업생들에 대해 열린, 비판적 시각으로 감시해야 하며 경찰대학 졸업생 집단 내부도 스스로를 치열하고 아프게 성찰해야 한다'고 말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경찰은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과 어떠한 유혹이나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투철한 정의감'이 생명이다. 중앙경찰학교나 경찰교육원 등 모든 경찰교육기관이 지향해야 할 공통의 가치이지만, 보다 복잡한 고도의 갈등상황에서 올바른 철학과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으로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경찰대학의 존재가치가 있다. 여야 정당이나 이념, 노사, 종교 혹은 빈부 등 각종 갈등이나 권익 충돌 상황에서 어느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오직 법과 원칙, 양심에 따라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정신적 힘을 가질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특수한 국립교육기관. 또한 경찰 내부에서 불법적인 행위나 지시가 행해졌을 때 망설임 없이 반대하고, 적발하고, 누구보다 엄격한 잣대로 처벌할 수 있는 집단적 '자기 정화 능력'을 구축하는 교육 시스템. 이 두가지가 경찰대학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근거'라고 난 믿는다."

표창원 박사는 영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밝으며 '진정한 공부의 재미'를 발견하게 되었다. 시켜서 하는, 진학 등의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부가 아닌, 정말 알고 싶어서, 스스로 하는 공부의 참맛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없던 범죄와 수사에 대한 전문 강의와 세미나, 도서관 책장을 가득 메운 전문 서적들과 논문들을 만났다. 그는 '살인마 잭'으로부터 '요크셔 리퍼', '글로스터 도살자 웨스트 부부' 및 런던 '기찻길 연쇄살인' 등 연이어 발생한 영국 연쇄살인 사건의 수사과정과 기법들에 대해 배우고, 경찰관서들을 방문해 영국 형사들과 함께 세미나를 했다. 그는 경찰을 그만두고 교수가 된 뒤에도 연구하고, 가르치고, 의뢰받은 사건들을 분석하기 위한 공부는 진행중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범죄와의 싸움을 평생의 일로 택한 자신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며, 또 진심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말한다.


2012년 12월 11일 발생한 '국정원 여직원 대선개입 여론 조작 의혹' 사건을 계기로 표창원 박사는 '경찰대학 교수;라는 혜택과 지위를 버렸다. 이로써 24년에 걸친 경찰대학생-경찰관-경찰유학생-경찰대학 교수로 이어진 공직 생활을 끝이 났다. 그는 어느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유인으로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2014년 4월 1일 (주)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가 창립되며 시작한 그의 2막의 인생을 응원한다. 정의에 굴복하지 않는 표창원 박사의 신념을 존경하며 이 책을 통해서 표창원 박사의 삶의 자세와 끊임없이 공부하는 열정을 배울 수 있었다.

"평생 범죄문제를 연구하고, 범죄사건을 수사하거나 분석하며 살아온 내게, '정의'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주제였다. 경찰대학 교수 시절에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교재로 삼아 한 학기 강의를 하기도 했다. 경찰대학생들에게 관계나 이익, 감정 등 어떤 것에도 치우치거나 쉽쓸리지 않는 '진정한 정의'를 지키고 추구해달라고 요구하며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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