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노트 - 알고 싶은 클래식 듣고 싶은 클래식
진회숙 지음 / 샘터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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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클래식 노트>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돕고자 하여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은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알아야 할 지식들과 들어야 할 클래식 음악을 함께 수록했다. 스마트 기기로 누구든 쉽게 접할 수 있는 QR코드를 활용해 궁금한 음악을 바로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클래식 음악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평소 클래식에 대해 어렵게만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클래식에 대해 애정을 갖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클래식 노트>는 1장 클래식 음악사 그리고 작곡가들, 2장 클래식 악기와 오케스트라, 3장 클래식 음악이론 노트, 4장 클래식 악곡 노트, 5장 클래식 음악 상식 노트, 6장 오페라가 여는 세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클래식 음악사 그리고 작곡가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서양음악사에서 시대는 어떻게 나눌까, 그레고리오성가란 무엇인가, 계명창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바로크음악의 바로크는 무슨 뜻일까, 베토벤이 교향곡 9개를 남긴 이유, 음악의 민족주의 국민음악, 인상주의 음악이 남긴 인상 등 클래식 음악사와 작곡가들의 궁금했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베토벤이 교향곡 9개를 남긴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베토벤 음악의 주고객은 프랑스혁명 이후 새로운 감상층으로 떠오른 시민 계급이었다. 베토벤은 부르주아라는 천차만별의 수준과 천차만별의 취향을 가진 청중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척박한 현실 아래 나뒹굴고 있었다. 시민계급이 새로운 문화 담당층으로 부상하고 공개 연주회가 일반화되면서, 작곡가들은 연주회가 열릴 때마다 늘 새로운 청중을 새롭게 만족시켜야했다. 주문에 의해 작품을 만들어내던 때와는 달리, 이 시대 작곡가들은 청중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만한 전무후무한 작품을 써야만 했다.

"하이든의 교향곡은 100곡이 넘지만, 각 곡의 구성이 비슷비슷하다. 모차르트의 교향곡도 하이든의 교향곡에 비해서는 다채롭지만 베토벤의 개성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초기작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강렬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그의 교향곡은 서로 비슷한 것이 하나도 없다. 당시에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 그 어느 것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것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표현의 강도를 끊임없이 고양하며 청중의 주의를 효과적으로 집중시키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듣고 있노라면, 부르주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다던 레닌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듯한 기분이다. 베토벤의 교향곡이야말로 부르주아가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던, 그 시대 예술의 금자탑과 같은 것이었다.

하나의 교향곡을 작곡할 때마다 각각의 작품에 쏟아부은 베토벤의 에너지는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베토벤이 새로운 교향곡을 발표할 때마다 청중과 비평가들은 관심을 집중했고, 각자 취향에 따라 새 작품에 대해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곤 했다. 당시에는 새로운 교향곡을 발표한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었다. 그 교향곡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평소 관심있던 '건반악기의 왕 피아노의 변천사'를 이야기하여 흥미롭다. 피아노의 역사는 다른 악이에 비해 그다지 길지 않다. 기껏 해야 300년 정도이다. 18세기 중반에 이르러 피아노 제작을 황금기를 맞았으며 1760년부터 1860년까지 피아노 제작 기술은 놀랄만큼 발전한다. 산업혁명이 한 커다란 몫을 한 것이다. 피아노의 가장 큰 특징은 건반을 누르는 힘에 의해 강약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피아노는 선율악기와 화성악기라는 두 가지 기능을 겸비하고 있다. 저자는 피아노가 건반악기의 왕으로 부상하게 된 데에는 음악을 즐기는 계층이 귀족이나 교회 같은 한정된 테두리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은 대중으로 이동했다는 사회적 배경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연주회장에서 음악이 연주되면서 보다 음량이 큰, 보다 표현 가능성이 큰 악기가 필요해진 것이다.


'오케스트라에 반드시 지휘자가 필요한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궁금증에 답해준다. 지휘자는 음악가 가운데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으로, 지휘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무대 뒤에서 오케스트라를 훈련하는 일이다. 지휘자는 그 누구보다 음악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며, 오케스트라를 효율적으로 이끌어가는 통솔력이 필요하다. 지휘자는 단원들에게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시키고 그 의도에 맞게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지휘자는 연주할 곡의 악보를 꼼꼼하게 읽고 나름대로 음악의 윤곽을 그린 다음, 리허설을 통해 리듬과 악센트, 밸런스, 색채라는 옷을 입힌다. 이 과정에서 지휘자의 해석이 가미된다. 같은 곡이라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서 음악이 달라진다. 지휘자는 템보는 어떻게 설정하고 박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프레이즈를 어떻게 처리하고 소리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 나갈 것인지 등 연주에 관한 모든 것을 결정한다. 여기에서 지휘자에게는 절대적인 권한이 부여된다."


저자는 바로크 시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환상곡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으로는 쇼팽의 <즉흥 환상곡>이 가장 유명하다. 중간에 마치 꿈을 꾸듯 로맨틱한 멜로디가 나온 뒤, 다시 화려한 전반부로 돌아간다.


"환상곡은 작곡가가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신의 환상을 마음껏 펼친 음악을 말한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환상곡>은 악곡의 형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환상곡에는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환상곡은 즉흥성이 강하고, 정서적으로 몽상적이거나 로맨틱하며, 음악적으로 자유분방하고 화려하다."

저자는 '같은 듯 다르게, 변주곡의 묘미'에 대해 말한다. 음악에 생기를 불어넣는 변주의 기법은 서양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작곡 기법이다. 저자는 훌륭한 작곡가를 가르는 기준은 주어진 선율, 즉 주제를 얼마나 훌륭하게 변형해나가느냐, 다시 말해 얼마나 변주를 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변주곡은 변주기법으로 작곡한 음악을 말한다. 하나의 주제를 멜로디, 화음, 박자, 리듬, 조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하게 변형해가는 음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변주의 본질은 '변화'이다. 그러나 변주곡에서의 변화는 '한정된 틀 안에서의 변화'를 의미한다. 변주곡의 각 변주는 어떤 형태로 변형되든 그 안에 주제를 품고 있다. 아무리 자유분방하게 변형된 경우라도 주제와의 연관성은 늘 음악 속에 잠복해 있다. 앞서 예로 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어보면, 어떤 변주에서도 원형인 '반짝반짝 작은 별'이 내재되어 있다. 그렇게 주제의 뼈대는 유지한 채 끊임없이 새로운 상상력을 펼쳐나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변주곡은 통일성 속에 다양성을 구현해내는 음악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클래식 음악 상식들을 배울 수 있어 유익하다. 작품 번호의 비밀, 빠르기를 구분하는 다채로운 표현,알아두면 편리한 음악 용어 60, 절대음악에 얽힌 비밀,클래식 음악에 전용 연주홀이 필요한 이유, 클래식 연주회에서 박수 치는 타이밍,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서 무반주의 의미, 클래식 음악의 축제 갈라 콘서트, 고음악의 부활 원전연주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 끝부분에는 오페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오페라의 음악 구성, 다양한 오페라 장르, 오페라 원어의 중요성, 오페라의 음악극의 차이에 대해 소개한다. <클래식 노트>는 평소 클래식에 관심을 갖고 클래식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궁금했던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지적인 흥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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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 고전 속 지식인들의 마음 지키기
박수밀 지음, 강병인 서체 / 샘터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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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은 옛 지식인의 삶을 이끈 한 마디 문장과 그 문장을 오롯하게 드러내 주는 인생의 아름다운 국면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인물들은 역사의 주류도 있고, 마이너리티도 있으며, 존재조차 희미한 인물도 있다. 요절한 이도 있고, 억울하게 죽은 이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긍정하고, 고난을 피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굳은 의지로 극복해 나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길을 지켜간 옛사람들의 좌우명을 통해서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책이다.


조선 후기 오희상의 학통을 이어 많은 제자들을 길러낸 학자인 봉서 유신환의 나막신에 담긴 각별한 사건이 소개되어 인상적이다. 저자는 '인간의 진실과 순수가 가장 잘 드러나는 때는 시련과 위기 앞에 섰을 때다. 그 고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깊어지기도 하고 좌절되기도 한다. 앞날이 어찌 될지 알 수 없지만 시련을 끌어안고 견디어 가는 가운데 인생을 더욱 깊고 풍부해진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멋글씨 예술가 강병인이 쓴 옛사람들의 좌우명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가죽신을 신으면 편안하고, 나막신을 신으면 위험하다. 그렇지만 편안하여 방심하기보다는 위험하여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낫다."

 

 

조선 중기 문신이자 한문학 4대가의 한 사람인 계곡 장유는 <계곡집> 권 2 중 <묵소명>에서 '말은 침묵을 통해 깊어진다'고 말했다. 침묵의 힘을 잘 알고 침묵을 사랑한 장유의 좌우명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침묵은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방해에 구속받지 않고 고요함 가운데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침묵은 덕을 기르고 기운을 안정시킨다. 장유는 침묵할 때 영혼을 맑고 고요한 세계로 이끌 수 있음을 깨달았다. 말이 소음이 될 때는 침묵이 금이다. 비위 맞추는 말, 공교로운 말을 믿지 말고 침묵에 담긴 진심을 들여다보라."​

조선 지성사에서 가장 뛰어난 문장가이자 사상가인 연삼 박지원은 "온 세상과 함께 즐기면 여유가 있지만 자기 혼자 즐기면 부족하다"고 말했다. 당시 가장 막강한 권력을 소유했던 노론 가문이었으며 문장력이 탁월했던 박지원은 혼자서도 잘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덨다. 그러나 박지원은 혼자 잘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힘없는 이웃에게 눈길을 주었고, 불우한 인재들과 친구가 되었으며, 가난한 백성들이 후생하기를 바랐다. 나아가 원수의 나라 청과도 좋은 관계를 맺기를 바랐으며 온 천지 만물이 더불어 공생하기를 소망했다.


영조 대부터 정조 대에 이르기까지 큰 업적을 남기며 영의정까지 올랐던 명재상 번암 채제공에게 다산 정양용이 조언한 '할 수 있는 모든 선을 행하라'라는 이야기는 꼭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자신이 한 행동을 합리화하기 전에, 선하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항상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아홉 가지 일은 모두 악한데 한 가지 일이 우연히 착하다면 그는 선한 사람일 수 없습니다. 또 아홉 가지 일은 모두 착한데 한 가지 일이 우연히 악하다고 해도 착하지 않은 사람이 됩니다. 어떤 항아리가 전체는 모두 깨지고 그 입만 온전하다 해도 깨진 항아리가 되며, 전체는 완전한데 오직 구멍 하나가 뚫렸어도 깨진 항아리가 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곧 사람이 매사에 선을 다하지 못한다면, 끝내 착하지 않은 사람이 됨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니, 사람이 선을 이루기가 어려움이 이와 같습니다. 선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일을 하는 자는 스스로를 포기하는 자입니다.(...) <중용>에, '선을 택해 굳게 지키라.' 하였고, 또, '선에 밝지 않으면, 몸에 성실하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매사에 선을 다하고자 한다면, 선에 밝아서 선을 선택해야 하니, 이렇게 하면 선을 지켜 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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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턱 - SNS 시대 맷집 좋은 기업 만들기
에릭 데젠홀 지음, 이진원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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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리턱>의 저자 에릭 데젠홀은 미디어의 급속한 발달로 변모해가는 스캔들과 논란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단단해 보였던 기업, 조직, 유명 인사들도 평판에 대한 공격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지기 일쑤다. 상대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이렇듯 미디어는 다윗을 골리앗으로, 골리앗을 다윗으로 만들었다. 이 책은 1부 기업들은 왜 유리턱이 되었나, 2부 위기관리의 진실과 거짓이라는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미디어 업계는 유리턱을 가진 주인공들이 대거 등장하는 토기 굴 같은 세계다. 스캔들을 쫓아 굴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약자는 강해지고 강자는 약해진다. 그리고 이 비현실적인 세계는 특이하고 험악한 인물들과 온갖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가득하다."

미디어의 수가 폭등하고 인터넷, 소셜 미디어 등이 발달하면서 정보 유출이 하나의 산업처럼 되어버렸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약자라 여겨졌던 개개인들이 상당히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식탐이 그렇듯 스캔들의 소비도 중독성을 띤다. 배가 터지도록 먹고서도 또 무언가를 먹어치우는 것은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저 입에 뭔가 계속 넣고 깊다는 탐욕 때문이다. 스캔들 또한 마찬가지다. 자극적인 이야기들은 교훈이나 철학이 아닌 말초적 욕구에 의해 퍼져나가게 된다."

클릭의 힘은 위대하며 이젠 뉴스의 정확도보다 속도가 중요하게 여겨질 정도의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1980, 199년대의 상당 기간 동안 보통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클릭 한 번으로 누구나 경쟁적으로 온갖 논란을 다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미디어의 숫자 확대는 각 미디어 간의 미묘한 차이가 줄어듦을 의미한다. 이제 시장은 기존의 편견들을 자극하고 확인하는 정보가 순식간에 쏟아져 나오기를 바란다. 그런고로 장문 형식의 저널리즘은 급속히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여론의 관심을 얻기 위한 쟁탈전에서는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승리하게 마련이다. 특히 스캔들에 관해서는 생각이 아닌 감정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훨씬 유효하다. 감정은 데이터가 아닌 신호들을 통해 유발된다. 악인의 거주지를 촬영한 항공사진, 호사를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악인의 젊은 정부를 찍은 사진, 은퇴 연금을 날리고는 절망에 빠진 연금 수령자들의 사진처럼 언론 보도에 빈번히 등장하는 시각적인 자료들이 그것이다."


저자는 정보의 확산 속도, 익명의 공격 플랫폼, 분노의 자극, 불필요한 정보 유출, 주목 받으려는 광적인 욕구, 소셜 미디어 앞에서의 충동 조절 장애 등이 유례없이 큰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오늘날에는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굳이 블록버스터급 이야기를 지어낼 필요조차 없다. 트윗이나 리트윗, 블로그 포스팅, 공유만으로도 목적은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 미디어의 숫자가 급증하면서 초고속 경쟁이 펼쳐지는 현 상황에서 익명의 소식통은 전례 없이 큰 피해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은 사람들이 무슨 기사를 읽고 있는지 알아내서 그에 맞춰 뉴스를 만들고, 더 많은 클릭 수를 위해 그 뉴스를 자극적인 이야기로 가공하여 신속하게 사람들 앞에 대령한다. 인터넷 기사 중에 '낚시 기사'가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다양해졌다고 정보의 흐름도 다양해지는 것은 아니다. 논란이 터졌을 때 우리가 실제로 목격하는 것은 자신의 정보만이 옳다고 우기는 광경이나 180도 상반되는 극단적 시각을 가진 이야기들이다. 그 시각은 대개 둘 중 하나다. 사람을 매장하거나 신격화하거나, 그리고 당신이 중요 인물일 경우에는 부정적 정보로 인해 삶이 파탄 나기가 더 쉬워진다."

"익명성은 공격자들에게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본인의 일방적 주장을 더 크게 떠들 수 있는 자신감을 주고, 이런 주장은 분노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모니터 뒤에 숨으면 자신에게 반격할 수 있는 사람과 정면으로 마주쳤을 때에 비해 싸우기가 훨씬 수월하다. 더군다나 온라인 공격에 인간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들에게 공격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픽셀'일 뿐이다."

저자는 사이버 명예욕과 가십의 양산에 대해 이야기한다. 분노와 좌절은 공격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대부분이 한평생 버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하루 만에 기부하는 사람들에 의해 더 자비를 베풀라는 강요를 당하고 있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기부 활동에 열심히 나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우리는 스스로가 2번 실패했다는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헤지펀드나 기술주에 투자해서 큰돈을 벌지 못했을뿐더러 기부할 돈조차 별로 없다는 모욕감이다. 그러니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유명 인사들의 몰락을 지켜보며 몰래 기뻐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 책에서 저자가 많은 사람이 과도하게 높은 자존심 때문에 고통을 받으면서 SNS를 통해 존재하지도 않는 팬들에게 자신을 홍보하고 있다고 말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그러면서 환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 애쓰는 것이다. 우리는 다들 스타가 되고 싶어 안달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저자가 위기관리의 8가지 착각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 흥미롭다. 1) 논란을 사전에 막아라, 2) 즉각 대응하라​, 3) 자백하라, 4) 자기 입장을 이야기하라, 5) 한목소리로 말하라, 6) 위기는 기회다, 7) 화제를 바꿔라, 8) 이해관계자들을 교육시켜라이다.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한지 여부를 평가하는 가장 책임감 있는 방법은 거론되고 있는 사태의 진실성과 심각성을 고려해보는 것이다. 저자는 피해 통제에 관함 상투적 지침들은 우리를 안심시키지만, 실제로 입증된 효과는 거의 없으며 그대로 따르기 전에 실제 결과를 곰곰히 예측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위기에서 벗어나 사업을 복구시키고 일선에 복귀할 수는 일지만 평판을 회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한다. 때로는 위기관리의 목적을 평판 회복에 두지 않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이밖에도 저자는 스캔들을 좌우하는 11가지 변수로 1) 불리한 사실, 2) 피해의 크기, 3) 희생자들, 4) 작정하고 달려드는 적들, 5) 지지자들, 6) 위선, 7) 거물들의 극적인 몰락, 8) 호감도, 9) 시각적 문화적 요소, 10) 혼잡한 시국, 11) 재원을 이야기한다. 이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데 긴요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위기관리를 위한 조언으로 1) 목적부터 확실히 하라, 2) 우군의 지원을 받아라, 3) 반대 논리를 구축하라, 4) 생존보다 인내에 집중하라, 5) 본성에 충실하라, 6) 파도를 어떻게 피할 것인지 심사숙고하라, 7) 인터넷을 이용하라, 8) 계획은 압축적으로 세워라 9) 포기하지 마라, 10) 예술 문학 역사로 눈을 돌려라 11) 종결에 집착하지 마라 12) 과시욕의 덫, 13) 고바야시 마루 훈력, 14) 경험의 힘이라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유리턱>은 스캔들의 성격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경감심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스캔들을 가능하면 예방하거나 피하는 방법을, 필요하다면 논란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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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5.6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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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6월호 '이달에 만난 사람' 코너에는 달 시화전 열어 소외계층 돕는 시인 권대웅님에 관한 글이 실려있어 인상적이다. 하늘 아래 달과 가장 가까운 동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권 시인은 3년 전부터 달을 노래하고 있다. 2012년 어느 봄밤, 서울 상도동 산똑대기에 있는 집 앞마당에 앉아 담배를 피우다 문득 올려다본 보름달이 그를 향해 뭔가 속살거리는듯 했다고 말한다. 그는 2014년 4월 인사동 갤러리 시작에서 달동네 소외계층 후원 시화전을 열었고 동네 책방에서 열리는 시화전도 참여했다. 달 시화전이 동네 책방과 지역 주민이 상생, 연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는 그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날 달한테서 두 가지 메시지를 받았어요. 첫 번째는 남은 생을 나누면서 살라는 것, 두 번째는 어두운 곳에서 힘들게 사는 이들의 마음을 달빛처럼 시로 밝혀주라는 것이었죠."

인상적인 촬영지를 찾아가는 기행 지면으로 '그곳에 가고 싶다' 코너에는 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지가 소개되어 흥미롭다. 이 글을 읽고 강원 삼척 근덕면 일대를 여행하고 싶어졌다.

"여행지에 대한 첫인상은 꽤​ 믿을 만하다. 강원도 삼척의 경우엔 첫인상이 끝인상과 같았다. 버스에서 내려 처음 만난 참석은 투명하고 고요했다. 허진호 감독은 그래서 삼척을 선택했을 것이다. 사랑의 찬란함과 이별의 쓰라림을 배가시켜 보여주기 위하여. "시간은 늘 가고, 그 시간 속에서 모든 것들이 변한다. 서로 만나 좋아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잊혀졌다 다시 기억하고. 그 기억이 갖는 느낌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는 그 기억과 변화에 관한 관찰로서 영화 <봄날은 간다>를 만들었다.

가수 김광석의 영정을 보고 사진을 소재로 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들었던 그가 <봄날은 간다>를 시작하며 떠올린 건 아버지의 조촐한 회갑잔치에서 어머니가 불렀던 노랫소리였다. 실제로 영화에서 소리는 두 주인공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겨울의 차가운 파도 소리, 대나무 숲의 싱그러운 바람 소리, 눈 내리는 산사의 포근한 풍경 소리, 시냇물의 청량한 소리를 녹음하며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 기행에 귀 기울이다 보면 잊고 있던 소리가 되살아난다."


샘터 6월호에는 '세상을 뒤흔든 팝송'으로 밥딜런의 'The Times They Are A-Changing"이 소개되었다. 평소 음유 시인으로 불리는 밥 딜런을 좋아했기에 흥미로웠던 글이다. 이 곡은 밥 딜런이 1964년에 발표한 명곡으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라는 제목이다. 1960년대 미국 역사는 케네디 대토령이 암살당하고, 흑인 민권 운동이 불타오르고, 월남전에 반대하는 반전 캠페인이 거세게 일어났던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보통 앨비스 프레슬리를 로큰롤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팝의 황제라고 부른다면 이번에 소개할 가수는 그런 화려한 별명보다는 음유 시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인물이다. 권위에 저항하고 새 시대의 물결을 예언했던 싱서송라이터이자 1960년대 청년 정신을 대변했던 반항아. 바로 밥 딜런이다."


" 'The Times They Are A-Changing'은 밥이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민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곡이다. 낡은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세계를 바꾸어 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밥 딜런의 전문 평론가인 미쉘 그레이는 "이 노래는 전형적인 저항 가요이며 침묵하는 대중에게 화두를 던져 그들로부터 반향을 일으키자는 목표를 지녔다"고 평가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이렇게 끝난다. "지금 앞서 있는 자들이 훗날 꼴찌가 되리라(And the first one will later be last)." 마르코 복음서를 인용한 이 구절은 스티브 잡스가 가장 좋아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비록 지금은 뒤처져 있더라도 결코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겐 새로운 미래가 늘 열려 있으며, 그 미래를 품는 건 우리 몫이니까."


샘터 6월호 특집 기사로 '자기만의 방'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외양간에 꾸민 집필실, 나 홀로 동굴, 예순 살의 도서관, 애마 나의 안식처, 꿈을 그리는 작업실, 화장실에 의자를 두는 이유'라는 자기만의 방과 관련된 사연의 글에서 소중한 나만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철처히 혼자만의 방, 혼자만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는 홍성재님의 '나 홀로 동굴'에 관한 이야기가 돋보였다.


" '나 홀로 동굴'에서 느끼고 배웠던 경험은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우리 사회는 암묵적으로 협력과 협동을 강요합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도 개인보다 구성원을 생각하고 배려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오롯이 돌볼 수 있는 공간, 홀로 생각할 수 있는 여유 시간을 주지 않는 공동체는 불편하기 마련입니다. '나 홀로 동굴'을 통해 혼자만의 공간을 확보하도록 노력한 덕분에 자발적 협력의 즐거움을 깨달았던 경험은 꼭 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닐 듯합니다. 우리 주변의 더 많은 사람에게 홀로 있을 동굴을 선물하면 어떨까요?"


문화 살롱 신간 소개에는 도서 <마음의 힘>, <우리는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목수의 인문학> <제주에서 1년 살아보기> <스물아홉 장의 전당표>가 소개된다. 특히 강상중 교수의 저서 <마음의 힘>에 관한 이야기가 돋보인다.


"현대인의 마음은 왜 궁지에 몰렸는가. 저자는 원인을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번째는 세계화와 함께 가치관이 획일화되면서 대안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 두번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가 약화되고 모든 문제를 개인 탓으로 돌리는 풍토가 만연했다는 점. 세 번째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조언은 명쾌하다. 정체된 듯한 삶이 갑갑하고 괴롭더라도 꿋꿋이 견디면 그 시간이 자양분이 될 거라고.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으라고. 잘 안되면 몇 번이고 방향을 바꾸더라도 그 길 끝에서 수많은 선택의 가능성을 찾아내라고. 그것이 이 책에 담긴 문직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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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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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는 독일 인기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제7권이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여형사 피아와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보덴슈타인 반장이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다룬 추리 소설이다.

행복만 가득해야 할 크리스마스 시즌이 공포로 붉게 물든다. 개를 산책시키던 노인, 손녀 곁에서 요리를 하던 부인, 빵집 종업원과 학교 선생님까지, 평생 나쁜 일이라고는 저지르지 않은 선량한 사람들이 ‘스나이퍼’의 총에 맞아 살해된다. 재미를 위한 사이코패스의 짓일까? 피해자들에게 실은 어두운 과거가 있는 걸까? 오리무중 속에서 ‘스나이퍼’의 뒤를 한 발 한 발 밟아나가는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결국 거대한 슬픔과 마주한다.

<산 자와 죽은 자>​는 '키르스텐 슈타틀러'라는 뇌사자의 장기 이식 사건과 관련되어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살해자가 '키르스텐 슈타틀러'의 장기 이식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의 가족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 책은 장기이식이라는 사회적인 이슈와 개인적인 복수를 그린 작품으로 흥미롭다. 살인 사건의 다양한 용의자 중에서 범인을 추리해가는 과정이 몰입력있게 펼쳐진다.

"죽어야 했던 사람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는 형을 집행했을 뿐이다. 기록도 자세히 해두었다. 산 자는 벌을 받을 것이고 죽은 자는 원을 풀 것이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 책에는 '장기마피자 피해자 모임'인 장피아 모임과 장기 기증에 관한 이야기들이이 등장하여 인상적이다.​ 특히 뇌사자의 장기 이식이라는 소재에 대한 내용을 다루어 장기 이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산 자와 죽은 자>는 작가 자신이 2012년 시한부 선고를 받고 심장 판막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이라고 하니,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장기 이식센터 의사들은 다 도둑놈들입니다. 어디서 장기 기증자가 나왔다 하면 피 냄새를 맡은 독수리 뗴처럼 달려들죠. 장기를 떼어낸 후에 일어나는 일들은 살인이나 다르지 않아요."

"그렇게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행태, 기증자의 대한 경외심 부족, 직원들의 둔감한 태도는 정말 참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장기 기증은 그런 게 아니거든요.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신속해야 한다는 건 저도 압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것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입니다. 가족의 품에서 죽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장기로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로 결정한 기증자에게 경외심을 갖는 의사는 별로 없습니다. 거기서 일어나는 일은 말 그대로 비윤리적입니다. 의사들은 지난번보다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수술을 끝내는 데만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면 실수가 생기게 마련이죠. 장기가 손상돼 쓸 수 없게 돼버리기도 하고, 싸움이 나거나 알력 다툼이 생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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