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턱 - SNS 시대 맷집 좋은 기업 만들기
에릭 데젠홀 지음, 이진원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유리턱>의 저자 에릭 데젠홀은 미디어의 급속한 발달로 변모해가는 스캔들과 논란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단단해 보였던 기업, 조직, 유명 인사들도 평판에 대한 공격 앞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지기 일쑤다. 상대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이렇듯 미디어는 다윗을 골리앗으로, 골리앗을 다윗으로 만들었다. 이 책은 1부 기업들은 왜 유리턱이 되었나, 2부 위기관리의 진실과 거짓이라는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미디어 업계는 유리턱을 가진 주인공들이 대거 등장하는 토기 굴 같은 세계다. 스캔들을 쫓아 굴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약자는 강해지고 강자는 약해진다. 그리고 이 비현실적인 세계는 특이하고 험악한 인물들과 온갖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가득하다."

미디어의 수가 폭등하고 인터넷, 소셜 미디어 등이 발달하면서 정보 유출이 하나의 산업처럼 되어버렸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약자라 여겨졌던 개개인들이 상당히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식탐이 그렇듯 스캔들의 소비도 중독성을 띤다. 배가 터지도록 먹고서도 또 무언가를 먹어치우는 것은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저 입에 뭔가 계속 넣고 깊다는 탐욕 때문이다. 스캔들 또한 마찬가지다. 자극적인 이야기들은 교훈이나 철학이 아닌 말초적 욕구에 의해 퍼져나가게 된다."

클릭의 힘은 위대하며 이젠 뉴스의 정확도보다 속도가 중요하게 여겨질 정도의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1980, 199년대의 상당 기간 동안 보통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클릭 한 번으로 누구나 경쟁적으로 온갖 논란을 다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미디어의 숫자 확대는 각 미디어 간의 미묘한 차이가 줄어듦을 의미한다. 이제 시장은 기존의 편견들을 자극하고 확인하는 정보가 순식간에 쏟아져 나오기를 바란다. 그런고로 장문 형식의 저널리즘은 급속히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여론의 관심을 얻기 위한 쟁탈전에서는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승리하게 마련이다. 특히 스캔들에 관해서는 생각이 아닌 감정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훨씬 유효하다. 감정은 데이터가 아닌 신호들을 통해 유발된다. 악인의 거주지를 촬영한 항공사진, 호사를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악인의 젊은 정부를 찍은 사진, 은퇴 연금을 날리고는 절망에 빠진 연금 수령자들의 사진처럼 언론 보도에 빈번히 등장하는 시각적인 자료들이 그것이다."


저자는 정보의 확산 속도, 익명의 공격 플랫폼, 분노의 자극, 불필요한 정보 유출, 주목 받으려는 광적인 욕구, 소셜 미디어 앞에서의 충동 조절 장애 등이 유례없이 큰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오늘날에는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굳이 블록버스터급 이야기를 지어낼 필요조차 없다. 트윗이나 리트윗, 블로그 포스팅, 공유만으로도 목적은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 미디어의 숫자가 급증하면서 초고속 경쟁이 펼쳐지는 현 상황에서 익명의 소식통은 전례 없이 큰 피해를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은 사람들이 무슨 기사를 읽고 있는지 알아내서 그에 맞춰 뉴스를 만들고, 더 많은 클릭 수를 위해 그 뉴스를 자극적인 이야기로 가공하여 신속하게 사람들 앞에 대령한다. 인터넷 기사 중에 '낚시 기사'가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다양해졌다고 정보의 흐름도 다양해지는 것은 아니다. 논란이 터졌을 때 우리가 실제로 목격하는 것은 자신의 정보만이 옳다고 우기는 광경이나 180도 상반되는 극단적 시각을 가진 이야기들이다. 그 시각은 대개 둘 중 하나다. 사람을 매장하거나 신격화하거나, 그리고 당신이 중요 인물일 경우에는 부정적 정보로 인해 삶이 파탄 나기가 더 쉬워진다."

"익명성은 공격자들에게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본인의 일방적 주장을 더 크게 떠들 수 있는 자신감을 주고, 이런 주장은 분노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모니터 뒤에 숨으면 자신에게 반격할 수 있는 사람과 정면으로 마주쳤을 때에 비해 싸우기가 훨씬 수월하다. 더군다나 온라인 공격에 인간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들에게 공격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픽셀'일 뿐이다."

저자는 사이버 명예욕과 가십의 양산에 대해 이야기한다. 분노와 좌절은 공격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대부분이 한평생 버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하루 만에 기부하는 사람들에 의해 더 자비를 베풀라는 강요를 당하고 있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기부 활동에 열심히 나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우리는 스스로가 2번 실패했다는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헤지펀드나 기술주에 투자해서 큰돈을 벌지 못했을뿐더러 기부할 돈조차 별로 없다는 모욕감이다. 그러니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유명 인사들의 몰락을 지켜보며 몰래 기뻐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 책에서 저자가 많은 사람이 과도하게 높은 자존심 때문에 고통을 받으면서 SNS를 통해 존재하지도 않는 팬들에게 자신을 홍보하고 있다고 말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그러면서 환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 애쓰는 것이다. 우리는 다들 스타가 되고 싶어 안달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저자가 위기관리의 8가지 착각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 흥미롭다. 1) 논란을 사전에 막아라, 2) 즉각 대응하라​, 3) 자백하라, 4) 자기 입장을 이야기하라, 5) 한목소리로 말하라, 6) 위기는 기회다, 7) 화제를 바꿔라, 8) 이해관계자들을 교육시켜라이다.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한지 여부를 평가하는 가장 책임감 있는 방법은 거론되고 있는 사태의 진실성과 심각성을 고려해보는 것이다. 저자는 피해 통제에 관함 상투적 지침들은 우리를 안심시키지만, 실제로 입증된 효과는 거의 없으며 그대로 따르기 전에 실제 결과를 곰곰히 예측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위기에서 벗어나 사업을 복구시키고 일선에 복귀할 수는 일지만 평판을 회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한다. 때로는 위기관리의 목적을 평판 회복에 두지 않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이밖에도 저자는 스캔들을 좌우하는 11가지 변수로 1) 불리한 사실, 2) 피해의 크기, 3) 희생자들, 4) 작정하고 달려드는 적들, 5) 지지자들, 6) 위선, 7) 거물들의 극적인 몰락, 8) 호감도, 9) 시각적 문화적 요소, 10) 혼잡한 시국, 11) 재원을 이야기한다. 이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데 긴요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위기관리를 위한 조언으로 1) 목적부터 확실히 하라, 2) 우군의 지원을 받아라, 3) 반대 논리를 구축하라, 4) 생존보다 인내에 집중하라, 5) 본성에 충실하라, 6) 파도를 어떻게 피할 것인지 심사숙고하라, 7) 인터넷을 이용하라, 8) 계획은 압축적으로 세워라 9) 포기하지 마라, 10) 예술 문학 역사로 눈을 돌려라 11) 종결에 집착하지 마라 12) 과시욕의 덫, 13) 고바야시 마루 훈력, 14) 경험의 힘이라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유리턱>은 스캔들의 성격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경감심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스캔들을 가능하면 예방하거나 피하는 방법을, 필요하다면 논란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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