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노트 - 알고 싶은 클래식 듣고 싶은 클래식
진회숙 지음 / 샘터사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클래식 노트>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를 돕고자 하여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은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알아야 할 지식들과 들어야 할 클래식 음악을 함께 수록했다. 스마트 기기로 누구든 쉽게 접할 수 있는 QR코드를 활용해 궁금한 음악을 바로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클래식 음악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평소 클래식에 대해 어렵게만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클래식에 대해 애정을 갖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클래식 노트>는 1장 클래식 음악사 그리고 작곡가들, 2장 클래식 악기와 오케스트라, 3장 클래식 음악이론 노트, 4장 클래식 악곡 노트, 5장 클래식 음악 상식 노트, 6장 오페라가 여는 세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클래식 음악사 그리고 작곡가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서양음악사에서 시대는 어떻게 나눌까, 그레고리오성가란 무엇인가, 계명창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바로크음악의 바로크는 무슨 뜻일까, 베토벤이 교향곡 9개를 남긴 이유, 음악의 민족주의 국민음악, 인상주의 음악이 남긴 인상 등 클래식 음악사와 작곡가들의 궁금했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베토벤이 교향곡 9개를 남긴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베토벤 음악의 주고객은 프랑스혁명 이후 새로운 감상층으로 떠오른 시민 계급이었다. 베토벤은 부르주아라는 천차만별의 수준과 천차만별의 취향을 가진 청중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척박한 현실 아래 나뒹굴고 있었다. 시민계급이 새로운 문화 담당층으로 부상하고 공개 연주회가 일반화되면서, 작곡가들은 연주회가 열릴 때마다 늘 새로운 청중을 새롭게 만족시켜야했다. 주문에 의해 작품을 만들어내던 때와는 달리, 이 시대 작곡가들은 청중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만한 전무후무한 작품을 써야만 했다.

"하이든의 교향곡은 100곡이 넘지만, 각 곡의 구성이 비슷비슷하다. 모차르트의 교향곡도 하이든의 교향곡에 비해서는 다채롭지만 베토벤의 개성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초기작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강렬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그의 교향곡은 서로 비슷한 것이 하나도 없다. 당시에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 그 어느 것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것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표현의 강도를 끊임없이 고양하며 청중의 주의를 효과적으로 집중시키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듣고 있노라면, 부르주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다던 레닌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듯한 기분이다. 베토벤의 교향곡이야말로 부르주아가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던, 그 시대 예술의 금자탑과 같은 것이었다.

하나의 교향곡을 작곡할 때마다 각각의 작품에 쏟아부은 베토벤의 에너지는 하이든이나 모차르트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베토벤이 새로운 교향곡을 발표할 때마다 청중과 비평가들은 관심을 집중했고, 각자 취향에 따라 새 작품에 대해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곤 했다. 당시에는 새로운 교향곡을 발표한다는 그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었다. 그 교향곡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평소 관심있던 '건반악기의 왕 피아노의 변천사'를 이야기하여 흥미롭다. 피아노의 역사는 다른 악이에 비해 그다지 길지 않다. 기껏 해야 300년 정도이다. 18세기 중반에 이르러 피아노 제작을 황금기를 맞았으며 1760년부터 1860년까지 피아노 제작 기술은 놀랄만큼 발전한다. 산업혁명이 한 커다란 몫을 한 것이다. 피아노의 가장 큰 특징은 건반을 누르는 힘에 의해 강약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피아노는 선율악기와 화성악기라는 두 가지 기능을 겸비하고 있다. 저자는 피아노가 건반악기의 왕으로 부상하게 된 데에는 음악을 즐기는 계층이 귀족이나 교회 같은 한정된 테두리에서 벗어나, 보다 폭넓은 대중으로 이동했다는 사회적 배경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연주회장에서 음악이 연주되면서 보다 음량이 큰, 보다 표현 가능성이 큰 악기가 필요해진 것이다.


'오케스트라에 반드시 지휘자가 필요한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궁금증에 답해준다. 지휘자는 음악가 가운데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으로, 지휘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무대 뒤에서 오케스트라를 훈련하는 일이다. 지휘자는 그 누구보다 음악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며, 오케스트라를 효율적으로 이끌어가는 통솔력이 필요하다. 지휘자는 단원들에게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시키고 그 의도에 맞게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지휘자는 연주할 곡의 악보를 꼼꼼하게 읽고 나름대로 음악의 윤곽을 그린 다음, 리허설을 통해 리듬과 악센트, 밸런스, 색채라는 옷을 입힌다. 이 과정에서 지휘자의 해석이 가미된다. 같은 곡이라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서 음악이 달라진다. 지휘자는 템보는 어떻게 설정하고 박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프레이즈를 어떻게 처리하고 소리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 나갈 것인지 등 연주에 관한 모든 것을 결정한다. 여기에서 지휘자에게는 절대적인 권한이 부여된다."


저자는 바로크 시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환상곡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낸다.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으로는 쇼팽의 <즉흥 환상곡>이 가장 유명하다. 중간에 마치 꿈을 꾸듯 로맨틱한 멜로디가 나온 뒤, 다시 화려한 전반부로 돌아간다.


"환상곡은 작곡가가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신의 환상을 마음껏 펼친 음악을 말한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환상곡>은 악곡의 형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환상곡에는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환상곡은 즉흥성이 강하고, 정서적으로 몽상적이거나 로맨틱하며, 음악적으로 자유분방하고 화려하다."

저자는 '같은 듯 다르게, 변주곡의 묘미'에 대해 말한다. 음악에 생기를 불어넣는 변주의 기법은 서양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작곡 기법이다. 저자는 훌륭한 작곡가를 가르는 기준은 주어진 선율, 즉 주제를 얼마나 훌륭하게 변형해나가느냐, 다시 말해 얼마나 변주를 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변주곡은 변주기법으로 작곡한 음악을 말한다. 하나의 주제를 멜로디, 화음, 박자, 리듬, 조성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하게 변형해가는 음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변주의 본질은 '변화'이다. 그러나 변주곡에서의 변화는 '한정된 틀 안에서의 변화'를 의미한다. 변주곡의 각 변주는 어떤 형태로 변형되든 그 안에 주제를 품고 있다. 아무리 자유분방하게 변형된 경우라도 주제와의 연관성은 늘 음악 속에 잠복해 있다. 앞서 예로 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어보면, 어떤 변주에서도 원형인 '반짝반짝 작은 별'이 내재되어 있다. 그렇게 주제의 뼈대는 유지한 채 끊임없이 새로운 상상력을 펼쳐나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변주곡은 통일성 속에 다양성을 구현해내는 음악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클래식 음악 상식들을 배울 수 있어 유익하다. 작품 번호의 비밀, 빠르기를 구분하는 다채로운 표현,알아두면 편리한 음악 용어 60, 절대음악에 얽힌 비밀,클래식 음악에 전용 연주홀이 필요한 이유, 클래식 연주회에서 박수 치는 타이밍,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서 무반주의 의미, 클래식 음악의 축제 갈라 콘서트, 고음악의 부활 원전연주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 끝부분에는 오페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오페라의 음악 구성, 다양한 오페라 장르, 오페라 원어의 중요성, 오페라의 음악극의 차이에 대해 소개한다. <클래식 노트>는 평소 클래식에 관심을 갖고 클래식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궁금했던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지적인 흥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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