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 고전 속 지식인들의 마음 지키기
박수밀 지음, 강병인 서체 / 샘터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은 옛 지식인의 삶을 이끈 한 마디 문장과 그 문장을 오롯하게 드러내 주는 인생의 아름다운 국면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인물들은 역사의 주류도 있고, 마이너리티도 있으며, 존재조차 희미한 인물도 있다. 요절한 이도 있고, 억울하게 죽은 이도 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긍정하고, 고난을 피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굳은 의지로 극복해 나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길을 지켜간 옛사람들의 좌우명을 통해서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책이다.


조선 후기 오희상의 학통을 이어 많은 제자들을 길러낸 학자인 봉서 유신환의 나막신에 담긴 각별한 사건이 소개되어 인상적이다. 저자는 '인간의 진실과 순수가 가장 잘 드러나는 때는 시련과 위기 앞에 섰을 때다. 그 고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깊어지기도 하고 좌절되기도 한다. 앞날이 어찌 될지 알 수 없지만 시련을 끌어안고 견디어 가는 가운데 인생을 더욱 깊고 풍부해진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멋글씨 예술가 강병인이 쓴 옛사람들의 좌우명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가죽신을 신으면 편안하고, 나막신을 신으면 위험하다. 그렇지만 편안하여 방심하기보다는 위험하여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 낫다."

 

 

조선 중기 문신이자 한문학 4대가의 한 사람인 계곡 장유는 <계곡집> 권 2 중 <묵소명>에서 '말은 침묵을 통해 깊어진다'고 말했다. 침묵의 힘을 잘 알고 침묵을 사랑한 장유의 좌우명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침묵은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방해에 구속받지 않고 고요함 가운데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침묵은 덕을 기르고 기운을 안정시킨다. 장유는 침묵할 때 영혼을 맑고 고요한 세계로 이끌 수 있음을 깨달았다. 말이 소음이 될 때는 침묵이 금이다. 비위 맞추는 말, 공교로운 말을 믿지 말고 침묵에 담긴 진심을 들여다보라."​

조선 지성사에서 가장 뛰어난 문장가이자 사상가인 연삼 박지원은 "온 세상과 함께 즐기면 여유가 있지만 자기 혼자 즐기면 부족하다"고 말했다. 당시 가장 막강한 권력을 소유했던 노론 가문이었으며 문장력이 탁월했던 박지원은 혼자서도 잘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덨다. 그러나 박지원은 혼자 잘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힘없는 이웃에게 눈길을 주었고, 불우한 인재들과 친구가 되었으며, 가난한 백성들이 후생하기를 바랐다. 나아가 원수의 나라 청과도 좋은 관계를 맺기를 바랐으며 온 천지 만물이 더불어 공생하기를 소망했다.


영조 대부터 정조 대에 이르기까지 큰 업적을 남기며 영의정까지 올랐던 명재상 번암 채제공에게 다산 정양용이 조언한 '할 수 있는 모든 선을 행하라'라는 이야기는 꼭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자신이 한 행동을 합리화하기 전에, 선하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항상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아홉 가지 일은 모두 악한데 한 가지 일이 우연히 착하다면 그는 선한 사람일 수 없습니다. 또 아홉 가지 일은 모두 착한데 한 가지 일이 우연히 악하다고 해도 착하지 않은 사람이 됩니다. 어떤 항아리가 전체는 모두 깨지고 그 입만 온전하다 해도 깨진 항아리가 되며, 전체는 완전한데 오직 구멍 하나가 뚫렸어도 깨진 항아리가 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곧 사람이 매사에 선을 다하지 못한다면, 끝내 착하지 않은 사람이 됨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니, 사람이 선을 이루기가 어려움이 이와 같습니다. 선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일을 하는 자는 스스로를 포기하는 자입니다.(...) <중용>에, '선을 택해 굳게 지키라.' 하였고, 또, '선에 밝지 않으면, 몸에 성실하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매사에 선을 다하고자 한다면, 선에 밝아서 선을 선택해야 하니, 이렇게 하면 선을 지켜 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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