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내나는 서울지앵 - 우리들의 짠한 서울기억법
서울지앵 프로젝트 팀 지음 / 리프레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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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내나는 서울지앵>은 저마다의 취향으로 서울을 기억하는 저자 6인이 살아오면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동네, 꼭 가봐야 할 의미 있는 곳을 서울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풍경을 담아낸 에세이이다. 이 책에서 봉천동 자취생은 타향살이의 애환과 사회 초년생의 청춘을 이야기하고, 혜화동 연극인은 옛 대학로의 정취를 다시금 복원하려 애를 쓰며, 신림동 고시생은 합격자 발표에 일희일비하는 고시촌의 풍경을 스케치한다. 그리고 방학동 대학원생은 곧 폐교될 위기에 처한 자신의 모교를 찾아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화양동 유학생은 낯선 이국의 풍경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과정을 기록하고 홍대앞 직장인은 홍대앞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기억으로 전승되는 것이 문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기억으로 남는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숨겨진 사람은 육신이 땅으로 갈지라도 영원히 살아 숨 쉴 수 있다. 단 한 사람의 기억일지라도 그 속에서 재생되고 형상화된다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 그 이상일 것이다. 세상의 지도자나 저명인사들이 그토록 기를쓰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으려 업적을 세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기억에는 힘이 있다. 기억은 사라지는 것들 편이다. 무엇보다 기억은 도시의 정체성을 보존해줄 수 있다.
여기 기억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기억을 위한 방법으로 글쓰기를 선택하여 이 책의 저자가 되었다. 저자들은 저마다의 취향으로 서울을 기억한다."

이 책의 목차는 '이영아 - 서울생활 5년차 대구시민입니다, 이종현 - 어쩌면 마지막 혜화동 이야기, 차오름 - 신리동 고시촌, 청춘애가, 안선정 - 도봉구 24년차 주민의 추억 여행, 엄사사 - 24시 카페에서 유학생의 하루, 최하경 - 총대앞 20년 추억의 공간들'이라는 짠하지만 아름다운 서울을 기억하는 6인의 솔직한 이야기와 풍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짠내나는 서울지앵>에서 서울에서 자신이 살았던 동네를 전해주도록 최선을 다하는 저자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에서 '어쩌면 마지막 혜화동 이야기' 이종현님의 글이 흥미로웠다. '혜화동에 다시금 파전 냄새가 풍겨나기를, 내 공연이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를, 젊은 연극인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소극장이 빼곡하게 들어차기를, 마로니에의 한적한 여유로움과 낙산공원의 천사벽화가 다시 생겨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는 이종현님의 글을 읽고 공감되었다.

"내 꿈을 처음으로 펼쳤던, 그 시절 내 삶의 터전이었던 혜화동은 너무도 많이 변했습니다. 아담한 소극장이 사라진 자리에 번쩍번쩍한 빌딩들이 들어섰습니다. 파전 냄새 나던 정겨운 막걸리 집을 이제는 프랜차이즈 술집들이 대신합니다.
대학로 공연들도 온통 돈이 되는 상업극 투성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들른 혜화동은 참 낯설고 당혹스럽습니다. 다시 찾은 혜화동에 대한 이 글은 새 것에 밀려 사라져버리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가 기억하는 옛날의 혜화동, 다시금 복원하고 싶은 혜화동 속 나의 이야기입니다.
아주 어쩌면 나의 마지막 혜화동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아날로그의 정취 속에서 청춘의 열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는 느낌이랄까? 나는 단숨에 혜화동 풍경에 매료되었다. 자연스럽게 그 풍경에 스며들었고, 2년 남짓한 시간을 혜화동에서 보냈다. 혜화동에 거주하며 대학로에서 공연을 했던 동안 나와 혜화동은 서로의 사정을 공유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나는 원료일 오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한적함을 알고, 혜화동은 내가 무대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을 기억한다. 나는 서울의 전경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낙산공원의 뷰포인트를 알고, 혜화동은 오디션에 떨어져 낙심한 채로 거리를 거닐던 내 뒷모습을 안다. 나와 혜화동은 서로의 찬란했던 순간과 비참한 최후를 속속들이 꿰고 있다. 어쩌면 혜화동은 나를 가장 잘 아는 오랜 벗일 수도 있겠다."

 

 

저자들이 서울을 기억하는 방법은 그들만의 서울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책 <짠내나는 서울>는 저자들 뿐만 아니라 서울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각자의 모습으로 동네를 기억하며 서울을 생명력 넘치는 도시로 만들어가기 위한 의미있는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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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푸드 트립 - 혼밥혼술 먹방 로드 in 서울
김나성.유지연.권원정 지음 / 길벗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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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푸드 트립>은 전문 여행 작가 3명이 서울 구석구석을 누비며 찾아낸 혼밥혼술 추천 맛집 153개를 소개한 책이다. 이 책에는 지역구별 맛집을 낮은 레벨부터 높은 레벨까지 표시하여 소개하고 있으며, 맛집 영업시간, 전화번호, 주소 등의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1인석이 있는지, 셀프 주문기가 있는지, 테이크아웃은 가능한지 등 혼밥혼술이 편리하도록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추천 메뉴가 뭔지, 혼밥혼술을 위한 최적의 자리는 어디인지, 주문은 어떻게 하는지 등 그대로 따라하기 좋은 혼밥혼술에 관한 도움이 되는 정보와 함께 별점으로 보는 맛집의 분위기, 가격대, 접근성, 인기도, 청결도, 친절도를 통해 맛집의 특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나홀로 푸드 트립>은 서울의 1인맛집정보를 알 수 있는 책으로 흥미로웠다.

<나홀로 푸드 트립>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혼밥 식당은 '이찌멘'이었다. 일본 드라마를 보면 한번쯤 가보고 싶은 독서실 같은 1인석, 셀프 주문기에서 결제를 하고 뽑는 영수증 등 혼밥족이 편리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이찌멘 세트인 나가사키짬뽕라멘이 먹음직스러워보인다. 또한 간단하게 고로케 세트를 주문하여 맥주와 함께 먹어도 좋을 것 같다.

 

나홀로 푸드 트립>은 서울 지역의 다양한 혼밥 혼술 식당 정보 뿐만 아니라 혼밥 레벨 테스트, 혼밥 혼술 꿀팁, 서울에서 혼자 즐겁고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장소, 혼밥혼술족 인터뷰 등을 소개하여 흥미롭다.

 

 

 

바쁜 일상을 보내며 혼밥이나 혼술을 하고 싶을 때가 많이 있는데, 서울에서 막상 찾아보기 힘든 장소가 혼밥 혼술 식당였다. <나홀로 푸드 트립>을 읽어보고나서, 이 곳에 등장하는 서울의 혼밥 혼술 식당을 하나 하나 찾아가보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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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와 로봇의 일자리 경쟁 - 4차 산업혁명과 자녀교육
이채욱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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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와 로봇의 일자리 경쟁>은 로봇은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의' 4대 역량인 능동적 학습역량, 시스템 평가역량, 비판적 사고역량, 판단 및 의사결정 역량을 도출하며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직업 문제에 접근해야 '로봇의 침공'으로부터 미래 아이가 일자리를 뺏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여 흥미롭다. <내 아이와 로봇의 일자리 경쟁>은 4차 산업혁명과 자녀교육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PART1) 내 아이와 로봇의 일자리 경쟁에는 1장 로봇의 침공, 2장 로봇이 차지할 일자리, 3장 직업 흥미와 알고리즘, 4장 로봇을 이기는 진로교육, 5장 로봇을 이기는 지식 교육, PART2) 로봇을 이기는 경쟁력에는 6장) 로봇을 이기는 역량 교육, 7장 공부를 즐기는 사람이 로봇을 이긴다-능동적 학습역량, 8장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사람이 로봇을 이긴다-시스템 평가역량, 9장 거짓말에 속지 않는 사람이 로봇을 이긴다-비판적 사고역량, 10장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이 로봇을 이긴다-판단 및 의사결정 역량, PART3) 11장 아이를 위험에 빠트리는 부모의 직업 가치관, 12장 아이를 위험에 빠트리는 부모의 교육관, 13장 로봇 시대, 부모되기라는 13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에서는 어떤 업무든 알고리즘으로 절차화 할 수 있다면 기계에게 대신 그 일을 하게 시킬 수가 있다. 기계는 훨씬 더 정확하고 훨씬 더 바르게 그 일을 해낸다. 많은 연구자들은 10년~20년 후에는 현재 존재하는 일자리의 절반까지도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일하는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일자리 대체 전망, 특히 전문직에 대한 대체 전망은 부모님들 모두를 염려하게 만들기 때문에, 부모들은 정해진 절차대로 일하는 데 익숙한 아이로 키우지 않는 것이 부모가 자녀교육을 위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요점이라고 강조한다.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하는 착하고 모범적인 아이가 가장 먼저 희생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2013년에 있었던 옥스포드대학 칼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 연구팀의 <고용의 미래> 연구 보고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손가락이라 손을 쓰는 업무 영역, 독창성과 예술성이 필요한 업무 영역, 사회적 공감 능력과 관련한 업무 영역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하기 힘든 업무 영역이라는 것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미래에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자리, 인간에게 시켰을 때 비용대비 효율이 높은 일자리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치료나 상담과 관련한 많은 직업들, 사람을 대면해서 감정적이거나 신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많은 직업들은 로봇의 일자리 침공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직업들에 속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처음 유포시킨 세계경제포럼은, "2016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전 세계 7세 어린이 중 65%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자는 우리가 로봇보다 나은 점은 꿈을 꿀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고, 가끔 엉뚱한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조금 더 엉뚱해지려고 할 때, 아이들이 조금 더 철없어지려고 할 때, 그때가 아이들이 로봇과의 경쟁에서 그들만의 차별적인 경쟁력을 드러낼 수 있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인간과 기계의 경계선이 점점 더 모호해지고 수명의 연장과 질병의 치료를 위해 생명의 영역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게 되면서, 그리고 인공지능이 점점 더 중대한 의사결정에 깊숙하게 관여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에는 더 많은 철학자와 윤리학자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아이들이 공학자로 자라든, 로봇기술자로 자라든, 교사나 의사, 상담가로 자라든,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야 하는, 빠트려서는 안 되는 지식 영역은 인문학이다."

저자는 3차 산업혁명 시대까지는 지식이 부가가치를 만들어 냈지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역량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거꾸로 bit, 정보세계의 그물망을 어떻게 atom, 즉 '물질세계와 융합시킬 것인가?'의 문제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식만큼이나 역량과 협업이 꼭 필요해진다. 21세기에 중요한 핵심역량 4가지는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협동 능력, 의사소통 능력이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화두가 되는 용어는 '융합'인데, 이 융합을 위해 2가지 서로 다른 분야를 결합시킬 수 있는 창의성, 해당 분야들의 기존 관행에 의문을 던질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 두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소통 및 협업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젝트 방식의 교육으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에서 역량을 길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산업 구조나 시장 환경이 더 빠른 사이클로 변화될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근속 시간은 더욱 짧아지고 이직을 하는 횟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이직이 잦아지게 되면, 핵심적으로 필요한 역량은 새로운 지식과 역량을 필요할 때 필요한 수준으로 잘 배우는 역량이다. 이 책에서 '능동적 학습역량'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난 2가지 직업은 전염병 학자와 천문학자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선택이야말로 우리 인생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 혁명 시대의 넘쳐나는 정보들은 우리 대신 우리의 선택을 디자인하려 하고 있다. '추천' 알고리즘은 결국 다 대신 알고리즘이 나의 선택을 대신하겠다는 의도를 품고 있다. 저자는 부모들이 아이에게 스스로 무엇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부모들은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잠깐 멈춰서서 관련한 사항들을 곰곰히 따져보고 스스로 어떤 결정이든 내릴 수 있도록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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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우딴루 지음, 쩡수치우 옮김, 에드워드 양 시나리오 원작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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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대만에서 개봉된지 26년만에 국내 개봉한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이 소설로 출간되었다. 영화를 관람하고 소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읽고나니, 영화와 소설을 함께 비교하며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14살 소년 샤오쓰는 국어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중학교 주간부에서 야간부로 반을 옮기게 되고 ‘소공원’파와 어울려 다닌다. 그러던 중 샤오쓰는 양호실에서 밍이라는 이름의 소녀를 만나게 된다. 소녀는 소공원파의 보스 허니의 여자로 허니는 샤오밍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 조직인 ‘217’파의 보스를 죽이고 은둔 중이다. 보스의 부재로 통제력을 상실한 소공원파는 보스 자리를 두고 혼란에 빠지는데 돌연 허니가 돌아오면서 소공원파 내부와 217파간의 대립이 격해진다. 그리고 밍을 사랑하게 된 샤오쓰도 이들의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이 소설의 제목에 등장하는 '고령가'는 타이베이의 유명한 고서점 거리를 뜻한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한 소년이 소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으로 1961년 대만 최초로 벌어진 미성년자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대만의 뉴 웨이브 영화감독 에드워드 양의 대표작이다.

샤오밍은 어머니와 단둘이 서로를 의지하며 타이베이에 살고 있었다. 남의 집을 전전하는 생활이었다. 어머니는 오래 전부터 심한 천식을 앓고 있었고 병이 깊어져 일반적인 약은 이미 효과가 없었지만 돈이 없으니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갈 수도 없었다.

샤오밍이 샤오쓰에게 허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허니와 함께한 날들은 샤오밍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간이었다. 허니가 난민촌 패거리인 217파의 우두머리와 결투를 벌인 것을 샤오밍을 위해서였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던 날 허니는 취해 있었지만, 밤에 목숨을 건 싸움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난 사실 내가 허니의 당당함과 멋을 좋아하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날에야 비로소 깨달은 거야. 내가 그의 외로움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겠니? 허니는 언제든 나를 위해 죽으러 갈 수 있었던 거야."

샤오쓰는 허니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것을 다르게 받아들였다. 샤오쓰는 허니와는 딱 두 번 만났을 뿐이지만 말로는 표현하기 묘한 친근감을 그에게 느끼고 있었다.

"샤오쓰는 허니의 죽음을 그들과는 다르게 받아들였다. 허니가 스스로 죽음을 찾아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샤오쓰는 허니의 야릇한 미소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왠지 모르게 그가 모든 사실을 다 간파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오쓰가 용기를 내어 샤오밍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내가 있으니 용기를 내. 내가 평생 곁에 있을게. 평생 네 친구가 되어 줄게. 내가 지켜 줄게!"

"샤오쓰는 자신이 샤오밍을 보호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그는 샤오밍이 얼마나 어렵게 사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샤오밍의 슬픔을 바라보는 샤오쓰의 시선에는 장막 같은 게 가로놓여 있었다. 샤오쓰는 결코 진실된 영상을 볼 수 없었다."

허니의 죽음 이후 217파에게 복수를 계획하던 소공원파와 함께 갔던 샤오쓰가 돌아온 뒤 마음 상태가 달라진 것을 보여주는 글이 인상적이다. 

"샤오쓰는 물을 계속 퍼부으며 몸을 씻어 냈다. 지금까지 수없이 목욕을 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구석구석 몸을 닦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아무리 깨끗이 닦아 내도 제 몸에 씻어 낼 수 없는 피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샤오쓰는 진정한 마음의 상처가 무엇인지, 그리고 죽음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는 없었지만 마음을 향해 조용히 다가오는게 있었다.
아까 태풍이 몰아치던 밤, 샤오쓰는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이 있다고 느꼈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전과는 확실히 마음 상태가 달라졌다. 자신이 성장한 것인지, 아니면 냉혹해진 것인지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속 가장 깊이 숨어 있던 것들이 굴착 공사를 하다가 하수관이 터지듯, 외적인 힘에 의해 터져 나왔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태풍이 불면서 고목나무가 뽑히고 기왓장이 날아가는 것처럼 자신의 모든 것이 일시에 변해 버린 것이다."

가난한 탓에 친척들은 모두 샤오밍 모녀를 피하려 들었다. 샤오밍은 이미 세상의 가혹함과 친척들의 냉혹함을 철저히 맛보았다. 그렇다고 해서 남들을 탓하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샤오밍에게는 청춘의 젊은 육체만 있을 뿐이었다. 샤오밍이 내세울 거라곤 그것 하나밖에 없었다. 아무 데도 의지할 곳이 없었으므로 자기 자신에게 의지해서 현실과 싸워 나가야만 했다.

샤오쓰는 허니의 죽음을 떠올리며 허니가 죽인 사람에 대해서도, 그들이 죽어 간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자명해졌다. 자기 눈앞에 서 있는 소녀 샤오밍, 보기에는 천진하고 순수한 외모를 지닌 이 자그마한 소녀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다 너를 위해 죽은 거야. 그렇지만 넌 아직도 게임을 끝내지 않았어. 넌 너무 잔인해."

샤오밍은 설교투의 말을 듣는 게 참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녀는 어렵고 힘들게 살아왔다. 자기가 도움이 필요할 때 샤오쓰는 손을 내밀어 주기는커녕 얼굴조차 비친 적이 없었다. 근본적으로 샤오쓰는 자신을 도울 능력이 없었다. 샤오밍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샤오쓰가 들고 있던 칼이 햐얀 제복을 입을 그녀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넌 노력하지 않았어. 나약할 뿐이야. 넌 항상 남들에게 거짓말만 했어. 나도 계속 속였어."

"열다섯 살이 되던 그해에 샤오쓰가 사람을 죽였다는 걸 아무도 믿지 않았다. 심지어 그 자신도 믿을 수 없었다."

소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끝부분에는 소설팬들과 영화팬들을 위해 정성일 평론가의 평론과 영화 속 스틸 사진과 명대사가 함께 실려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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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각 - 아이디어 소설
이헌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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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모든 사회적 문제의 원인인 '경제양극화'를 해결하는 아이디어 소설 <한 생각>은 허장훈 의원에게 온 '비밀 편지'의 내용으로부터 시작되어 흥미롭다.


허장훈 의원에게 '비밀 편지'를 보낸 이는 정관영이었다. 정관영은 오랜 고심 끝에 어느 날 문득 떠오른 하나의 생각이라는 뜻과 한나라의 삶의 형태를 확 바꿀 수 있는 큰 생각이라는 뜻으로 '한 생각'이라고 이름 붙였다. 정관영은 정치를 하면서 국민 모두를 답답하게 했던 여러 정치적인 문제들을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자연스럽게 '한 생각 2'라고 이름 붙였다.


이 책에서 정관영은 허장훈 의원에게 부유층과 중산층만 있고 빈곤층은 없는 나라를 만드는 아이디어가 [한 생각]이라고 말한다. 정관영은 세계 어느 나라도 해결하지못한 경제양극화를 해결내므로써 국가적인 위상이 높아지고 범죄가 많이 줄거들게 되며, 특히 생계형 범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일자리가 늘어남으로써 자연스럽게 임금이 인상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먼저 [한 생각]으로 지금 이 나라가 처한 사회적문제들을 나열해보겠습니다. 이 문제들은 의원님이 대통령이 되셔서 해결하셔야 할 문제들이기도 합니다.
1. 경제적 양극화가 너무 심하고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2.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이 심하다.
3.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다.
4. 자살률이 전 세계에서 1위인데, 2위보다 두 배도 더 높다.
5. 국내 경기가 지금도 심각한 불황인데 앞으로는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6. 국민의 복지 욕구는 분출하고, 정부도 복지정책을 하고 싶지만 재원이 없다.
7. 중산층은 얇아지고 빈곤층은 늘어나고 있다.
8. 통일 비용을 생각하면 굳이 통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그 외 교육불평등문제, 일자리문제, 국민연금 고갈문제 등
이 나라의 대부분의 문제들을 국가의 재정을 사용하지 않고 거의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한 생각] 입니다."


정관영은 [한 생각 2]로 영호남 지역 갈등의 심화, 온 국민을 두 패 세 패로 나누어 독하게 싸우게 하는 것, 터무니 없는 공약을 양산하여 유권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 상대방을 깍아내리고 들추어서 만신창이가 되게 하고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것, 선거가 끝난 후에도 싸움은 지속되고 다음 선거, 그 다음 선거로 이어지로 그칠 날이 없는 것, 모든 국민이 모든 일에 불신하게 되고, 불신은 불신을 낳고, 그 원인은 선거에 있는 것, 국력을 싸움질로 낭비하는 것, 승차 측의 모든 역량은 정권연장에 우선하고 패자 측은 정권탈환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에 관한 문제들을 해소하거나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말한다. 

정관영은 [한 생각 2]는 국민들의 직접 참여 욕구도 충족시키고, 선거 자체를 축제가 되도록 결합시킨 선거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우선 국민 직접투표로 1명이 아닌 2명을 선출하고 그 2명을 놓고 7주에 걸쳐서 7번의 추첨쇼를 벌린다. 즉, 결선은 투표가 아닌 추첨으로 뽑는 것이다. 그러면 국민 직접투표로 1명이 아닌 2명을 선출하여 1명을 뽑을 때보다 싸울 일이 반의 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 책에서 허장훈 의원이 대통령이 되어 [한 생각]이 실현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 생각]이 현실로 실현된 후, 제일 먼저 변화를 보인 것은 자살률이었다. 하루 평균 43명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많은 때는 60명, 적을 때는 30명 정도였다. 두 번째 변화는 외국인 관광객, 그중에서도 유럽 관광객이 불어났다는 것이다. 국내 경기는 한동안 별 조짐이 보이지 않더니 1개월쯤 지나자 고가의 백화점보다는 재래시장, 거리상가, 일반상가, 마트, 아웃렛점부터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거의 동시에 소형 전자제품, 소형 가구 등으로 시작해서 점점 범위가 넓어져 갔다. 6개월이 지나자, 전 분야로 퍼지면서 전년 대비 소비매출이 17% 늘어났다. 대통령은 이 상황을 빈곤층의 재산이 중산층을 거쳐서 부유층으로 옮겨가고 있는 현상으로 판단했다. 

"드디어, 대통령 취임 1주년인 2월 15일 [한 생각]이 결실을 맺었다.(...) 이로써 40%의 빈곤층, 그들의 어깨를 짓눌렀던 빚에서 완전히 벗어나 꿈인지 생기인지 모를 만복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금융기관은 빈곤층이 안고 있던 대출금이 그동안 제대로 회수 되지 않는 악성 채무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모든 대출금이 일시에 상환됨으로 묵은 체증이 해결되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재정 분포도는 1등위부터 59등위까지는 각각 1%의 가구들이지만, 60등위는 41%의 가구가 공동으로 자리함으로써 사실상의 극빈층이 없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 이 나라의 가장 가난한 가정의 재산은 3인 기준으로 빚 없는 8,463만 원이 되었다. 3인 기준으로 약 700만 가구, 즉 41% 가구 각각의 재산이 8,463만 원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해내지 못한 자본주의 국가의 골치며 짐인 빈곤층을 구제해낸 것이다. 완전한 것은 아니다. 잠정적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또 빈곤층이 생겨날 것이다.
그래서 [한 생각]은 3년마다 실행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이 책에서 부유층 기부행위의 보답은 제일 번너 감형 석방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은 기부권 거래를 지금의 기부권자 2.34%의 119만여 명 뿐만 아니라 기부권이 없는 부유층 상위 15%인 750만 명에게도 확대 적용하여 기부권에 프리미엄이 많이 붙게 할 복안을 준비해 두었다. 그것은 기부권의 효용성을 높여 다음 3년 후 시행 때는 부유층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위함이며, 한편으로는 부유층이 돈을 많이 쓰게 하는 아이디어인 것이다.

"기부권의 종류는 10억 원, 1억 원, 1천만 원, 1백만 원, 1십만 원 등 5가지였다.
부유층의 죄목은 대부분 돈과 관계된 것들로 다양하지도 않고 상습적인 것은 드물었다. 우선 대상자는 형량의 반 이상을 채운자로서 판사의 판단으로 1일 노역의 품값을 남은 기일 수를 곱해 산정된 액수만큼 기부권을 정부에 반납하면 되었다."

<한 생각>은 경제양극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통해 부유층과 중산층만 있고 빈곤층이 없는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통한 정치소설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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