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내나는 서울지앵 - 우리들의 짠한 서울기억법
서울지앵 프로젝트 팀 지음 / 리프레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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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내나는 서울지앵>은 저마다의 취향으로 서울을 기억하는 저자 6인이 살아오면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동네, 꼭 가봐야 할 의미 있는 곳을 서울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풍경을 담아낸 에세이이다. 이 책에서 봉천동 자취생은 타향살이의 애환과 사회 초년생의 청춘을 이야기하고, 혜화동 연극인은 옛 대학로의 정취를 다시금 복원하려 애를 쓰며, 신림동 고시생은 합격자 발표에 일희일비하는 고시촌의 풍경을 스케치한다. 그리고 방학동 대학원생은 곧 폐교될 위기에 처한 자신의 모교를 찾아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화양동 유학생은 낯선 이국의 풍경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과정을 기록하고 홍대앞 직장인은 홍대앞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기억으로 전승되는 것이 문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기억으로 남는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숨겨진 사람은 육신이 땅으로 갈지라도 영원히 살아 숨 쉴 수 있다. 단 한 사람의 기억일지라도 그 속에서 재생되고 형상화된다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 그 이상일 것이다. 세상의 지도자나 저명인사들이 그토록 기를쓰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으려 업적을 세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기억에는 힘이 있다. 기억은 사라지는 것들 편이다. 무엇보다 기억은 도시의 정체성을 보존해줄 수 있다.
여기 기억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기억을 위한 방법으로 글쓰기를 선택하여 이 책의 저자가 되었다. 저자들은 저마다의 취향으로 서울을 기억한다."

이 책의 목차는 '이영아 - 서울생활 5년차 대구시민입니다, 이종현 - 어쩌면 마지막 혜화동 이야기, 차오름 - 신리동 고시촌, 청춘애가, 안선정 - 도봉구 24년차 주민의 추억 여행, 엄사사 - 24시 카페에서 유학생의 하루, 최하경 - 총대앞 20년 추억의 공간들'이라는 짠하지만 아름다운 서울을 기억하는 6인의 솔직한 이야기와 풍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짠내나는 서울지앵>에서 서울에서 자신이 살았던 동네를 전해주도록 최선을 다하는 저자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에서 '어쩌면 마지막 혜화동 이야기' 이종현님의 글이 흥미로웠다. '혜화동에 다시금 파전 냄새가 풍겨나기를, 내 공연이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를, 젊은 연극인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소극장이 빼곡하게 들어차기를, 마로니에의 한적한 여유로움과 낙산공원의 천사벽화가 다시 생겨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는 이종현님의 글을 읽고 공감되었다.

"내 꿈을 처음으로 펼쳤던, 그 시절 내 삶의 터전이었던 혜화동은 너무도 많이 변했습니다. 아담한 소극장이 사라진 자리에 번쩍번쩍한 빌딩들이 들어섰습니다. 파전 냄새 나던 정겨운 막걸리 집을 이제는 프랜차이즈 술집들이 대신합니다.
대학로 공연들도 온통 돈이 되는 상업극 투성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들른 혜화동은 참 낯설고 당혹스럽습니다. 다시 찾은 혜화동에 대한 이 글은 새 것에 밀려 사라져버리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내가 기억하는 옛날의 혜화동, 다시금 복원하고 싶은 혜화동 속 나의 이야기입니다.
아주 어쩌면 나의 마지막 혜화동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아날로그의 정취 속에서 청춘의 열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는 느낌이랄까? 나는 단숨에 혜화동 풍경에 매료되었다. 자연스럽게 그 풍경에 스며들었고, 2년 남짓한 시간을 혜화동에서 보냈다. 혜화동에 거주하며 대학로에서 공연을 했던 동안 나와 혜화동은 서로의 사정을 공유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나는 원료일 오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한적함을 알고, 혜화동은 내가 무대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을 기억한다. 나는 서울의 전경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낙산공원의 뷰포인트를 알고, 혜화동은 오디션에 떨어져 낙심한 채로 거리를 거닐던 내 뒷모습을 안다. 나와 혜화동은 서로의 찬란했던 순간과 비참한 최후를 속속들이 꿰고 있다. 어쩌면 혜화동은 나를 가장 잘 아는 오랜 벗일 수도 있겠다."

 

 

저자들이 서울을 기억하는 방법은 그들만의 서울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책 <짠내나는 서울>는 저자들 뿐만 아니라 서울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각자의 모습으로 동네를 기억하며 서울을 생명력 넘치는 도시로 만들어가기 위한 의미있는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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