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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 수 없는가 - 중국 낙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31가지 근거
데이빗 매리어트 & 칼 라크루와 지음, 김승완.황미영 옮김 / 평사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요즘 중국 경제발전을 다루는 서적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물론 중국이 세계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은 중국의 어둡지만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들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20여년간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피부로 느낀 생생한 현실을 되짚어 쓴 글이다. 책에서는 중국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글이 아닌 저자가 본 중국의 올바른 현실을 보여준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중국의 31가지의 문제점을 통해서 역사와 전통, 이념, 부패, 무지 등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중국사회는 블로그가 제공하는 가능성을 무시하며 새로운 매체로 인해 사회가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아두고 있다. 그리고 중국에는 대규모의 '사이버 공안', 즉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무엇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정부의 스파이 부대가 있다.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내용을 찾아 읽는 사용자는 곧 접속을 차단 당한다.
"언론인, 블로거, 사이버 반체제 인사들에게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이다. '사회 전복'을 괴했다거나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는 죄목으로 장기형을 언도받고 가혹한 환경에 구금되어 있는 사람이 100여명에 이른다. 언론인이 강제 노역에 처해지는 경우도 흔하다. 지방 당국은 부패와 족벌주의를 비판하는 기사 때문에 평판이 떨어질까 두려워 계속해서 언론인들을 체포하고 있다."
3장에서는 중국의 인권 후진국을 만드는 제도와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저자는 중국의 자살인구가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특히 젊은이와 여성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성공을 향한 무거운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며 바로 여기에 수직으로 상승하는 자살률의 원인이 숨어있다. 경제 성장을 향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동안 중국인은 어디선가 자아정체성을 잃어버렸다. 고대 중국인의 영혼에 존재했던 '조화'라는 덕목은 개인의 부를 향한 열망, 부유한 중국의 미래에 대한 욕망, 중국을 중심에 둔 새로운 세계를 건설할 욕망으로 대체되어 버린 것이다.
"중국에서는 가족이 서로를 밀고했던 문화대혁명의 공포와 한 자녀갖기 정책의 결과로 확대가족이 해체되면서 오래된 사회 구조로서의 전통적 가족이 사라진 상태이다. 가족의 해체로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할 길을 잃게 되었다. 혹여 그렇지 않다 해도 개인주의를 이기주의와 동일시하는 문화적 풍토 속에서 자신의 정신 건강 문제를 이야기하는 일 자체가 백안시되는 실정이다."
책을 읽는 동안 중국에서 매매되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중국에서 아이들이 매매되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가난이요, 둘째는 관습이다. 가난 때문에 농촌 부모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남겨진 아이들은 그들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조직들에 너무 쉽게 노출된다. 이 조직들은 아이들을 앵벌이, 소매치기, 성노예로 일하게 하거나 아이를 원하는 부부에게 팔기도 한다. 관습도 어린이들에게는 덫이다. 왜냐하면 중국에는 관습적으로 결혼한 부부라면 아이가, 특히나 남아가 있어야 한다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자식을 가질 수 없거나 여아만 있는 부모들은 돈을 주고라도 남아를 사고 싶어한다."
짝퉁 천국, 범죄 지옥이라는 4장의 내용은 평소 중국에 대해서 사람들이 가장 좋지 않게 인식하고 있는 단락이 아닐까. 중국에서 일어난 가짜 분유 파동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중국의 가짜 및 저질 식품, 그리고 먹을 수 없는 화학물질로 만든 음식물 리스트가 얼마나 많은가. 특히 먹는 것까지도 짝퉁을 만드는 중국은 정말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로 수출되는 중국의 가짜 의약품들도 위험이 심각하다. 전 세계 유행병인 조류독감 치료제를 가짜로 만들어 팔고 가짜 피임약을 만들어 결국 낙태나 원치 않는 임신을 유발시키고 가짜 에이즈 치료제를 만들어 에이즈에 신음하는 이들을 더욱 끔찍한 고통 속에 몰아 넣는 중국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중국은 가짜 천국이다. 빵부터 시작해서 마을 하나까지, 실로 놀랄만큼 다채로운 품목의 제품들이 모방되고 위조된다. 2010년 초 중국 정부는 2009년 1월부터 11월 사이 모조품 및 규격미달 제품 적발 사례가 20만 건이 넘는다고 발표했다."
"중국에는 아직까지 세계적인 브랜드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기업들은 여럿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알아줄 만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적 브랜드는 양적 성장의 결과로 형성될 수 없다. 과감한 혁신과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우수한 인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만이 세계적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길이다. 중국은 과연 부패와 뇌물에 기댄 정부 지원, 인맥에 근거한 기업경영의 관행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래서 짝퉁과 싸구려 제품이라는 오명을 뛰어 넘어 언젠가는 중국산 명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종이와 화약을 발명하고 세계 최고의 도자기와 비단을 수출하던 고대 중국의 우월함을 다시 확인할 수 있을까?"
저자는 중국에서 화약,나침반,인쇄술,제지술이라는 4대 발명이 등장한 이래 긴 세월동안 다른 문명에서는 수천가지가 넘는 발명품이 쏟아져 나왔음을 이야기한다. 한때 화려하게 꽃을 피웠던 중국의 찬란한 재능과 열정은 망각의 강 너머로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인쇄술을 이용하여 수백만권의 책을 제작했고 그로인한 지혜의 등장은 경제 분야에서 일어난 가장 혁명적인 사건이였다. 나침반의 등장으로 중국은 해양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화약의 발명으로 중국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죽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기마전과 단병접전 위주이던 전쟁의 양상에서 혁명을 일으켰다. 하지만 1949년 공산당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 창조적이며 혁신적인 사고는 중국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추었다. 중국인 모두가 공산당의 지령을 따르는데 급급한 나머지 학교는 사회 각 부문의 지도자를 키워내는 곳이 아니라 오로지 국가에 충성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양성소가 되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 중국은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창조적인 인재들을 길러내 과학 기술 분야에서 혁신을 이뤄내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한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을 맞고 있다. 놀라운 경제 성장의 근간으로 간주되는 저렴한 노동력의 공급이 지금까지는 풍족했지만 이제 곧 그 증가세가 멈추고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다.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진짜 문제는 가난한 인민들에게 정당하고 공장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데 있다.
책에서 저자는 마지막으로 던지로 싶은 질문으로 "어떠한 자연적 요소가 중국이 품고 있는 진실의 방향을 바꿀 것인가?"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중국을 움직이고 변화시킬 유일한 에너지로서 청년세대에 걸었던 희망의 싹이 움트지 않고 있다는 것. 그들이 의식하지 못한 채 중국 사회 내부의 갈등과 반란의 기운이 자라나고 있다는 것. 그러한 기운이 그저 소수 급진파나 불평분자의 상투적인 문제제기가 아니라는 것. 중국을 세계 대국으로 이끌고 있는 급속한 경제성장이 오히려 그러한 기운을 촉발하는 제1의 요소라는 것이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도 중국이 진정한 대국이 되서 세계를 리드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다.
중국이 현실적인 비판을 겸허이 받아들이고 자국의 발전을 위해서 거름을 뿌려야 할 때가 아닐까. 책 <왜 중국은 세계의 패권을 쥘수 없는가>는 중국이라는 나라에게 내리는 저주가 아닌 중국을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 할 수 있는 애정을 담은 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