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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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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은 저자인 시미즈 레이나는 세계 각지로 떠나 이미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곳을 비롯, 전 세계 곳곳에 숨어 있었던 곳까지 아름다운 서점 스무 곳에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독자에게 전한다. 우리가 서점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 비밀을 알고 싶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찾는 여행을 시작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특하고 매력적인 전세계 곳곳의 서점의 아름다운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쁨과 마주한다. 그 중에서도  오랜 시간 기차역이였던 곳에 들어선 영국의 바터 북스는 교환 서점이라는 뜻을 지녔다. 바터 북스는 35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어 영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그곳을 찾는다. 사람과 책이 끊임없이 그 역사를 찾았다가 다시 떠나간다. 일찍이 여행자들로 붐볐던 역사의 여정을 지금은 책의 역이 된 서점이 계속해서 이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어린이가 주인공인 그림책 서점인 중국 베이징의 키즈 리퍼블릭이 등장한다. 키즈 리퍼블릭은 100미터나 되는 무지갯빛 리본으로 묶은, 아이들을 위한 하얀 선물 상자다. 그 안에는 즐거운 선물이 담뿍 담겨 있다. 이곳에는 아이들이 컬러풀한 그림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몇 가지 언어네 능숙하고 아이들에게 재미나게 책을 읽어주는 상냥한 여성 도우미들이 있다. 책장도 미끄럼틀이나 버섯이 난 그루터기처럼 신기하게 생겼다. 아이들은 직접 고른 재미있는 그림책을 손에 들고 창틀이나 바닥 양탄자에 앉기도 하고 뒹굴기도 하며 각자 좋아하는 장소에서 그림책을 읽는다.

 

어릴때부터 책을 재미있고 친숙하게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아이들의 미래는 더 밝을 것이다. 중국 베이징의 키즈 리퍼블릭은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의 선물이 되는 서점이 아닐까...

 

 

 

 

 

 

 

책 속에는 북디자인의 거장 칩 키드와 아트 디렉터 테세우스 찬,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 사진작가 미나토 치히로 등이 책과 서점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한다. 그 중에서도 사진작가 미나토 히치로가 말하는 '서점의 여행자들'에 관한 칼럼이 인상적이었다. 서점이란 수명이 긴 꽃을 취급하는 꽃집처럼, 오래 남는 것들이 있는 곳은 그 나름의 공기가 있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전자책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오히려 서점을 찾는 사람 역시 증가라리라 생각하는 이유는, 독서란 장소의 경험과 깊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소의 경험은 색, 냄새, 촉감처럼 책 특유의 분위기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집으로 배달되는 꽃 역시 기쁘겠지만, 그 꽃이 어떤 색채 안에서 지냈는지는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사람보다도 오래 사는 책이 모여 있는 그 장소에도 우연한 만남이 있다. 그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것이 책과 서점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우리는 보통 그것을 해피니스, 보누르, 행복이라고 한다."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읽으면서 국내에도 역사와 독창성을 자랑하는 서점들이 많이 생기기를 소망해본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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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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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는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가 쓴 에세이이다. 이 책을 통해서 소설가, 번역가로서의 이윤기가 말하는 글쓰기에 관한 솔직하고 지혜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윤기가 '벽 앞의 어둠', '어둠 앞의 벽'. 그 벽과 어둠과의 만남, 이것으로 작가로서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나는 숨은 그림과 나 사이에 거대한 어둠의 벽이 가로놓여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이지요. 어둠의 벽입니다. 벽의 어둠입니다. 나는, 작가는 숨은 그림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그림을 숨기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진 겁니다. 작가란 수수께끼를 푸는 오이디푸스가 아니라 수수께끼를 내는 스핑크스가 아닐까 싶어진겁니다."

 

이윤기는 자신에게 상을 안겨준 작품들,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대부분의 작품들은 '날려먹기'와 '다시 쓰기'의 아픈 경험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는 실패를 축하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글이 술술 풀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술술 풀린 글, 글쓰기의 고된 노동을 거의 면제받은 듯한 글로써 나는 호평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늘 아프다. 이런 소소한 병증은 나 자신의 실패를 위로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에서 유래한 것이기가 쉽다."

 

1991년 이윤기가 마흔다섯 살 되던 해 번역가로서 인기를 얻고 있었지만 그는 소설다운 소설을 써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1991년 미국으로 건너가서 미시간 주립대학교 국제대학에 지원했다. 그는 미국에서 새로운 세계에 새롭게 적응하는 방법을 배웠다.

 

"나는 외국을 향해 3,40대의 등 떠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물은 고여 있으면 썩는다. 흐르려면 바닥을 기어야 한다. 사람 또한 그렇다. 사람의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고 나는 믿는다."

 

이윤기는 번역에 관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첫째는 사전과의 싸움, 둘째는 우리말의 어구와 어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일, 셋째는 살아 있는 표현, 전부터 우리가 써왔고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번역을 하는데 있어서, 특히 세번째인 원문의 배후에 숨어 있는, 잘 익은 말을 찾아내는 일은 정말 중요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윤기가 '선생'이라는 칭호를 붙일 정도로 사랑한다는 '미셀 투르니에'의 책 <짧은 글 긴 침묵>과 <예찬>은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

 

이윤기는 재미있는 것은, 외부에서 대표작으로 꼽는 작품과 작가 자신이 뽑는 자선 대표작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아주 많다고 말한다. 그는 외부에서 꼽는 대표작은 객관적인 미학의 기준을 만족시켜주는 것인 데 견주어 자신 대표작의 경우는 작품의 몸통을 이루는 문학적 분위기가 작가 자신에게 너무 낯익은 풍경일 뿐만 아니라 거기에 투영되어 있는 자의식적 미의식을 작가 자신이 부지불식간에 편애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이야기한다.

 

"지난 해 3월, 가까이 사귀어 모시던 한 선배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당신의 소설에서 당신의 모습이 조금씩 사라져야 한다, 당신에게 너무 익숙한 풍경들이 당신의 소설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제 겨우 알겠다. 길 모르는 사람에게 길 가르쳐줄 때는, 아주 잘 아는 길도 조심스럽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친절하게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겠다."

 

책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에서 문학을 '좋은 대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올바른 물음'이라고 생각하는 이윤기의 말이 눈길을 끌었다. 이윤기가 들려주는 글쓰기 노하우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글쓰기, 번역가, 소설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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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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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노엘>은 <달과 게>로 2011년 나오키상을 수상한 마치오 슈스케의 작품이다.

 

책의 제목인 노엘은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프랑스어이자 라틴어로 탄생을 의미한다. 소설 <노엘>에는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무관심, 가난 때문에 친구들에게 집단 폭력을 당하는 게이스케, 아버지의 변태성욕에 시달려온 야요이, 다리가 굽혀 지지 않는 장애와 엄마의 임신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리코, 자식도 없이 살아오다 아내마저 죽자,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살을 계획하는 요자와라는 4명의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그려낸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게이스케, 야요이, 리코, 요시와는 동화를 통해서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치유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만들어진 노래 '루돌프 사슴코'의 이야기는 게이스케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동화가 되고 게이스케만의 동화는 야요이의 그림과 함께 그림 동화로 탄생해 서로의 삶을 지키는 힘이 된다. <빛의 상자>라는 동화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동화속에서 루돌프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온 세상에 나누어주는 선물이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나누어주는 것은 장난감도, 과자도, 돈도 아니예요. 장난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질리죠. 과자는 금세 없어지고요. 돈은 사람을 추하게 만들어요. 그런 것들은 사람에게 필요 없는, 전혀 필요 없는 것들이에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하고 정말 소중한 건 언제까지나 질리지 않는 뭔가. 언제까지나 없어지지 않는 뭔가. 그리고 자신이 이 세상에서 외톨이가 아니라고 믿게 해주는 무너가예요. 만약 우리가 나누어주는 이 선물이 없다면 사람은 그저 태어났다가 죽는 생물에 지나지 않았겠죠. 서로 미워하고 싸우고 자신만 살아남으려고 하는 생물에 불과했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모두에게 선물을 나누어주는 거예요. 우리가 나누어주는 이 선물에는 이름이 없어요. 이름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이걸 행복이나 사랑, 놀라움 혹은 기쁨이나 추억이라고 불러요."

 

다리가 굽혀 지지 않는 장애와 엄마의 임신으로 짙은 소외감을 느끼며 비극적인 일까지 꾸미는 리코는 게이스케가 작가가 되어 쓴 동화를 읽으며 상처를 극복한다. 동화 <하늘을 나는 보물>은 리코에게 상상을 올바로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덕분에 리코는 가공의 친구인 마코와 작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리코는 동생의 이름을 마코라고 지었다.

 

"동생을 질투하는 마음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전에 마음속에 품었던 감정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리코와 마코는 나이가 아홉 살이나 차이 나기 때문에 엄마 아빠는 아무래도 중학생인 리코보다 어린 동생을 더 귀여워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리코는 엄마와 함께 태어난 사람은 세상에 자기 뿐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14년 전 리코가 첫 울음을 터뜨렸을 때 이 세상에 아기와 엄마가 동시에 탄생했다. 아빠도 그때 태어났다. 그것만으로도 리코는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엄마 아빠와의 인연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은퇴 후 요자와는 아내의 죽음, 자식이 없다는 것, 무엇 하나 이루지 못했다는 것, 무엇하나 남가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상처를 지닌 인물이다. 초등학교 교사 선생님이었던 요자와가 남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던 모습에 공감이 되었다. 아내마저 없는 세상에 혼자 살아간다는 것이 요자와에게는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하지만 자살을 계획하는 요자와는 게이스케의 동화가 실마리가 된 나비효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책 끝부분에 게이스케, 야요이, 리코, 요시와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설정들이 소개되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가난한 모자가정이라는 힘든 생활을 했던 초등학교 시절의 게이스케에게 동화 작가가 될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을 알려준 선생님이 바로 요시와였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요시와는 이야기의 세계로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다정함과 강함 등 여러 가지를 보고, 알고 나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선생님이었다. 이야기는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자신을 강하게 만들면서 따뜻한 치유의 힘을 지닌 것이 아닐까...

 

"이야기의 세계로 달아나라는 뜻이 아니야. 이야기 속에서 다정함과 강함 등 여러 가지를 보고, 알고 나서 다시 돌아오는 거야. 다른 사람이 지은 이야기도 물론 괜찮아. 하지만 알고 싶은 것을 알려면 스스로 지어보는 편이 나아. 혹시 알고 싶은 것이 뭔지 모른다 해도 분명 찾을 수 있을 거야. 자신이 지은 이야기는 반드시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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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제로
롭 리이드 지음, 박미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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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어 제로>는 리슨닷컴의 설립자로, 애플 아이튠스가 나오기 전까지 세계 최대 온라인 음악 서비스였던 랩소디를 개발한 롭 리드가 쓴 SF 소설이다. 은하계에는 과학, 예술, 경제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고등생명체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유일한 단점은 음악을 더럽게 못한다는 것뿐이다. 이들은 지구 음악을 처음 접하고 뇌출혈과 황홀경에 빠진 1977년을 자신들의 원년(Year Zero)으로 삼을 만큼, 로큰롤과 팝 등 지구 음악에 심취한다. 그러나 수십 년 후, 빅뱅 이래 최대 규모의 저작권 침해와 부채로 우주는 파산 위기를 맞게 된다. 천문학적인 빚을 갚느니 차라리 지구를 파멸시키려는 은하계 반란 세력이 지구로 잠입하는 한편, 립싱크 전문 외계인 팝가수 프램튼과 칼리는 이를 막기 위해 변호사 닉 카터의 사무소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실직을 걱정하던 연예계 저작권 담당 하급 변호사 닉은 이제 칼리와 프램튼을 가이드로 삼아 48시간 내에 인류를 구해야 하는 영웅으로 뒤바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닉이 짝사랑하는 이웃의 인디 가수이자 법률보조원 만다, 구글 초창기에 입사한 덕에 스톡옵션을 챙겨 기업사냥꾼이 된 그의 사촌형 퍼그워시, 차가우면서도 빈틈없는 닉의 상사이자 파트너 변호사인 셔먼이 외계 반란 세력의 음모를 저지할 계획에 참여한다.

 

"새로운 시대가 공포되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셀 수 없이 많은 ‘잘난 존재들’이 비명횡사했다. ‘코터’ 테마곡으로 촉발된 황홀감 때문에 뇌에서 엔도르핀 같은 끈적끈적한 물질이 한꺼번에 방출되어 뇌출혈을 일으킨 것이다. 그야말로 황홀경에 빠져 순식간에 죽어버렸다. 하지만 치명적인 새 노래를 계속 접하면서 생존자들은 점점 더 단련됐다. ‘코터’는 올리비아 뉴튼 존을 대비해 맞은 예방주사 같은 것이었다. 올리비아 뉴튼 존의 노래를 듣고 살아남은 우주는 다시 빌리 조엘을 맞이할 백신을 맞은 셈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적응해가면서 사망률은 점점 떨어졌다. 대규모 사망자가 발발한 것은 WPLJ 방송사가 [레드 제플린 IV] 앨범 양면을 틀어준 때였다. 이 참사를 이겨낸 생존자들은 가장 훌륭한 로큰롤 곡까지 안전하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반경은 144광년이고, 지금까지 생성된 가장 강력한 힘의 장 경계선입니다. 영국의 롯 밴드 '더 후'의 광팬들이 공연을 보려고 지구에 밀려드는 걸 방지하고자 1978년에 세워졌습니다. 타운센드 라인은 아무도 통과할 수 없도록 설계됐습니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무단침입자 아홉 명이 그전에 지구로 침투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아직도 지구에 머물고 있습니다."

 

소설 <이어 제로>는 외계인을 통해서 음악 산업의 저작권이라는 소재를 다룬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저자가 음악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미국 아티스트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았다.

 

"우리가 애용하는 도구는 로비스트와 소송이며, 주요 관심사는 저작권 문제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어쩌면 법을 하나도 어기지 않은 회사까지 포함해 여러 기업을 무너뜨렸다. 무료 인터넷 방송을 녹화하는 제품을 출시한 회사를 비롯해, 컴퓨터에서 나오는 노래에 가사를 띄워주는 제품을 출시한 회사, 구입한 DVD를 하드 드라이브에 백업하는 제품을 출시한 회사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그저 난해한 저작권법의 하위 조항을 해당 회사가 위반한 것 같다고 슬쩍 내비쳤을 뿐이다. 그러면 우리의 먹잇감은 소송비용을 대느라 금세 휘청거린다. 우리가 걸고넘어지는 신생 기업은 대개 땡전 한 푼 없다. 그래도 괜찮다. 표절을 이유로 그들을 목 졸라 죽이는 수고에 대해 음반 회사와 영화사가 시간 단위로 꼬박꼬박 비용을 지급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클라이언트들은 손해액을 회수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그들이 우리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는 미래의 투자자와 경쟁 기업이 그들의 사업 영역에 발붙이지 못하게 막는 투자니까. 이러한 소송으로 긁어낸 돈이 실제로 있다면,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마 타협에 이르기 전에 죽기를 작정하고 싸울 것이다. 어쩌면 인류가 다 죽을 때까지 싸울지도 모른다."

 

소설 속에서 외계인인 프램튼은 모든 창조적 예술품은 원산지 사회의 규칙과 규범에 따라 공유하고 감상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고대 사회가 처음으로 완전히 '잘난 존재'로 개량됐을 때, 그들의 관심은 통달한 과학에서 문화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전이됐어요. 문화 발전은 아무리 추구해도 끝이 없어요. '고상한 예술'을 창조하고 공유하고 감상하겠다는 일념하에 사회, 정치, 경제 분야에서 완전히 새로운 질서가 생겨났습니다. '고상한 예술'은 우리의 주된 관심사요, 존재 이유입니다. 이러한 질서의 핵심에는 '원주민 예술주의'라 부르는 원칙이 있어요. 이 원칙은 우리의 경제와 도덕률과 법 제도의 근간입니다. 이게 얼마나 오래됐고 얼마나 신성시되는지 당신은 짐작할 수도 없을 거예요. 그래도 힌트를 하나 주자면, 이 원칙은 당신네 헌법보다 약 2,200만 배나 더 오래됐습니다."

 

"우리가 음악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똑같아요. 우린 아주 미세한 공간에 당신에 노래를 다 저장할 수 있어요. 그러니 당신네 음악 사본을 몽땅 들고 다니는 걸 왜 마다하겠어요? 어쩌다 특정한 노래가 생각나거나 듣고 싶으면 아무 때나 꺼내 들을 수 있잖아요. 지역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없어도 언제든 들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다들 모든 노래의 사본을 늘 휴대하고 다니는거죠. 그런데 알다시피 노래 한 곡당 최대 벌금이 15만 달러예요."

 

SF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기 때문에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작품은 책을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독특한 캐릭터 외계인들을 좀 더 간단하게 설정했으면 어땠을까... 소설 <이어 제로>는 스토리를 좀 더 간단하게 만들고 새로운 캐릭터나 이야기에 대한 구성을 쉽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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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여행 리포트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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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일본 작가인 아리가와 히로의 신작 장편 소설이다.

 

착한 남자 사토루는 길고양이 출신 나나와 5년간 서로 더할 나위 없이 룸메이트로 살아 왔지만, 사정이 생겨 나나를 입양시키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둘은 나나를 맡아줄 후보들과 만나기 위해 은색 왜건을 타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사토로의 그리운 친구들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고양이 나나가 메인 화자가 되어 리포트로 써 내려가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고양이 나나의 시점이 중심축이 되고 사토루의 친구들의 입을 통해 밝혀지는 사토루의 어린 시절이 교차 되면서 고양이의 새 룸메이트를 찾아 떠난 여행은 사토루의 과거를 여행하는 시간 여행이 되기도 한다.

 

사토루가 나나를 맡기기 위해서 친구들을 만나는 여정 속에서 친구들이 기억하는 사토루의 모습은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사토루와 나나의 여행을 통해서 초,중,고등학교 친구들과 사토루의 추억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사토루는  초등학교 때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은 사토루, 전근을 자주 다닌 이모로 인해서 자주 학교를 옮겼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나와 닮은 하치라는 고양이를 키우게 된 사연과 하치를 입양보내고 하치가 죽게 된 과정까지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사토루의 친구들 이야기 중에서 특히 스기라는 친구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하는 사토루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스기가 사토루를 떠올리며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버려진 동물을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토루는 인간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진심을 바라본다는 건 그 사람을 함부로 이길 수 없다는 뜻도 될 것이다.

 

"치카코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되고 싶다고 추하게 버둥거리기만 하는 자신에 비해, 미아와키는 처음부터 치카코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자였다. 그것도 어릴 때 그렇게 고통스러운 일을 겪었으면서. 부모와 사별한 뒤 가족처럼 소중한 고양이와 헤어지고, 결국 그 소중한 고양이와 재회하지도 못한 채 하늘나라로 보냈는데 미야와키는 아무도, 무엇도 원망하지 않았다. 조금도 비뚤어지지 않았다. 자기 같으면 실컷 비극적 상황에 잠겼을 것이다. 자신의 처지를 이런저런 게으름의 변명으로 써먹었을 것이다. 치카코의 마음을 끄는 데도 썼을 것이다. 미야와키는 어째서 그토록 힘을 빼고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 미야와키와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스기의 마음은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절대 그를 이길 수 없다. 자신이 아무런 불편함 없이 자라왔다는 사실이 열등감으로 느껴졌다. 아무런 불편함 없이 자라서 미야와키보다 훨씬 혜택을 받고 살았을 텐데, 자신은 매일 불평만 한다. 부모와도 예사로 싸우고 얄미운 소리만 해대고, 때로는 싸움에서 타협할 지점을 놓쳐 엄마를 울리기까지 했다. 부족한 거라곤 아무것도 없으면서 왜 나는 이렇게 작을까. 왜 나보다 가진 것 없는 미야와키보다 너르겁지 못할까."

 

이모인 노리코가 사토루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사토루와 사토루의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 놀랐다. 부모를 잃고, 사랑하던 고양이 하치까지 잃었던 사토루는 오히려 이모와 함께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한다.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친부모님과 만날 수 있게 해주었던 인물이 이모였기 때문이다. 사토루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토루처럼 이토록 순수하게 세상을 사랑할 수 있을까?

 

사토루는 이름없는 길고양이를 5년동안 키워주며 나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고양이 나나는 사토루가 자신을 입양시키기로 했을때도 길고양이였던 과거의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나나는 사토루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자신을 입양시키려는 것을 알게 되며 자신을 사랑해준 주인에 대한 뭉클한 마음을 확인하는 모습에 눈물이 흐른다. 사토루가 이 세상에 없지만 여전히 나나는 사토루가 이모에게 맡긴 노리코의 고양이가 아니라고 말한다. 나나는 여전히 사토루만의 고양이로서 사토루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길고양이 따위 버려지는 게 당연한데 사토루는 다리가 부러진 나를 도와주었다. 그것만으로 기적이었는데 사토루의 고양이가 되다니,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고양이었다. 그래서 사토루가 나를 키우지 못하게 된다 해도 나는 아무 것도 잃을 게 없다. 잃기는커녕 나나라는 이름과 사토루와 산 5년을 얻었다. 그것은 사토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손에 넣지 못했을 것이다. 설령 사토루가 나보다 먼저 죽는다 해도 사토루를 만나지 않는 것보다 만나는 편이 행복했다. 나는 사토루와 산 5년의 기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나로는 수고양이로서는 미묘한 이름도 계속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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