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여행 리포트
아리카와 히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일본 작가인 아리가와 히로의 신작 장편 소설이다.

 

착한 남자 사토루는 길고양이 출신 나나와 5년간 서로 더할 나위 없이 룸메이트로 살아 왔지만, 사정이 생겨 나나를 입양시키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둘은 나나를 맡아줄 후보들과 만나기 위해 은색 왜건을 타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사토로의 그리운 친구들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고양이 나나가 메인 화자가 되어 리포트로 써 내려가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고양이 나나의 시점이 중심축이 되고 사토루의 친구들의 입을 통해 밝혀지는 사토루의 어린 시절이 교차 되면서 고양이의 새 룸메이트를 찾아 떠난 여행은 사토루의 과거를 여행하는 시간 여행이 되기도 한다.

 

사토루가 나나를 맡기기 위해서 친구들을 만나는 여정 속에서 친구들이 기억하는 사토루의 모습은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사토루와 나나의 여행을 통해서 초,중,고등학교 친구들과 사토루의 추억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사토루는  초등학교 때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잃은 사토루, 전근을 자주 다닌 이모로 인해서 자주 학교를 옮겼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나와 닮은 하치라는 고양이를 키우게 된 사연과 하치를 입양보내고 하치가 죽게 된 과정까지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사토루의 친구들 이야기 중에서 특히 스기라는 친구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하는 사토루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스기가 사토루를 떠올리며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버려진 동물을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토루는 인간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누군가의 진심을 바라본다는 건 그 사람을 함부로 이길 수 없다는 뜻도 될 것이다.

 

"치카코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되고 싶다고 추하게 버둥거리기만 하는 자신에 비해, 미아와키는 처음부터 치카코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자였다. 그것도 어릴 때 그렇게 고통스러운 일을 겪었으면서. 부모와 사별한 뒤 가족처럼 소중한 고양이와 헤어지고, 결국 그 소중한 고양이와 재회하지도 못한 채 하늘나라로 보냈는데 미야와키는 아무도, 무엇도 원망하지 않았다. 조금도 비뚤어지지 않았다. 자기 같으면 실컷 비극적 상황에 잠겼을 것이다. 자신의 처지를 이런저런 게으름의 변명으로 써먹었을 것이다. 치카코의 마음을 끄는 데도 썼을 것이다. 미야와키는 어째서 그토록 힘을 빼고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 미야와키와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스기의 마음은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절대 그를 이길 수 없다. 자신이 아무런 불편함 없이 자라왔다는 사실이 열등감으로 느껴졌다. 아무런 불편함 없이 자라서 미야와키보다 훨씬 혜택을 받고 살았을 텐데, 자신은 매일 불평만 한다. 부모와도 예사로 싸우고 얄미운 소리만 해대고, 때로는 싸움에서 타협할 지점을 놓쳐 엄마를 울리기까지 했다. 부족한 거라곤 아무것도 없으면서 왜 나는 이렇게 작을까. 왜 나보다 가진 것 없는 미야와키보다 너르겁지 못할까."

 

이모인 노리코가 사토루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사토루와 사토루의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에 놀랐다. 부모를 잃고, 사랑하던 고양이 하치까지 잃었던 사토루는 오히려 이모와 함께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한다.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친부모님과 만날 수 있게 해주었던 인물이 이모였기 때문이다. 사토루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책을 읽는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토루처럼 이토록 순수하게 세상을 사랑할 수 있을까?

 

사토루는 이름없는 길고양이를 5년동안 키워주며 나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고양이 나나는 사토루가 자신을 입양시키기로 했을때도 길고양이였던 과거의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나나는 사토루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자신을 입양시키려는 것을 알게 되며 자신을 사랑해준 주인에 대한 뭉클한 마음을 확인하는 모습에 눈물이 흐른다. 사토루가 이 세상에 없지만 여전히 나나는 사토루가 이모에게 맡긴 노리코의 고양이가 아니라고 말한다. 나나는 여전히 사토루만의 고양이로서 사토루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길고양이 따위 버려지는 게 당연한데 사토루는 다리가 부러진 나를 도와주었다. 그것만으로 기적이었는데 사토루의 고양이가 되다니,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고양이었다. 그래서 사토루가 나를 키우지 못하게 된다 해도 나는 아무 것도 잃을 게 없다. 잃기는커녕 나나라는 이름과 사토루와 산 5년을 얻었다. 그것은 사토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손에 넣지 못했을 것이다. 설령 사토루가 나보다 먼저 죽는다 해도 사토루를 만나지 않는 것보다 만나는 편이 행복했다. 나는 사토루와 산 5년의 기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나로는 수고양이로서는 미묘한 이름도 계속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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