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책 <노엘>은 <달과 게>로 2011년 나오키상을 수상한 마치오 슈스케의 작품이다.

 

책의 제목인 노엘은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프랑스어이자 라틴어로 탄생을 의미한다. 소설 <노엘>에는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무관심, 가난 때문에 친구들에게 집단 폭력을 당하는 게이스케, 아버지의 변태성욕에 시달려온 야요이, 다리가 굽혀 지지 않는 장애와 엄마의 임신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리코, 자식도 없이 살아오다 아내마저 죽자,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살을 계획하는 요자와라는 4명의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그려낸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게이스케, 야요이, 리코, 요시와는 동화를 통해서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치유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만들어진 노래 '루돌프 사슴코'의 이야기는 게이스케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동화가 되고 게이스케만의 동화는 야요이의 그림과 함께 그림 동화로 탄생해 서로의 삶을 지키는 힘이 된다. <빛의 상자>라는 동화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동화속에서 루돌프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온 세상에 나누어주는 선물이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나누어주는 것은 장난감도, 과자도, 돈도 아니예요. 장난감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질리죠. 과자는 금세 없어지고요. 돈은 사람을 추하게 만들어요. 그런 것들은 사람에게 필요 없는, 전혀 필요 없는 것들이에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하고 정말 소중한 건 언제까지나 질리지 않는 뭔가. 언제까지나 없어지지 않는 뭔가. 그리고 자신이 이 세상에서 외톨이가 아니라고 믿게 해주는 무너가예요. 만약 우리가 나누어주는 이 선물이 없다면 사람은 그저 태어났다가 죽는 생물에 지나지 않았겠죠. 서로 미워하고 싸우고 자신만 살아남으려고 하는 생물에 불과했을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모두에게 선물을 나누어주는 거예요. 우리가 나누어주는 이 선물에는 이름이 없어요. 이름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이걸 행복이나 사랑, 놀라움 혹은 기쁨이나 추억이라고 불러요."

 

다리가 굽혀 지지 않는 장애와 엄마의 임신으로 짙은 소외감을 느끼며 비극적인 일까지 꾸미는 리코는 게이스케가 작가가 되어 쓴 동화를 읽으며 상처를 극복한다. 동화 <하늘을 나는 보물>은 리코에게 상상을 올바로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덕분에 리코는 가공의 친구인 마코와 작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리코는 동생의 이름을 마코라고 지었다.

 

"동생을 질투하는 마음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전에 마음속에 품었던 감정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리코와 마코는 나이가 아홉 살이나 차이 나기 때문에 엄마 아빠는 아무래도 중학생인 리코보다 어린 동생을 더 귀여워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리코는 엄마와 함께 태어난 사람은 세상에 자기 뿐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14년 전 리코가 첫 울음을 터뜨렸을 때 이 세상에 아기와 엄마가 동시에 탄생했다. 아빠도 그때 태어났다. 그것만으로도 리코는 앞으로 무슨 일이 생겨도 엄마 아빠와의 인연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은퇴 후 요자와는 아내의 죽음, 자식이 없다는 것, 무엇 하나 이루지 못했다는 것, 무엇하나 남가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상처를 지닌 인물이다. 초등학교 교사 선생님이었던 요자와가 남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던 모습에 공감이 되었다. 아내마저 없는 세상에 혼자 살아간다는 것이 요자와에게는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하지만 자살을 계획하는 요자와는 게이스케의 동화가 실마리가 된 나비효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책 끝부분에 게이스케, 야요이, 리코, 요시와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설정들이 소개되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가난한 모자가정이라는 힘든 생활을 했던 초등학교 시절의 게이스케에게 동화 작가가 될 수 있는 이야기의 힘을 알려준 선생님이 바로 요시와였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요시와는 이야기의 세계로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다정함과 강함 등 여러 가지를 보고, 알고 나서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선생님이었다. 이야기는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자신을 강하게 만들면서 따뜻한 치유의 힘을 지닌 것이 아닐까...

 

"이야기의 세계로 달아나라는 뜻이 아니야. 이야기 속에서 다정함과 강함 등 여러 가지를 보고, 알고 나서 다시 돌아오는 거야. 다른 사람이 지은 이야기도 물론 괜찮아. 하지만 알고 싶은 것을 알려면 스스로 지어보는 편이 나아. 혹시 알고 싶은 것이 뭔지 모른다 해도 분명 찾을 수 있을 거야. 자신이 지은 이야기는 반드시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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