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제로
롭 리이드 지음, 박미경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책 <이어 제로>는 리슨닷컴의 설립자로, 애플 아이튠스가 나오기 전까지 세계 최대 온라인 음악 서비스였던 랩소디를 개발한 롭 리드가 쓴 SF 소설이다. 은하계에는 과학, 예술, 경제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고등생명체들이 존재한다. 이들의 유일한 단점은 음악을 더럽게 못한다는 것뿐이다. 이들은 지구 음악을 처음 접하고 뇌출혈과 황홀경에 빠진 1977년을 자신들의 원년(Year Zero)으로 삼을 만큼, 로큰롤과 팝 등 지구 음악에 심취한다. 그러나 수십 년 후, 빅뱅 이래 최대 규모의 저작권 침해와 부채로 우주는 파산 위기를 맞게 된다. 천문학적인 빚을 갚느니 차라리 지구를 파멸시키려는 은하계 반란 세력이 지구로 잠입하는 한편, 립싱크 전문 외계인 팝가수 프램튼과 칼리는 이를 막기 위해 변호사 닉 카터의 사무소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실직을 걱정하던 연예계 저작권 담당 하급 변호사 닉은 이제 칼리와 프램튼을 가이드로 삼아 48시간 내에 인류를 구해야 하는 영웅으로 뒤바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닉이 짝사랑하는 이웃의 인디 가수이자 법률보조원 만다, 구글 초창기에 입사한 덕에 스톡옵션을 챙겨 기업사냥꾼이 된 그의 사촌형 퍼그워시, 차가우면서도 빈틈없는 닉의 상사이자 파트너 변호사인 셔먼이 외계 반란 세력의 음모를 저지할 계획에 참여한다.

 

"새로운 시대가 공포되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셀 수 없이 많은 ‘잘난 존재들’이 비명횡사했다. ‘코터’ 테마곡으로 촉발된 황홀감 때문에 뇌에서 엔도르핀 같은 끈적끈적한 물질이 한꺼번에 방출되어 뇌출혈을 일으킨 것이다. 그야말로 황홀경에 빠져 순식간에 죽어버렸다. 하지만 치명적인 새 노래를 계속 접하면서 생존자들은 점점 더 단련됐다. ‘코터’는 올리비아 뉴튼 존을 대비해 맞은 예방주사 같은 것이었다. 올리비아 뉴튼 존의 노래를 듣고 살아남은 우주는 다시 빌리 조엘을 맞이할 백신을 맞은 셈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적응해가면서 사망률은 점점 떨어졌다. 대규모 사망자가 발발한 것은 WPLJ 방송사가 [레드 제플린 IV] 앨범 양면을 틀어준 때였다. 이 참사를 이겨낸 생존자들은 가장 훌륭한 로큰롤 곡까지 안전하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반경은 144광년이고, 지금까지 생성된 가장 강력한 힘의 장 경계선입니다. 영국의 롯 밴드 '더 후'의 광팬들이 공연을 보려고 지구에 밀려드는 걸 방지하고자 1978년에 세워졌습니다. 타운센드 라인은 아무도 통과할 수 없도록 설계됐습니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무단침입자 아홉 명이 그전에 지구로 침투했다고 합니다. 그들은 아직도 지구에 머물고 있습니다."

 

소설 <이어 제로>는 외계인을 통해서 음악 산업의 저작권이라는 소재를 다룬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부분은 저자가 음악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미국 아티스트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았다.

 

"우리가 애용하는 도구는 로비스트와 소송이며, 주요 관심사는 저작권 문제다. 우리는 지난 수년간 어쩌면 법을 하나도 어기지 않은 회사까지 포함해 여러 기업을 무너뜨렸다. 무료 인터넷 방송을 녹화하는 제품을 출시한 회사를 비롯해, 컴퓨터에서 나오는 노래에 가사를 띄워주는 제품을 출시한 회사, 구입한 DVD를 하드 드라이브에 백업하는 제품을 출시한 회사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우리는 그저 난해한 저작권법의 하위 조항을 해당 회사가 위반한 것 같다고 슬쩍 내비쳤을 뿐이다. 그러면 우리의 먹잇감은 소송비용을 대느라 금세 휘청거린다. 우리가 걸고넘어지는 신생 기업은 대개 땡전 한 푼 없다. 그래도 괜찮다. 표절을 이유로 그들을 목 졸라 죽이는 수고에 대해 음반 회사와 영화사가 시간 단위로 꼬박꼬박 비용을 지급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클라이언트들은 손해액을 회수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그들이 우리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는 미래의 투자자와 경쟁 기업이 그들의 사업 영역에 발붙이지 못하게 막는 투자니까. 이러한 소송으로 긁어낸 돈이 실제로 있다면,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울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마 타협에 이르기 전에 죽기를 작정하고 싸울 것이다. 어쩌면 인류가 다 죽을 때까지 싸울지도 모른다."

 

소설 속에서 외계인인 프램튼은 모든 창조적 예술품은 원산지 사회의 규칙과 규범에 따라 공유하고 감상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고대 사회가 처음으로 완전히 '잘난 존재'로 개량됐을 때, 그들의 관심은 통달한 과학에서 문화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전이됐어요. 문화 발전은 아무리 추구해도 끝이 없어요. '고상한 예술'을 창조하고 공유하고 감상하겠다는 일념하에 사회, 정치, 경제 분야에서 완전히 새로운 질서가 생겨났습니다. '고상한 예술'은 우리의 주된 관심사요, 존재 이유입니다. 이러한 질서의 핵심에는 '원주민 예술주의'라 부르는 원칙이 있어요. 이 원칙은 우리의 경제와 도덕률과 법 제도의 근간입니다. 이게 얼마나 오래됐고 얼마나 신성시되는지 당신은 짐작할 수도 없을 거예요. 그래도 힌트를 하나 주자면, 이 원칙은 당신네 헌법보다 약 2,200만 배나 더 오래됐습니다."

 

"우리가 음악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똑같아요. 우린 아주 미세한 공간에 당신에 노래를 다 저장할 수 있어요. 그러니 당신네 음악 사본을 몽땅 들고 다니는 걸 왜 마다하겠어요? 어쩌다 특정한 노래가 생각나거나 듣고 싶으면 아무 때나 꺼내 들을 수 있잖아요. 지역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없어도 언제든 들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다들 모든 노래의 사본을 늘 휴대하고 다니는거죠. 그런데 알다시피 노래 한 곡당 최대 벌금이 15만 달러예요."

 

SF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기 때문에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작품은 책을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독특한 캐릭터 외계인들을 좀 더 간단하게 설정했으면 어땠을까... 소설 <이어 제로>는 스토리를 좀 더 간단하게 만들고 새로운 캐릭터나 이야기에 대한 구성을 쉽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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