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좀 떼지 뭐 -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양인자 지음, 박정인 그림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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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좀 떼지 뭐>는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양인자님의 동화집이다. 이 책은 양인자의 껌 좀 떼지 뭐, 북 치는 아이,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천왕봉이라는 4개의 단편동화가 수록되어 있다. '껌 좀 떼지 뭐'에서 주인공 미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규칙과 청결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교장선생님의 권위에 아이는 오히려 성숙한 배려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에게 껌을 씹고 사탕을 먹는 친구를 잡아가는 치사한 행동을 강요하는 교장선생님을 통해서 어른들의 지나친 권위를 비판한다. 두 번째 이야기 북치는 아이는 풍물을 하는 대학생 누나를 짝사랑하는 승학이를 통해서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그려낸다. 세 번째 이야기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는 선생님의 일방적인 권위를 강조하는 행태를 비판한다. 매사에 무조건 기본에 충실하며 조용히 하기만을 바라는 선생님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음으로서 자신들의 생각을 오히려 대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네 번째 이야기 천왕봉은 학교 시험 문제지를 보고 마음이 동요된 두 친구들로 인해서 선생님이 천왕봉으로 봉사활동을 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친구들의 우정 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사실, 아무리 힘들어도 처음이 있고 마지막이 있다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나이는 어리지만,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이 고정관념과 규칙에 가득찬 어른들보다 나을 수 있다는 철학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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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라비, 내 인생을 산다
아네스 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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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라비, 내 인생을 산다>는 Daum 스토리볼에 주 2회 연재된 '글로벌 트렌드 리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엮은 것으로 아네스 안 작가와 글로벌 리더, Daum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독자가 함께 참여한 모바일 공동 작업이다. 사전에 독자들로부터 인터뷰 대상에 대해 궁금한 점을 받아 아네스 안 작가가 해외에 있는 리더들을 직접 인터뷰해 그들의 커리어, 삶,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 책을 통해서 글로벌 리더들의 인생과 철학이 담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제가 만난 리더들은 다들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길이 있는 곳으로 가지 않고, 길이 없는 곳을 선택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간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 역시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고 또 다른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싸이 미국 진출 일등 공신 연예기획자 이규창,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촬영감독 전용덕, 파티 디자이너 영송 마틴, 자동차 디자이너 임범석,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CEOSUITE 대표 김은미, 라스베이거스 호텔리어 최윤정, 할리우드 최초 한국인 미술 총감독 한유정, 미국 땅을 사고파는 '뉴스타 부동산 그룹' 대표 남문기, 브랜드 마케팅 전략가 박설빈, <뉴욕타임스> 사진기자 이장욱이라는 10명의 한국인 글로벌 리더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기대로 만드는 사람, 싸이 미국 진출 일등공신 연예기획자 이규창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미국에 이민을 가서 대학을 졸업한 뒤 300장의 이력서를 들고 무작정 로스앤젤레스로 간 그는 인맥도 배경도 없었지만 패기 하나로 모든 것을 스스로 만들어갔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든 닫힌 문을 스스로 열고 나가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으며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 순발력과 지혜를 가진 인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다른 이의 가치관은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인정해주고, 한번 맺은 관계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겼다. 이규창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자신이 만나는 인연을 진심으로 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철학을 깨닫는다.

"당신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커다란 레이더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기회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혹시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할까 봐 걱정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의외로 용기 내어 다가오는 사람을 굉장히 반겨요. 단, 어떠한 목적이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을 진짜 좋아하고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해요. 그렇다면 그 진심은 반드시 통할 거예요."​

"인맥 쌓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요. 현재 자기 옆에 있는 사람을 지켜내는 일이에요. 익숙한 것을 지킬 수 없다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거든요."

이 책에 등장하는 라스베이거스 호텔리어 최윤정은 변화에 열린 자세로 미래를 준비하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자신과의 합의를 아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는 인물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세 라비,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철학을 통해서 실패를 극복하는 여유를 배울 수 있었다.

"세 라비! 이것이 인생이다. 프랑스에서 온 한 손님이 알려준 프랑스어인데요. 프랑스 사람들은 무언가 실패하면 '이런 게 인생이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대요. 그리고 다시 시작한대요. 실패란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 머무는 것이니까요."​

아네스 안이 만난 트렌드 리더 10인의 특별한 이야기를 통해서 다양한 한국인 글로벌 리더들의 삶의 철학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넘어지더라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모험심과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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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키메 스토리콜렉터 26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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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키메>는 일본 호러 미스터리의 거장 미쓰다 신조의 소설이다. 호러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융합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공포소설 작가인 주인공 ‘나’는 주변의 공포 체험담을 수집해서 이를 소재로 소설을 쓰곤 한다. 나는 우연히 ‘노조키메’라는 괴이한 존재의 비밀이 담긴 민속학자의 대학노트를 손에 넣게 된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노조키메’가 예전에 들은 또 다른 공포 체험담과 연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경악한다. 방울소리를 따라간 리조트 아르바이트생의 기괴한 경험과 의문의 죽음을 다룬 [엿보는 저택의 괴이]. 순례자 모녀의 잔인한 죽음과 저주로 인해 벌어지는 한 가문의 몰락을 다룬 [종말 저택의 흉사]. 두 이야기 속에 모두 등장하는 엿보는 시선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는 독자들에게 두 이야기를 나란히 들려주면서 ‘노조키메’의 비밀을 파헤쳐보기로 한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노조키메에 대한 심리적인 공포감에 몰입된다. 특별한 장치 없이도 인간의 심리를 무섭게 만들어 나가는 작가의 심리묘사가 흥미롭다. 실제 사실과 괴담, 허구를 절묘하게 섞어서 독특한 소설을 만들어내는 미쓰다 신조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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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 서울대생 1100명을 심층조사한 교육 탐사 프로젝트
이혜정 지음 / 다산에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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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는 서울대에서 고학점을 받을 수 있는 학습전략의 정보라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는 서울대의 모습을 통해 결국 우리 대학들이,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이 과연 진정한 인재를 키우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다. ​

이 책은 서울대와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최우등생들을 비교 분석하여 흥미롭다. 이는 저자가 서울대 최우등생들의 공부법을 분석하면서 저자 자신이 포착한 문제들이 서울대만의 특징인지, 아내면 세계 명문대들의 공통적인 특징인지를 알아보기 위함이였다. 서울대 학생들은 교수의 가르침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토를 달거나 하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흡수하려고 하는 반면, 미시간대 학생들은 교수와 다른 생각을 하거나 교수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서울대에서의 공부는 교수 중심인 반면, 미시간대에서의 공부는 상대적으로 학생 중심인 것이다.

"서울대에서는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고 명료하게 업무를 분담해서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체계쩍으로 체크하고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는 '디렉터형 리더'를 좋은 리더로 생각한다. 리더가 팀을 장악하여 강력한 디렉터십으로 이끌고 가는 경우 일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잇기 때문에 효율적인 리더십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반면 미시간대에서는 마치 인기 MC 유재석과 같이 팀원이 고루고루 발언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배분하고 팀의 의견을 모두 함께 이끌어 나가는 중개자 역할의 '코디네이터형 리더'를 좋은 리더로 생각한다.(...)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팀프로젝트에서의 '공정'에 대한 기준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대 학생들은 팀원들 각각의 능력에 맞게 업무가 분담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미시간대 학생들은 능력과 무관하게 모든 팀원이 골고루 참여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학생들에게는 부족한 팀원에게까지 기회를 주느라 최종 결과물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불공정한 것이고, 미시간대 학생들에게는 뛰어난 팀원만 계속 더 많이 하고 부족한 팀원은 역할을 박탁당해 학습 기회의 빈익빈부익부가 생기는 것이 불공정한 것이다."​

저자는 서울대 최우등생들을 인터뷰하면서 '뜨거움이 배제된 청춘'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생에서 최고로 뜨겁고 열정적인 나이임에도, 이들은 대단히 절제되어 있고 완벽하게 자기조절을 하며 체력도 시간도 감정도 철저하게 관리하는, 대단히 차분하고 이상적인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단지 '잘 견디는' 사람이었다.

"서울대 최우등생들을 인터뷰하면서 내가 가장 아쉬웠던 것 중의 하나가 이들에게는 설레는 '꿈'이 없다는 것이었다. 무엇을 진정으로 하고 싶은지, 자신의 열정을 쏟고자 하는 꿈이 무엇인지, 질문을 하는 나에게 설레게 할 만한 대답을 하는 최우등생은 한 명도 없었다."​

저자는 비판적 창의적 학습은 수용적 학습 후에야 가능한 것이 아니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 대학 수업은 수용적인 학습자가 우수한 성적을 받도록 허용하고, 비판적 창의적 학습자는 좋은 성적을 받도록 허용하지 않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이 잘 길러지지 못하는 이유는 이러한 능력이 현실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잇기 때문이다. 비판적 피드백은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지거나 불편한 트집처럼 여겨지고, 창의적 생각은 엉뚱한 것 혹은 괜히 튀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흔하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미국 미주리대의 데이비드 조나센 교수의 말은 특히 인상적이다.

"창의력은 어느 분야에나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능력이 아닙니다. 특정 영역에서의 특정 창의력이 있을 뿐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에서는 매우 창의적이었지만 아마도 연극을 했다면 전혀 창의적이지 않았을 겁니다. 글쓰기에서의 창의력은 기계공학에서의 창의력과 전혀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역에 따라 창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이나 수업도 완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일반적인 창의력 향상은 그 자체로 말이 안 되는 거죠.

내용이든 이론이든 창의력이든 실제 문제나 실제 맥락이 없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우리는 어떤 문제든 어떤 창의력이든 특정 맥락 속에서 가르쳐야 합니다. 이론을 적용하고 응용한 상태가 아닌 그냥 이론으로만 가르치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가르칠 필요가 없죠. 어떤 이론이 실제에 적용되는 상황이 되면 수많은 문제와 갈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한 문제와 갈등은 한 전공 분야만으로는 대부분 해결되지 않습니다. 예컨대 어떠한 역사적 사건도 그 당시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맥락과 관계없이 일어나는 경우는 없습니다. 히틀러가 나치를 만들 당시 밤마다 자기 전에 읽었던 책이 무엇인지 생각해 봣나요? 그 책이 히틀러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거라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어요? 창의력도 반드시 맥락 속에서 길러져야 합니다."​

저자는 대학 교육에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무엇을 기르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대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지만, 이는 서울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이 제기된 문제는 결국 '누구의 책임인가'를 생각해보았을때, 학생, 교수, 대학, 정부, 사회 모두가 이 문제와 연관된 주체이다. 저자는 우리 대학 교육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직접 가르치고 평가하는 교수들의 책임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교수들이 그렇게 가르치고 평가하도록 만들고 있는 대학이라고 말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책임은 학생이나 교수가 아닌, 대학의 리더십과 시스템에 있다.

"교수들에게 있어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일은 연구 실적을 쌓는 것이지, 자신의 강의를 돌보는 것이 아니다. 교수들은 연구와 교육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함에도 현실적으로 보다 많은 보상이 있는 연구에 자연스레 집중하게 된다. 수업을 최신 내용으로 업데이트하거나, 학생들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교재를 새롭게 설계하거나, 학생들의 과제에 대한 자세한 피드백을 주는 등 교육과 관련된 일들은 연구와 맞먹는,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요하지만, 현재의 교수평가 방식에서는 이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교수들이 수업을 조교들에게 맡기고 등한시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구조다. 교수들에게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란 '잘하면 좋겠지만 그냥 지금까지처럼 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 굳이 내가 개혁하지 않아도 아무도 별 문제 삼지 않는, 그리고 심지어 그게 문제라고도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대학 교육의 문제는 곧 교육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결국 현재 서울대 최우등생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했던 방식의 공부를 대학에서도 지속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국가가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너무도 세세하게 정해 놓고 교사에게 이를 따르도록 강제하고 있는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는 우리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몇 년의 기간 동안 학생들에게 양성해야 할 역량에 대해 거시적으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그 외의 모든 교육 내용과 방법은 교사에게 일임해야 한다고 말한다. 천편일률적으로 국가가 만들어내는 똑같은 교육이 아니라 교사가 자유롭게 수업과 평가 기준을 설계하는 있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교육권을 국가에서 교사에게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저자는 '우리는 왜 대학교육을 받으며 대학에서 양성해 배출하는 졸업생들이 어떤 능력을 가진 인재가 되기를 기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 대학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의 대학 교육은 현재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당면한 과제들이 단 하나의 증면 가능한 답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을 읽어 낼 수 있는 창조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미 생산된 지식의 결과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을 배워야 한다. ​저자는 교수의 답을 하나의 정답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분위기에서는 창의력을 발휘할 필요도, 발휘할 수도 없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 교육은 문제해결력에서 문제발견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학교 교육은 학생들에게 궁금한 문제를 발견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학생들이 먼저 스스로 궁금해하기 전에 학교에서 먼저 '이런 것을 궁금해해야 한다'고 알려 준다. 궁금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실패해 보는 과정을 거칠 기회도 주지 않는다. 바로 답을 알려 줘 버린다. 비판적으로 토를 달거나 창의적으로 변경해 볼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수용적으로 숙지해야 할 대상으로서 전달한다. 생각하는 방법,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결과를 숙지하는 것이 오늘날의 대학을 포함한 우리의 학교 교육이다."​

저자는 2000년 동안 나라를 잃고 떠돌아 다녔던 유태인들의 교육법을 이야기하여 인상적이다. ​유태인들은 빈손으로 쫓겨나도 가지고 갈 수 있는 '머릿속의 지식'을 자산으로 쌓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곳에서 유용했던 지식이 다른 곳에서는 쓸모없어지는 경우를 자주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환경에서도 쓸 수 있는 종류의 지식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것은 '어떤 것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생각해 내는 방법'이었다. 무엇을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태인들은 생각해 내는 방법, 즉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도록 요구받았다. 혼자서 스승의 지식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대신, 스승의 관점에 계속 도전하는 질문을 하도록 교육받고 훈련되어 왔다. 저자는 자신이 2000년대 초반 고려대에서 강의를 할 때 '교수가 대답하지 못하는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할 경우 A+를 주겠다'고 수업 방식을 학생들에게 제안하였다고 말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질문을 발굴하기 위함이었다. 저자 자신은 수업 시간에 이전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그 어느 학기보다 많이 배웠고 이는 최고의 강의평가 결과로 나타났다.

"말을 하게 하는 교육, 책의 내용과 교수의 생각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나의 생각을 하게 하는 교육. 그렇게 대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학생의 행동은 교수가 유도한다. 학생들이 말을 안 하는 것은 교수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발굴할 줄 알아야 한다. 교수는 자신의 말을 전달하는 데만 몰입할 것이 아니라 학생의 생각을 끌어내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한다."​

저자는 학생들 속에서 '배움'이 일어나도록 수업의 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집어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으로, 듣는 교육에서 말하는 교육으로, 질문이 없는 교육에서 질문을 발굴하는 교육으로, 우리의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교육이 바뀔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제도와 정책의 변화는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교육 패러다임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통해서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과 교육 패러다임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함을 깨닫는다.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사회는 변화하기 힘들다. 입시 위주의 교육, 취업을 목표로 하는 대학교육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가 질문하며 성장해가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 교사, 사회 전체가 모두 새로운 교육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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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1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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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11월호 행복일기에는 '버스에서 펼쳐지는 삶의 영화'라는 이혜림님의 '생각버스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흥미롭다. 생각버스 프로젝트는 '버스에서 생각하고, 버스에 대해 생각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글을 읽고 '생각버스' 블로그에도 방문해보았다. '노을에 붉게 물든 채 내는 승객들의 말소리, 밖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가 버스 안에 들어와 아름답게 반짝였다. 어느새 버스는 낭만적인 작은 영화관으로 변해 있었다.'라는 말하는 이혜림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노선을 정해 그 버스와 어울리는 문화 키워드는 잡지 <생각버스>로 묶기로 했다. 서울 아현동 가구거리와 웨딩타운, 홍대 미술학원거리처럼 특화거리를 많이 지나는 탓에 정류장마다 간판이 휙휙 바뀌는 7011번은 '간판', 원형 노선인 110A,B번은 '시계', 그중 시계방향 노선은 '미래로 나가는 시간', 반시계방향 노선은 '과거를 들춰보는 시간'이란 이름을 달아 소개했다."

 

샘터 11월호의 기생충에게 배우다'라는 서민 교수님의 칼럼 제목은 '버린 개는 개회충으로 돌아온다'이다. 서민 교수는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부쩍 개회충 환자가 늘어난 이유는 아파트 붐이 일었고,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개를 버리기 시작한 것이 원인이라고 이야기한다.

 

"개회충은 집에서 기르는 개에 의해 전파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개가 개회충에 걸리려면 개회충의 알을 먹어야 하는데, 사료 등을 먹으며 자라는 개가 개회충에 걸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오히려 밖으로 쫓겨난 개가 먹을 것이 없어서 이것저것 주워 먹다가 개회충의 알을 삼키며, 그 몸에서 자란 개회충은 개의 대변을 통해 여기저기에 알을 뿌린다. 그 알이 흙장난을 하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소간을 안주 삼아 소주를 들이키는 아저씨들에게 전파대 '개회충증'이 일어난다." 나는 현재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고 있기에 이 글에 많이 공감했다. 서민 교수의 이번 칼럼은 개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글이 아닐까...

 

"개를 버리는 일은 그 개를 밑바닥의 삶으로 내모는 잔인한 짓이기도 하지만 개회충을 확산시켜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개를 버리지 않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개를 입양할 때 자신이 이 개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버린 개는 개회충으로 돌아온다."

 

샘터 11월호 '사물의 시간'에 소개된 주제는 '영원한 청년 작가'의 혼이 깃든 책상으로 소설가 최인호 1주기전에 관한 소식이다. 최인호 작가의 마지막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읽었기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끌었던 칼럼이다. 최인호가 우리 곁은 떠난 지 1년,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마음을 모아 1주기전을 열였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참여하기를 바란다. 컴퓨터가 널리 보급된 요즘에도 몽블랑 만년필을 들어 원고지에 직접 글쓰기를 고집했던 최인호 작가. 이번 전시에는 생전에 작가와 특별한 교분을 나눴던 영인문학관 강인숙 관장과 작가의 유족, 여백출판사가 소장한 유품을 한자리에 모았다고 한다. 소설 창작뿐 아니라 그림에도 능했던 최인호 작가의 '화가 최인호'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기대되는 전시이다.

 

"앉은뱅이책상이 있다. 2008년 발병한 침샘암으로 투명하던 소설가 최인호가 마지막 창작열을 불태우던 그 자리다. 작가는 항암치료를 받느라 손톱이 빠진 손가락에 고무 골무를 끼우고 매일 원고지 20~30매의 글을 토해냈다. 원고지 1,200매에 달하는 마지막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가 이 책상 위에서 태어났다. 아끼던 몽블랑 만년필의 펜촉이 휘어질 때가지 써내려간 원고들은 스스로에게 울리는 기도였다."

 

조선대학교 교수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덕희의 산책'에는 고흐의 다락방이 소개된다. 고흐는 어릴 때 집에서 나와 37년 동안 38곳에 몸을 의탁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집을 가져보지 못한 자에게 허락된 곳은 카페와 식당, 여인숙뿐이였다. 카페 3층에 있던 다락방의 모습에서 고흐의 삶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라부 카페는 오베르의 노동자와 농민이 드나들언 소박한 곳이었다. 고흐는 이 카페에 딸린 다락방과 식사를 하루 3.5프랑에 해결할 수 있었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카페는 사람이 자신을 파괴할 수 있고 미치게 할 수도 있으며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공간'이라고 썼다. 실제로 고흐는 그곳에서 미쳐가는 정신과 싸우며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렸고, 싸구려 포도주와 담배에 의지해 피로와 고독을 견뎠다."

 

"하늘을 향해 난 쪽창을 통해 고흐는 멀리 교회의 첨탑과 공동묘지의 담장을 보았으리라. 그는 들판에서 밀을 거두어들이는 농부들 속에서 인류의 죽음을 읽어냈고, 별이 빛나는 밤하늘 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다. 그에게 죽음은 밀이 뿌리내렸던 대지로, 또는 별이 빛나는 하늘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 마지막 작품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그린 뒤 발작을 일으킨 고흐는 권총 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동행자로 밀밭 위에 까마귀를 그려 넣은 것일가. 비틀거리며 방으로 돌아온 고흐는 다음 날 도착한 테오의 손을 꼭 잡은 채 눈을 감았다. 하지만 고흐는 이 막다른 방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방 속으로 깊이 걸어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샘터 11월에 소개된 기독교 신학자이며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원의 종신교수인 현경님의 '이별 후 집을 샀다.. 이젠 우주가 내 집'이라는 칼럼이 인상적이다. 현경님이 말하는 '대리모를 통해 자신을 낳아준 생모와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라는 두 명의 어머니가 있음'을 진솔하게 써내려간 글이 감동적이다. 현경님은 출생의 비밀을 모르고 살다가 서른한 살에 융 분석가에게 꿈을 분석 받는 과정에서 생모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현경님은 집이나 땅을 사는 것으로 위로를 받았다. 현경님은 세 채의 집이 생기면서 더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다. 'Home, Sweet Home(즐거운 집)'은 누군가 내게 주는 게 아니라는 것, 내 안에 'Home'이 있으면 세상 어딜 가든 그곳이 나의 집이고 거기서 만나는 사람 모두 나의 가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현경님은 이제 거북이처럼 마음의 집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고 이야기한다.

 

"삶은 누구에게나 이생에서 풀어야 할 마음의 숙제를 주는 것 같습니다. 각자가 타고난 카르마(업)에 따라 숙제는 다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그 문제를 이생에서 풀어야 하지요. 그렇지 못하면 살면서 그 문제에 빠져 똑같은 고통을 반복하거나 숙제를 다음 생까지 가져가게 됩니다."

 

"심리학자들은 무의식도 DNA도 대물림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사랑했던 남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모두 '다른 여자' 문제가 있었습니다. 마더콤플렉스든, 전 부인이든, 아니면 나 몰래 만나는 다른 여성이든... 저는 항상 그런 숙제를 가진 남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끌렸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힘이 없어 못 풀던 문제를 성인이 되어 풀어 보고 싶은 무의식의 열망이었겠지요."

 

"저는 이제 꿈이 있습니다. 제가 세상을 떠날 때, 돌아갈 집을 그토록 그리워 하느라 생긴 집 세 채만은 이 세상에 남겨두는 것이지요. 여성 예술가, 운동가, 학자, 수행자들이 1년씩 무상으로 머무르며 자기 치유와 정진,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마고 여신의 집'으로요. 그들이 여신의 집에 살며 여신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이 우주 어딘가에서 지켜볼 수 있다면 저는 죽은 후에도 많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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