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 서울대생 1100명을 심층조사한 교육 탐사 프로젝트
이혜정 지음 / 다산에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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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는 서울대에서 고학점을 받을 수 있는 학습전략의 정보라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는 서울대의 모습을 통해 결국 우리 대학들이,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이 과연 진정한 인재를 키우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다. ​

이 책은 서울대와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최우등생들을 비교 분석하여 흥미롭다. 이는 저자가 서울대 최우등생들의 공부법을 분석하면서 저자 자신이 포착한 문제들이 서울대만의 특징인지, 아내면 세계 명문대들의 공통적인 특징인지를 알아보기 위함이였다. 서울대 학생들은 교수의 가르침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토를 달거나 하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흡수하려고 하는 반면, 미시간대 학생들은 교수와 다른 생각을 하거나 교수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서울대에서의 공부는 교수 중심인 반면, 미시간대에서의 공부는 상대적으로 학생 중심인 것이다.

"서울대에서는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고 명료하게 업무를 분담해서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체계쩍으로 체크하고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는 '디렉터형 리더'를 좋은 리더로 생각한다. 리더가 팀을 장악하여 강력한 디렉터십으로 이끌고 가는 경우 일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잇기 때문에 효율적인 리더십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반면 미시간대에서는 마치 인기 MC 유재석과 같이 팀원이 고루고루 발언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배분하고 팀의 의견을 모두 함께 이끌어 나가는 중개자 역할의 '코디네이터형 리더'를 좋은 리더로 생각한다.(...)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팀프로젝트에서의 '공정'에 대한 기준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대 학생들은 팀원들 각각의 능력에 맞게 업무가 분담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미시간대 학생들은 능력과 무관하게 모든 팀원이 골고루 참여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학생들에게는 부족한 팀원에게까지 기회를 주느라 최종 결과물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불공정한 것이고, 미시간대 학생들에게는 뛰어난 팀원만 계속 더 많이 하고 부족한 팀원은 역할을 박탁당해 학습 기회의 빈익빈부익부가 생기는 것이 불공정한 것이다."​

저자는 서울대 최우등생들을 인터뷰하면서 '뜨거움이 배제된 청춘'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생에서 최고로 뜨겁고 열정적인 나이임에도, 이들은 대단히 절제되어 있고 완벽하게 자기조절을 하며 체력도 시간도 감정도 철저하게 관리하는, 대단히 차분하고 이상적인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단지 '잘 견디는' 사람이었다.

"서울대 최우등생들을 인터뷰하면서 내가 가장 아쉬웠던 것 중의 하나가 이들에게는 설레는 '꿈'이 없다는 것이었다. 무엇을 진정으로 하고 싶은지, 자신의 열정을 쏟고자 하는 꿈이 무엇인지, 질문을 하는 나에게 설레게 할 만한 대답을 하는 최우등생은 한 명도 없었다."​

저자는 비판적 창의적 학습은 수용적 학습 후에야 가능한 것이 아니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 대학 수업은 수용적인 학습자가 우수한 성적을 받도록 허용하고, 비판적 창의적 학습자는 좋은 성적을 받도록 허용하지 않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이 잘 길러지지 못하는 이유는 이러한 능력이 현실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잇기 때문이다. 비판적 피드백은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지거나 불편한 트집처럼 여겨지고, 창의적 생각은 엉뚱한 것 혹은 괜히 튀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흔하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미국 미주리대의 데이비드 조나센 교수의 말은 특히 인상적이다.

"창의력은 어느 분야에나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능력이 아닙니다. 특정 영역에서의 특정 창의력이 있을 뿐입니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에서는 매우 창의적이었지만 아마도 연극을 했다면 전혀 창의적이지 않았을 겁니다. 글쓰기에서의 창의력은 기계공학에서의 창의력과 전혀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역에 따라 창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이나 수업도 완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일반적인 창의력 향상은 그 자체로 말이 안 되는 거죠.

내용이든 이론이든 창의력이든 실제 문제나 실제 맥락이 없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우리는 어떤 문제든 어떤 창의력이든 특정 맥락 속에서 가르쳐야 합니다. 이론을 적용하고 응용한 상태가 아닌 그냥 이론으로만 가르치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가르칠 필요가 없죠. 어떤 이론이 실제에 적용되는 상황이 되면 수많은 문제와 갈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러한 문제와 갈등은 한 전공 분야만으로는 대부분 해결되지 않습니다. 예컨대 어떠한 역사적 사건도 그 당시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맥락과 관계없이 일어나는 경우는 없습니다. 히틀러가 나치를 만들 당시 밤마다 자기 전에 읽었던 책이 무엇인지 생각해 봣나요? 그 책이 히틀러의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거라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어요? 창의력도 반드시 맥락 속에서 길러져야 합니다."​

저자는 대학 교육에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무엇을 기르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대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지만, 이는 서울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이 제기된 문제는 결국 '누구의 책임인가'를 생각해보았을때, 학생, 교수, 대학, 정부, 사회 모두가 이 문제와 연관된 주체이다. 저자는 우리 대학 교육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직접 가르치고 평가하는 교수들의 책임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교수들이 그렇게 가르치고 평가하도록 만들고 있는 대학이라고 말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책임은 학생이나 교수가 아닌, 대학의 리더십과 시스템에 있다.

"교수들에게 있어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일은 연구 실적을 쌓는 것이지, 자신의 강의를 돌보는 것이 아니다. 교수들은 연구와 교육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함에도 현실적으로 보다 많은 보상이 있는 연구에 자연스레 집중하게 된다. 수업을 최신 내용으로 업데이트하거나, 학생들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교재를 새롭게 설계하거나, 학생들의 과제에 대한 자세한 피드백을 주는 등 교육과 관련된 일들은 연구와 맞먹는,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요하지만, 현재의 교수평가 방식에서는 이를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교수들이 수업을 조교들에게 맡기고 등한시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구조다. 교수들에게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란 '잘하면 좋겠지만 그냥 지금까지처럼 해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 굳이 내가 개혁하지 않아도 아무도 별 문제 삼지 않는, 그리고 심지어 그게 문제라고도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대학 교육의 문제는 곧 교육 전체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결국 현재 서울대 최우등생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했던 방식의 공부를 대학에서도 지속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국가가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너무도 세세하게 정해 놓고 교사에게 이를 따르도록 강제하고 있는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는 우리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몇 년의 기간 동안 학생들에게 양성해야 할 역량에 대해 거시적으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그 외의 모든 교육 내용과 방법은 교사에게 일임해야 한다고 말한다. 천편일률적으로 국가가 만들어내는 똑같은 교육이 아니라 교사가 자유롭게 수업과 평가 기준을 설계하는 있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교육권을 국가에서 교사에게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저자는 '우리는 왜 대학교육을 받으며 대학에서 양성해 배출하는 졸업생들이 어떤 능력을 가진 인재가 되기를 기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 대학 교육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의 대학 교육은 현재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당면한 과제들이 단 하나의 증면 가능한 답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을 읽어 낼 수 있는 창조와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미 생산된 지식의 결과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을 배워야 한다. ​저자는 교수의 답을 하나의 정답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분위기에서는 창의력을 발휘할 필요도, 발휘할 수도 없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 교육은 문제해결력에서 문제발견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학교 교육은 학생들에게 궁금한 문제를 발견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학생들이 먼저 스스로 궁금해하기 전에 학교에서 먼저 '이런 것을 궁금해해야 한다'고 알려 준다. 궁금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실패해 보는 과정을 거칠 기회도 주지 않는다. 바로 답을 알려 줘 버린다. 비판적으로 토를 달거나 창의적으로 변경해 볼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수용적으로 숙지해야 할 대상으로서 전달한다. 생각하는 방법,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결과를 숙지하는 것이 오늘날의 대학을 포함한 우리의 학교 교육이다."​

저자는 2000년 동안 나라를 잃고 떠돌아 다녔던 유태인들의 교육법을 이야기하여 인상적이다. ​유태인들은 빈손으로 쫓겨나도 가지고 갈 수 있는 '머릿속의 지식'을 자산으로 쌓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곳에서 유용했던 지식이 다른 곳에서는 쓸모없어지는 경우를 자주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환경에서도 쓸 수 있는 종류의 지식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것은 '어떤 것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생각해 내는 방법'이었다. 무엇을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태인들은 생각해 내는 방법, 즉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도록 요구받았다. 혼자서 스승의 지식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대신, 스승의 관점에 계속 도전하는 질문을 하도록 교육받고 훈련되어 왔다. 저자는 자신이 2000년대 초반 고려대에서 강의를 할 때 '교수가 대답하지 못하는 허를 찌르는 질문을 할 경우 A+를 주겠다'고 수업 방식을 학생들에게 제안하였다고 말한다. 이는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질문을 발굴하기 위함이었다. 저자 자신은 수업 시간에 이전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그 어느 학기보다 많이 배웠고 이는 최고의 강의평가 결과로 나타났다.

"말을 하게 하는 교육, 책의 내용과 교수의 생각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나의 생각을 하게 하는 교육. 그렇게 대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학생의 행동은 교수가 유도한다. 학생들이 말을 안 하는 것은 교수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발굴할 줄 알아야 한다. 교수는 자신의 말을 전달하는 데만 몰입할 것이 아니라 학생의 생각을 끌어내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한다."​

저자는 학생들 속에서 '배움'이 일어나도록 수업의 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집어넣는 교육에서 꺼내는 교육으로, 듣는 교육에서 말하는 교육으로, 질문이 없는 교육에서 질문을 발굴하는 교육으로, 우리의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교육이 바뀔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제도와 정책의 변화는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교육 패러다임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통해서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과 교육 패러다임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함을 깨닫는다.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사회는 변화하기 힘들다. 입시 위주의 교육, 취업을 목표로 하는 대학교육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가 질문하며 성장해가는 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 교사, 사회 전체가 모두 새로운 교육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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