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5.7.8 - no.61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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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호인 악스트 61호의 키워드는 '계속하는 일'이다. 이 책은 급변하는 세상 속 어떤 일을 오래,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이런 세상에서 문학을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지, 왜 계속 문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의 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먼저, 악스트 61호에서 배우 뿐만 아니라 출판사 무제 대표로 왕성하게 활동중인 박정민에 관한 인터뷰가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기획안도 직접 쓰고 섭외도 직접 하고 작가 행사도 동행하는 박정민은 "좋아하는 일임과 동시에 궁금한 일일 때 원동력을 얻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함께해주는 사람들과 그들의 성과물이 흥미로울 때도요. 그러면 일이 재밌어집니다. 좋은 결과물을 얻을 때 오는 희열도 대단하고요.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박정민'이라는 이름을 달고 해야 하는 일을 '박정민'이 직접 할 때 얻어질 확률이 높다고 믿습니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책은 종이책으로 읽습니다. 메모도 종이에 해두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물론 급할 때는 디지털의 힘이 탁월하지만, 천천히 정리하면서 일을 할 때는 종이와 펜이 주는 힘이 더 강력할 대도 있죠. 종이의 느긋함을 동경하는 것도 같습니다."라며 종이책을 주고 읽고, 종이에 쓰는 걸 좋아하는 박정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더해 악스트 61호에는 10년 전 은행나무출판사에 들어가 맨 처음 시작한 작업이 'Axt' 로고 디자인이였다고 말하는 이승욱의 글이 흥미롭다. 책을 애호해본 적 없는 이들에게 'Axt'만큼은 문예지가 아닌 매거진처럼 다가가길 바랐고, 그러기 위해서 기존 문예지와는 모든 면에서 달라야만 했다는 그의 말은 기존의 문예지와 다른 매거진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해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다." 프란츠 카프카의 말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를 시각화해야 했다. 날카로운 도끼를 떠올렸다. 로고는 날카로워야 했다. 두꺼운 폰트는 눈에 잘 띄기는 하나 무거운 도끼였다. 어느 힘없는 여린 인간일지라도 한 손에 쥘 수 있는 가볍고 날카로운 도끼, 잘 버려져 예리하고 바늘구멍 하나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이 들었으면 했다. 도로 표지만이나 기계도면에서 사용되는 DIN폰트의 비율을 정밀하게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당시의 파일 목록을 열어보니 로고 디자인에만 9차에 걸쳐 수정을 거듭해나갔다."

이 밖에도 악스트 61호에서 다양한 소설가들의 숏터뷰가 실려 흥미롭다. 특히, 소설집 '사랑과 결함', 중편소설 '영원에 빚을 져서', 장편소설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 등을 쓴 예소연 작가에게 '계속하는 일'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답하는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이들과 함께 있을 때 저는 불현듯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건 제가 계속할 수 '있음'과 '없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언제든 계속할 수 있고 계속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계속해나가는 힘은 이상하게도 그런 데서 나오는 것 같아요. 불가항력으로 내가 어딘가 떠밀려가고 있다고 생각할지라도 저는 사실 어떤 선택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니까 살면서 우리는 명확한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은연중에 어떤 일을 유지하고 '있음'을 선택하는 걸수도 있겠지요.

저에게 소설을 쓰는 일이란 그런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어떤 명확한 목표와 다짐을 가지고 해 나가기보다는 제 안에 소설이 늘 할 수 '있음' 상태이기에 그것을 해나갈 뿐인거죠. 물론 힘들 때도 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쓰는 일 전체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소설 속 인물과 마주하는 순간은 늘 긴장됩니다. 하지만 그 적당한 긴장이 저를 자꾸 만들어냅니다. 삶이 명백하지 않음을 늘 일러주는 인물들과 마주 앉아 서사 안에 푹 담긴 채, 저는 이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외치게 되죠. 저는 쉽게 지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에 있어서는 늘 '있음' 깜빡이를 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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