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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5.9.10 - no.62 ㅣ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9월
평점 :

악스트 62호의 키워드는 '생각 없음'이다. 최근 젊은 세대를 묘사할 때 '생각 없음'을 세대의 특징으로 꼽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말 이들은 생각이 없는 것일까. 오히려 생각이 너무 많아 탈력에 이르거나, 자신이 가진 생각들을 타인에게 이해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 아닐까. 악스트 62호는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 없음'이라는 키워드를 접근하며 독자가 새로운 사유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먼저, 악스트 62호에는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시집으로 <사워젤과 소다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산문집으로 <내 꿈에 가끔만 놀러와>를 쓴 고선경 시인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고선경 시인의 '생각 없음'에 대한 의미를 담은 글이 흥미롭다.
"저에게 '생각 없음'은 '생각의 부재'와는 다릅니다. 단지 '생각하는 방식의 다름'에 가깝지 않을까요? 제가 어느 정도로 '젊은 세대'에 속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젊은 세대는 생각을 굳이 설명하거나, 증명하거나, 포장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징적인 것 같습니다. 생각은 하되, 그것을 길게 서술하거나 철학적으로 정리하거나, 당위성을 갖춰 전달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는 것이지요. 그래서 바깥에서 보면 그 태도가 탈력처럼, 혹은 무관심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 '생략'이 꼭 가벼움이나 무책임에서 비롯된다고 보지 않아요. 오히려 말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지키거나 생각을 과잉 노출 하지 않으려는 진중한 태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감정을 경제적으로 할애하고자 하는, 일종의 절약 기술일 수도 있겠지요."
뿐만 아니라 고선경 시인의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것, 좋아하게 될 것, 다시 좋아하게 될 것에 대해서 기대하기 때문에 그 기대가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글이 인상적이다.
"저는 제 마음이 단단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거의 없지만, 무언가를 오래 좋아하거나 오래 붙잡는 힘은 있는 것 같아요. 그걸 단단함이라고 불러도 괜찮겠지요.
저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시를 쓸 때도, 설령 화자가 지치거나 망설이는 중이라도, 끝에서는 조금이라도 앞으로 가보자는 마음을 남겨두려고 해요. 그게 저 자신을 지키는 일이자, 읽는 사람에게도 작은 용기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기에 더해 악스트 62호에서 정지음 작가의 '독방귀와 향기구름'이라는 글이 인상적이다. 또한 독가스도 향기구름도, 나쁜생각도 좋은 기억도 결국 훌훌 날아가는 것은 똑같다는 정지음 작가의 글에 공감을 느낀다.
"마침내 내가 추구하던 방식의 맹점을 깨달았다. 왜인지 몰라도 나는 '생각'을 정신 세계의 화폐처럼 여겼다. 돈 비스무리한 재화로 인식하니 자꾸만 생각을 모으고 쌓아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는 것이었다. 그러나 온갖 생각으로 머리를 꽉 채워보고 느낀 건, 새악ㄱ이란 오히려 가스에 가깝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질 낮은 잡생각들은 머리로 뀌는 방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앞으로는 나쁜 생각이 들 때마다 이것은 독방귀다, 독방귀다...... 되뇌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