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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5.5.6 - no.60 ㅣ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5월
평점 :

악스트 60호의 키워드는 '변곡점'이다. '변곡점'은 굴곡의 방향이 바뀌는 자리를 나타내는 곡선 위의 점이라는 뜻을 가진 전문 용어였으나 현재는 우리 삶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악스트 60호 강화길 작가 인터뷰에서 강화길의 소설 <치유의 빛>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하여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변온동물처럼, 때로는 사랑, 때로는 미움, 때로는 시기, 질투, 증오, 존경, 그 형태가 무엇인지, 그 온도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강화길 작가의 글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저는 항상 사랑에 대해 써왔다고 생각해요. 단편이든 장편이든 그 무엇이든요. 그리고 <치유의 빛>은 제가 쓴 소설 중 가장 강렬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나에 대한 사랑, 친구, 연인, 타인에 대한 사랑, 부모와 내 고향, 동네에 대한 사랑. 그 사랑은 무척 강렬하지만 동시에 너무 나약해서, 혹은 너무 깊고 지독해서 증오가 돼요. 뒤죽박죽으로 얽힌 그 감정 덩어리. 주인공 지수는 그걸 끌어안고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치유받고 싶어 해요. 하지만 확신이 없어요. 정말 치유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죠. 그러나 포기하지 못해요. 고통스러우니까요. 사는 것처럼 살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무엇이든 믿어보려 합니다. 그 역시, 사랑이 없다면 의미 없는 갈급이겠죠."
여기에 더해 악스트 60호에서 '포기를 받아들이는 순간'이라는 공현진 소설가의 글이 인상적이다. 공현진 소설가는 김지연 작가의 <조금 망한 사랑>을 읽고 포기에 관한 감상을 펼쳐낸다.
"김지연의 소설 <포기>에는 '포기'가 쉽지 않은 인물들이 나온다. 그러나 결국 포기해야만 하는 무엇을 마주치는 인물들. 무엇에 대한 포기냐 하면 그건 돈이기도 하고, 평범한 삶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마음을 지릿하게 하는 것은 사랑에 대한 것, 관계에 대한 것이다.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이라서 포기를 한참 망설이고 바도 같아지는 인물인 호두에 눈이 머문다."
"이야기의 끝에서 호두는 결국 민재를 걱정하는 마음을 내려놓는다. 나는 포기를 용기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앞서 말했듯 그것은 그것대로 미심쩍은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포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순간 그 순간을 비웃지 않고 이해하고 싶다. 그런 이해의 순간을 김지연의 소설에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말 없는 종이들의 긴 잡담'이라는 김연덕 시인의 글이 눈길을 끈다. "책은 사라져도 문자들을 실었던 종이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아서, 종이는 소각될 때 자기가 어디로 갈지, 공기 중에 흩어져 어느 숲에 어느 정신에 어느 사람의 창밖으로 내려앉을지 이 순간에 정한다."라는 김연덕 시인의 섬세한 시선이 담긴 글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도서관에, 서점에, 책이 가득한 창고에, 나의 책장에 불이 난다면 복잡하고 기쁘고 외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졌던 종이들의 냄새는 하나로 합쳐질 것이다. 종이들에 수놓아진 잉크가 현장에서 흩날리는 재와 뒤섞이고 거기서는 몸이 하나로 합쳐질 때의 이상하고 단순한 냄새가 날 것이다.
어쩌면 검은색과 같이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을 것이다."